마르첼로 간디니와 자동차

  • 기사입력 2024.03.15 14:51
  • 기자명 유일한 기자

글 | 유일한

 

 

한 세기를 풍미한 자동차 디자이너, 마르첼로 간디니(Marcello Gandini)가 8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작품은 아직도 남아서 일반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설령 그의 이름을 모른다고 해도 람보르기니 쿤타치 그리고 미우라를 모를 수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당신이 자동차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수퍼카에만 손을 댄 것이 아니라 대중적인 모델도 담당했다. 때로는 건물과 헬리콥터도 설계했다.

 

1938년 8월에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난 간디니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였던 아버지의 밑에서 한 때 음악을 배웠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이 밖에서 놀 때 피아노를 치라고 강요를 당해서 반항했다고 한다. 그래서 18살이 되던 해에 학교를 그만두고 친구의 자동차를 개량했다. 단순히 언덕을 수월하게 올라가는 것뿐이었지만, 당시 메시 재질을 사용해 자동차를 아름답게 다듬어주면서 자질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후 한동안은 프리랜서로 일했다.

그는 디자인을 중시하면서도 동시에 자동차의 기계적인 면을 다룰 줄 알았다. 예술가이면서도 손이 더러워지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디자인과 실체를 분리할 수 없다. 자동차는 빨리 달리며, 어떤 구조로 인해 그렇게 달리는지 알아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투어링 카로체리아’에서 외주를 받다가 시간이 흘러 1965년에 그는 베르토네 밑에서 일하게 됐다. 이후 베르토네 밑에서 ‘조르제토 쥬지아로’가 떠나면서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

 

그의 역작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언급되는 것이 ‘람보르기니 미우라’이다. 간디니는 개인적으로 미우라의 디자인을 칭송하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사람들은 이 매혹적인 디자인을 좋아했다. 그 간디니가 자신의 진심을 담아 디자인한 자동차는 사실은 ‘람보르기니 쿤타치’라고 한다. 이후로 람보르기니 디자인을 많이 담당했는데, 에스파다, 잘마, 우라코 등 많은 차들이 간디니의 작품으로 남아있다. 아, 디아블로는 초반 디자인만 간디니가 맡았고 완성은 다른 디자이너가 했다.

그렇다면 간디니가 디자인한 대중적인 자동차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일단 대중적으로 제일 유명한 자동차 한 대를 꼽으라면, BMW 5시리즈 1세대 모델(E12)가 있을 것이다. 그 인연 덕분에 2019년에 BMW 콘셉트카도 직접 디자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트로엥 BX, 피아트 132등이 있고 르노에서 고성능 모델인 르노 5 터보를 다듬는 일도 맡았다. 아, 폭스바겐 폴로 1세대 모델도 그의 작품이다. 의외로 많은 작품들이 아직도 남아있는 셈이다.

 

그의 디자인은 화려함을 빼낸 것이 특징이다. ‘수퍼카를 디자인하는 데 화려함을 뺄 수가 있는가!’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사실이다. 그래서 직선을 조금 더 추구했고 기능적인 면을 더 추구했다. 그가 디자인한 르노 매그넘(Renault Magnum) 트럭을 살펴보면, 실용적인 형태의 평평한 바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세라티를 디자인하면서 최초로 사이드 미러에 방향지시등을 적용했는데, 이제 이 디자인은 기본이 되어가고 있다.

그는 사실 죽기 전까지 계속 일을 했다고 한다. 2019년에도 BMW와 일을 했고, 동시대에 태어난 ‘조르제토 쥬지아로’도 아직 일을 계속하고 있으니 당연할 것이다. 그의 대한 평가도 후한데, 현재 기아에서 디자인을 맡고 있는 카림 하비브(Karim Habib)도 “간디니가 디자인한 쿤타치를 좋아했다”고 말할 정도다. 어쩌면 그가 남긴 마지막 작품이 어느 자동차 제조사의 연구실에서 한창 다듬어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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