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트위지 VS 쎄미시스코 D2

  • 기사입력 2019.01.23 15:56
  • 최종수정 2021.06.25 15:14
  • 기자명 모터매거진

MICRO ELECTRIC CAR’S WAR ROUND.2

홈쇼핑과 이마트, 인터넷 등 형식을 파괴한 판매 방식으로 고객에게 더욱 친숙하게 접근하며 그 매력을 알리고 있는 초소형 전기차 르노 트위지와 쎄미시스코 D2. 주부의 입장에서 경험해 본 초소형 전기차의 장단점.

글 | 안효진

사진 | 최재혁

“어머 이 차 어디 꺼야? 너무 예쁘다.” 시장통 아주머니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건 바로 르노 트위지였다. “내가 이제는 다리가 아파서 시장보고 무거운 짐을 들고 집에 가기 힘들어, 이만한 사이즈면 시장보기도 그렇고 딱 맞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귀엽고 앙증맞은 트위지에 대한 질문이 그치지 않는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트위지는 세컨드카로 하나 갖고 싶을 만큼 개성 있는 디자인과 별도의 충전기가 필요 없이 가정용 220V 콘센트로 충전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한 충전 방식으로도 출시 당시부터 큰 화젯거리였다.

특히 짧은 회전반경과 초슬림 보디로 좁은 골목 사이까지 쉽게 이동하고 주차가 편리해 더구나 국내 현실에 맞는다는 평가다.

실제로 트위지와 함께 기자가 어릴 적부터 이용하던 골목 시장을 누벼보니 그 진가가 제대로 드러났다. 아파트를 나가 동네를 한 바퀴 휘돌면 시장 골목 입구가 나온다. 집에서 5분 거리로 가깝지만, 골목은 지나다니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하다.

차라도 지나갈 때면 모든 사람이 자리에 멈춰 몸을 움츠리고 비켜줘야 할 정도. 하지만 트위지가 등장하자 바닷길이 열리는 것처럼 사람들이 길을 비켜주며 구경하기 바쁘다.

사람이 많은 골목길에서 운전하려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밟자마자 훅 튀어 나가는 부담스러운 토크를 지닌 전기차가 아니라 부드러운 토크로 조심조심 출발하는 트위지의 모습에 오히려 긴장이 풀렸다.

최고출력 12.6kW, 최대토크 5.8kg·m가 너무 약한 게 아니냐고 불만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트위지가 갈 수 없는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를 제외하고 과연 서울 시내에서 이 이상의 힘이 필요한지 되려 묻고 싶어진다.

최고속도가 시속 80km라지만 그렇다고 운전성능까지 얕봐서는 안 될 일이다. 트위지는 고급 세단이나 고출력 차에 주로 사용하는 후륜구동 방식을 사용해 호쾌한 달리기 성능은 물론 코너에서도 제법 안정적이다.

하지만 실내는 여성의 눈으로 보기에는 조금 아쉬운 디자인이다. 꼭 필요한 것만 둔 심플한 디자인이긴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에 반해 운전석에 앉았다면 아쉬움이 들 수밖에. 그러나 운전석에는 4점식 보조석에는 3점식 안전벨트, 그리고 에어백도 장착하는 등 안전에 관해서는 소홀히 하지 않았다.

또한 시승 차의 경우 창문 액세서리를 옵션으로 선택해 비바람을 막아줘 트위지의 약점 중 하나였던 날씨를 극복했다. 이곳저곳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과일 가게 앞에 잠시 멈춰서 과일을 골랐다. 재미있는 사실은 가게 앞에 주차하고 과일을 고르며 시간을 끌어도 주인아저씨가 인상을 찡그리지 않는다는 것. 시장 인심이 후해서가 아니라,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 트위지의 슬림한 몸매 덕분이었다.

무거운 과일을 한가득 실은 장바구니를 보조석에 휙 던지고 시장 골목 어귀에서 재빨리 유턴을 돌았다. 유턴을 돌아보니, 회전반경이 짧다는 그 말이 확 와닿는다.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 단골 떡볶이 가게에 들어섰다. 가게 간판 옆에 주차하고 여유롭게 한 접시를 해치웠다.

‘캬~ 정말이지 주차 스트레스가 없다는 게 이렇게 마음이 편한 일일 줄이야!’ 뿌듯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힐끔 눈을 내려 배터리 잔량을 체크한다. 트위지는 1회 충전으로 50~80km를 달릴 수 있어, 이런 장보기 정도야 문제없었다. 하지만 주차장에 도착해 얼른 벽에 있는 콘센트에 충전기를 연결한 건 본능인 걸까? 오후 약속 장소가 종로로 변경되었다는 친구의 전화에 침이 꿀꺽 넘어간다.

종로든 명동이든 D2였다면 긴장 따윈 1도 없었을 거다. D2는 2인승 전기차인데 트위지와는 달리 완연한 자동차의 모습에 가깝다. 때문에 비슷한 조건이지만 주행할 때 더욱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작고 앙증맞은 사이즈와는 달리 겉모습은 평범하기 그지없어 주목을 끌지 못한 것도 사실.

조금 더 개성 있는 디자인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컸다. 평소 그렇게 이마트를 다녀도 주차장에서 판매하고 있다는 D2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으리라.

기대감이 적었던 탓인지 운전석에 앉아 실내를 둘러보니 깔끔하고 모던한 느낌마저 들었다. 9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은 물론 후방 모니터, 오디오, 사이드미러 조작도 전동식이다. 트위지에서는 꿈꿀 수 없던 에어컨 기능과 히터 기능도 여기 있었다.

물론 트위지와 가격 차이도 있고, 정확한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장보기용으로 혹은 주부의 입장에서 쇼핑 리스트를 비교해 본다면, 이런 부분은 당연히 구매 결정에 큰 요소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전기차라고 하니, D2는 마트 장보기에 사용해 보기로 했다. 마침 이마트는 블랙이오 행사 중. 평소에 절반 가격에 판매하는 제품들도 많아 집에 쟁여놓고 쓸 생필품들을 담았다. 욕심이 과했는지, 라면상자에 담으니 두 상자나 나왔다.

트렁크를 열고 상자를 하나 집어넣고 보니, 생각보다 공간이 넉넉하다. 옆으로 나란히 상자 두 개를 놓고도 살짝 공간이 남는다. 골프가방 두 개가 들어간다는 말이 사실이구나. 이제야 D2의 넉넉한 트렁크 공간이 실감이 났다.

마트에서 집까지는 약 20km 정도. 1회 충전으로 150km를 달릴 수 있는 D2에게 이 정도 거리는 걱정거리도 아니다. 하지만 퇴근길에 딱 걸린 기자에게 D2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진동도 소음도 없는 고요한 전기차 안에서 맞이한 퇴근길 정체는 평소만큼 피로감을 주지는 않았다.

다만 금방 집에 도착할 줄 알고 산 냉동 생선이 녹아버릴까 초초한 마음이 들 뿐이었다. 양재동 이마트에서 집으로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은 강남순환 고속도로를 올라타는 일이었다. 코스트코 사거리와 요금소를 지나고 나니, 거짓말처럼 길이 뻥 뚫려있었다.

드디어 최대토크 9.18kg·m의 제원상 수치를 확인해볼 기회가 왔다. 가속페달을 힘차게 밟으니 시속 80km까지는 거뜬히 올라간다. 코너에서도 부드럽게 달려나간다. 물론 방지턱에서는 보디가 짧아 살짝 충격이 있는 편.

하지만 이 정도면 뭐 장보기용을 넘어 시내 데이트 및 교외 지역 여행까지 걱정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트위지를 시승하고 난 후라 그런지, 완전히 충전된 D2를 타고 집에 오며 한 번도 배터리 잔량을 체크한 적이 없었다. 주차장에 도착한 후에도 트위지처럼 콘센트가 있는 벽을 찾아 헤매지도 않았다.

또한 내일 서울 시내에 위치한 D2의 반납 장소 정도까지야, 굳이 충전하지 않아도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D2는 마트를 오가는 차로 사용하기에는 능력이 과할 정도다. 그러나 욕심을 내 장거리를 가기에는 조금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애매한 충전거리와 2000만원이 넘는 가격. 보조금을 받으면 서울 지역에서는 145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고 하지만, 보조금을 받은 트위지 두 대 값이니, 삶의 질을 높이고 재미를 위해 구입하는 세컨드카로는 고민해 봐야 할 스펙임에 분명하다.

트위지-늘 체크가 필요한 배터리 용량

트위지-돼지꼬리처럼 돌돌 말려있는 충전 케이블

트위지와 D2는 점점 핵가족화되고 아이가 없는 가정이 늘어나는 요즘 가정의 트렌드, 1인 가구 증가와 꼭 맞아떨어지는 이동수단임에 분명하다. 환경 친화적인 점은 물론 일반 자동차와 비교하면 비교적 저렴하고 기동성이 뛰어나 집 앞 마트나, 시장을 다니는 용도로는 더할 나위 없었다.

D2-생각보다 빨리 떨어지지 않아요~

D2-길이가 긴 멀티탭은 필수로 준비하세요~

하지만 둘 중 어떤 것이 더 뛰어나다는 백 마디 말보다, 초소형 전기차 시장이 조금 더 소비자들의 말에 귀 기울여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강화해, 더 많은 선택지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시장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아직은 주부들의 깐깐한 기준을 통과하기에는 두 모델 모두 버거워 보이는 게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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