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 재규어 F-타입 SVR & 메르세데스-AMG GT S

  • 기사입력 2017.11.11 11:00
  • 최종수정 2020.09.02 00:30
  • 기자명 모터매거진

MAKE SOME NOISE

쓸쓸한 감정을 중독되게 만드는 녀석 하나, 세상 혼자 사는 녀석 하나, 그리고 표현할 때 계산을 반복하는 녀석 하나.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PROLOGUE

스포츠카 시승 기사에 줄곧 나오는 단어가 ‘감성’이다. 어떤 차는 빠르지만 감성이 없다고 하고, 또 다른 차는 느리지만 감성이 있다고 한다. 대체 감성이란 무엇일까? 빠르게 달리고 정확하게 도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고급휘발유가 폭발할 때의 소리를 우린 즐긴다. 이것이 드라이빙 감성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배기사운드를 운운할 때 빠질 수 없는 건 바로 V8 엔진이다. 아주 평범한 직렬 4기통 엔진을 V형으로 맞대니 괴력을 분출하고 괴성을 낸다. 자동차 마니아들이 V8 유닛을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파워와 사운드 때문이다.

음악인의 아들로서 소리에 관한 기획을 하고 싶었다. 아니, 배기사운드가 좋은 차들을 모은 후 감상문을 쓰고 싶은 거였다. 당연하겠지만 V8 심장을 달고 있는 모델들을 수소문했다. 그리고 기왕이면 조건이 살짝 달랐으면 했다.

이를테면 자연흡기 엔진, 그리고 슈퍼차저 엔진, 그리고 터보차저 엔진처럼 구강구조가 다르게…. 준비는 완료됐다. 이탈리아에서 날아온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영국 출신이며 SVR 배지가 달린 재규어 F-타입, 마지막으로 독일의 메르세데스-AMG GT S가 참가자다. 유럽에서 노래 좀 한다는 이들이 한 곳에 모여 소리쳤다. 참고로 본지 기자 한 명이 데시벨 측정을 한 후 지금까지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DREAM ON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스포츠

2013년 4월 15일,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소중한 3명을 잃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다쳤다.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미국 하드록의 대장 에어로스미스(Aerosmith)가 그랜드 피아노와 일렉트릭 기타를 하나씩 가져왔다.

건반을 치는 스티븐 타일러(Steven Tyler)는 새끼를 잃은 늙은 사자의 모습이었고 조 페리(Joe Perry)의 기타는 울고 있었다. 사우스 캘리포니아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Dream on’을 불렀다. 수천 번 불렀을 이 노래에 스티븐 타일러는 가장 진지하게 임했다. 많은 악기가 필요하지 않았다. 록커는 슬픔을 표현하기 충분했다. 혼자 있고 싶어지는 소리다. 개인 이동수단을 타면서 이러한 감정이 전해진다.

이렇게 풍부할 줄 몰랐다. 단순하지만 존재감은 세상 크다.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내 귀가 순식간에 중독되어 버린 깔끔한 사운드다. 음량이 크지는 않지만 전달되는 음파의 거리는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스포츠가 최고다. 마세라티를 배기사운드 과목에서 전교 1등을 하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이 녀석이다.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 듣는 것이 아닌 3차원적이며 원시적인 울림이다. 단순히 8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했기 때문일까? 지금은 자연흡기 차가 귀하지만 터보차를 보기 힘든 시절 모든 차들의 배기사운드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마세라티만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마세라티 본사에는 이색 직책이 있다. 바로 사운드 디자인 엔지니어다. 이들은 듣기 좋은 배기사운드를 만드는 데 주력한다. 이와 함께 튜닝 전문가와 피아니스트, 작곡가를 자문위원으로 초빙해 저회전 영역에서부터 고회전 영역에 이르는 각 회전 영역마다 악보를 그려가며 배기사운드를 작곡한다.

이런 과정이 끝나면 금속덩어리의 폭발음이 예술로 승화되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없다. 타고난 성대에 노력을 더해 환상적인 가창력을 갖게 된 것이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으러 보닛을 열어 V8 4.7ℓ 엔진을 구경한다. 아무런 과급기 없이 최고출력 460마력, 최대토크 53.0kg·m의 힘을 생산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0초, 최고시속은 285km다. 스펙으로는 오늘 모인 3대 중 가장 심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나 ZF 6단 자동변속기의 시작점인 거대한 패들시프트를 튕기면 경쾌하게 전진한다. 엔진회전수와 가속력이 정비례한 자연흡기 엔진을 오랜만에 만나니 유치원에서 뽀뽀했던 수정이를 다시 만난 것 같다.

경부고속도로에 올려도 지치는 법은 없다.

고속으로 달려도 휠베이스가 3m에 육박해서인지 플래그십 세단처럼 차가 불안함은 없다. 잘 빚어 놓은 실루엣과 서스펜션의 공이다. 서스펜션은 적당히 단단한 선을 잘 지키고 있다. 요철의 충격은 잘 걸러주며 극적인 움직임에 잘 대처한다.

코너링 성향은 살짝 언더스티어를 일으켜 컨트롤하기 쉽다. 진입속도만 잘 조절하면 군더더기 없는 코너 라인을 아스팔트 위에 그릴 수 있다. 게다가 스티어링 기어비가 촘촘해 운전자 명령에 프런트 액슬이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흐뭇하다.

오픈톱 모델, 심지어 2인승 로드스터가 아닌 4인승 카브리올레 모델이지만 차체 강성에 아쉬움은 없다. 레이싱 트랙에서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주행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모르겠지만 공도에서는 충분히 짱짱한 느낌의 섀시다.

브레이크 퍼포먼스도 괜찮다. 타공 디스크 브레이크 로터는 멋있기도 하지만 고속에서 연거푸 강한 제동이 들어가도 지치지 않는 원동력이 된다. 캘리퍼에 마세라티의 레터링이 올라가니 유난히 잘 서는 것 같다. 브레이크 페달 크기가 라면 한 봉지 만해 무거운 답력이 부드러운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장점. 여하튼 공도에서 충분히 재밌게 탈 수 있는 성능이다.

열심히 달렸다. 이제 톱을 열고 여유롭게 달려본다. 천만다행으로 보스 오디오 시스템은 흐르는 공기 속으로 소리를 퍼트리지 않으며 운전자에게 정직하게 배달한다. 사운드는 올드 스쿨이다. 과거 홈시어터가 유행하던 시절 스피커 다섯 개와 우퍼 한 개를 매뉴얼 보고 방에 배치 후 머라이어 캐리 콘서트 DVD를 감상하는 느낌이다.

최신 스피커처럼 음역대를 세밀하게 구분해 해상도가 높진 않지만 베이스는 묵직하고 보컬이 읊는 가사는 또렷하다. 블루투스 연결이 되지 않는데 음악은 역시 CD로 들으라는 마세라티의 가르침이다. 어두운 하늘을 위에 두고 음악과 배기사운드의 하모니를 들으며 바람을 느끼니 이 직업을 갖기 참 잘 한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신호정지 중 버스정류장 광고판에 비친 그란카브리오의 옆태를 지켜보다 파란불로 바뀐 줄도 몰랐다. 우아한 자태는 피닌파리나의 작품이다.

출시된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테일램프를 제외하면 2017년에 출시되어도 좋을 외모다. 오픈톱 모델의 인테리어는 익스테리어다. 이탈리안 하이엔드 가죽브랜드 폴트로나 프라우(Poltrona Frau) 가죽을 내장재로 사용해 고귀함을 흘려보낸다.

삼지창의 진가를 알았다. 과거 압구정동 로데오에서 울려 퍼지던 소리를 지금 내가 내고 들으니 감격스러웠다. 마세라티 마지막 자연흡기 모델이기에 아쉬움을 표현해서 일까? 소리에 서글픔이 있다. 슬픈 영화를 계속 보고 싶다.

BACK IN BLACK

재규어 F-타입 SVR

AC/DC가 리버 플라테(River Plate)를 미치게 한 ‘Back in black’이 메리디안 스피커에 울려 퍼지고 스로틀 조절만으로 필 루드(Phill Rud)의 드럼에 맞춰 폭죽을 터트린다.

다시 가속 페달을 밟을 때 머플러 커터에서 뿜어지는 폭력적인 사운드는 청바지에 헌팅캡을 쓴 브라이언 존슨(Brian Johnson)이 토해내는 허스키 보이스와 하모니를 이룬다. 거기에 앵거스 영(Angus Young)의 기타 리프에 따라 방정맞게 스티어링 휠을 돌려도 원곡을 벗어나지 않는다.

당신이 기회가 된다면, 아니 정말 운이 좋아 재규어 F-타입 SVR을 탄다면 꼭 한 번 이 음악과 함께 하길 바란다.

수많은 차를 타봤지만 양산차 중 가장 타보고 싶었던 양산차가 바로 재규어 F-타입 SVR이다. 내 유투브 계정의 검색 기록 상단에는 ‘JAGUAR F-TYPE SVR EXHAUST’가 있다. 박력 터지는 사운드는 소니 XBA-A3 이어폰을 통해 소름끼치게 한다.

최근 다운사이징 트렌드로 터보 엔진이 확산됨에 따라 깔끔하고 시원한 배기사운드를 연출할 수 없기에 많은 브랜드들이 운전자를 흥분시키기 위해 백프레셔를 의도한다. 여태 들었던 백프레셔가 팝콘 튀기는 소리라면 SVR은 후라이팬 위에 5.56mm 총알을 올려놓고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면 나는 소리다.

스로틀이 열리고 타코미터 바늘을 오른편으로 옮겨 놓을 때는 할리데이비슨 사운드와 흡사하게 기관총을 쏜다. 그렇다고 엇박자 사운드는 아니다. 금속끼리 부딪히는 마찰음을 잘 표현했다. 이는 소재에 있다. SVR 배기시스템은 인코넬 재질로 만들어졌다.

F1 머신의 매니폴드에 사용되는 인코넬은 스테인리스와 티타늄보다 밀도는 높지만 강성이 높고 열에 강해 재료를 덜 쓸 수 있다. 파이프 두께를 얇게 할 수 있기에 가볍고 사운드가 더욱 시원하다. 진정한 UK 버전 머슬카다.

옆에 있는 AMG GT S 만큼은 아니지만 기다란 보닛 아래 SVR의 성대가 있다. 바로 V8 5.0ℓ 슈퍼차저 엔진이다. F-타입 R에서 가져온 엔진을 ECU 최적화를 통해 파워를 높였다. 최고출력 575마력, 최대토크 71.4kg·m의 힘을 ZF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에 전달한다.

로켓 스타트가 가능하기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7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최고시속은 322km로 음속 돌파할 기세다.

제원은 제원일 뿐, 실제 가속력이 어떠냐고? 정말 밟는 게 무서울 정도다. 이보다 센 언니들을 다뤄 본 적이 많지만 이 언니는 겁난다. 컴프레셔를 달았기에 엔진 리스폰스가 자연흡기 엔진에 버금가 가속 페달을 친절하게 대해줘야 한다.

워낙 배기량이 크기 때문에 저회전 영역에서도 힘이 넉넉하지만 진가는 고회전 영역에서 있다. 엔진 회전수가 높아지더라도 엔진이 벅차거나 신경질을 부리지 않는다. 엔진이 터질 것 같은 불안감을 주지 않으니 운전자는 더욱 타코미터 바늘을 괴롭힐 수 있다. 5000rpm 언저리에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차를 모조리 사냥할 수 있다.

고속안정감도 준수한 편이다. 서스펜션이 출력에 비해 그리 단단하지는 않지만 노면상태가 꽝인 우리나라 도로 여건에 딱 알맞다. 감쇠력 조절이 따로 되지는 않지만 롱스트로크 댐퍼와 스프링 레이트 궁합이 좋다. 승차감은 확보하면서 극적인 움직임에 자세를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로 지지하는 능력을 갖췄다.

왠지 모르게 직선주로에서만 강할 것 같지만 굽이진 길에서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보통의 스포츠카와 비교하기도 미안하지만 진입 속도의 차원이 다르다. 코너링 성향은 가속 페달의 전개에 따라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 그리고 뉴트럴스티어를 오갈 수 있다. 사륜구동 시스템이 있다고 맹신하면 안 된다. 재규어, 맹수다.

재규어가 SVR에 추구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주행안정화장치가 켜져 있더라도 어느 정도의 슬립은 허용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당황스럽지만 출력이 높고 공차중량이 무거워도 섀시 밸런스가 좋아 차를 다시 운전자가 자세 잡기가 어렵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사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지만 그 무엇보다 후륜구동 같다.

날뛰는 녀석이 채찍 한방에 곧잘 순종적이다. 브레이크 성능도 만족스럽다. 옵션으로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지만 노란색 캘리퍼 성애자가 아니라면 기본 스틸 브레이크 시스템도 아쉽지 않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의 위치에 재규어를 멈추게 만들 수 있으니까.

스티어링 휠과 시트가 어느새 촉촉해졌다. 재규어는 지치지 않았지만 난 무조건적인 휴식이 필요하다. 벤치에 앉아 가로등 아래 세상을 째려보고 있는 블랙 재규어를 본다. 고놈 참 느낌 있게 생겼다. 스터드가 82개 박힌 가죽 라이더 재킷을 걸친 록스타가 따로 없다.

노멀 F-타입 역시 흠잡을 데 없는 얼굴이지만 화장을 짙게 해 도발적이다. 가변식 리어스포일러는 다른 차에 붙어 있었으면 촌스러워 보였겠지만 SVR에는 잘 어울린다.

틴팅이 되지 않은 윈도를 통해 보이는 인테리어도 근사하다. 아빠가 벤틀리 타는 여자친구를 태우더라도 자신 있다. 운전자 중심으로 짜여 진 레이아웃은 안정감을 선사하고 보이고 손이 닿는 곳 모두를 가죽으로 덮어 고급스럽다.

각종 스위치가 유격 없이 조작감이 좋다. 버튼을 이리저리 만지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몸은 굳고 귀는 확장된다. 메리디안 사운드는 특히 베이스가 풍부하다. 상상 이상이라 이퀄라이징으로 중저음 영역을 높였다간 민원 신고가 들어 올 수 있다. 물론 배기사운드로 먼저 신고를 했겠지만(고요한 동네에서는 버튼으로 플랩을 닫자)…. 끝으로 시승 내내 터널이 있는 길을 스마트폰으로 검색, 또 검색한 것을 고백한다.

PARADISE CITY

메르세데스-AMG GT S

약 25년 전 전설이었던, 전설인 퀸(Queen)의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헌정 무대에 건즈 앤 로지스(Gun N’ Roses)가 올랐다. Sweet Child O’ Mine, November Rain 등 수많은 히트곡 중에서 이들은 Knocking On Heaven’s Door와 Paradise City를 연주했다.

이 공연을 본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AMG GT S를 타고나서 오랜만에 다시 봤다. 때론 분위기 있게, 때론 신나게 만들어버리는 건즈 앤 로지스의 무대장악력은 두 얼굴을 가진 AMG GT S와 조심스럽게 빗대어 본다. 보컬 액슬 로즈(Axl Rose)와 슬래시(Slash, Saul Hudson)의 존재감이 어마어마했지만 드러머 맷 소럼(Matt Sorum)의 파워도 장난 아니었다.

다음날 AMG GT S를 타고 촬영장을 향한다. 미처 듣지 못했던 건즈 앤 로지스 음악을 감상한다. 노래가 끝났음에도 여전히 트렁크에서 누가 드럼을 친다. 백프레셔 사운드가 이리 묵직할 수가 있나. 전성기 맷 소럼의 파워 드럼 같다. 이 박자에 맞춰 AMG GT로 공도를 폭격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 모인 차중 가장 최신식 엔진을 달았다. 다운사이징을 거쳐 8기통 엔진이지만 배기량은 4.0ℓ다. 거기에 터빈 두 발을 달았다. 최고출력 510마력, 최대토크 66.3kg·m의 힘은 7단 듀얼 클러치를 통해 뒷바퀴에 전달한다. 0→100km는 고작 3.8초, 최고시속은 310km다.

오른발로 가속 페달에 힘을 가하니 중저음 배기사운드가 도로 위에 울려 퍼진다. 소리의 구성이 좋다. 무조건 벙벙하게 울리는 것이 아니라 묵직함과 날카로움이 조화롭다. 울림통이 작기 때문에 고회전 영역으로 가면 신디 로퍼(Cyndi Lauper)처럼 신경질을 부리며 튀어나간다.

드라이빙 모드는 컴포트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그리고 레이스까지 총 네 가지가 있다. 괴수를 장롱에 가두는 것은 고문이다. 레이스 모드에 가져 놓고 가혹행위를 시작한다. 전자식 디퍼렌셜이 정신없이 양쪽 바퀴에 구동력을 배분하느라 엉덩이가 살랑살랑 거리는 게 느껴진다. 두렵지는 않다. 충분히 스피도미터의 바늘을 오른쪽 위치로 조정할 수 있다.

덧붙여 엔진회전수 역시 높게 사용하는 편이고 회전질감이 부드럽다. 엔진반응속도가 빨라 방심하면 퓨얼컷에 걸려있다. 5000rpm이상을 계속 유지하면서 달려도 지치지 않는다. 쿨링 시스템이 열관리를 참 잘해줘 서킷에서도 별다른 튜닝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윤활방식이 드라이섬프인 것만 보더라도 AMG GT S의 성격을 알 수 있다.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에 대한 불만이 전혀 없다. 변속 속도가 빠르고 드라이빙 모드에 따라 적당한 변속 충격을 줘 박진감을 준다. 또한 다운시프트에도 적극적이라 패들을 튕기는 맛이 있다.

코너링은 뉴트럴스티어다. 운전자가 뒷바퀴에 앉아 조향 명령을 내리기 때문에 오버스티어처럼 느낄 수도 있다. 코너를 진입하고 탈출하는 속도가 높다. 코너링 퍼포먼스가 수준급이며 핸들링 또한 민첩하다. 주행안정화장치의 개입은 세련되었다. 유난스럽지도 그렇다고 방치하지도 않으니까.

섀시가 강하고 무게 균형이 잘 잡혀있어 다루기가 쉽다. 숏스트로크 댐퍼와 강한 스프링 레이트의 조합, 그리고 트렁크에도 스트럿바를 넣어 좌우 롤링을 거의 허락하지 않는다.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 섀시는 가볍기도 하지만 워낙 튼튼해 대각선으로 뒤틀리는 느낌은 전혀 없다.

변속기를 리어 액슬 쪽에 배치하면서 무게배분이 47:53을 만들고 루프를 카본 파이버 소재를 사용해 무게 중심을 낮춘 것도 한 몫 한다.

브레이크 성능, 흠 잡을 데가 없다. 앞 402mm, 뒤 360mm 카본 세라믹 디스크 로터에 커다란 6피스톤 캘리퍼를 물렸다. 노즈다이브와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이 일어나지 않으며 각도가 큰 코너를 타면서 브레이킹이 들어가도 차체가 코너 안쪽으로 말리지 않는다.

강한 제동을 연거푸 걸더라도 페이드 현상은 없다. 패드에 열이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도 제동성능이 어느 정도 나와 주는 점도 마음에 든다. 브레이크 퍼포먼스는 무자비한 파워트레인의 멱살을 잡기에 충분하다.

달리기 실력만 있는 것은 아니다. AMG GT S는 마음 훈훈해지는 외모를 갖췄다. 비율을 논하지 않더라도 디테일이 살아있다. 전체적으로 클래식함을 살리고 디테일은 현대적으로 빚었다. 헤드램프 안에 수놓아진 LED로 눈빛이 영롱하다. 근육이 불끈거려 어느 차 옆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다.

슈퍼카는 아니다. 허나 슈퍼카 부럽지 않은 퍼포먼스에 캐디백 하나 정도 넣을 수 있는 트렁크까지 있다. 거기에 짧은 프런트 오버행으로 과속방지턱과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주저할 필요도 없다.

가장 큰 매력이라면 차 한 대로 여러 가지를 즐길 수 있다는 것. 콕핏에 있는 버튼만으로 에릭 클랩튼처럼 연주할 수도 슬래시처럼 연주할 수 있는 AMG GT S다. 듣기 좋은 배기사운드 뿐 아니라 부메스터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에 안팎으로 귀를 즐겁게 해주는 것도 경쟁력이다.

이퀄라이징으로 고음과 저음 영역을 살짝 올리니 액슬 로즈의 보컬은 한 옥타브 올라가고 슬래시의 기타 리프는 더욱 현란해지며 맷 소럼이 때리는 드럼의 직경은 더 커졌다. 메르세데스가 작정하고 만든 결과물은 정직하게 아름다웠다.

SPECIFICATION

MASERATI GRANCABRIO SPORT

길이×너비×높이 ​4880×1915×1380mm | 휠베이스 ​​​2942mm | 무게 1995kg | 엔진형식 ​​​8기통, 가솔린 | 배기량 ​​​4691cc

최고출력 ​​​460ps | 최대토크 53.0kg·m | 변속기 6단 자동 | 구동방식 RWD | 서스펜션 (모두)더블 위시본 | 타이어 ​​​(앞)245/35 R 20, (뒤)285/35 R 20

0→시속 100km ​​5.0초 | 최고속도 ​​​285km/h | 복합연비 6.1km/ℓ | CO₂ 배출량 278.0g/km​ | 가격 2억 4000만원

JAGUAR F-TYPE SVR

길이×너비×높이 ​4475×1925×1310mm | 휠베이스 2620mm | 무게 1880kg | 엔진형식 8기통 슈퍼차저, 가솔린 | 배기량 ​​​5000cc

최고출력 ​​​575ps | 최대토크 ​​​71.4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 서스펜션 (모두)더블 위시본 | 타이어 ​​​(앞)265/35 R 20, (뒤)305/30 R 20

0→시속 100km ​​3.7초 | 최고속도 ​​​​​​322km/h | 복합연비 7.5kmℓ | CO₂ 배출량 ​​230.0g/km​ | 가격 2억 1710만원

MERCEDES-AMG GT S

길이×너비×높이 4560×1940×1300mm | 휠베이스 ​​​2630mm | 무게 ​​​1665kg | 엔진형식 8기통 트윈터보, 가솔린 | 배기량 ​​​3982cc

최고출력 ​​​510ps | 최대토크 66.3kg·m |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 구동방식 RWD | 서스펜션 (모두)더블 위시본 | 타이어 ​​​(앞)265/35 R 19, (뒤)295/30 R 20

0→시속 100km ​​3.8초 | 최고속도 ​​​310km/h | 복합연비 ​​​7.3km/ℓ | CO₂ 배출량 240.0g/km​​ | 가격 ​​​2억 19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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