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승 대형 SUV 매치, 혼다 파일럿 VS 현대 팰리세이드 VS 쉐보레 트래버스

  • 기사입력 2022.09.07 14:53
  • 기자명 모터매거진

7인승 SUV의 인기가 높아져 가고 있는 현재, 국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7인승 SUV들이 이 자리에 모였다. 태어난 브랜드가 다르고 나라도 다르지만, 모두 북미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 중에서 최고의 SUV를 가려낼 수 있을까?

PROLOGUE
어떤 일이든 그렇지만, 언제나 작은 일에서 시작되어 큰일이 되고 만다. 평소에 자동차 이야기를 즐기던 후배가 어느 날 7인승 SUV를 구매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었다. 스포츠카를 즐기고 싶지만 이미 태어난 아이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스포츠카를 처분한 뒤 실용적인 5인승 준중형 SUV로 바꾼 사정을 알고 있기에, 갑자기 7인승 SUV가 필요하다는 게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은 공급난으로 인해 신차 출고도 늦어진다고 하지 않는가.

그 이유는 사실 별것 아니었다. 그 사이에 아이가 하나 더 태어났다는 것이다. 문제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아내에게 한계가 왔다는 것이었다. 돈이 필요하니 맞벌이는 필수인데, 아이 둘을 맡아줄 보모를 구할 정도로 살림살이가 넉넉하지는 않은 게 문제였다. 그렇다고 둘 중 한 명이 직장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생각할 수 있는 답은 하나, 그나마 가까운 곳에 사시는 후배의 부모님이 낮 동안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었다.

살아간다는 게 그렇다. 부모님이 평일에 아이를 봐주시니, 크지는 않아도 그만큼의 대가는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돈을 지불하는 것도 좋지만, 주말마다 넉넉하지는 않아도 근사한 곳으로 모시는 게 더 좋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부모님의 이동이 문제가 된다. 연로하신 부모님은 자동차를 운전하시는 것도 서툴어지지만, 자식이 모시는데 부모님이 다른 차를 타고 오시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게다가 아직까지 다른 차를 자동으로 따라가는 ‘플래투닝’ 기술은 완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소가족을 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7인승 SUV를 구매해야 한다. 승차감이나 운전의 용이성을 고려하면 미니밴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으나, 요즘 시대에 미니밴은 SUV보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SUV들 중에서 그나마 손에 잡힐 수 있는 것들을 모아본 결과, 현대 팰리세이드와 쉐보레 트래버스가 후보에 오르고 있다. 혼다 파일럿은 왜 추가되었는가 하니, 의외로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EXTERIOR
오랜만에 한 덩치 한다는 녀석들을 세 대나 모았다. 한국, 미국, 일본에서 출전한 국가대표들인데, 보고만 있어도 든든한 기분이 느껴질 만큼 우람한 몸집을 자랑한다.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던가? 세 대 모두 속해 있는 장르에서 빠지지 않는 외모를 자랑한다.

먼저 세 대의 전면부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자. 현대 팰리세이드와 쉐보레 트래버스는 전체적으로 날카롭고 강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혼다 파일럿의 인상은 그에 비해서는 부드러운 편이다. 이러한 느낌의 차이는 헤드램프의 크기와 디자인에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팰리세이드와 트래버스는 전체적으로 전방을 강하게 노려보고 있는 인상이라면 혼다 파일럿의 인상은 그보다는 훨씬 순한 느낌이다. 여기에 더해 라디에이터 그릴의 크기 역시 파일럿은 팰리세이드와 트래버스에 비해 작게 구성됐다.

팰리세이드와 트래버스는 비교적 최근에 부분 변경이 이루어진 만큼 한층 세련된 외모를 하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팰리세이드의 파라매트릭 패턴 그릴은 확실히 트래버스에 비해서 더욱 눈에 띄는 인상을 주는 편이다. 재미있는 점은 두 차의 인상이 꽤 닮은 꼴이다. 앞서 말했듯 전방을 노려보는 듯 눈꼬리를 치켜세운 눈매와 가로선, 세로선을 적절히 조합해 입체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다. 두 차 모두 전면부의 양 끝은 길쭉한 세로선 형태의 디테일을 주간 주행등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장르의 매력은 웅장한 전면부 디자인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팰리세이드는 그러한 웅장한 존재감이 무척 뛰어나다.

측면으로 눈을 돌려도 전면부에서 느끼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팰리세이드와 트래버스가 비슷한 형태를, 파일럿은 나머지 둘과는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 C필러 디자인이다. 팰리세이드와 트래버스는 C필러를 눈에 띄게 구성하며 그린하우스와 트렁크를 나누는 형태로, 파일럿은 하나의 덩어리로 구성했다. 또한 캐릭터라인 역시 팰리세이드와 트래버스는 수평으로 길게 그은데 반해 파일럿은 도어 부분에 비교적 짧게 그렸으며 트렁크로 갈수록 올라가는 형태로 구성했다.

측면의 디자인이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트래버스다. 확실히 길쭉한 차체에서 오는 여유로움이 크게 작용했다. 군데군데 적절히 사용된 크롬 장식 역시 단순하지만 화려한 멋을 더하는 편이다. 다만 혼다 파일럿은 의외의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데 바로 세 모델 중 유일하게 도어 스텝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높은 차체에 가족의 다양한 구성원이 타고 내릴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유용한 아이템이다.

마지막으로 엉덩이를 비교할 시간. 팰리세이드는 범퍼 우측에 트윈 팁 머플러를, 트래버스는 듀얼 머플러 팁을, 파일럿은 히든 타입을 사용했다. 말하자면 트래버스와 파일럿이 서로 대척점에 있고, 그 중간에 팰리세이드가 있는 셈이다. 이러한 부분은 리어 램프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팰리세이드는 리어 램프 디자인을 세로로 구성했고, 트래버스는 가로로 구성했으며 파일럿은 가로와 세로가 적절히 어우러진 느낌이다. 엉덩이가 가장 무거워 보이는 쪽은 팰리세이드, 역동적으로 구성된 것은 트래버스라면 파일럿은 차분하고 단정하게 마무리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익스테리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쪽은 쉐보레 트래버스다. 정면, 측면, 후면 어느 곳 하나 아쉬운 부분이 없다. 팰리세이드와 파일럿 모두 후면부 디자인이 비교적 허전해서 심심한 편이다. 또한 팰리세이드의 전면부 디자인은 분명 강인한 매력을 갖추고 있지만 때론 과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INTERIOR
이번 매치의 중요한 부분은 바로 실내 공간 비교다. 세 모델 모두 3열 시트를 장착하여 최대 7명이 탑승 가능하다는 것을 포인트로 삼은 만큼 실내 디자인, 편의성, 공간, 승차감 모두 확인해보기로 했다.

먼저 1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대시보드 디자인부터 살펴보자. 이 부분은 팰리세이드의 압도적인 승리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최신 인테리어를 담은 효과를 톡톡히 봤다. 메인 디스플레이와 계기판 모두 12.3인치 디스플레이로 구성되어 있으며 UI 디자인 역시 비교 대상보다 훨씬 세련된 모습이다. 좌우로 길게 뻗은 송풍구와 플로팅 타입의 센터 콘솔로 운전석과 조수석이 각각 독립적인 공간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점도 매력적이다.

트래버스와 파일럿의 1열 디자인은 동점을 주고 싶다. 다소 투박한 센터페시아 디자인과 조금 연식이 있어 보이는 버튼류는 두 차 모두 아쉬운 점이다. 계기판 역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섞인 점이라는 것도 동일하다. 또한 디스플레이 사이즈 모두 최신 모델들에 비하면 아쉬움이 있는데, UI의 디자인은 트래버스의 손을 조금 더 들어줄 수 있다. 그런데도 조금 더 나은 디자인을 꼽자면 파일럿을 선택하고 싶다. 전체적으로 더 넓고 쾌적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인데 인테리어 컬러의 영향도 적지 않았으리라 판단한다.

2열로 자리를 옮겨보자. 세 대의 자동차 모두 독립형 시트를 사용한다. 착좌감은 팰리세이드, 파일럿, 트래버스 순으로 마음에 든다. 팰리세이드의 2열 시트는 승객의 몸을 잘 잡아주는 솜씨와 푹신한 착좌감이 뛰어나다. 파일럿과 트래버스는 이에 비교하면 몸이 살짝 떠 있는 느낌이다. 2열의 공간은 세 대 모두 큰 차이가 없다. 건장한 성인 남성이 탑승해도 공간이 남아돈다. 2열의 수납공간 역시 팰리세이드, 파일럿, 트래버스 순이다. 편의성은 모두 비슷한 수준이지만, 2열 통풍 시트가 마련된 팰리세이드가 비교우위를 차지한다.

운전대를 선배 기자에게 넘기고 2열의 승차감과 정숙성을 느껴보았다. 물론 세 대의 대형 SUV는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만큼 N.V.H(소음, 진동, 불쾌감) 성능이 무척 뛰어난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만 승자를 정하자면 파일럿의 승리. 2열의 승차감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수준이었지만 정숙성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였다. 팰리세이드와 트래버스 모두 뒷바퀴에서 들리는 소음이 2열로 스며드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3열로 넘어가 보자. 덩치 큰 대형 SUV인 만큼 3열 공간은 기대 이상으로 쓸만하다. 세 대 모두 1열 운전석을 키 183cm인 기자의 드라이빙 포지션에 맞게 맞추고, 2열은 주먹 한 개 반 정도의 거리로 조절했다. 이러한 조건에서도 세 대 모두 3열 레그룸은 2열 시트에 무릎이 닿았는데, 그나마 아주 살짝 여유가 있는 것은 혼다 파일럿이다. 그런데 파일럿은 뒷바퀴 휠하우스가 꽤 깊숙하게 자리 잡아서 2명이 앉으면 꽉 찰 공간이다. 나머지 두 대는 비슷비슷한 수준.

3열의 편의성은 팰리세이드가 압도적이다. 3열 열선시트를 확보한 것은 물론, 전동으로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 충전구까지 마련했다. 그에 비해 트래버스는 충전구만, 파일럿은 아무것도 없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3열에서 느껴지는 승차감과 정숙성은 트래버스가 좋은 모습을 보였다. 팰리세이드는 3열의 승차감이 상당히 딱딱해서 장시간 탑승에는 무리가 있다고 느껴졌으며, 파일럿은 그 둘의 중간 정도다. 3열 소음은 세 대가 모두 비슷했지만 팰리세이드가 조금 더 시끄럽게 느껴진다. 또한 개방감에서는 파일럿과 팰리세이드가 2열의 넓은 선루프를 통해 조금 더 나은 모습이었고, 트래버스는 꽤 갑갑하게 느껴지는 편이다.

3열 승하차 편의성은 각각 특징이 다르다. 먼저 팰리세이드는 가장 평범한 방식이다. 2열 시트 등받이 상단에 버튼을 마련해서 원터치로 2열 시트를 당길 수 있다. 혼다 파일럿은 등받이 상단과 방석 하단에 각각 버튼을 달아서 다양한 상황에 활용이 가능하다. 반면 트래버스는 조수석 2열을 통해서 탑승하는 것이 가장 편한데, 그 이유는 조수석 2열 시트의 바닥까지 들어 올리는 레버를 등받이에 마련해 탑승 공간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폴딩 편의성은 팰리세이드의 승리. 2열과 3열 모두 전동으로 눕힐 수 있으며 3열은 전동으로 다시 세우는 것까지 가능하다. 트래버스는 3열만 전동으로 눕히고 세울 수 있고, 파일럿은 3열 시트 등받이에 있는 끈을 당겨 눕히고 다시 세워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무척 번거로운 행동이 될 수밖에 없다.

정리하자면, 디자인과 편의성은 팰리세이드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반면 파일럿은 넉넉한 공간에 비해 부족한 편의성이 아쉬웠지만 N.V.H 성능으로 만회한 느낌이다. 가장 아쉬운 것은 트래버스인데, 가장 큰 덩치에 비해 오히려 부족한 실내 공간이 아쉽게 느껴졌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렇다 할 확실한 매력을 찾기 힘들었다.
PERFORMANCE
세 대 모두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버전이다. 팰리세이드는 국내에서 디젤 엔진을 탑재한 버전도 판매하고 있지만, 사실 이쪽은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다. 애초에 이 차들이 태어난 목적 그리고 주 공략 시장이 북미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이 딱 어울리기 때문이다. 터보차저나 전기모터의 도움 없이 순수하게 엔진만을 가동시킨다는 점도 그렇다. 앞으로는 전기모터가 추가되겠지만, 지금은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만 놓고 보도록 하자.

먼저 팰리세이드부터 이야기하면, 시동을 걸어도 생각보다 조용하다. 앳킨슨 사이클 엔진의 특성상 바깥에서는 소음이 좀 있는 편인데, 실내는 시동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조용하다. 그리고 하나 더 인상적인 것이 바로 출력을 끌어내는 방법이다. 가속 페달을 의식해서 밟지 않아도, 대략적인 느낌으로 밟으면 생각하는 수치 정도의 출력을 끌어낸다. 가속 반응이 조금 둔감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는데, 운전이 서툰 사람들에게는 이 반응이 꽤 환영받을 것 같다.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승차감은 단단함보다는 유연함에 더 맞추어져 있다. SUV이니 가속에서 즐거움 또는 짜릿함을 느끼거나, 코너에서 예리하게 파고든 뒤 기민하게 빠져나가는 느낌은 거의 없다.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기어를 선택할 수는 있으나, 적극적인 운전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느껴진다. 안정감은 극히 평범한 수준. 제한속도 내에서만 달린다면 불안함을 느낄 일은 없을 것이다. 조금 속도를 더 올려도, 스티어링에 약간 힘이 들어가는 정도로 제어가 가능하다.

크기를 의식하는 것은 세 대 중 중간 정도이다. 아무래도 골목길을 지나가거나 반대편에서 다른 차가 다가온다면, 왼쪽 또는 오른쪽의 공간이 신경이 쓰이고 만다. 차체와 공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서라운드 뷰 모니터가 있다는 게 다행이다. 차체의 움직임은 조금 둔한데, 아마도 승차감을 위해서 일부러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도 필요할 때는 빠른 조작에 따라주므로, 아쉬움을 느낄 일은 없다. 브레이크 역시 평범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파일럿은 시동을 걸면 약간 소음이 있는 편이다. 외부와 내부 소음이 비슷한 것을 보면, 아마도 방음에서 감점이 있지 않나 싶다.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조용한 편이고, 탑승객들과 대화할 때 목소리를 높일 필요는 없다. 제일 인상적인 게 출력을 끌어내는 방법인데, 가속 페달을 밟는 힘에 따라 점진적으로 엔진의 출력이 증가한다. 리니어한 반응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엔진도 엔진이지만 그 동력을 전달하는 변속기가 꽤 좋다고 느껴진다.

승차감은 팰리세이드보다는 단단한 편인데, 전체적으로 보면 단단함과 유연함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 혼다의 자동차들은 타입 R이나 스포츠카 같이 목적이 확실한 자동차들을 제외하면 승차감의 균형을 꽤 잘 잡는 편이다. 안정감이 꽤 있고, 제한속도를 조금 넘긴다 해도 불안함은 없다. 엔진이 5000회전을 넘기면 그때부터는 조금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숨겨둔 힘을 발휘하지만, 그렇게 운전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
파일럿의 신기한 점은 거대한 크기를 의식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전면 시야가 꽤 좋고 사각지대가 없어서 운전이 편리한데, 차체 좌·우측도 그다지 의식하지 않게 된다. 이 부근에서 아슬아슬하게 지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 거의 그대로 움직이게 된다. 서라운드 뷰 모니터가 따로 필요 없을 수준이다. 차체 움직임도 좋고, 필요한 조작에 바로바로 따라준다. 브레이크 역시 꽤 만족스러우며, 세 대 중에서는 움직임에서 제일 균형이 잡히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으로 트래버스. 시동을 걸면 시끄럽지는 않은데 조금 진중하게 울린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쉐보레가 8기통 머슬카를 잘 만드는 브랜드여서 그런 것일까. 6기통 엔진도 거의 비슷한 느낌을 준다. 출력을 끌어내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는데, 여유가 있을 때는 오른발에 느긋하게 힘을 주면 되겠지만 조금이라도 빠른 가속이 필요할 때는 생각보다 엔진 회전이 먼저 솟구칠 때가 있다. 성격이 급한 운전자라면, 동승자가 조금 놀랄지도 모른다.
승차감은 세 대 중에서는 제일 단단하다고 느껴진다. 아마도 차체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은데, 쉐보레의 차체는 지나치다고 할 만큼 단단하게 느껴질 때가 꽤 있다. 물론 단단한 차체가 운전자에게 안심감을 주는 것도 사실인데, 차체에 힘이 나가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생각될 정도다. 그러니까 충격은 절대적으로 서스펜션 부분에서 걸러내야 하는데, 서스펜션도 조금 단단하게 다듬어져 있으니 충격에는 좀 약한 편이다.
그리고 차체 크기도 의식하고 만다. 카메라가 아니라 감에 의지해 좁은 골목을 통과하는 게 어렵다고 느껴질 정도. 좁은 곳에 주차한다면 온 신경을 날카롭게 세워야 한다. 북미에서는 단점이 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국내에서는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쓰인다. 대신 운전은 꽤 만족스럽다. 스포츠카 운전에 아직도 목마른 운전자라면, 트래버스가 꽤 좋다고 느껴질 수준. 단단함 위에 올려진 만족스러운 주행. 그것이 트래버스의 면목이다.
YU’S CONCLUSION
조금 아쉬운 대결이 되었다. 사실 파일럿은 3대를 맞추다 보니 억지로 나온 감이 있는데, 운전, 그리고 동승 면에서는 꽤 만족스러웠다. 편의사양이 아쉬웠고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의 시대에 아직도 발로 밟는 주차 브레이크를 쓰는 게 마음에 걸렸다. 이제는 구형의 느낌을 주는 디자인도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지금에 와서 세 대 중 하나를 고르라면, 팰리세이드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만약 파일럿이 풀체인지를 단행한다면? 그때는 이 선택이 뒤집힐지도 모른다.
 
JO’S CONCLUSION
결론부터 말하자면 외모는 트래버스, 실내 및 편의성은 팰리세이드, 승차감과 정숙성은 파일럿을 원한다. 그만큼 각자의 매력과 장점이 확실한 이번 매치였다. 어쨌든 세 대 중에 한 대를 고르라면 결국 팰리세이드를 고를 것 같다. 세 대 중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을 가지고 있는데도 인테리어 디자인과 편의성이 뛰어나고 승차감과 공간 역시 크게 모자라진 않기 때문이다.
 
글 | 유일한, 조현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CHEVROLET TRAVERSE
길이×너비×높이  5230×2000×1780mm
휠베이스  3073mm  |  엔진형식  V6, 가솔린
배기량  3564cc  |  최고출력  314ps  |  최대토크  36.8kg·m
변속기  9단 자동   |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8.3km/ℓ
가격  6430만원

SPECIFICATION
HONDA PILOT
길이×너비×높이  5005×1995×1795mm
휠베이스  2820mm  |  엔진형식  V6, 가솔린
배기량  3471cc  |  최고출력  284ps  |  최대토크  36.2kg·m
변속기  9단 자동   |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8.4km/ℓ
가격  5950만원

SPECIFICATION
HYUNDAI PALISADE
길이×너비×높이  4995×1975×1750mm
휠베이스  2900mm  |  엔진형식  V6, 가솔린
배기량  3778cc  |  최고출력  295ps  |  최대토크  36.2kg·m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FWD  |  복합연비  9km/ℓ
가격  462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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