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주인 노리는 이방인 -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시승기

  • 기사입력 2018.12.26 13:23
  • 기자명 모터매거진

요즈음 토요타 제품들도 첫인상이 렉서스 못지않게 자극적이다. 렉서스에서 선보였던 진보적 색채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판단한 것인지, 과격하기 그지없는 조형을 적극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포장지가 아니라 ‘내용물’을 보고 선택하는 브랜드가 토요타였기에 이러한 변화는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미국 대륙에서 성장해 온 아발론은 5년 전 한국 시장에 최초로 발을 들였다. 그러나 포드 토러스와 쉐보레 임팔라가 날뛰던 미국 대형 세단 시장과 마찬가지로, 아발론은 ‘비주류’에 불과했다. 시장 특성상 프리미엄 브랜드에 집중된 국내 수입 대형 세단 시장에서 아발론에 시선이 몰리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토요타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주류 대형 세단들이 현지 시장에서 리타이어하는 와중에 차세대 모델을 투입한 것. 대형 세단 시장이 여전히 시장성이 있다는 판단하에 이뤄진 전략이었다. 그리고 한국 시장에는 하이브리드 시장이 급부상하는 걸 목격하고 이번엔 하이브리드 단독 모델로 재차 도전장을 던졌다.

새로운 아발론을 비롯한 최신 토요타 모델들은 절정에 달한 자신들의 금형 기술력을 자랑하기 위한 쇼케이스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양각과 음각이 난무하는 통에 언뜻 어수선해 보일 수 있는 구성을 본인들이 의도한 스포티한 형상으로 제대로 재현하고 있다. 그러면서 마치 칼을 서로 맞대고 있는 듯, 날카롭게 빚어진 외장 패널들이 단차 하나 없이 맞물려 있는 것도 경이롭다.

라디에이터 그릴 상단까지 면적을 넓힌 빅마우스 그릴 탓에 첫인상은 이보다 강렬할 수 없다. 얼굴을 수놓는 헤드램프와 범퍼 스타일링이 우악스러운 그릴과 통일된 코드로 빚어져 디자인 조화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여백이 많아 어색함이 그득했던 선대 아발론보다 완성도가 높다.

특히 더욱 낮고 길어진 차체로 한층 역동적으로 진화한 스탠스가 눈에 띄는데, 이는 저중심 설계를 기반으로 한 TNGA(Toyota New Global Acrchitecture) 신규 적용으로 발생된 이점들 중 하나다. 그리고 이 같은 신형 아키텍처의 장점들은 운전대를 잡고 도로를 나서는 순간부터 빛을 발한다.

5세대 아발론은 선대 모델보다 한층 끌어내린 무게중심 덕에 자연스레 드라이빙 포지션도 낮아져 주행 시 심리적 안정감을 전했다. 여기에 차체 선회와 균형감에 초점을 맞춰 매만진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은 운전대를 잡아 돌리는 순간에 제법 민첩하게 반응했고, 노면에서 전해지는 진동을 모조리 걸러내면서도 차체가 요동치는 법이 없었다. 초고속 영역으로 치닫는 와중에도 놀라울 만큼 안정된 몸놀림으로 그야말로 흠잡을 데 없는 달리기 실력을 뽐냈다.

3.5ℓ 가솔린 엔진 단일 모델이었던 선대 모델보다 단순 퍼포먼스 측면에서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만큼 다소 열세인 것이 사실이지만, 퍼포먼스와 효율성을 동시에 끌어올린 2.5ℓ 다이내믹 포스 엔진과 신형 하이브리드 파워 유닛의 조합은 어느 속도 영역에서든 답답함을 전하지 않았다. 쥐도 새도 모르게 엔진과 모터 사이의 동력 전환을 이뤄내는 솜씨와 도심에서도 리터당 12km를 넘어서는 연비도 토요타의 최대 장기다.

참신한 플로팅 센터스택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일신한 인테리어도 조금 더 대중적인 레이아웃으로 탈바꿈하여 사용성을 크게 높였다. 버튼들을 조금 더 크게 재단했으면 좋으련만, 심미성에 영향을 줄 것 같아 불만까지 이어지진 않는다. 주행 편의와 안전성에 큰 도움을 주는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도 상황에 따른 훌륭한 대응을 보여 만족스러웠다.

다만 2열 승객에 대한 배려는 조금 부족한 편. 추운 겨울이 다가오는 마당에 아발론은 시트를 덥힐 수도 없고, 2열 센터콘솔에는 컵홀더 외엔 별 기능이 없다. 더군다나 머리 공간은 여유가 그리 크지 않고 무릎 공간도 이전 모델보다 길어진 휠베이스를 감안하면 아주 감동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인 토요타 공간 패키징 실력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안전벨트 색을 인테리어 컬러와 통일시키는 센스는 빛났지만 플래그십답지 않게 스티어링 휠을 인조가죽으로 감싸거나, 통풍시트나 열선 스티어링, 메모리 시트와 같이 한국 소비자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아이템들을 빠뜨린 것도 두고두고 아쉬울 따름.

한편, 클린 디젤이 세운 공든 탑이 서서히 무너지자 소비자들이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는 카테고리 무게추가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토요타와 렉서스 브랜드 이미지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주도하고 있으며, 실제로 풀체인지 이전 렉서스 ES의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은 9할을 훌쩍 넘겼다. 따라서 한국 토요타가 순수 내연기관 제품을 배제하고 하이브리드 단일 제품으로 밀어붙인 건 결코 근거 없는 선택이 아니다. 게다가 가격도 이전 모델보다 저렴한 4660만원이란다. 대형 수입차에 눈독 들이던 소비자라면 혹할 만한 가격표다.

SUV의 호황으로 입지를 잃어갔던 대형 세단의 위기. 그 속에서 태어난 5세대 아발론은 그야말로 역작이었다. 다만 기왕에 한국을 다시 한번 노린 거, 편의 아이템까지 더 풍부하게 담았다면 완벽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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