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시빅

  • 기사입력 2017.08.10 23:32
  • 최종수정 2020.09.01 20:51
  • 기자명 모터매거진

WELCOME BACK!

혼다 시빅이 10세대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한번 국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혼다에게는 글로벌 베스트셀링카로서 명성을 쌓아온 효자 모델이지만, 국내에서는 유독 판매가 부진했던 것이 사실.

섀시부터 엔진, 디자인까지 바꿀만한 것은 모조리 바꾼 신형 시빅이 이번에는 국내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글 | 박지웅

사진 | 주보균(시공간작업실)

혼다 시빅은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에 탄생한 장수 모델이다. 세대를 거듭하며 전 세계 2400만 판매대수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해치백의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폭스바겐 골프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작년에는 이런 유명인사가 국내에서는 찬밥 신세로 전락해 판매 중단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다.

미국 준중형 시장 1위라는 타이틀이 무색한 아이러니한 결과다. 국내 소비자에게 어퍼컷을 제대로 맞은 시빅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확 바뀌어 돌아왔다. 10세대 신형 시빅이 이번에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지 매력 포인트를 직접 찾아보고 싶어졌다.

날렵하게 다듬은 외모

지난번 혼다 CR-V 시승차는 레드 컬러였다. 이번 시승을 위해 준비한 시빅도 비슷한 색상을 입었다. 기자는 사실 튀는 색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울리는 차라면 얘기가 다르다. 강렬하고 무게감 있는 레드와인 색을 머금은 시빅과 마주하니 예쁘다는 생각이 첫 번째로 든다.

색이 이목구비를 도드라지게 하고 전체적으로 차 분위기를 살리는 듯해 만족스럽다. 컬러리스트를 영입한 혼다의 영특한 전략일지 모르겠지만, 어찌 됐거나 시승차를 이런 색으로 준비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얼굴의 전체적인 느낌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디테일을 보면 차이가 크다. 전작까지는 엠블럼 양옆으로 길게 쭉 뻗은 크롬이 그릴 안에서만 놀았다. 10세대에 와서는 크롬이 양옆 헤드라이트 상단까지 이어져 한껏 매서운 눈매를 만들었다.

범퍼 형상에도 약간 변화를 주었지만, 최근 출시한 차라고 믿기 어려운 안개등 디자인은 불만이다. 요즘 트렌드를 반영해 LED 램프로 바꿔 넣고 날카로운 헤드라이트와 어울리는 모양이면 좋겠다.

도어핸들 위를 지나는 캐릭터 라인은 일본도를 사용해 그어놓은 듯 간결하고 선명하다. 날렵한 얼굴과 어울리는 날카로운 캐릭터 라인을 가졌고, 웨이스트라인까지 과감하게 접어놓으니 제법 다부진 근육질처럼 보인다.

어울리지 않게 17인치 휠을 물린 이유는 정확하지 않다. 연비를 생각한 계산일 확률이 높다. 휠이 작아 보이기는 하지만, 인치업을 하지 않아도 휠 하우스가 많이 비어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뒤태에는 멀리서도 식별 가능할 법한 커다란 ‘C’자형 테일램프를 박았다. 보자마자 시선을 빼앗을 정도로 아이덴티티가 강하다. 앞으로 시빅 시그니처 테일램프로 자리 잡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워낙 해치백 버전이 유명해서 그런 걸까.

다른 세단과 다르게 시빅 세단 루프 라인은 해치백의 그것처럼 뒤로 길게 늘어져 있다. 이 때문에 트렁크 리드 라인도 최대한 짧게 가져갔다.

변화의 바람은 실내에도 크게 불었다. 센터페시아의 버튼은 최대한 삭제해 웬만한 기능은 7인치 터치 디스플레이와 스티어링 휠에서 조작하게 했다. 개인적으로 버튼을 사용할 때 눌러지는 감도나 직관성이 좋은데 최근 여러 브랜드가 버튼들을 대신해 커다란 터치 디스플레이를 실내에 설치한다.

디자인적 측면에서 깔끔한 맛은 있지만 사용 편의성 테스트를 거쳤는지 의문이다. 일일이 찾아 들어가 기능을 쓰는 번거로움을 덜고 싶다.

9세대 모델보다 20mm 낮아진 차고 때문일까. 시트 포지션은 세단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낮다. 실내 어느 곳 하나 다이내믹한 감성은 주지 못하지만, 시트 포지션만 놓고 봤을 때 영락없는 스포츠카다. 8방향 파워 전동 시트로 몸을 끝까지 내려 보면 그 느낌은 더 선명하다.

뒷자리도 넉넉한 레그룸과 헤드룸을 제공한다. 중형 세단의 대표주자 현대자동차 쏘나타와 견주어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넓다.

트렁크 용량도 웬만한 중형 세단 급이다. 517ℓ나 되는 트렁크 공간은 2열 시트를 6:4로 접으면 골프가방 같은 대형 적재물도 문제없다. 10세대 성공을 위해 야심 차게 넣었을 옵션도 눈길을 끈다.

운전자가 키를 가지고 차를 벗어나면 자동으로 차 문을 걸어 잠그는 워크어웨이 도어 록 기능은 고급 세단의 느낌을 주기 충분하다.

여전히 있었으면 하는 옵션의 부재가 아쉽지만, 언덕길 밀림 방지(HSA: Hill Start Assist)와 멀티 앵글 후방 카메라같이 안전에 신경 쓴 노력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이밖에도 차급을 넘어서는 옵션이 많다.

흠 잡을 데 없는 일본도처럼

신형 시빅은 겉모습만 바뀐 것이 아니다. ‘에이스(ACE: Advanced Compatibility Engineering) 보디’라고 불리는 신규 플랫폼을 적용해 뼈대부터 다르다. 전작인 9세대 대비 초고장력 강판을 13% 더 썼다.

고장력 강판도 섀시의 59%를 차지할 정도로 아낌없이 넣어 동급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내구성 모두를 챙겼다. 안전성이란 긍정적 브랜드 이미지를 가진 볼보처럼 소비자는 안전성이 높다는 점에 매우 호의적일 것이다. 거기에 잔 고장 없는 내구성까지 갖췄다? 더 말이 필요 없다.

차는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기대된다. 시동 버튼으로 엔진을 깨운다. 직렬 4기통 2.0ℓ 가솔린 엔진과 CVT 무단 변속기의 궁합은 최고출력 160마력, 최대토크 19.1kg.m라는 다소 실망스러운 수치를 보인다.

실망하긴 이르다. 엔진회전수를 크게 가져가지 않아도 대부분의 출력과 토크를 뿜어내도록 만져놨기 때문에 실용구간에서 시빅은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이때 연비는 14.3km/ℓ. 실 주행영역에서 신나게 타고도 기름을 얼마 태우지 않는다?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이만한 장점이 또 있을까 싶다.

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밀어 넣어본다. 세월아 네월아 속도를 높여갈 뿐 급가속은 없다. 고회전은 의미 없다는 얘기다. 앞서 말한 것처럼 힘이 나오는 영역이 저회전 구간이다. 저회전에서 충분한 힘을 갖고 유유자적 부드럽게 주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주행 질감이 튀지 않고 무던한 것이 운전하는 동안 저절로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단, 스포츠 주행을 이따금 즐기는 이에게는 조금 답답할 수 있다. CVT 무단 변속기와의 조합이 선택한 것은 부드러운 승차감과 효율이지 역동성 아니다.

10세대 신형 시빅은 신경 써서 내놓은 티가 팍팍 난다. ‘기술의 혼다’까지 언급하며 거창하게 표현하고 싶진 않지만, 기자에게 분명한 호감으로 자리 잡았다. 굳이 들어간 옵션을 일일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평소 스포츠 주행을 선호하는 기자에게 부드러운 주행 질감으로 충분히 매력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문제는 가격. 3000만원 초반이면 수입차 키를 거머쥘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사실 비슷한 가격대에서 국내 실정에 더 알맞게 제작한 상위 세단 쏘나타를 후보군에 올릴 수 있다. 무엇이 나은지는 소비자가 대답할 차례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650×1800×1415mm | 휠베이스 2700mm | 무게 1300kg | 엔진형식 4기통, 가솔린

배기량 1996cc | 최고출력 160ps | 최대토크 19.1kg·m | 변속기 CVT(무단 자동 변속기) | 구동방식 FWD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 타이어 215/50 R 17 | 0→시속 100km - | 최고속도 -

복합연비 14.3km/ℓ | CO₂ 배출량 118g/km | 가격 306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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