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K-픽업이다!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

  • 기사입력 2021.04.27 13:53
  • 최종수정 2021.06.28 16:52
  • 기자명 모터매거진

쌍용의 렉스턴 스포츠 칸이 약간의 성형수술을 거쳐 돌아왔다. 2002년 무쏘 스포츠를 시작으로 2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픽업 트럭을 만들어온 회사답게 제법 매력적인 픽업 트럭이다. 이 K-픽업으로 미국에서 온 픽업 트럭들의 공세를 막을 수 있을까?

 
아웃도어 라이프가 각광받기 시작한 이후 SUV는 물론 픽업 트럭에 대한 관심과 수요 역시 늘어나고 있다. 쉐보레는 일찍부터 콜로라도를 판매하고 있고, 지프는 글래디에이터를 포드는 레인저를 통해 대한민국의 픽업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국내에도 픽업 트럭 시장을 오랜시간 지켜온 회사가 있으니 바로 쌍용자동차다.

쌍용자동차는 2002년 무쏘 스포츠를 시작으로 액티언 스포츠, 코란도 스포츠, 렉스턴 스포츠 등을 통해 꾸준히 픽업 시장을 지켜왔다. 그리고 이번 렉스턴 스포츠 칸의 상품성을 개선하면서 소비자들 마음의 문을 두드리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번 렉스턴 스포츠 칸에서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앞모습이다. 우선 공개된 사진으로 보았을 때는 조금 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꽤 괜찮다. 렉스턴 스포츠 칸의 스타일링은 ‘고 터프(Go Tough)’를 모티브로 픽업 모델이 전달할 수 있는 강인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담았다. ‘KHAN’이 새겨진 라디에이터 그릴은 굵은 가로선을 통해 마치 갑옷을 하나 더 껴입은 듯한 모습이다. 또한 여기에 조화를 이루는 수직 LED 안개등이 범퍼와 조화를 이루며 강인한 이미지를 보탠다.

강인한 인상을 위해 가슴에만 갑옷을 입으면 허전하니 어깨와 등에도 갑옷을 장착했다. 휠 아치에는 디테일이 들어간 굵은 플라스틱 몰딩을 통해 오프로드에 차체가 손상될 걱정을 줄여준다. 여성이나 아이들도 쉽게 여닫을 수 있을 만큼 가벼운 테일게이트에는 ‘KHAN’이 새겨진 가니시가 장착됐다. 덕분에 자세가 제대로 나온다. 당장이라도 험로를 달려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인테리어는 특별한 변화가 없다. 계기판은 여전히 7인치 TFT LCD 클러스터가 포함된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장르의 특성을 생각했을 때 이런 아날로그 방식도 잘 어울리는 듯하지만 최근 추세를 생각하면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다. 1열 좌석의 착좌감은 푹신하고 편안하지만 2열은 등받이가 꽤 서있는 편이라 장거리 이동시 불편함을 느낄 법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도로로 나갈 시간이다. 잠자던 렉스턴을 깨웠다. 렉스턴 스포츠 칸의 파워트레인은 2.2ℓ 터보 디젤 엔진과 아이신 6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했다. 최고출력은 187마력, 최대토크는 42.8kg·m을 발휘한다. 우선 소음과 진동은 잘 억제했다. 각 도어에 4중 구조 실링으로 외부 소음 유입을 최소화하고 언더커버를 적용했다. 또한 8개의 보디마운트와 직물타입 휠 하우스 커버 등을 통해 엔진음은 물론 노면소음 역시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덕분에 공회전은 물론 일상적인 주행에서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거의 없다. 시승차에는 오프로드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어 타이어 소음이 약간 들리는 편이었지만 일반적인 온로드용 타이어를 장착했을 때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오랜만에 만지는 계단식 기어노브를 D에 맞추고 가속 페달에 발을 얹는다. 첫 발걸음은 가뿐하다. 덩치에 비해 출력이 모자라보여 답답하지 않을까 걱정이었지만 높은 토크로 이를 상쇄한다. 시내 주행에서 스트레스 없이 요리조리 다닐 만하다. 가속페달에 힘을 힘껏 주었을 때 경쾌하게 달려가는 감각은 아니지만 꾸준히 부드럽게 밀어주는 맛이 있다. 이는 장르의 특성이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고속도로 항속 주행을 시작하자 장점과 단점이 명확히 보이기 시작한다. 우선 시트포지션이 높아서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시속 100km로 달릴 때 엔진 회전수는 1600rpm 정도로 유지할 수 있고 풍절음 또한 잘 차단하여 일반적인 SUV 만큼 실내가 조용하다. 그리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매력적인 사운드 시스템을 갖추었다. 탄소나노튜브 스피커와 PEEK 트위터를 채용해 제법 괜찮은 소리를 들려준다. 특히 락과 힙합 같이 저음이 강조되는 장르가 잘 어울린다. 볼륨을 한껏 키워도 소리가 찢어지지 않고 공간을 단단히 채우는 느낌이다.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여유있게 도로를 달리는 맛이 낭만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 못지않게 치명적인 단점들도 품고 있다. 일단 첨단 장비의 부재가 크다. 요즘 출시하는 신차에서 거의 기본으로 탑재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장비를 탑재하기 위해서는 조향장치의 방식이 전동식이어야 하지만 이 차는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을 적용했다. 결국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요소이기에 가격 경쟁력을 위해 포기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운전자라면 그만큼 고속도로를 타고 장거리를 다닐 일도 많을 텐데 이러한 편의장비가 없는 것이 아쉽다. 항속주행 연비 또한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우선 시승차의 조건이 오프로드 타이어라는 것을 고려해도 시속 100km로 주행 시 트립상 연비는 10km/ℓ를 겨우겨우 넘는 수준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단점은 고속 안정성이다. 속도를 높일수록 차가 불안하게 움직인다.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의 특성상 하체와 상체가 따로 노는 느낌이 심하다. 결국 앞서 말했듯 적당한 속도로 달리는 것이 이 차와 가장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승차감은 무난한 수준이다. 화물차로 생각하면 좋은 승차감이지만 승용차로 생각하면 어딘가 아쉬움이 있다. 도로의 요철을 만났을 때 푹신하게 올라탔다가 ‘쿵’하고 내려앉는다. 코너링을 할 때 롤링도 꽤 있는 편이다.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돌리면 그에 맞춰 차가 출렁댄다. 이 녀석의 매력을 발휘하기 위한 오프로드로 향했다. 도심을 벗어나 거친 산길을 달리기 시작하니 이 차의 진짜 매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오프로드를 만나자 이 녀석은 놀이터에 온 듯 신나게 달리기 시작했다.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니 즐거움이 배로 늘어난다. 온로드를 다닐 때에 반응이 둔했던 스티어링 휠은 거친 노면에서는 오히려 안정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적당히 충격을 거를 줄 아는 차체는 도로의 상태를 고려했을 때 안락함을 선사한다. 여기에 쌍용의 노하우가 가득 담긴 4륜 구동시스템은 4WD HIGH 혹은 4WD LOW 모드를 선택할 수 있어 웬만한 거친 도로는 가볍게 넘나들 수 있다. 여기에 차동기어잠금장치로 슬립이 발생할 경우 등판능력은 5.6배, 견인 능력은 4배 가량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 이정도 성능이라면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이들에게 추천할 수 있겠다.

현재 쌍용차는 또 다시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듯 렉스턴 스포츠 칸에서는 더 나은 자동차를 시장에 내놓기 위한 노력이 물씬 느껴진다. 물론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지만, 이해를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쌍용차는 이제 고민을 시작해야한다. 언제까지나 저렴한 가격과 가성비라는 그늘 안에서 머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틈새 시장에 가까운 픽업트럭 시장에서 물 건너온 경쟁 모델과 싸워 이기려면 지금보다도 더 높은 상품성을 위해 차를 다듬어야 한다.

글 | 조현규 사진 | 조현규, 쌍용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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