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플래그십, 기아 K9

  • 기사입력 2022.05.23 17:51
  • 기자명 모터매거진

그다지 많이 팔리지 않는다는 기아의 플래그십 세단 K9. 그러나 안

팔린다고 외면하기에는 매력이 꽤 있다. 어쩌면 납득 가능한 가격에 최상의 기분을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아 라인업에서 ‘아픈 손가락’을

꼽으라고 한다면 과연 어떤 차가 등장할까? 사람들에 따라서 ‘스팅어’라고 대답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필자는 K9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생각해 보면 기아는 K9 1세대 모델을 만들 때부터 많은 공을 들였다. 당시 정몽구 회장이

에쿠스 대신 K9을 직접 애용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2세대 모델도 등장했고, 지금 필자가 운전하고 있는 것은

그 2세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페이스리프트로 인상이 바뀌었다

1세대까지는 너무 머니까 잠깐 2세대가

처음 나왔을 때로 돌아가면, 처음 등장했을 때 디자인으로 지적을 받았던 적은 거의 없던 걸로 기억한다. 수직으로 나란히 배열된 두 개의 LED 주간주행등을 품은 헤드램프도

꽤 독특한 것이었고, 거대한 전면을 채우는 데 있어서 부족함이 없었다.

동일한 패턴이 테일램프에도 이어졌고, 전체적으로 보면 거대한 차체가 한 눈에 들어오면서도

강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 때 필자는 K9을 보고 ‘마치

웅장한 벽과 마주한 느낌’이라고 기록했었다. 그렇게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 K9은 기교를 부리지 않았다. 1세대

모델에는 기교가 있었던 것도 같지만, 2세대 모델은 특별히 도드라지는 라인도 적고, 특별하게 근육미를 강조하고 있지도 않다. 정확히는 보닛 중앙이 약간

올라와 있어 근육미를 약간 보여주지만, 그 외의 부분은 평범하다. 대신

측면 윈도우와 차체 하단에 크롬 라인을 둘러서 고급차라는 면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이 지금, 그러니까 2세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와서는 인상이 약간 바뀌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커다란 이유로 헤드램프의 디자인과 크기를 꼽고 싶다. 위아래로 길었던

헤드램프가 폭을 급격하게 줄이면서 꽤 날카롭게 다듬어졌고, LED 주간주행등도 헤드램프 윗부분으로 붙었다. 그릴이 육각형을 품은 호랑이코 형태로 변한 것도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그

안에 새겨진 패턴은 K8과 유사한 다이아몬드 형태다.

두 개의 테일램프를 붉은색의 긴 띠로 이으면서, 번호판이 트렁크에서

범퍼 하단으로 내려갔다. 이전의 기아는 K7을 통해서 Z자 라인을 강조했었는데, 이제는 변화를 통해 Y자 라인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테일램프 안의 패턴도 Y자가 늘어선 형태로 바뀌었다. 밤에 언뜻 보면 구형 제네시스(DH)가 생각나기도 한다. 중후함 속에 약간의 날렵함을 넣으려고 했던

것일까. 주행 능력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가는 변화이다.

실내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이 있다면 대시보드 좌측에 지문

인식 유닛이 마련되었다는 것 그리고 스티어링 휠 가운데 새로운 기아 로고가 적용되었다는 것 정도다. 실내에

가죽과 우드를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으니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바로 다가온다. 시트는 이전에는 푹신함과

단단함의 경계 사이에 있었는데, 이번에는 푹신함을 좀 더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대신 주행 모드가 스포츠로 바뀌면, 옆구리가 부풀면서 스포츠 드라이빙을

준비한다.

고급스럽다는 느낌에서 한 가지 이야기할 것이 있는데, 센터페시아 중앙을

장식하는 ‘모리스 라크로와(Maurice Lacroix)’ 시계다. 당시 기아가 의욕적으로 고급 시계를 적용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후

기아의 다른 차에서는 이 시계를 보지 못했다. 기아가 각 자동차마다 특색을 살리면서 다른 디자인의 시계를

적용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시계가 더 이상 고급스러움을 대변하지 못한다고는 하나, 모리스 라크로와 시계는 이대로 없어지기는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의외로 탄탄한 주행을 보이다

K9은 3.8ℓ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도 준비하고 있지만, 이번에 시승하는 것은 3.3ℓ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이다. 5.0ℓ 엔진이 라인업에서 사라진

것은 아쉽지만, 이 정도로도 꽤 만족할 만한 주행 감각이 나온다. 정숙하다는

면에 있어서는 상위권에 있지 않을까 싶은데, 시동을 걸어도 초반에만 소리가 나고 그 뒤로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처음이니까 주행 모드는 노멀로 맞추고 출발해 본다.

도심을 빠져나가면서 새삼스럽게 느낀 것인데, 생각보다 서스펜션이 탄탄하게

반응한다. 충격을 직접적으로 전달하지는 않지만, 바퀴가 요철을

만나거나 할 때 퉁퉁거리는 느낌은 바로 알 수 있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있다고 하는데, 그 때문에 충격은 걸러지는 것 같다. 확실히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40km/h 정도에서는 웬만한 충격은 다 걸러준다. 물론

과속방지턱을 넘는다는 느낌은 전달하기 때문에, 매직 카펫 라이드의 느낌까지는 아니다.

그래도 필자는 이 서스펜션이 좋다고 생각한다. 스티어링을 직접 잡고

운전을 즐기기에는 이런 반응이 더 좋기 때문이다. 짜릿한 가속은 아니어도 제법 진중하면서 역동적인 가속이

가능하고,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돌리는 재미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승차감이 극단적으로 낮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 증거로 왕복 300km가

넘는 장거리를 주행하면서도 몸에 축적된 피로가 없었으니 말이다. 휴게소를 들린 것도 잠시 화장실을 쓰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다.

그 승차감대로 고속에서도 불안한 감각은 일절 없다. 특히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두면 더더욱 그렇다. 아마도 주행 모드를 스마트로 두면 더 편안하면서 효율적인 주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K9은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스마트 모드에서만 활성화된다. 시승 중에는 스마트 모드를 한 번도

쓰지 않아, 전방 예측 변속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시험해보지 못했다.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 모드에서도 전방 예측 변속은 되지 않는다고.

한 가지 불만은 있다. K9은 에르고 모션 시트를 옵션으로 넣고 있는데, 일반 모드와 스포츠 모드에서 엉덩이 높이에 차이가 난다. 주행을

즐기기 위해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엉덩이 부분에서 힘이 빠지면서 시선이 약간 아래로 내려간다. 반대로

이제 편안하게 가기 위해 스포츠 모드에서 노멀 모드로 바꾸면 엉덩이 부분이 부풀면서 시선도 같이 높아진다. 주행

중 시선이 변한다는 것은 스포츠 주행에 있어 좋은 일은 아니다. K9이 진중한 세단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전체적으로는 조용하게 장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

운전을 즐길 수 있는 세단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는데,

K9은 뒷자리에 탑승하는 사람을 어느 정도 배려했다는 것이다. 물론 제네시스 G90 수준은 아니지만, 뒷좌석에서 발을 꼬고 편안하게 앉아 있을 정도는

된다. 그러니까 직접 운전하는 일이 많으면서도 뒷좌석에 귀빈을 모시는 일이 가끔씩 있을 때, 사용하면 좋을 자동차다.

K9은 분명히 잘 만든 세단이다. 크기도, 실내도, 주행 성능도 모든 것을 적절하게 확보하고 있다. 그래서 만약 합리적인 선택을 필요로 한다면, 여러 후보들 중에서

상위권에 넣어둘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 파워가 조금 약하다는 게 단점은 될 수 있겠지만, 여러 조건들을 따지고 무언가 하나를 딱히 선택할 수 없을 때 굉장히 좋은 차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이대로 기아의 많은 차들 뒤에 묻혀 있기에는 아깝다.

글, 사진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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