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담은 벤틀리 컨티넨탈 GT, 색의 띠가 만들어낸 아름다움

  • 기사입력 2024.03.29 16:11
  • 기자명 유일한 기자

달리는 자동차가 예술가의 감각을 만나면 특별하게 변한다. 벤틀리가 그런 자동차를 만들었다.

글 | 유일한     사진제공 | 벤틀리코리아

 

 

자동차에 예술을 입히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다. “자동차 부품에 그림 조금만 그리면 될 일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만 말해두겠다. 조금 더 자세히 파고들면, 자동차는 제작 규정이라는 것이 있고 전 세계에 수출도 하는 만큼 각 나라의 규제를 모두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다못해 작은 부품 하나를 바꾸는 것도 재인증을 받을 만큼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 상태에서 예술을 입힌다는 건 쉽지 않다.

깨달음이 만들어낸 색의 띠

하태임 작가는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난 ‘날 때부터 예술가’이다. 그렇다고 해도 인생이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악기를 전공하다가 고등학교 때 뒤늦게 미술에 뛰어들었고, 프랑스에서 유학 중 집안의 지원이 중단되어 한국에 돌아온 뒤 통역부터 기간제 교사 등 다양한 일을 했다. 기업 컨설팅부터 아트 디렉터, 교수까지 거쳤지만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미술을 그만둘 뻔한 일도 있었다. 지금의 모습만 보면 그 고생이 바로 떠오르지는 않겠지만.

하태임의 대표적인 작품 세계를 구성하는 것은 바로 색의 띠(컬러밴드)다. 처음에는 소통의 도구로 생각했던 언어에 집중하다가 문득 그 너머에 있는 것을 보고 싶어 언어를 쓴 뒤 지우는 작업을 거듭했다. 이후 색채에 매료되기 시작하면서 어느 새 글자가 빠지기 시작했고, 색의 띠가 남았다. 다양한 색이 만나고 섞이면서, 붓질이 거듭되면서 거칠었던 행동과 붓질이 정제되었고, 색이 주는 느낌들에 집중이 이루어졌다.

색의 띠는 바닥에서 태어난다. 일반적으로 캔버스를 세워두는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하태임은 캔버스를 바닥에 둔다. 그 상태에서 색을 칠하고 마르기를 기다려 다시 칠하는 작업을 수십 번 반복한다. 붓을 든 채로 마른 그림을 감상한 뒤 다시 주변을 맴돌며 필요한 색을 찾고 다시 칠한다. 하나의 색의 띠를 완성하기 위해서 붓질을 거듭하고 그것이 누적되면 다음 단계가 된다. 그래서 90% 완성될 때까지는 예쁘지 않고 나머지 10% 작업에 모든 게 걸린다.

색의 띠를 입은 특별한 벤틀리

그 색의 띠를 이제 벤틀리가 입었다. 벤틀리가 만드는 쿠페, 컨티넨탈 GT가 말이다. 아마 이 차를 처음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외형으로는 눈에 띄는 점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차체 하단에 깔려 있는 공기역학 관련 탄소섬유 부품에 마젠타 색의 띠가 둘러져 있지만(각 자동차가 모두 다른 색의 띠를 두른다고 한다. 참고로 10대만 한정 판매한다), 이를 제외하면 일반 컨티넨탈 GT와 완전히 동일하다.

그러면 어디에서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가 하니, 바로 실내다. 거대한 문을 여는 순간 드러나는 도어 하단의 플레이트에서 특별함이 묻어난다. 벤틀리에서 특별 주문을 담당하는 부서인 ‘뮬리너(Mulliner)’와 하태임의 이름이 새겨진 명판이 오른쪽에 있고, 왼쪽에는 하태임의 상징인 ‘색의 띠’가 여러 개 겹쳐져 있다. 이 띠는 조수석 글로브박스와 시트 헤드레스트에도 새겨져 있어, 한 눈에 봐도 특별한 모델임을 알 수 있다.

이 차에서 가장 특별한 작품이 바로 원형 송풍구의 일부를 장식하는 색의 띠다. 일반적으로 송풍구의 색은 잘 건드리는 법이 없으며, 그렇게 하더라도 대부분은 하나의 색으로 통일한다. 송풍구의 도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부에 색의 띠를 두르는 방식은 이전에 벤틀리에서 시도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송풍구에 색만 두른다고 끝날 일이 아니라, 그 색이 오랫동안 빛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서로 다른 재료를 혼합하면서 말이다.

이번에는 그것이 굉장히 어려웠다고 하는데, 벤틀리는 성공했다. 뮬리너에서 방법을 찾아서 적용할 수 있었다고. 어쨌든 자동차라는 것은 굉장히 만들기 어렵고, 안전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오랜 기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한 마디로 부품이 쉽게 고장이 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예술 작품이 차 안에 들어가 변함없는 가치를 전달한다는 것이 대단하다. 그저 그림 하나 그려서 넣으면 끝이 아닌 것이다.

이 차는 딱 10대만 준비되며, 흰색 5대와 검은색 5대로 나누어진다. 탄소섬유 부품을 두르는 색상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똑 같은 자동차는 한 대도 없다고 보면 된다. 가격은 4억 6310만원. 일반 모델보다는 비싸지만 특별한 작품을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벤틀리 영국 공장 투어 프로그램과 벤틀리와 협업한 한정판 멕켈란 위스키를 구매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다. 이 특별한 자동차를 손에 넣을 이들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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