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다시 한 번 모이다! 스즈키 카타나 VS 포르쉐 911 카레라
2020-08-26 18:44



오래 전, 자동차 대 모터사이클의 전설적인 매치가 벌어졌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지금, 그 둘이 다시 무대에 올랐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며 진화를 거듭한 911, 옛 모습을 떠올리는 매혹적인 외형에 최신 기술로 무장한 카타나. 이들의 만남은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른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라이딩웨어 협찬 | 얼리바이커 


SWORD FOR RIDER, SUZUKI KATANA 
언젠가 한여름에 모터사이클을 타다가 고장으로 인해 고초를 겪은 적이 있다. 그늘도 없는 곳에서 나름대로 수리를 하려다가 지쳐갈 즈음, 옆으로 근사한 차 한 대가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갔다. 마치 개구리가 바짝 엎드린 것 같은 형태의 그 차 안에는 젊은 커플이 타고 있었고, 그들에게는 이 더위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멀어지는 그 차의 뒷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모터사이클에는 없는 부러움이 생겨났고, 오랜 시간이 지나며 그것은 질투가 되었다.

나중에야 그 차가 포르쉐 911이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 이름을 알기 전에는 ‘큰 엉덩이의 여인’이라고 불렀다. 다른 자동차들과는 달리 불룩하게 도드라진 뒷모습이(엔진을 품기 위한 것이었지만) 너무나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도 모터사이클은 계속 즐기고 있지만, 다른 자동차들을 봐도 유연하게 먼저 보낼 여유가 생긴 후에도 이상하게 포르쉐 911만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오래 전의 질투가 아직까지도 남아있나 보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가도 그 느낌만큼은 그대로다. 바에서 어쩌다가 만나게 된 근사한 이성을 앞에 두고도 벽에 걸려있는 911의 사진에 더 눈길이 가고 말았다. 그러던 도중 911을 가진 어떤 사람을 만나고 말았다. 매력적인 자동차에 어울리는 수려한 운전 실력을 가진 그 사람에게 말을 걸 셈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결투를 신청하고 있었다. 그의 결투 수락과 함께 이전에 911을 향해 느꼈던 모든 감정들이 다시금 올라온다.



물들어버린 질주 본능 
스즈키의 레트로 모터사이클, 카타나를 골랐다. 과거 사무라이들이 사용했던 무기인데, 흔히들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전쟁용 무기보다는 자신의 몸을 지키는 보호용 무기의 개념이 더 강했다. 전쟁 때는 수 많은 화살들이 날라오고 화승총들이 불을 뿜고 있는데 어느 사이에 카타나를 휘둘러본단 말인가. 이렇게 미려한 형태로 다듬어지고 장인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아름다운 카타나를 만든 것은 모두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 이름처럼 사무라이들의 무기 카타나를 닮아서 날카로우면서도 미려한 외형을 가졌다. 거의 직각 형태로 서 있는 사각형의 헤드램프는 과거의 유산을 그대로 옮겨온 것. 그래도 초고속 영역에서 공기를 가르고 달리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핸들바가 높아서 약간 초라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제 나이를 먹어 허리조차 숙이기 힘든 비루한 라이더에게 이것은 편안한 주행을 약속하는 축복이나 마찬가지다.



가능한 한 날씬한 형태로 멋이 두드러질 수 있도록 다듬은 시트와 뒷모습이 인상적이다. 브레이크 램프만이 뒤를 크게 차지하고 있는데, 적어도 브레이크 램프가 눈에 안 띌 일은 없을 것 같다. 번호판과 방향지시등은 뒷바퀴 위에 살포시 올려져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기존 모델들과는 다른 멋이 느껴진다. 여기에 튜닝 부품으로 멋을 좀 더 부렸는데, 공기를 좀 더 세차게 가를 수 있을 것도 같고 실용성도 더 추가되는 것 같다.

지금은 911과의 결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여기에 더 집중해야 한다. 모터사이클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현재, 사실은 이기는 것만 생각한다면 카타나보다 더 좋은 모터사이클은 얼마든지 있다. 만약 상대가 911 터보 모델이었다면 다른 모터사이클도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911 카레라 모델이고 그렇기에 일부러 카타나를 골랐다. 이제 911이 기다리는 결전의 장소로 가봐야 한다. 시동을 거는 순간 계기판에 떠오르는 도(刀)가 각오를 다지게 한다.



외곽의 한적한 도로로 나와 911과 만나는 순간, 누가 출발 신호를 내린 것도 아닌데 본능적으로 오른손에 힘을 주고 말았다. 옆에서도 강렬한 엔진음이 들려오고 있으니, 911의 스티어링을 잡은 그도 같은 본능을 느꼈나 보다. 평온함을 보이던 카타나의 엔진은 6000회전을 넘긴 순간부터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더니 맹렬하게 회전해 버린다. 마치 칼집에서 갓 꺼낸 것처럼 날카롭고 또 아름다운 음색을 낸다.

헬멧 앞을 강하게 때리는 바람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옛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숙여도 바람의 저항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카타나는 옛 버릇을 버리고 적당히 고개를 들어야만 진면목을 보인다. 적당한 지점에서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보면서 팔을 약간 벌리면, 비로소 잔잔한 바람이 흐르는 영역에 들어선다. 고속으로 달리면서도 앞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서킷이 아닌 일반도로에서 빛이 나는 자세가 만들어진다.



8500회전에서 녹색, 9000회전에서 노란색으로 빛나는 회전지시계는 9500회전에서 흰색으로 빛나며 변속할 것을 알린다. 그래도 이것을 굳이 따를 필요는 없다. 이 영역에서도 엔진을 조금 더 돌릴 수 있는데다가 1만 회전에서 비로소 최고출력이 나오기 때문이다. 속도의 벽에 너무 예리하게 돌진하고 말 것이기에 마련해 둔 한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옆에서 911이 열심히 달리고 있지만,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그저 이렇게 계속 달리고 싶어졌다. 승부 같은 것도 잊어버리고 직선이든 코너든, 어디든 같이 말이다. 그래도 조금은 욕심을 부려 911 앞에는 서고 싶다. 오른손에 힘을 더 주고 광활하게 펼쳐진 직선에서 조금 더 911의 앞에 선 순간, 카타나에 커다란 위기가 닥치고 말았다. 속도를 얻기 위해 엔진을 지나치게 채찍질한 결과 예상보다도 빠르게 연료 부족 신호가 오고 만 것이다. 도로를 가르기 위해 날카롭게 다듬어지면서 연료 탱크가 많이 희생당한 탓이다.



어쩔 수 없이 911을 저 멀리 앞으로 보내고 말았다. 푸드덕거리는 카타나를 진정시킨 후, 엔진이 꺼져버리고 만 이 녀석을 한참 동안 밀면서 걸은 후 겨우 주유소에 도착하니 911이 그 매력적인 뒷모습을 드러내며 서 있다. 운전자와 눈이 마주치고, 어느새 씁쓸하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도 나의 심정을 알고 있으리라. 앞으로도 잡히지 않을 것 같은 ‘큰 엉덩이의 여인’을 바라보며, 그가 건넨 콜라를 받아 목을 축여본다. 이런 상쾌한 기분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SPECIFICATION _ SUZUKI KATANA 
길이×너비×높이  2130×835×1110mm  |  휠베이스 1460mm
엔진형식  I4, 가솔린  |  배기량  999cc  |  최고출력  150ps  |  최대토크  11kg·m
변속기  6단 수동  |  구동방식  RWD  |  복합연비  18.7km/ℓ​  |  가격  1702만원

(포르쉐 911 카레라는 다음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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