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CER EVOLUTION,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

  • 기사입력 2020.06.08 10:00
  • 최종수정 2021.06.28 14:52
  • 기자명 모터매거진

당연히 빠르다. 귀가 황홀하다. 피곤하지 않다. 마이너체인지를 거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성도까지 높아졌다.

이게 몇 년 만인지. 2016년 가을, 일본 후지산에서 실컷 와인딩 타고 다시 만났다. 눈 앞에 풋사과 색을 입은 우라칸 에보, 그리고 뚜껑까지 열리는 스파이더 모델이 도착했다. 해외에서 처음으로 몰아본 슈퍼카가 람보르기니고 그 경험을 우라칸과 함께 했다. 당시 몰았던 우라칸은 운전석이 우리처럼 좌측에 있어 와인딩을 타기 어색했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빠르고 정확하고 그립이 어마어마했다. 국내 도로도 아니었고 공소시효도 지났으니 밝히지만 코너가 끝나고 다음 코너 입구까지 이어지는 짧은 직선 구간에서 쉽게 시속 200km를 넘기는 가속력을 보여줬다. 또한 후륜구동 모델이었음에도 그립이 어마어마했고 카본 세라믹이 아닌 꽃 모양 스틸 브레이크 디스크였음에도 제동 성능이 장난 아니었다. 후지산에 울려 퍼지는 황소의 울부짖음은 소름 돋았다. 이렇게 좋은 추억을 남긴 우라칸을, 새롭게 단장한 우라칸과 함께 한다.

안 본 사이에 이름에 에보를 추가했다. 마이너체인지를 거치면서 우라칸 다음에 에보를 붙인 것이다. 외모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여전히 전투적으로 보이고 그냥 멋있다. 루프가 허리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로 낮고 웬만한 SUV들보다 넓다. 눈이 갈 수밖에 없다. 하드코어 버전인 퍼포만테를 순둥이 버전으로 살짝 다듬은 느낌이다. 프런트 범퍼를 주간주행등처럼 Y형상으로 빚었는데 더 공격적으로 보인다. 측면은 그대로고 리어 범퍼는 퍼포만테의 것과 비슷하다. 번호판 양 옆으로 위치한 두 발의 대포는 폭음을 예고한다.

숨어 있는 도어 핸들을 꺼내고 실내로 들어간다. 스파이더 모델이라 쿠페 보다 시트 뒤의 공간이 부족하긴 해도 갑갑하진 않다. 인테리어는 전투기 콘셉트로 완성했는데 멋있긴 하다. 엔진스타트 버튼도 전투기의 미사일 발사 버튼처럼 생겼다. 이전과 다른 점은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대형 디스플레이다. 공조기 버튼 마저 이 안에 넣었는데 처음 타더라도 쉽게 다룰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고 간단한 인터페이스다. 스티어링 휠은 직경이 작고 두툼해 잡는 맛이 좋다. 방향지시등 버튼과 와이퍼 작동 버튼, 그리고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까지 스티어링 휠에 담겨 있다. 방향지시등을 작은 버튼을 좌우로 조작하는 것은 낯설지만 익숙해지면 꽤 편하다. 시트는 본격 버킷 타입으로 코너에서 운전자를 잘 잡아주고 착석감도 좋다.

BULLS FIGHT

캐빈룸 뒤에 거대한 엔진이 자리잡고 있다. V10 5.2ℓ 엔진은 과급기 도움 없이 최고출력 640마력, 최대토크 61.2kg∙m의 힘을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로 전달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주파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3.1초다. 쿠페 모델이 2.9초인데 오픈톱 모델이라 무게가 약 100kg 증가해 2초대에 진입하지 못한 게 아쉽다. 하늘을 영접할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한다. 0→시속 200km는 9.3초, 최고시속은 325km에 달한다. 이 정도 수치를 인지하고 이제 달려본다. 드라이브 모드는 스트라달레, 스포츠, 코르사로 구분되어 있다. 노멀 모드인 스트라달레로 출발한다.

벌써 기대가 된다. 노멀 모드인데 엔진 리스폰스가 상당하다. 배기 사운드의 볼륨도 충분하고 음색도 답답하지 않다. 승차감도 슈퍼카치고 크게 불편하지 않다. 통통 튀면서 다니지 않고 서스펜션이 노면의 충격을 잘 걸러준다. 버튼 하나로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고 이 녀석의 성격을 바꿔본다. 빠르다고 생각했던 엔진 반응 속도가 더 빨라졌다. 달리는 모든 것을 추월할 수 있다. 이 때 폭력적인 사운드가 더해진다. 가변 배기 시스템의 플랩이 열리고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배기 사운드가 커진다. 저회전 영역에서 묵직한 중저음을 보여주다 회전수가 올라갈수록 톤이 점점 높아진다. 이때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면서 스트레스가 단박에 날아간다. 스파이더의 특권인 리어 윈도만 내려 더 생생하게 사운드를 즐기고 세상을 울린다. 디자인과 차체 색상만으로도 시선이 집중되는데 포효까지 더해지니 도로 위에 주인공이 되어버린다. 스로틀이 닫힐 때 터지는 백프레셔도 매력적이다. 에보로 오면서 백프레셔의 지속시간은 조금 줄어들고 소리는 더 날카로워졌다.

우라칸의 매력은 바로 이 사운드다. 경쟁사의 미들급 슈퍼카들은 8기통 터보 엔진을 달고 있다. 자연흡기 엔진은 우라칸이 유일하고 유일하게 실린더가 10개다. 오직 우라칸만이 사륜구동 시스템과 소프트톱을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이 우라칸의 경쟁력이다. 소프트톱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비오는 날에 분위기 잡기엔 이만한 아이템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노천 카페다.

지금 타고 있는 게 스파이더 모델이니 뚜껑을 열어봐야지. 시속 50km까지 달리면서 루프를 작동할 수 있다. 변신 시간도 17초로 짧다. 찬 겨울 바람을 느끼며 신나게 질주한다. 실내로 바람이 심하게 들이닥치진 않는다. 다만 헤어스타일은 무자비하게 망가뜨린다. 윈드실드 높이가 딱 내 이마에 맞먹는다. 헝클어져도 좋다. 이 바람이 달리는데 있어 운전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헬멧 안 쓰고 바이크를 타는 기분이라 오히려 마음에 든다. 시승차엔 시트와 스티어링 휠에 열선이 빠져있었지만 히터만으로도 충분히 몸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자연 바람으로 올백 머리를 하고 고속도로 위에 차를 올린다. 노면 온도가 낮아 무리하게 달릴 수 없으므로 목숨과 우라칸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겨본다. 속도가 올라가고 거기에서 더 높은 속도를 원해도 쉽게 장단을 맞춰준다. 고속안정감도 환상적이다. 안 그래도 바닥에 깔려 달리는데 속도가 올라가면 무게중심을 더 낮춰준다. 공기를 잘 다스리게끔 그린 실루엣과 많은 데이터를 품고 있는 하체 세팅 덕분이다. 코너링 성향은 뉴트럴스티어다. 토크 벡터링과 리어 스티어링 시스템의 도움으로 안전하고 빠르게 예쁜 곡선을 아스팔트 위에 그릴 수 있다. 저속에서는 앞바퀴 각도와 반대 방향으로 뒷바퀴가 움직여 휠베이스를 줄이는 효과를 보여주고 고속에서는 반대로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틀어져 안전하게 횡이동 가능하다.

잘 달리고 잘 도니 잘 서야지.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은 출력과 섀시를 컨트롤 하기 충분하다. 노즈다이브 혹은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을 잘 억제했고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더라도 지치지 않는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코너링 중에 브레이킹이 걸려도 차체가 안쪽으로 말리지 않고 진행하는 라인을 잘 지킨다.

추운지도 모르고 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달렸다. 마이너체인지를 거치면서 더 강력해진 것은 물론 더 똑똑해졌다. 레이스카 수준으로 달릴 수 있지만 편하기까지 하다. 실제로 내가 돌려보진 않았지만 이 녀석을 소유하고 있는 친구에 의하면 드리프트도 잘 된다고 한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얹었지만 후륜구동처럼 춤을 출 수도 있다. 거기에 백번 칭찬해도 아깝지 않는 배기 사운드까지. 경쟁 모델들 보다 세상에 등장한 지는 가장 오래됐지만 그만큼 잘 영글어진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다.

 

SPECIFICATION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

길이×너비×높이 4520×1933×1165mm

휠베이스 2620mm

엔진형식 V10, 가솔린

배기량 5204cc

최고출력 640ps

최대토크 61.2kg·m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구동방식 AWD

복합연비 -

가격 -​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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