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 / 볼보 XC90 T8 / 쉐보레 볼트 EV

  • 기사입력 2017.08.10 23:12
  • 최종수정 2020.09.01 20:49
  • 기자명 모터매거진

THE PATH TO ELECTRIC CAR

내연기관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리가 들렸다. 한편,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거치면서 순수 전기차로 오기까지 전기가 미래 자동차 산업 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했다. 기자는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기 위해 각 구동방식 대표 차종 3대를 소환했다.

글 | 박지웅

사진 | 주보균(시공간작업실)

전기는 본래 내연기관의 화석에너지보다 먼저 동력원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당시 관련 기술이 미미하여 줄곧 빛을 못 보다가 기술 발전을 어느 정도 이룬 2000년대에 들어 전기는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등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동력원으로서 전기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고, 직접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와 순수 전기차는 마침내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대 개막을 알렸다.

유럽으로부터 시작한 예민한 환경 이슈는 전기차로 가는 길을 더 부추겼다. 인체에 해로운 미세먼지와 공해 이슈가 주목받으면서 내연기관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는 내연기관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판매 금지하겠다고 밝혔고, 이런 움직임은 엄청난 자동차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과 인도에서도 발견돼 자동차 회사들을 긴장시켰다.

각국 정부가 직접 내연기관 죽이기에 나섰기 때문에 앞으로 머지않아 경유나 휘발유를 쓰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기차를 미래 먹거리로 생각한 완성차업체들의 해당 분야 투자도 과감하게 이루어졌다. 앞 다투어 PHEV 모델과 전기차 모델을 잇달아 출시하는 등 전기차는 약진을 거듭하며 기존 자동차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해가는 모양새다. 볼보도 2019년 이후로 전기차만 만들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덩달아 하이브리드 시장도 호황이다. 금방 전기차가 내연기관을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것 같으나 인프라 구축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재해 있어 예상보다 시간이 걸린다. 하이브리드 차가 그 틈을 채워줄 대안이 될 것이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연간 3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인다. 우리는 하이브리드 차가 됐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됐든, 전기차가 됐든 언젠가는 전기를 동력으로 삼는 애마를 사게 될지 모른다. 기자는 오늘날 대세가 된 이들 전기 자동차가 어느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 궁금했다.

시승을 위해 각 분야 대표 차종 3대를 모았다. 하이브리드에선 날렵한 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선 듬직한 볼보 XC90 T8, 그리고 순수 전기차는 귀여운 쉐보레 볼트 EV로 골랐다.

STAGE 1. 엔진+전기모터

하이브리드 엔진은 저속 구간에서는 전기를 쓰고 고속 구간으로 접어들수록 더 많은 힘이 필요해 내연기관을 깨워 기름을 태우는 기본적인 원리를 가진다. 온전히 기름만 태워가며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자동차라고 하면 으레 뛰어난 연비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이 말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에 올랐다. 시동 버튼을 눌러도 엔진은 일어나지 않고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으면 노면을 미끄러지듯 박차고 나선다. 영락없는 하이브리드 차다. 기본적인 원리를 가진 것은 알겠다. 그럼 과연 연비도 좋을까?

우선 공인 연비가 12.0km/ℓ다. 일반 가솔린 자동차와 비슷한 수준의 연비다. 뛰어난 연료효율을 기대했다면 미안하지만, 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는 연비보단 달리기 성능에 특화된 차다. Q50이란 이름 뒤에 ‘S’자까지 붙어 범상치 않았다.

실제로 기름을 태울 땐 제대로 태워 넘치는 힘을 가진다.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힘이 V6 3.5ℓ 엔진에서 나온다. 여기에 고출력 전기모터까지 더해진다. 이쯤 되면 300마력대 차가 가진 12.0km/ℓ라는 연비가 동급 최고였다는 재미있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만든 합산 최고출력은 364마력, 최대토크가 56kg·m. 강력한 힘이 어떤 느낌을 줄지 궁금해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본다. 제원상에 표시된 것처럼 시속 100km까지 5.1초에 주파하진 못했겠지만, 순식간에 속도계가 시속 200km를 가리킬 만큼 지치지 않는 가속 성능을 발휘한다.

다이렉트 어댑티브 스티어링(Direct Adaptive Steering)이 세계 최초로 달린 탓인지 조향 능력도 으뜸이다. 운전자가 원하는 곳으로 즉각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고속 안정성도 뛰어나다. 공기저항계수(cd) 0.26은 우연히 달성한 것이 아니다.

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는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성능을 가졌어도 패밀리카라는 타이틀을 안겨주고 싶다. 전장이 긴 편은 아니지만, 휠베이스가 넓어 뒷자리가 충분한 레그룸을 확보했다. 인체공학적 디자인이 스며든 좌석도 편안한 착좌감을 느끼게 해준다.

화려한 옵션은 차 무게를 올리는 주범이지만, 실망하게 하는 법이 없다. 그중 보스 사운드 시스템은 스포츠 주행을 하지 않을 때 귀가 즐거운 주행 감성을 선물할 것이다.

연료효율만을 생각한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자동차의 성격에 따라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가지는 성격도 완전히 달라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이 형성 중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원리와 차이는 있지만, 최고의 모터스포츠, F1에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쓰인다. 전기차로 가는 과도기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전기차로 가기 전 가장 성행할 자동차 시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STAGE 2. 엔진+전기모터+충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비슷하지만 확실한 차이 하나가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전기모터가 내연기관을 보조하는 개념이었다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가 주를 이루는 자동차다.

하이브리드 형태라 주유도 가능하지만, 전기 충전을 해 전기만을 사용해 운행할 수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전기차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가도 이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볼보는 2019년부터 전기차만 만들겠다고 밝혔다. 실제 이루어질지 지켜봐야겠지만, 이미 라인업에 순수 전기차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적지 않다. 시승차로 준비한 볼보 XC90 역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뜻하는 ‘T8’ 배지를 달았다.

노멀 XC90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이 딱 봐서는 전기하고는 무관해 보인다. 프런트 펜더에 보이는 전기 충전용 덮개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임을 뜻하는 첫 번째 단서를 줄 뿐이다.

XC90 T8은 겉모습보다는 내실에서 PHEV 티를 팍팍 내고 있다. 드라이브 모드부터 남다르다. 우선 엔진과 전기 구동방식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모드를 기본적으로 지원한다.

이때 따로 충전하고 해당 모드를 사용하면 연비가 14.5km/ℓ까지 올라가지만 그렇지 않고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처럼 사용하면 연비가 10.7km/ℓ로 뚝 떨어진다. 순수 전기차 모드인 ‘퓨어 모드’도 있다. 1회 전기 충전으로도 21km를 주행할 수 있어 가까운 거리는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다녀올 수 있다.

주행을 위해 실내로 들어간다. 시동을 걸고 스웨덴의 명품 유리 회사인 오레포스(Orrefors)가 제작했다는 크리스털 기어 레버를 몸쪽으로 당겨 ‘D’에 위치시킨 후 출발했다. ‘트윈엔진’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사륜구동 방식이지만 이질감은 없다.

트윈엔진 기술은 내연기관이 앞바퀴를, 전기모터가 뒷바퀴를 굴린다. XC90 T8은 슈퍼차저와 터보차저 모두 적용한 4기통 2.0ℓ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해 시스템 최고출력 400마력의 힘을 낸다. 2톤이 넘는 거구도 거뜬히 민첩하게 다룰 강력한 힘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일반 하이브리드보다 정말 나은 매력적인 모델일까?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터리 용량이 컸으면 모르지만, 1회 충전으로 21km 운전할 수 있다는 말은 사실 매일 부지런히 충전기를 물려야 다음날도 순수 전기차 모드를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충전 에너지를 결국 내연기관과 함께 써야 빛을 발하는 것이라면 일반 하이브리드보다 연비가 조금 더 나은 것뿐이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STAGE 3. 전기모터+충전

골프장 카트로 전락할 뻔한 전기차가 첨단기술의 수혜를 받고 내연기관을 위협하는 존재로 주목받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기술의 혁신을 이룬 배터리는 순수 전기차 1세대보다 용량이 배 이상은 한다. 지금의 배터리보다 나은 제품을 탑재한 전기차가 시간을 달리해가며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쉐보레 볼트 EV다. 1회 충전으로 383km 이상 주행 가능한 이 무공해 친환경 차는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짧다는 편견을 종식시켰다.

보통 시동 버튼을 누르면 내연기관이 흡기, 폭발, 배기 등의 행정을 시작하는 소음이 발생하는데 전기차는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시동이라는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볼트에 전원이 들어오면 가속 페달을 밟아 바로 출발하면 된다.

작은 차체가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6.7kg·m의 힘까지 뿜어내 웬만한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짜릿한 가속 능력까지 갖췄다. 기자가 가속 페달을 끝까지 한 번에 밟았을 때는 휠 스핀까지 일었다. 전기차 특유의 죽지 않는 토크는 안전제한속도 시속 154km까지 쉬지 않고 이어진다.

거친 주행으로 차선을 변경해도 경쾌한 움직임을 줄 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잘 달렸으면 잘 멈출 차례. 볼트 EV는 스티어링 휠 후면에 패들 스위치로 회생 에너지를 제어할 수 있다.

게다가 원페달 드라이빙(One-pedal Driving)이라고 불리는 신개념 회생 제동 시스템을 채택하여 브레이크 페달을 따로 밟지 않아도 가속 페달만으로 가감속은 물론 정차까지 할 수 있다. 잠깐만 사용해 보면 금방 전기차의 또 다른 묘미에 익숙해질 것이다.

볼트 EV 바닥에는 LG전자가 리튬-이온 배터리 288개를 깔아 무게중심을 낮췄다. 충전 방식은 ‘DC콤보’로 통일했다. 급속충전과 완속충전 모두 지원한다. 완전히 충전하는데 9시간 45분 소요되는 완속충전 방법은 인내심이 적은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긴 시간일 것이다.

다행히 가정용 220V 충전도 지원한다. 시선을 끄는 안전사양도 있다. 급제동 시 브레이크 답력을 향상시켜주는 브레이크 어시스트(Brake Assist)가 기본 탑재됐다. HSA(Hill Start Assist) 기능도 있어 언덕에서 뒤로 밀릴 걱정은 없다.

시기를 단언하긴 어렵지만, 머지않아 전기차의 시대는 온다. 그때가 오면 충전소 인프라도 전국으로 더욱 확대되어 전전긍긍하며 전기차를 몰일도 없을 것이다. 기자가 몰아본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는 머지않은 미래에 마주하게 될 차세대 전기차의 미리보기 정도였을까.

주행가능거리며 주행 성능이며 내연기관 자동차에 익숙해 낯선 느낌은 많아도 부족한 점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정부 정책과 시너지를 발휘해서 하루빨리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오기를 바라본다.

SPECIFICATION

INFINITI Q50S HYBRID

길이×너비×높이 4800×1820×1440mm | 휠베이스 2850mm | 무게 1810kg | 엔진형식 6기통, 가솔린

배기량 3498cc | 최고출력 364ps(엔진+모터) | 최대토크 56.0kg·m(엔진+모터) | 변속기 7단 자동변속기

구동방식 RWD | 서스펜션 더블위시본 (전) / 멀티링크 (후) | 타이어 245/40 R 19 | 복합연비 12.0km/ℓ

CO₂ 배출량 142g/km | 가격 4680만원~

VOLVO XC90 T8

길이×너비×높이 4950×2010×1775mm | 휠베이스 2984mm | 무게 2355kg | 배기량 1969cc

엔진형식 직렬 4기통 터보 가솔린 및 전기모터 | 최고출력 400ps(엔진+모터) | 변속기 8단 자동변속기

최대토크 40.8kg·m(엔진)/24.5kg·m(모터) | 구동방식 AWD | 서스펜션 더블위시본 (전) / 멀티링크 (후)

타이어 275/45 R 20 | 복합연비 14.5km/ℓ | CO₂ 배출량 64g/km | 가격 1억 1020만원~

CHEVROLET BOLT EV

길이×너비×높이 4165×1765×1610mm | 휠베이스 2600mm | 무게 1620kg | 엔진형식 전기모터

최고출력 204ps | 최대토크 36.7kg·m | 배터리 종류 리튬-이온 | 배터리 용량 60kWh

1회 충전 가능거리 383km(복합)/411km(도심)/349(고속)

에너지 효율 5.5km/kWh(복합)/6.0km/kWh(도심)/5.1km/kWh(고속) | 구동방식 FWD

타이어 215/50 R 17 | CO₂ 배출량 0g/km | 가격 4779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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