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SUV 한일전 - 현대 팰리세이드 VS 혼다 파일럿

  • 기사입력 2019.02.25 10:09
  • 최종수정 2021.06.25 15:14
  • 기자명 모터매거진

GAME CHANGER

현대 팰리세이드의 등장 때문일까? 국내 대형 SUV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무엇보다 대형 SUV를 살펴보는 소비자의 눈빛이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디젤의 인기가 주춤한 탓에 가솔린 엔진 모델 또한 덩달아 주목 받는 요즘, 대형 가솔린 SUV야 말로 진정한 인싸 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글 | 편집부   사진 | 최재혁  

RIDING & HANDLING 

HONDA PILOT

글 | 김상혁 

몇 년 전 파일럿의 이전 모델을 타본 기억이 있다. 그때 파일럿이 전해준 기억을 하나, 둘 끄집어내 조각을 맞췄다. 생각보다 많은 기억 조각이 나타나진 않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수많은 기억 세포들이 제 위치를 찾아가 완성된 퍼즐이 ‘GOOD’이었기 때문이다. 과거를 기억하는 세포 덕분에 부분변경을 거친 파일럿은 부담감이 더욱 가중된 처지.

기대와 부담 사이 파일럿은 기본에 충실했다. 자동차의 원초적 취지인 달리고, 서고, 돌아가는 기본 말이다. 기특하기 그지없다. 고작 달리고, 서고, 도는 게 뭐가 그리 기특하냐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크고 육중한 대형 SUV가 차급을 넘는 움직임을 선물해주기 때문이라고.  

잽을 날리듯 가벼운 페달의 답력, 그럼에도 파일럿은 이내 반응한다.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아 넣었을 때도 재빠른 응답성을 보여준다. 간혹 풋 포지션은 무거운데 스티어링 휠은 가볍거나 스티어링 휠이 무거운데 풋 포지션이 가벼운 차종이 있다. 

그럴 경우 급조작 및 코너 부근에서 종종 어려움을 겪는데 파일럿은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가 가벼운 만큼 커다랗게 자리 잡은 스티어링 휠도 가볍다. 복싱에서 가장 높은 체급인 헤비급, 헤비급에서 큰 명성을 얻었던 마이크 타이슨이 떠오를 정도로 파일럿은 대형 SUV 답지않은 움직임을 보였다.   

파일럿은 변속기도 ZF 9단 자동변속기를 새로 얹었다. 기어노브 대신 버튼을 눌러 변속하는 방식이다. 아직까지 버튼 방식 변속기가 익숙하진 않다. 중요한 것은 새롭게 얹어진 변속기의 성능이다. 

이전보다 한결 부드러운 변속을 보여준다. 장거리 주행과 연비에 초점을 둔 탓으로 보인다. 6단 변속기를 사용했을 때도 나쁘지 않았지만 엔진 회전을 낮추면서 작은 움직임조차 제어하는 모습.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6.2kg·m의 3.5ℓ 가솔린 엔진은 진동 및 소음면에서 안정감을 준다. 가변 제어 기술로 주행 환경에 따라 실린더 중 일부를 제어해 나름 연비 향상도 꾀했다. 가속 시 멈췄던 실린더가 다시 제 역할을 다하니 몸으로 느껴지는 가속감은 생각 이상이다.  

티코나 마티즈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렸던 기억을 떠올려보라. 원치 않은 롤링을 한 번씩은 경험했을 터. 

차체가 클수록 고속에서 주변 영향을 덜 받기 마련인데 파일럿은 여기에 흔들림 없는 밸런스와 코너에서 안쪽 바퀴의 제동력을 높여 안정적인 코너링을 돕고 정숙한 실내와 억제된 진동으로 그간 파일럿의 신뢰성을 대변하고 있다.  

또한 넉넉하다 못해 넘치는 공간성까지 갖추고 있으니 편안함, 안전함,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했던 개발 콘셉트에 부합한다. 투박한 디자인과 단출한 편의사양은 팰리세이드에게 한 수 접어드는 것이 사실. 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한 방이 있다.

HONDA PILOT

 

HYUNDAI PALISADE 

글 | 박지웅 

작년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시승했던 팰리세이드 디젤 모델은 마침 내린 함박눈 때문에 엉금엉금 기어 다녔던 터라 주행 성능을 온전히 느껴보지 못했다. 

이번에 다시 빌린 팰리세이드는 지난번과 색상만 같은 가솔린 모델. 모처럼 영상의 날씨를 맞아 최고출력 295마력의 강력한 6기통 엔진을 올린 팰리세이드가 아쉬움을 채워줄지 기대에 부풀었다.  

비닐도 떼지 않은 새 차를 마주하니 설레기 시작한다. 요즘 가장 핫한 차라 더 그러한지 모르겠다. 비닐을 떼고 콕핏에 앉아본다. 1750mm나 되는 큰 키지만, 타고 내리는 데 불편하지 않다. 

시동이 걸린 팰리세이드의 실내는 신기하리만큼 정숙하다.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아본다. 거대한 몸집을 가볍게 움직인다. 스티어링 휠은 커다란 차체를 움직이는 데 부담이 없도록 다소 가볍게 세팅했다. 힘없이 휙휙 돌아가는 것이 아닌 큰 힘 들이지 않고 편한 조작을 할 수 있어 좋다.  

변속 충격이라고 할 만한 이질적인 큰 움직임은 없다. 매끄럽게 기어 단수를 올려가는 것이 마음에 든다. 승차감은 SUV라기보단 오히려 고급 세단에 가깝다. 방지턱은 구렁이 담 넘어가듯 부드럽게 넘어가고 웬만한 요철은 없는 듯 지나간다. 

프리미엄 가치를 내세울 제네시스 SUV가 이보다 부드러운 주행 질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괜한 걱정이 들 정도다. 직선 도로가 나오면 여지없이 가속 페달에 힘껏 힘을 실어본다. 36.2kg·m의 넉넉한 토크가 보여주는 시원한 가속력은 팰리세이드가 2t에 육박하는 무게라는 것을 잊게 한다. 

주행 자체만을 놓고 보면 고속 안정감 또한 뛰어난 편이다. 다만, 시속 130km 이상에서 올라오기 시작하는 풍절음이 되려 불안감을 조성하는 부분은 아쉽다. 물론 사람 여럿 태우고 팰리세이드로 고속 주행을 즐기는 오너는 많지 않겠지만 말이다.  

차고가 높고 물렁물렁한 서스펜션 세팅을 가진 SUV 특성상 팰리세이드에게도 어느 정도 롤은 예상했다. 주변에 차가 없는 틈을 타 옆 차선으로 재빠르게 횡 이동해본다. 차가 한번 휘청일 뿐 운전에 지장을 줄 정도로 뒤뚱거리진 않는다. 

날카로운 코너링에서도 롤을 최대한 억제하는 듯 크게 기울지 않는다. 반복해서 급하게 방향을 바꾸었더니 차가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웅장한 엔진음에 자동 안내 멘트를 잘 듣지 못했는데, 현대차 고객센터에 전화가 연결됐다. 

이유인즉슨 평소와 다른 운전자의 주행 패턴이 감지되어 부주의로 인한 사고를 예측한 차가 자동으로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블루링크 전용 고객센터에 전화를 건 것. 주행이 가혹했던 터라 생긴 해프닝이었지만, 고객의 안전을 생각한 현대차의 이러한 서비스에 다소 놀랐다.  

브레이크 성능도 놀랍다. 거구를 세울 제동력이 충분한 것은 물론 커다란 손바닥이 위에서 지그시 짓누르듯이 앞으로 쏠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차를 멈춘다. 쌍용의 G4 렉스턴의 아성을 단숨에 잠재운 팰리세이드의 적수로는 혼다의 파일럿, 포드의 익스플로러 등 수입 브랜드의 대형 SUV까지 거론되고 있다. 

품질로 보나 주행 성능으로 보나 뭐 하나 빠질 것이 없는 팰리세이드는 구매로 이어지는 중요 요소인 착한 가격까지 갖췄다. 팰리세이드의 파죽지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HYUNDAI PALIS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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