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ICE, AMG 블랙시리즈

  • 기사입력 2019.09.07 16:14
  • 기자명 모터매거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삼각별만으로는 부족했을까? 여기에 AMG 배지를 더하는 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했을까? 남자의 색 블랙을 씌워서야 완성했다. 보다 레이스 머신에 근접하기 위해 태어난 AMG 블랙시리즈다.

글 | 안진욱

SLK 55 AMG BLACK SERIES 2006

블랙시리즈의 시작이다. 그 주인공은 SLK55 AMG 블랙시리즈다. R171 모델은 가장 인기 있던 로드스터다. 지금 SLC가 SLK의 계보를 잇는데 디자이너들은 이 모델을 다시 공부할 필요가 있다. 당시 하드톱이 흔하지 않던 시절 가장 현대적인 자동차였다. 허나 이 모델은 뚜껑이 열리지 않는다. 하드톱 모터와 프레임이 무겁기에 스포츠 주행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카본 파이버로 만든 루프로 경량화와 강성을 확보했다. 엄청난 무게를 걷어낸 것은 아니지만 차체의 가장 높은 곳에서 살을 덜어 냈기에 운동 성능은 크게 향상되었다.

외모는 노멀 AMG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펜더를 살짝 부풀리긴 했지만 그 정도가 작다. 마차 바퀴를 연상시키는 19인치 단조휠은 피렐리 피제로 네로와 매칭된다. 사이즈는 앞 235/35, 뒤 265/35다. 휠 안에는 고출력을 다룰 브레이크 시스템이 들어가있다. 디스크 로터의 크기는 앞뒤 각각 360mm, 330mm다. 인테리어 역시 노멀 모델과 비교하자면 바뀐 게 별로 없다. DTM 머신에 달려 있던 버킷 시트를 가져온 것 외에는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겉모습과 달리 퍼포먼스 향상은 눈에 띈다. 기존 SLK55 AMG에 사용하던 5.5ℓ 자연흡기 엔진을 가져와 손을 봤다. 터빈이 없어 출력을 올리기가 힘들지만 360마력에서 400마력으로 끌어올렸다. 최고출력은 5750rpm에서 나오고 최대토크 52.0kg?m는 3750rpm에서 뿜어진다. 이 파워로 공차중량 1495kg의 몸을 가뿐하게 이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5초다. 노멀 AMG 모델보다 0.4초 빨라진 것이다. 최고시속은 280km. 코너링 성능을 높이기 위해 LSD를 준비해놨다. 기본 장착이 아닌 3475유로의 옵션이다. 서스펜션은 차고 조절 및 댐핑압력을 조절할 수 있다. 차 가격은 7만3795유로에서부터 시작했다.

CLK 63 AMG BLACK SERIES 2007

CLK는 메르세데스 역사상 가장 예쁜 모델 중 하나다. 여기에 블랙시리즈 버전을 입히니 분위기가 스프린터로 완전히 바뀌었다. 노멀 CLK와 비교하면 부풀린 펜더가 인상적이다. DTM 머신을 연상하는 외모다. 물론 CLK DTM 버전이 있긴 하다. 허나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이 디자인이 더 잘 어울린다. 동그란 원 두 개를 겹쳐 만든 헤드램프는 당시 메르세데스의 패션 코디다. 프런트 오버행이 짧아 역동적인 자세를 연출하고 있으며 공기 흡입구를 과감히 뚫어 스포티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엉덩이는 빵빵하고 하단의 디퓨저는 날카롭다. 그 양 옆에 머플러 커터를 달아 뒤차에게 도발하지말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쭉쭉 뻗은 스포크가 촘촘하게 구성된 19인치 휠은 근육질 펜더와 잘 어우러진다. 앞에 265/30, 뒤에 285/30 사이즈의 쫀쫀한 타이어를 씌웠다. 실내에서의 차이점은 노멀 모델과 크지 않다. 알칸타라와 카본 파이버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레이스카 분위기를 풍기면서 경량화에도 신경 썼다. 특히 카본 파이버로 덧씌운 도어 패널은 기능적인 요소 외에 미적지수를 한층 끌어올린다. 거추장스러운 뒷자리는 제거했고 시트는 일체형 버킷 시트로 운전자를 적극적으로 잡아준다.

하이라이트는 엔진이다. CLK55 AMG에서 사용하던 V 8 5.5ℓ 슈퍼차저 엔진을 버리고 V8 6.3ℓ 자연흡기 엔진(M156)을 선택했다. 최고출력 507마력, 최대토크 64.3kg?m의 힘을 뒷바퀴로 전달한다. 변속기는 7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2초, 최고시속 300km를 기록한다. 맥퍼슨 스트럿과 멀티링크 타입으로로 차체와 액슬을 묶었다. 경량화를 했다고는 하지만 공차중량은 여전히 1760kg으로 그리 가볍진 않다.

SL 65 AMG BLACK SERIES 2008

메르세데스의 꽃은 S클래스가 아닌 SL이란 말이 돌던 시대가 있었다. 럭셔리 로드스터 SL. 특히 미국 백인 상류층에게 인기가 높았다. 튀지 않는 외모에 귀티가 흐르는 분위기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사랑을 독차지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도련님이 열심히 운동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것도 아주 파격적인 패션으로???. SL65 AMG 블랙시리즈는 역대 메르세데스 모델 중 가장 충격적인 보디 키트를 둘렀다. DTM 머신 스타일이 아닌 진짜 그것의 보디 키트를 그대로 가져온 것 같다. 자세 하나는 정말 최고다.

변신 기능도 있다. 리어 스포일러는 평소에는 숨어 있다 시속 120km를 넘으면 12cm 정도 자동으로 올라온다. 아쉽게도 오픈에어링을 즐길 순 없다. 경량화 때문에 루프를 카본 파이버 재질로 만들고 고정시켰다. 그 덕에 베이스 모델인 SL65 AMG 대비 250kg 가벼워진 몸놀림을 느낄 수 있으니 다행이다. 다이어트한 몸무게는 1870kg이다. 휠은 앞뒤 사이즈가 다르다. 전륜은 19인치(265/35), 후륜은 20인치(325/30)다. 타이어는 던롭의 UHP 타이어 스포츠 맥스 GT를 장착한다. 림을 꽉 채우는 디스크 로터는 앞뒤 각각 390mm, 360mm이며 6피스톤과 4피스톤 캘리퍼가 물린다. 인테리어는 기본 모델이 워낙 고급스러워 더 건드릴게 없어 변화를 찾기 힘들다.

SL65 AMG 블랙시리즈는 블랙시리즈 역사상 아니, 메르세데스 역사상 가장 강력한 모델이다. V12 6.0ℓ 엔진에 터빈 두 발을 달아 최고출력 670마력, 최대토크는 102.0kg-m를 생산한다. 이 막강한 힘은 5단 자동변속기가 뒷바퀴로 전달한다. 참고로 이 변속기는 기어 수는 적지만 엄청난 허용토크를 자랑한다. 911 터보 모델에도 사용되었던 유닛이다. 0→시속 100km는 3.9초, 최고시속은 320km이다. 리밋을 걸어놨는데 봉인을 해제하면 음속돌파를 할 기세다. 시속 200km까지 도달시간은 11.0초. 하체는 앞뒤 모두 멀티링크 타입으로 구성되어 있다.

C 63 AMG BLACK SERIES 2011

메르세데스가 BMW와 치열한 전쟁을 이어가면서 가장 힘든 전투가 무엇일까? 아마도 M3를 상대하기가 버거웠을 것이다. 팬덤이 워낙 두터워 어지간히 잘 만들지 않고서는 이길 수가 없다. C63 AMG 쿠페 역시 E92 M3와의 승부에서 졌다. 허나 블랙시리즈 버전은 이야기가 다르다. 우선 외모부터 훨씬 멋있어졌다. 노멀 버전에서의 약점이었던 좁았던 어깨는 열심히 운동해 근육으로 덮었다. 넙데데해진 차폭 만으로도 인물이 살아났다. 덕분에 F1 머신들을 이끌어갈 F1 공식 세이프티카로 충분했다. 세이프티카는 성능뿐만 아니라 얼굴보고 뽑는다.

휠은 19인치로 앞뒤 255/35, 285/30 사이즈 타이어를 끼웠다. 막강한 출력을 채찍질 할 브레이크시스템은 디스크 로터 사이즈부터 범상치 않다. 프런트 390mm, 리어 360mm이며 각각 6피스톤, 4피스톤 캘리퍼와 맞물린다. 서스펜션은 본격 레이스카를 지향하는 주제에 맞춰 코일오버 타입이 장착되었다. 거대한 리어 스포일러는 옵션으로 고를 수 있다. 실내는 카본 파이버와 알칸타라 소재를 사용해 레이스카 느낌을 주고 있다. 디스플레이로 트랙에 관련된 데이터, 랩타임, 횡중력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블랙시리즈만의 특징이다.?

성능도 블랙시리즈 배지에 어울리게 만졌다. 피스톤, 커넥팅 로드, 크랭크 샤프트 등 주요부품을 SLS에서 가져오고 ECU를 손봤다. 덕분에 V8 6.3ℓ 엔진은 최고출력 517마력, 최대토크 63.2kg?m의 힘을 생산한 후 뒷바퀴로 전달한다. 변속기는 7단 듀얼 클러치 유닛이다. 노멀 버전과 다른 변속기를 사용했다는 것만으로도 메르세데스가 블랙시리즈에는 원가를 그리 따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똑똑한 변속기 덕분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4.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가격은 11만4320유로였다.

SLS 63 AMG BLACK SERIES 2012

2012년에 나온 가장 최신의 블랙시리즈이자 마지막 블랙시리즈다. SLS는 300SL를 오마주한 모델이다. 클래식한 멋을 현대적으로 잘 해석한 디자인이다. 하이라이트는 걸윙도어다. 화려한 외모는 아니지만 승하차 시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실루엣은 보통의 차와는 많이 다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보닛에 캐빈룸은 리어 액슬 쪽으로 바짝 붙어있다. 전형적인 롱노즈 숏데크 스타일이자 프런트 미드십 타입이다. 여기에 블랙시리즈 배지를 붙으면서 더 과격하게 스타일링 했다. 와이드 보디 키트를 달아 노멀 모델보다 안정적인 자세를 연출한다.

길다란 차체를 심심하지 않게 하긴 위해서는 휠하우스를 꽉 채우는 휠이 필요하다. 앞은 19인치 뒤는 20인치 휠이 달린다. 거기에 275/35, 325/30 크기의 미쉐린 컵2 스포츠가 끼워진다. 스포츠 타이어를 넘어 세미슬릭 수준의 타이어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402mm, 360mm 사이즈의 카본 세라믹 디스크 로터에 농구화만한 캘리퍼를 맞췄다. 한편 후면의 변화는 스포일러에 있다. 베이스 모델에 사용했던 가변식 리어 스포일러 대신 고정식으로 바꿨다. 변신은 하지 않지만 훨씬 커졌고 더 멋있다. 물론 더 많은 다운포스를 생산한다.

파워트레인은 자연흡기 엔진과 듀얼 클러치 변속기 조합이다. 메르세데스 역사상 마지막 자연흡기 모델이다. 오랫동안 우려먹었던 V8 6.3ℓ 엔진은 최고출력 631마력, 최대토크 64.8kg?m의 힘을 생산한다. 1ℓ당 100마력을 넘는 스펙이다. 본디 이 엔진은 고회전 엔진은 아니었지만 블랙시리즈는 8000rpm까지 돌리게 만들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6초, 최고시속은 315km로 슈퍼카라 불러도 좋을 제원을 가지고 있다.

주행안정화장치는 3단계로 나눠진다. ESP ON, ESP 스포츠, 그리고 ESP OFF 중 선택할 수 있다. 완벽하게 이 시스템을 해제하면 괴수의 봉인이 풀린다. 여기에 전자식 디퍼렌셜이 달려 코너링에 더 적극적으로 대시할 수 있다. 트랙에서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게 세팅해 놨다. 공도에서도 재미있게 탈 수 있다. 매력적인 배기사운드를 느끼면서 말이다. 배기사운드는 역대 메르세데스 모델 중 최고라 생각한다. 아이들링은 머슬카처럼, 중저음은 풍부하게, 박력 넘치는 백프레셔 사운드. 못 들어 봤다면 유투브에서라도 들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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