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컨티넨탈

  • 기사입력 2017.01.10 15:49
  • 최종수정 2020.09.01 18:48
  • 기자명 모터매거진

NOT AMERICAN

링컨의 기함 컨티넨탈이 14년의 공백을 깨고 세상에 나왔다. 레트로 디자인으로 방향을 잡고 디테일은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잘 버무려 고급스러움이 보디에 흐른다.

영리한 사륜구동 시스템은 400마력에 육박하는 파워를 안정적으로 노면에 전달한다. 부지런히 일하는 서스펜션은 컨티넨탈의 히든카드다. 링컨은 컨티넨탈로 미국차의 편견을 깨버렸다.

글 | 안진욱

사진 | 임근재

미국 럭셔리 브랜드 링컨은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헨리 릴런드(Henry Leland)가 캐딜락에서 나와 항공기 엔진 제작회사로 시작했고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에서 이름을 따왔다. 토요타에 고급 브랜드 렉서스가 있다면 포드에는 링컨이 있다.

과거 대통령의 의전차로 많이 사용되었고 수많은 셀럽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동안 주춤했지만 미국차 르네상스 시대의 영광을 다시 찾기 위해 링컨이 새로운 플래그십을 내놓았다. 자그마치 14년 만에 돌아온 컨티넨탈이다.

전 세계 고급차 시장을 유럽 브랜드가 점령하고 있다. 디자인과 퍼포먼스, 완성도에서 압도적인 수준을 보여주면서 미국산 고급차들의 입지가 좁아졌다. 덩치 크고, 기름 많이 먹고, 직진만 해야 하고, 승차감은 물침대 같다는 미국차에 대한 선입견을 지워줘야 한다.

최근 미국 브랜드는 점점 유럽의 감성이 어우러진 차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다. 링컨은 컨티넨탈의 돌파구를 마련해놨을지 궁금했다. 얇은 외투로도 춥지 않은 날 하얀 컨티넨탈을 만났다.

기함다운 풍모

시선을 끈다. 길이가 5m가 넘고 차고도 높아 어느 차 옆에 세워 놓아도 꿀리지 않는다. 구석구석 자세히 보면 링컨의 정성이 느껴진다. 블링블링한 프런트 그릴은 큼지막하며 컨티넨탈의 인상을 호감형으로 만들었다. 그릴 정중앙에 링컨 배지를 붙였는데 잘 어울린다.

LED 구슬이 박힌 헤드램프 안에 L자 주간주행등과 범퍼 하단에 3발의 LED가 낮에도 존재감을 과시한다. 보닛은 심한 굴곡으로 클랙식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시승차는 화이트라 잘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 흡입구 하단에 크롬 장식이 길게 있어 어두운 색상의 차에 포인트 역할을 한다.

탄탄한 옆모습이다. 거대한 20인치 휠의 공이 크다. C필러부터 트렁크까지 아래로 뚝 떨어져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 독특한 E-랫치(E-Latch)도어핸들과 유려한 실루엣의 사이드 미러가 윈도라인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L자 주간주행등을 품은 LED 헤드램프은 초롱초롱하다

크롬으로 마음껏 기교를 부린 사이드미러

도어를 열 때 냉장고 여는 느낌이다. 실내에서 도어를 열 때는 버튼을 눌러 여는 방식인데 특별한 차를 타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사이드 스커트 위에 크롬 라인으로 포인트를 줘 밋밋하지 않게 처리한 점도 탄탄한 자세를 연출하는데 일조했다.

링컨의 시그니처 디자인인 하나로 이어지는 테일램프는 여전하다. 점등되었을 때 불빛이 아름답다. 트렁크는 두 번 접어서 멋을 냈다. 큼지막한 머플러 팁은 범퍼에 일체감 있게 잘 매립되어 있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준다.

트렁크 공간은 넉넉해 보이지만 폭이 좁아 골프 캐디백 4개는 못 들어갈듯 싶다. 양쪽 구석에 네트를 설치해 간단한 세차용품을 놓을 수 있다. 전동 트렁크는 열고 닫히는 움직임이 빠르면서 부드럽다.

냉장고처럼 계속 여닫고 싶은 E-랫치 도어핸들

차체가 커 20인치 휠이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신기한 도어핸들을 열고 실내로 들어가면 따뜻한 느낌을 받는다. 80평 고급 빌라에 빈틈없이 고급 가구를 넣어 놓은 느낌이랄까? 넓은데 꽉 찬 느낌이 든다. 실제로 개인 전용기와 고급 가구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

대칭형 센터페시아로 균형미를 잡았고 가죽과 다양한 패턴의 트림, 메탈릭한 스피커 커버로 화려함을 뽐낸다. 칼럼과 센터페시아 하단에 기어노브가 없다. 디스플레이 왼쪽에 버튼으로 박혀있다. 이런 생소한 디자인은 금방 적응되어 낯선 느낌이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최고급 가죽만을 다루는 스코틀랜드의 브릿지 오브 위어(Bridge of Weir)와 함께 제작한 시트는 무려 30방향으로 조절된다. 촉감과 쿠션감이 좋다. 액티브 모션 마사지 기능을 포함하는데 성능이 우수하다. 가정용 마사지 의자는 크기에 제약이 작아 큰 모터를 사용할 수 있지만 자동차 시트는 한계가 있다.

범퍼에 깔끔하게 매립된 머플러 팁은 스포티해 보인다

하나로 이어지는 테일램프는 링컨의 시그니처 디자인이다

보통 형식적으로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아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없다. 컨티넨탈 시트의 마사지 기능은 묵직하게 몸을 눌러준다. 강도와 위치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장거리 혹은 막히는 출퇴근길에 유용하다.

헤드룸과 레그룸은 여유롭지만 앉았을 때 편한 자세가 나오질 않는다. 요추받침이 볼록해 마치 허리 뒤에 자켓을 벗어 놓은 것 같다. 배를 내밀고 앉는 모양이 나온다. 요추받침을 조절할 수 있는데 가장 낮게 설정해도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체형이 다를 수 있지만 시승 촬영을 진행한 <모터매거진> 기자 4명과는 맞지 않았다. 반면 헤드레스트는 쿠션감이 좋아 머리가 헝클어지건 말건 계속 기대고 싶을 정도로 편안하다. 큼지막한 암레스트에 엔터테인먼트 컨트롤러를 마련해 편의성을 높였다.

오디오는 하이엔드 브랜드 레벨이다. 19개 스피커를 넣었다. 출력은 충분하다. 볼륨을 높이더라도 찢어지는 소리는 내질 않지만 ‘락 스피릿’ 충분한 기자와는 궁합이 맞질 않았다. 보통 하이엔드 오디오는 클래식 음악에 적합하다.

촬영을 마치고 클래식 음악 전공자 엄마를 호출했다. 몇 번인지도 기억 안 나는 교향곡을 한동안 들었다. “몽실몽실한 소리가 악기의 선율을 잘 느껴지게 해야 하는데 이 오디오는 차갑고 끊어지는 느낌이야.”

그녀의 코멘트를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감동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락과 클래식이 아닌 우리 모자가 모르는 장르의 숨은 매력이 있을 것이다.

스포츠 세단?

컨티넨탈은 V6 3.0ℓ 트윈터보 직분사 엔진을 탑재한다. 최고출력 393마력, 최대토크 55.3kg·m의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터보랙을 느낄 수 없다. 고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 느낌은 아니지만 터빈 대신 컴프레서를 단 슈퍼차저 느낌이다.

보통의 터보엔진보다 높은 회전수에서 최대토크가 나와서 일까. 살짝만 밟아도 돌진하는 것이 아닌 밟은 양만큼 쭉쭉 나간다. 고회전 영역에서도 지치는 기색은 없다.

주행 성능은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다. 스피드 마니아인 기자가 타기엔 컨티넨탈은 심심한 아빠차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서울을 벗어나 한산한 도로에 들어서자 수족냉증이 있는 기자 손에 땀이 차기 시작한다. 박진감이 느껴진다.

400마력에 육박하는 힘을 내는 V6 트윈터보 엔진

전륜구동 베이스에 사륜구동 시스템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400마력에 달하는 힘을 네바퀴로 쏟아내 토크스티어가 일어난다.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는 정도라서 오히려 힘이 억센 녀석을 찍어 누르는 듯한 기분이 들어 뿌듯하다.

2t이 넘는 무게를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첨단 정밀 센서가 0.02초 마다 노면을 읽는 서스펜션은 발군이다. 일상 주행 때는 부드럽지만 험하게 밀어붙이면 숨기고 있던 근육으로 차체를 지지한다. 공도에 일명 ‘점프대’와 같은 코스에서 안정적인 착지를 보여준다.

차의 장르와 성격이 확연히 다르지만 과거 시승했었던 BMW X5 M이 떠올랐다. 동일한 코스인데 비슷한 착지 느낌이다. 조율이 잘 된 댐퍼와 스프링으로 여진을 잘 억제한다.

인테리어는 고급 가구로 꽉 채운 느낌이다

30방향으로 조절되어 내 몸에 딱 맞추기에 오래 걸린다

쿵하고 차체가 떨어지면 서스펜션은 더 이상 꿀렁거리지 못하게 움켜쥔다. 좋은 서스펜션을 만들기 위해 세계 여러 지형의 데이터를 부지런히 넣은 듯하다.

코너링에서도 민첩함을 뽐낸다. 스티어링 휠의 사이즈가 커서 조금 많이 꺾는 것일 뿐이지 스티어링 기어비가 생각보다 타이트하고 응답성이 빠르다. 무리하게 코너를 공격하면 언더스티어가 일어나지만 토크 벡터링이 라인 바깥쪽 휠에 구동력을 더 보내어 코너 안쪽으로 차를 밀어준다.

이질감이 전혀 없어 믿고 스티어링 휠을 과감하게 돌릴 수 있다. 피렐리의 UHP급 P제로 타이어를 끼워 놓아 더욱 안심이 된다.

기어노브가 없고 간단하게 버튼만 누르면 차는 간다

암레스트에 엔터테인먼트 컨트롤러를 탑재해 편의성을 높혔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6단 자동변속기다. 파워풀한 엔진과 함께 일하기에는 수준이 맞지 않다. D 레인지로 주행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S 버튼을 누르면 밑천을 드러낸다. 변속 속도가 느린 것은 관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저단에서 시프트업을 했음에도 멍 때리다가 운전자가 고개를 갸우뚱할 때 갑자기 변속이 되면서 울컥하고 튀어 나간다. 변속기 하드웨어의 문제라기보다 소프트웨어 문제인 듯하다. 강력한 토크를 처리해야하는데 변속기 보호를 위해 TCU 세팅을 방어적으로 한 것 같다.

브레이크는 고출력을 충분히 제어한다. 코너를 돌면서 제동을 걸어도 브레이크스티어를 일으키지 않는다. 스키드음이 날 정도로 강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노즈다이브 현상을 보이지 않는다. 고속에서 급브레이크를 잡으면 브레이크 페달이 운전자가 밟은 양보다 더 깊이 들어간다.

도어 손잡이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면 문이 열린다. 전기계통이 먹통이 되면 아래 수동식 레버를 젖히면 된다

성격 급한 사람은 만지면 안 된다

운전자의 발힘에 상관없이 페달 스스로가 앞으로 밀고 들어간다. 처음에는 페달이 빠진 것 같아 당황스럽지만 ABS가 유연하게 개입하면서 차체를 안정적으로 세운다.

편의사양도 짱짱하다. 초음파 센서를 이용해 주차를 도와주는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 시스템이 달려 김여사도 주차달인이 될 수 있다.

장거리에 유용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전방 카메라가 차선 침범을 감지하면 복귀시켜주는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이 달린다.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과 360° 카메라로 안전성까지 높였다.

폭이 좁아 골프백을 가로로 넣기는 힘들다

완벽하지는 않다. 열심히 준비했고 소비자를 향한 성의가 느껴져서 좋다. 기대 이상이다. 거침없이 달릴 수 있고 하체는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성능을 지녔다. 컨티넨탈은 풀 사이즈 세단이다. 스포츠 세단과 같은 움직임을 기대하는 것은 축구선수에게 홈런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컨티넨탈은 워닝 트랙까지 보내는 2루타는 쳤다. 주행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링컨은 처음이었다. 미국차의 조롱거리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또한 희소성이 높고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도로 위의 존재감이 확실하다. 링컨 컨티넨탈은 14년 만에 나온 것이 아니라 14년 동안 준비한 것이다.

 

SPECIFICATION _ LINCOLN CONTINENTAL

길이×너비×높이 5115×1910×1495mm | 휠베이스 2994mm | 무게 2145kg | 배기량 2958cc | 구동형식 V6 3.0ℓ 트윈터보 | 최고출력 393ps/5600rpm

최대토크 55.3kg·m/3500rpm | 변속기 6단 자동 | 구동방식 AWD |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 타이어(모두) 245/40 R 20 | 가격 8250만원(시승차 리저브 트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