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NOW ON IT’S M, BMW Z4 M40i & M340i (2)

  • 기사입력 2020.04.01 17:41
  • 기자명 모터매거진

(1)에서 이어집니다.

6등분의 신부, BMW M340i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단지 지금 와서 돌아보면, 막강한 힘, 그리고 거친 성격의 감당하기 힘든 야생마 같은 녀석들보다는 우아하고 부드럽게 품어주는 것 같은 탈 것. 그러면서도 조금은 힘을 드러내며 결코 만만치 않은 성격을 조금씩 보여주는, 팜므파탈로 전신을 감싼 매력적인 악녀가 아니라 다른 이들의 접근을 조금은 허용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거절하고 나만을 위해 자신의 자리를 허락해주는 그런 탈 것을 찾고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를 밟고 올라갈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그저 내 자리에서 좋아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작은 행복을 누릴 수 있다면, 그렇게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소소한 행복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가만히 있으면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짓밟기 위해서 다가오는가 보다. 자신의 행복만으로 부족하다 외치며 말이다. 그래서 적어도 누군가가 쉽게 생각하지 못할 정도의, 그러면서도 자신이 다룰 수 있는 정도의 힘이 필요하다.

그 절묘한 균형의 정점은 사람들마다 다를 것이고 또 자동차마다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규모를 갖춘 패밀리카라면? 오랜(?) 경험 속에서 내린 결론은 4~6등분이다. 그 중에서도 6등분, 그리고 엇갈리지 않고 일렬로 늘어선 녀석이라면 부드러움과 힘을 모두 갖추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특유의 반응이 안심을 가져다 준다. 바르게 누운 상태로 엇갈려 있다면 그것도 좋긴 하겠지만, 그런 녀석을 고르기가 상당히 힘드니 말이다.

이제는 M 패밀리

문득 옛 기억을 떠올려본다. 자동차에 대해서 잘 모르던 시절, 그 때 잠시 BMW M3에 대한 바람이 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겨우 국산 소형차 하나를 유지하던 청년에게는 BMW, 그리고 3시리즈만 해도 부러웠는데, 거기에 M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잡을 수 없는 꿈 속의 자동차가 되어 있었다. 잠시 오너의 허락을 얻어 가속해 보는 순간, 튀어나왔던 눈이 그대로 들어가서 머리 뒤로 뚫고 나올 것 같았던 그 느낌은 ‘감당할 수 없는 팜므파탈’ 그 자체였다.

그 와중에 눈에 띈 것이 330Ci였다. 존재 자체는 알고 있어도 선택하는 사람들은 적었던 ‘비운의 여인’ 이랄까. 그 이유도 단 하나, 조금만 더 보태면 훨씬 강력한 M3를 살 수 있다는 것 하나였다. 지금에 와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시의 수입차 가격이라는 것이 그랬다. 그리고 오너들은 팜므파탈에만 눈길을 주고 이 작은 ‘6등분의 신부’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직선에서 겨루는 일이 많다 보니 생긴 일이다.

약간의 인연이 닿아 그 키를 쥐게 된 어느 날, 살며시 잠을 깨우자마자 놀라고 말았다. M3만큼 우렁차지 않고 살며시 깨어나는 것 같은, 그러면서도 힘은 있다는 듯 나지막한 울음을 내뱉는 그 감각에 마음을 뺏겨버리고 말았다. 부드럽고 나긋하게 달리면서도 오른발을 지그시 누르는 순간 인상적으로 등을 밀어주는, 그러면서도 몸을 흔들지 않는 그 느낌은 함께해 보지 않는다면 결코 모를 것이다. 멈추는 것 조차 세련된 것 같은 그 아름다움에도 말이다.

그렇게 ‘6등분의 신부’에게 마음을 뺏겨버린 청년은 어느새 자라서 중년의 문턱에 서 있고, BMW도 그 때와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만은 변하지 않고 있다. 일렬로 늘어선 6등분의 심장을 품고 있는 녀석이라면 나이가 얼마나 되었건 상관없이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도 주머니에 있는 엽전이 너무나 부족하지만,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설레지 않는가?

그런 즈음에 다르게 태어난 신부를 만나고 말았다.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옆으로 봐도 평범한 3시리즈인 것 같지만, 안에서도 그 특별함을 느끼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좋다. 그 평범함은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그리고 채찍질을 가하는 순간부터 어느 새 특별함으로 바뀌고 말 테니. 게다가 충분한 힘을 지니고도 일반 모델이 되어야 했던 과거를 뒤로한 채 이제는 M이라는 코드를 받았다. 그렇다. 이제 이 녀석은 명실상부한 M, 그리고 스포츠 그 자체다.

터보차저를 가해서 출력이 어느 정도 나온다고 듣기는 했지만, 사실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일전에 M3를 직접 운전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손 안에서 다룰 수 없는 과한 출력은 오히려 운전자에게 독이 되어 돌아온다. 그것이 자제심을 잃게 하는 과속으로 인한 사고이건, 코너에서 바퀴에 제대로 힘을 보내지 못하고 느려지고 마는 굴욕이건 말이다. 그런 점에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으면서 손 안에서 갖고 놀 수 있을 것 같은 힘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솔직히 SOHC 시절의 6등분의 영혼을 체감해 본 적은 없다. 그것이 DOHC로 바뀌면서 실키에 메탈릭이 더해졌다고 듣기는 했지만, 이 때부터 체감을 해 왔으니 ‘이것이 6등분의 본질이다’라고 본능적으로 인식할 뿐이다. 그런데 터보차저가 추가되고 나서의 변화는 확실히 알겠다. 이전에도 낮은 으르렁거림 속에서 강력한 폭발력과 함께 두터운 토크를 느낄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토크가 더 두터워지고 이끌어내기 쉬워졌다.

으르렁을 높이면 또 다른 영역이 다가온다. 매끄러움과 함께 록의 선율이 흐르고, 더 높아질수록 그 음색은 마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슬래쉬’의 연주처럼 점점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부드러움이 느껴지니 ‘실키 식스’라는 명성이 결코 아깝지 않다. 디자인? 실내 공간? 편의성? 아마도 다른 차였다면 그런 거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설명을 했겠지만, 이 녀석, M340i는 그러한 설명을 진부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저 오른발을 자극하며, 과하지 않지만 충분히 빠른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게 하며 ‘나 이런 자동차야’라고 말하고 있다. 이미 그렇게 가속하고 있는데, 스티어링의 반응이나 바퀴의 민첩함, 그리고 노면을 붙잡는 서스펜션의 반응을 논해서 무엇을 할까. BMW의 특징을 그대로 지니며 더 편하게, 그리고 더 기민하게 다듬어졌다. 그 말 한마디면 충분할 것이다. 브레이크? 두 말 하면 입만 아프다. 제 때 수리와 관리만 해준다면, 모든 것을 믿고 맡겨도 될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6등분의 영혼을 가진 신부’는 비록 모습은 변했지만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조금은 푸대접을 받았던 과거와 달리 M의 이름을 당당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떠나보낸 지 며칠은 지났건만, 지금도 밤마다 꿈 속에 나타나 필자를 유혹하는 이 신부에게서 영원히 벗어나기는 틀린 것 같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팜므파탈보다 더 부드럽게 영혼을 감싸서 구속하는 6등분의 신부야 말로 더 무서운, 진정한 팜므파탈이 아닐까?

SPECIFICATION

BMW M340i

길이×너비×높이 4709×1827×1435mm

휠베이스 2851mm

엔진형식 I6T, 가솔린

배기량 2998cc

최고출력 387ps

최대토크 51.0kg·m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RWD

복합연비 9.9km/ℓ

가격 75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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