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AMG 라인업

  • 기사입력 2017.07.10 20:35
  • 최종수정 2020.09.01 20:23
  • 기자명 모터매거진

HULKBUSTERS

지금으로부터 딱 40년 전인 1967년,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시트(Hans-Werner Aufrecht)와 에버하르트 멜셔(Eberhard Melcher)는 메르세데스-벤츠를 위한 고성능 엔진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그로스아스파흐(Grossaspach)에 회사를 차린다.

두 창업자의 이름과 지명의 이니셜을 따 AMG라 불렀다. 가장 성공적인 고성능 디비전이다. 보통 AMG라 하면 우아한 메르세데스 세단 보디에 8기통을 때려 넣고 뒷 타이어를 태우는 장면이 떠오른다. AMG의 현주소는?

4기통의 해치백, 그리고 6기통의 SUV, 그리고 슈퍼카를 긴장케 하는 8기통 스포츠카 등으로 스펙트럼이 넓다. 지금의 AMG는 당신이 기억하는 AMG가 아닐 수도 있다.

기획 | 안진욱

사진 | 주보균(시공간작업실)

메르세데스-AMG A45

Mer, Mer, Mercedes

글 | 손권율

메르세데스-벤츠의 마법에 걸려 프리미엄 해치백이 된 A클래스. 이번엔 메르세데스-AMG 호적으로 입적했다. AMG의 손길로 달리기 실력은 빨라지고 덤으로 잘생긴 얼굴도 받았다.

‘A45’라는 작명법으로 AMG 라인업의 막내로 새 인생을 시작한다. 무지막지한 소형차가 되어버린 메르세데스-AMG의 A45를 만난다.

A클래스가 아니다

Fly to the sky

전면부의 짧아진 오버행은 단단한 분위기를 내 해치백 특유의 멋을 살렸다. 프런트 그릴을 이어주는 2개의 무광 실버 라인은 삼각별과 AMG 마크를 동시에 품어 맹렬한 인상을 연출한다.

시커먼 아이라인의 헤드램프는 메르세데스가 만든 만큼 우아함과 스포티함을 동시에 품었다. 범퍼 하단부에 안개등 대신 자리한 에어 덕트는 A45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측면부는 전반적으로 날렵한 모습이다. 날카롭게 튀어나온 사이드 스커트는 공기를 베어버리며 다운포스를 향상시킨다. 기존 19인치 휠은 스포크 개수를 세기도 힘들었지만, 18인치로 작아져 소형차에 더욱 어울리는 신발이 됐다. 4도어는 조그만 차체지만 균형 잡힌 몸매에 잘 어우러져 어색하지 않다.

외관의 하이라이트는 후면부다. 해치 위 리어 스포일러는 태풍이 불어 닥쳐도 A45를 바닥에 눌러버릴 심산이다. 하늘 향해 붕 뜬 모습이 역동적이다. 입체적인 LED 테일 램프는 AMG 레터링과 조화로 A45의 정체성을 잘 살린다.

AMG 보디 키트로 볼륨감이 생긴 범퍼에는 브레이크 덕트와 디퓨저가 조화를 이뤄 스프린터 이미지를 굳힌다. AMG 각인을 새긴 사각형 트윈 듀얼 머플러도 빈틈없이 뒷모습의 균형을 잡는다.

역시 삼각별이 달린 인테리어는 동급 최고로 고급스럽다. 실내 곳곳에 박힌 레드 스티치는 프리미엄을 표현한다. 원형 송풍구와 벨트에 레드 포인트를 가미해 레이싱 DNA도 자극했다. 두툼한 바텀 플랫 스티어링 휠은 그립을 보장하며 자극된 레이싱 감성에 쐐기를 박는다.

특히 메르세데스의 고집, 칼럼식 기어노브는 AMG가 센터패널로 내렸다. 알칸타라를 등받이에 두른 버킷 시트는 쿠션이 안락해 시트에 안기는 느낌이 든다. 뒷좌석은 1열의 배려를 받으면 성인 남자 2명이 앉을 수 있다.

4기통 괴물이 탄생했다

반갑다, Nico Kruger. 다음에도 만나면 운명이다

A45의 보디는 메르세데스의 모듈화 전륜 플랫폼, MFA를 기반으로 만든다. 할덱스(Haldex)의 전륜 기반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서다. 4MAITC은 기존 할덱스와 비교해 4개의 드라이브 샤프트를 통해 구동력을 분배하는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단단한 차체를 바탕으로 영민한 구동력 배분 덕분에 코너 구간 가속 시 발생하는 언더스티어는 현저히 감소했고, 금세 뉴트럴스티어로 돌아가 쉽게 탈출할 수 있다.

AMG는 A45의 심장으로 메르세데스의 4기통 2.0ℓ 엔진, 코드명 M270을 선택해 개량했다. 고출력의 높은 압력에 버티는 강력한 내구성이 목표였다. 이에 엔진 구조부터 부품까지 전부 뜯어고쳤다. 알루미늄으로 말이다.

먼저 엔진 블록부터 다이캐스팅이 아닌 샌드캐스팅으로 제작했다. 여기에 단조로 만든 피스톤과 커넥팅로드, 그리고 크랭크 케이스를 조립해 단단해진다. 실린더 벽에 나노 슬라이딩 코팅을 해 표면도 매끄럽게 처리했다.

마찰력이 줄어 실린더 강도는 향상됐다. 마지막으로 보그-워너(Borg-Warner)가 만든 고압 트윈스크롤 터빈을 장착한다. 이로써 1인 1엔진, M133이 탄생했다.

하드웨어 세팅이 끝났으니, 이제 소프트웨어 차례다. M133 엔진의 압축비는 8.1:1, 최대압력 은 140bar 그리고 부스트는 최대 1.8bar로 설정했다. 메르세데스-AMG의 해치백은 최고출력 381마력과 최대토크 48.4kg·m의 괴력을 가졌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단 4.2초. 이제 삼각별이 독자 개발한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와의 호흡만 기대하면 된다.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시동을 건다. 먼저 AMG가 조율한 우렁찬 배기음이 들린다. 냉간 시 들리는 소리는 4기통의 것이라고 상상도 할 수 없다. 흡사 6기통 엔진 이상이라고 착각할 정도다. 곧바로 가속페달에 발을 올려 무게를 실었다.

동그라미 세상

A45는 회전수 2000~3000rpm을 상회하며 파워풀한 출력을 뿜기 시작한다. 터보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매끄럽게 속도를 높이는 자연흡기의 냄새가 난다.

속도계 바늘은 점점 시계 방향으로 돌며 12시 방향을 지난다. 차체 밑에서 AMG의 7단 듀얼 클러치는 야무지게 기어 단수를 맞추며 속도를 금세 시속 200km까지 뻗는데 일조한다. 높아진 속도에 가·감속을 반복하며 현재 5단 상태인 기어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6단으로 시프트업해 속도를 높이면, 매력적인 백프레셔 소리와 함께 변속기는 눈 깜짝할 사이 기어톱니를 찾아 문다. 시프트다운도 마찬가지다. 단수를 두루 거치며 속도에 맞는 자리에 안착한다.

액셀러레이터를 더욱 밟았다. 해치에 달린 멋스러운 리어 스포일러가 디퓨저와 함께 난류를 가르며 좌·우 롤을 완벽히 억제한다.

차체 중량은 1600kg나 되지만, 전·후륜 서스펜션으로 맥퍼슨과 트레일링 암 방식을 달고 태어난 스프린터이기에 움직임은 민첩했다. 또한 전·후륜 4-피스톤과 1-피스톤 브레이크 시스템은 제동 시 짧은 거리만 요구한다.

해치백 무덤 국내 시장에서 흥행하는 A45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이다. 메르세데스-AMG 라인업 중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1인 1엔진을 누릴 수 있다. 비록 4기통 엔진은 아쉽지만, 6000만원에 381마력의 힘이라면 솔깃한 제안이다.

특히 리터당 200마력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힘은 AMG의 첨단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메르세데스-AMG의 A45 4MATIC은 해치백 본연의 실용성과 메르세데스의 고급스러움도 겸비한 팔방미인 스포츠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350×1170×1435mm | 휠베이스 2700mm | 무게 1600kg

엔진형식 4기통 터보, 가솔린 | 배기량 1991cc | 최고출력 381ps

최대토크 48.4kg·m |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 구동방식 AWD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 (전) / 트레일링 암 (후) | 타이어 (모두)235/40 R 18

0→100km/h 4.2초 | 최고속도 250km/h (LIMIT) | 복합연비 9.5km/ℓ

CO₂배출량 138g/km | 가격 6040만원

메르세데스-AMG GLC43

BEYOND EXPECTATION

글 | 박지웅

산도 아닌데 도로 위에 SUV가 반이다.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는 SUV 대세론을 증명하듯 너도나도 달달 거리는 디젤 SUV를 끌고 거리로 나왔다. SUV가 트렌드인 것은 알겠다. 허나 연료효율 카테고리와는 거리가 먼 가솔린 SUV도 국내 소비자한테 통할까?

노멀 가솔린 모델 말고 트윈터보를 올려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다른 녀석 말이다. 대형 SUV나 스포츠카 부러워할 필요 없다. AMG가 손봐 SUV답지 않은 영민한 움직임까지 보여준다. AMG가 인정한 미드사이즈 SUV의 주인공, 메르세데스-AMG GLC43 얘기다.

돈값 하는 AMG다운 성형이다

레드 스티치된 가죽이 실내 전체를 덮었다

어쩌면 메르세데스 외모는 가만히 있을 때 더 빛을 발한다. 달릴 때는 보지 못하는 디테일이 차가 서 있을 때 하나하나 눈에 들어와 자동 감상 모드에 빠진다. 그릴도 품격의 메르세데스답다. 귀한 다이아몬드를 가루 내 흩뿌려놓은 듯 화려하다.

S클래스에서 처음 보였던 메르세데스의 시그니처 ‘ㄱ’자 헤드라이트가 GLC43에서도 보인다. 조금이라도 빛이 없으면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오너의 밤길을 밝혀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듬직하다.

휠하우스에 틈을 허락하지 않는 21인치 휠 때문인지 전고가 낮아 보인다. 이 때문에 옆태는 SUV 시장과 세단 시장 사이 틈새에서 덕을 보고 있는 크로스오버 장르를 연상케 한다. 형 GLE63처럼 펜더 밖으로 한층 튀어나온 휠아치는 제법 우람한 자태를 뽐내려고 신경 쓴 흔적이다.

기교를 최대한 자제한 도어 캐릭터 라인 두 줄은 AMG 배지를 단 차라고 생각하면 못내 아쉽지만, 품격을 중요시하는 메르세데스의 결정이라고 하면 왠지 수긍이 간다.

사람이나 자동차나 엉덩이가 못생기면 다른 곳 다 예뻐도 백해무익이다. GLC43은 다행히 AMG 보디 키트를 두르고 있어 노멀 GLC클래스가 가진 못난이 엉덩이를 잘 커버한다. 거기에 머플러를 트윈 파이프로 바꿔 스포츠 성향을 살렸다.

양쪽 테일 파이프 바로 위 리어 범퍼에는 하이글로시 크롬 바를 덧대 9000만원 몸값이 이해가도록 멋스럽게 꾸몄다. 튼실한 휠아치와 뒷바퀴에 285mm 신발을 신겨놔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안쪽으로 몰려 보이는 테일램프가 애써 살려놓은 스포티한 AMG 느낌을 모두 죽일 뻔했다.

실내가 궁금해 문을 열면 군데군데 레드 색상을 입은 포인트가 차의 성격을 확인시켜준다. 마음에 든다. 특히 빨강으로 물든 디지뇨 시트 벨트말이다.

레드 스티치한 스포츠 버킷 시트에 허리를 제대로 고정시키고 AMG 트레이드마크 격인 바텀-플랫 스티어링 휠을 두 손으로 잡으면 시속 280km까지 표시된 속도계를 몽땅 채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심지어 레이스 체커기 무늬로 장식한 계기판이 곧 있을 스포츠 주행을 응원하는 듯하다.

SUV와 진짜 힘이 만났다

AMG 맞아? 이름 어딨어

엔진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명기 M276 엔진을 개량해 올렸다. 엔진 코드명은 전체적으로 M276과 같은 엔진이어서 뒤에 DELA 30만 붙는다. M276은 메르세데스-벤츠 최상위 가솔린 라인업에만 올라갔던 고급 자연흡기 엔진으로 유명하다.

구형 V6 유닛인 M272가 90도 뱅크각을 사용했던 것에 반해 밸런스 샤프트를 없애고 경사를 60도까지 수정한 것이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엔진의 구조적 복잡성을 줄이고 경량화까지 실현했다.

메르세데스의 자랑 나노슬라이드 코팅기술도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실린더 벽에 실린더 라이너를 삽입해 마모와 마찰을 줄이지만 이 기술은 실린더 벽을 아예 분사식으로 금속코팅을 해버린다. 쉽게 상상하기 힘들지만, 쇠끼리 부드럽게 마찰하도록 돕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코팅 두께는 겨우 0.1mm이고 마모와 마찰은 50% 정도 줄여 엔진이 쉽게 지치지 않는다. 이 매력적인 기술을 메르세데스는 10년 전에 특허 내 지금까지 사용 중이다.

개량된 M276 DELA 30이 가지는 가장 큰 차이점은 배기량과 과급기다. 우선 유럽 배기가스 규제 유로6를 충족하기 위해 배기량을 3.0ℓ까지 덜어냈다. 이 때문에 피스톤 단면적이 88.0mm로 줄어들어 출력저하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부족한 힘은 터보차저 2개가 넘치게 보완했다. 부스트압은 1.8바, 압축비는 10.7:1로 세팅했다. 오히려 더 강력해진 엔진은 최고출력 367마력, 최대토크 53.0kg.m의 힘을 뿜어낸다.

당장 GLC43의 배기음이 듣고 싶어졌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기다렸다는 듯 AMG 라인업 막내 엔진 M276 DELA 30이 6행정을 시작한다. 창문을 열고 들어본 냉간 시동음은 생각보다 우렁차다. 엔진 회전수가 안정되자 짧아진 스트로크 길이 때문인지 진동과 소음이 거의 없다.

너무 정숙해 배기음을 키우고 싶어도 배기 버튼은 없다. A45도 AMG 머플러가 그려진 앙증맞은 배기 버튼이 있어서 까랑까랑한 배기음을 들을 수 있었다. 더 비싼 GLC43이 같은 AMG 배지를 달고도 멋진 사운드를 들을 수 없다는 게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가속 페달을 힘차게 밟아본다. 단단하게 세팅된 서스펜션은 노즈 업 현상을 허락하지 않는다. 볼륨을 최대로 낮춰놓은 듯 시원하진 않지만 제법 고회전 엔진 소리가 배기 시스템을 통해 귀로 전달된다. 거침없이 튀어나간 차체는 9단 자동변속기가 몸이 느낄 새도 없이 시속 200km 언저리로 올려놓는다.

고속안정감이 상당히 뛰어나다. 유리에 비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속도를 수시로 확인해야 할지도 모른다. 피가 끓어 다이내믹한 주행을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다소 부족한 배기음을 만회할 녀석

다이내믹 셀렉트를 스포츠 플러스에 맞추고 속도를 높여본다. 엔진을 더 몰아쳐도 걱정 없다. M276 DELA 30은 실린더 블록과 헤드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하고, 크랭크 샤프트와 커넥팅 로드는 단조로 만들어 내구성이 강하다. 짐승의 커다란 발로 땅을 내딛는 것처럼 서스펜션은 묵직하다.

SUV치고 그리 크지 않은 차체 덕에 움직임도 제법 날렵하다. SUV 특유의 휘청거리는 롤도 적고 하체 세팅이 웬만한 스포츠카 부럽지 않다.

다이내믹한 핸들링에도 충분한 접지력을 유지해 준다. 4매틱 후륜 기반 토크 배분 시스템은 전륜에도 힘이 31% 보낸다. 코너링 한계점까지 시험하지는 않았지만, 웬만한 속도에서는 완벽한 라인을 그리며 탈출시켜준다. 시속 100km에서 1845kg의 거구를 풀브레이킹으로 멈춰봤다.

제동은 브레이크 파열음 하나 없이 신속하고 안정적이게 일어난다. 이 정도 코너링과 브레이킹 실력이라면 진정 마음이 놓인다.

시승하며 느낀 점을 취합할 차례다. 사실 기자는 SUV를 좋아하지 않았다. GLC43을 타기 전까지는 말이다. 우선 좋다. 역시 AMG다. 생각해보자. SUV를 사는 소비자 열에 아홉은 험한 산에 가지 않는다. 자기 차를 아끼는 마음은 다 똑같다. 그런데도 실용성 최강자 SUV는 여전히 인기가 좋다.

GLC43은 SUV 장점은 다 가지고 있으면서 빠르기까지 하다. 어차피 도심형 SUV로 탈 예정이라면 재미있는 차가 더 낫지 않을까? SUV라면 역시 박력 있는 힘이 뒷받침돼야 진짜 SUV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665×1890×1640mm | 휠베이스 2875mm | 무게 1845kg

엔진형식 6기통 트윈터보, 가솔린 | 배기량 2996cc | 최고출력 367ps

최대토크 53.0kg·m | 변속기 9단 자동변속기 | 구동방식 AWD

서스펜션 멀티링크 (전) / 멀티링크 (후) | 타이어 (앞)255/40 R21, (뒤)285/35 R21

복합연비 8.1km/ℓ | CO₂배출량 189.0g/km | 가격 9580만원

메르세데스-AMG GT S 에디션1

CAPTAIN AMG

글 | 안진욱

어쩌면 역대 AMG 모델 중 가장 AMG스럽지 않은 녀석이다. 이렇게 매끈한 몸매를 자랑하는 모델은 없었으니 말이다. 극단적인 비율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화이트 페인트를 곱게 바르고 과감한 에어로파츠로 무장해 공격적인 자세가 일품이다.

이번 기획에서 가장 빠르고 멋진 AMG, AMG GT S 에디션1(이하 GT S)이다. 기자에게 선택권이 있었는데 3대의 AMG 모델 중 주저하지 않고 GT를 골랐다. AMG하면 8기통이니까.

긴 보닛을 활짝 열어 엔진룸을 유심히 본다. GT S에 박혀있는 엔진, M178은 프런트 액슬 뒤쪽에 위치한다. 또한 드라이섬프 윤활방식이라 오일팬을 장착하는 것보다 55mm 낮게 엔진을 장착할 수 있었다. 파워유닛은 V8 4.0ℓ 트윈터보다.

옆에 주차되어 있는 A45의 M133 엔진 두 개를 뱅크각 90°로 이어 붙였다. 두 개의 엔진 사이에 생긴 골짜기에는 터빈이 위치한다. 이러한 레이아웃으로 인테이크 거리를 단축할 수 있어 엔진 반응속도를 끌어 올렸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A45엔진 두 개를 붙였다면 762마력이어야 하는데 브로셔에 적혀 있는 출력은 두 배가 아니다. 부스트를 1.2바 사용해 최고출력 510마력, 최대토크 66.3kg·m의 힘을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통해 뒷바퀴에 전달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시간은 고작 3.8초, 최고시속은 310km다. 쿼터마일(약 400m)을 11초대에 주파하는 AMG 대표 스프린터다. 스펙만 놓고 본다면 슈퍼카로 불러도 좋다.

긴장감 넘치는 콕핏

동그란 엔진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포효와 함께 긴장감이 감돈다. 기어레인지를 D에 놓으려 칼럼 쪽에 기어레버를 찾는다. 다행히 그쪽에 기어레버가 없다. 작은 기어레버가 센터콘솔에 바짝 붙어있어 낯설지만 적응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드라이빙 모드와 서스펜션, 그리고 배기 플랩 등을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은 운전자가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밑동을 날려버린 스티어링 휠은 알칸타라로 감싸져 있는데 레이싱 글러브를 착용해야 그립이 잘 나온다.

준비되어 있는 드라이빙 모드는 컴포트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그리고 레이스까지 총 네 가지다. 여기에 운전자 취향에 맞게 세팅할 수도 있다. 야수를 정원에 가두는 것은 고문이다. 레이스 모드에 가져 놓고 가혹행위를 시작한다.

가속페달의 미동만 느껴지면 차가 튀어나간다. 전자식 디퍼렌셜이 정신없이 양쪽 바퀴에 구동력을 배분하느라 엉덩이가 살랑살랑 거리는 게 느껴진다. 두렵지는 않다. 세상에 굴러다니는 차는 모조리 제쳐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충분히 스피드미터의 바늘을 오른쪽 끝으로 옮길 수 있다.

게다가 도로 위에 울려 퍼지는 배기 사운드는 압권이다. 허스키하지만 먹먹하지 않다. 스로틀이 닫힐 때의 폭력적인 백프레셔를 듣기 위해 기자는 트렁크 가리개를 내려놓고 주행했다. 터보차이지만 배기사운드가 좋은 것은 경쟁력이다. 덧붙여 엔진회전수 역시 높게 사용하는 편이고 회전질감이 부드럽다.

엔진반응속도가 빨라 방심하면 퓨얼컷에 걸려있다. 5000rpm이상을 계속 유지하면서 달려도 지치지 않는다. 쿨링 시스템이 열관리를 참 잘해줘 서킷에서도 별다른 튜닝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박력 터지는 M178 엔진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에 대한 불만이 전혀 없다. 변속 속도가 빠르고 드라이빙 모드에 따라 적당한 변속충격을 줘 박진감을 준다. 또한 다운시프트에도 적극적이라 패들을 튕기는 맛이 있다.

코너링은 뉴트럴스티어다. 운전자가 뒷바퀴에 앉아 조향 명령을 내리기 때문에 오버스티어처럼 느낄 수도 있다. 코너를 진입하고 탈출하는 속도가 높다. 코너링 퍼포먼스가 수준급이며 핸들링 또한 민첩하다. 주행안정화장치의 개입은 세련되었다.

뛰기도 전에 잔소리하는 엄마가 아닌 넘어지기 일보직전에 잡아주는 아빠와 같다. AMG하면 망나니처럼 뛰어다니는 것이 떠오른다면 당신은 이미 늙었다. 지금의 AMG, 그리고 그 대장은 그렇지 않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섀시가 강하고 균형이 잘 잡혀있다. 좌우롤링을 거의 허락하지 않는다. 숏스트로크 댐퍼와 강한 스프링 레이트의 조합, 그리고 트렁크에도 스트럿바를 넣어 놓을 정도로 강성에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 섀시는 가볍기도 하지만 워낙 튼튼해 대각선으로 뒤틀리는 느낌은 전혀 없다.

변속기를 리어 액슬 쪽에 배치하면서 무게배분이 47:53을 만들고 루프를 카본파이버 소재를 사용해 균형을 잘 잡은 것도 한 몫 한다.

브레이크 성능, 흠 잡을 데가 없다. 앞 402mm, 뒤 360mm 카본 세락믹 디스크 로터에 커다란 6피스톤 캘리퍼를 물렸다. 노즈다이브와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이 일어나지 않으며 각도가 큰 코너를 타면서 브레이킹이 들어가도 차체가 코너 안쪽으로 말리지 않는다.

무게중심을 낮출 수 있는 아이템

강한 제동을 연거푸 걸더라도 페이드 현상은 없다. 패드에 열이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도 제동성능이 어느 정도 나와 주는 점도 마음에 든다. 브레이크 퍼포먼스는 무자비한 파워트레인의 멱살을 잡기에 충분하다.

테스트를 마치고 커피타임을 가졌다. 나무 아래 세워진 AMG GT S가 새삼 잘 생겼다고 생각한다. 비율을 논하지 않더라도 디테일이 살아있다. 전체적으로 클래식함을 살리고 디테일은 현대적으로 빚었다. 헤드램프 안에 수놓아진 LED로 눈빛이 영롱하다. 근육이 불끈거려 어느 차 옆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다.

슈퍼카는 아니다. 허나 슈퍼카 부럽지 않은 퍼포먼스에 캐디백 하나 정도 넣을 수 있는 트렁크까지 있다. 거기에 짧은 프런트 오버행으로 과속방지턱과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주저할 필요도 없다.

AMG를 말할 때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식상한 표현은 유감스럽지만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두 가지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 고성능 디비전의 가장 큰 매력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메르세데스에서 AMG GT S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런 것이다.

일상에서는 메르세데스를 일탈에는 AMG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운전자가 원할 때 박력 터지는 사운드와 환상적인 움직임으로 보답하는 AMG GT S였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560×1940×1300mm | 휠베이스 2630mm | 무게 1665kg

엔진형식 8기통 트윈터보, 가솔린 | 배기량 3982cc | 최고출력 510ps

최대토크 66.3kg·m |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 구동방식 RWD

서스펜션 (모두)더블 위시본 | 타이어 (앞)265/35 R 19, (뒤)295/30 R 20

0→100km/h 3.8초 | 최고속도 310km/h | 복합연비 7.3km/ℓ

CO₂배출량 240g/km | 가격 2억 19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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