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Q30

  • 기사입력 2017.05.10 13:24
  • 최종수정 2020.09.01 19:51
  • 기자명 모터매거진

HE'S LOOKING GOOD

작은 차체지만 근육질 몸매 덕에 어디서도 초라해 보이지 않는다. 낯선 지하주차장이 무섭지도 않다. 게다가 달달거리는 디젤 엔진이 아니라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메르세데스가 만든 4기통 2.0ℓ 터보 엔진이 생산하는 211마력의 힘은 공도에서 가지고 놀기 알맞다. 무엇보다 컨셉트카가 눈앞에 있고 직접 운전할 수 있는 게 신기하다.

글 | 안진욱

사진 | 임근재

1989년 닛산은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를 미국에 선보였다. 개성 강한 외모와 고급스러운 마감, 그리고 닛산의 하이테크 엔지니어링으로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거기에 합리적인 가격까지…. 미국시장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국내시장에서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피니티 열풍이 강했다. D세그먼트에 대배기량 VQ 엔진을 얹힌 G37이 주인공이었다. 비슷한 가격대의 유럽산 디젤 모델들이 대거 투입되면서 인기는 점점 사그라졌다.

인피니티는 재기를 위해 이를 갈았다. 2012년에는 본사를 홍콩으로 옮기고 적극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와 부품공유를 시작했다. 닛산의 고급 버전이 아닌 인피니티만의 색을 가지면서 세계시장에 공격적으로 대시하기 위해서다.

신호탄은 Q30이다.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에 사용되는 MFA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그리고 기타 부품들을 공유하는 일본과 독일의 합작품이다. 생산은 영국에서 되기 때문에 일본차의 농도는 연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세상에 첫 발을 내디뎠다. 국내에는 작년에 선보였으며 길고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대한민국 땅에서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 세련된 그레이 페인트로 덮인 Q30을 만났다.

MUSCLE BABY

크로스오버의 성공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이도저도 아닐 수도 있는데 해치백과 SUV 사이에서 잘 조율된 디자인이다. 딱 봐도 잘생겼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기자의 눈에는 역대 인피니티 중 최고의 디자인으로 보인다.

큰 차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볼륨감 넘치는 몸매로 덩치 큰 차 옆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다. 인피니티 시그니처인 더블 아치 그릴과 과감하게 만진 프런트 범퍼, 그리고 날카롭게 빚은 풀 LED 헤드램프가 어우러져 꽤나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옆에서 바라보면 신기하다. 무심하게 그어 놓은 라인들이 모여 균형미를 높이고 있다. 분명 차고가 높고 프런트 오버행이 긴데도 콤플렉스처럼 보이지 않는다. 선들이 진하고 과감해 시선을 잘 분산시켜서 일지도 모르겠다.

사이드 스커트는 엣지 있게 접어놓아 스포티해 보이면서 실제로 다운포스를 높여준다. 펜더는 유광블랙의 휠 아치를 달아 SUV스러움을 표현한다.

허나 정작 진짜 SUV는 스크래치에 강한 소재를 사용하기에 Q30은 온로드 성향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휠은 19인치로 차체에 비해 큼지막해 보기 좋다. 타이어는 235/45 사이즈가 끼워져 있다.

미인은 뒤태가 예뻐야 하듯 차도 마찬가지다. 뒷모습 역시 수많은 기교가 들어갔다. 헤드램프와 비슷하게 생긴 리어램프는 크롬 장식이 서로를 이어준다. 리어범퍼 하단은 덕트를 뚫어 차체 하부에서 머물고 있는 공기를 원활하게 빼준다.

블랙크롬으로 마무리한 머플러 커터는 두 발이 달려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배가시킨다. Q30 옆에 붙어 있는 S 배지로도 충분히 이 녀석이 꽤나 달리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지만….

묵직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외관에서 치던 파도는 실내까지 덮쳤다. 비대칭형 레이아웃으로 눈이 지루하지 않다.

밑동을 잘라버린 스티어링 휠과 기어노브, 버킷시트 등은 A클래스가 아닌 A45에서 가져왔다. 스티어링 휠은 크기가 적당하고 그립감이 좋다. 또한 안쪽을 흰색 스티치로 꾸며 놓기까지 했다.

버킷시트는 퍼플 스티치와 알칸타라로 마무리되어 고급스럽다. 촉감과 쿠션감이 좋아 장거리 이동에도 운전자의 허리를 괴롭히지 않는다.

8방향으로 조절 가능해 운전자에게 딱 맞는 포지션을 제공하면서 시트 포지션을 보통의 세단 수준으로 낮출 수도 있는 것도 큰 장점. 코너에서 운전자를 붙잡아 줄만큼의 날개도 있다.

뒷좌석은 성인 남성이 타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다. 등받이 각도도 적당히 누워있고 센터콘솔 뒤편에 송풍구가 마련되어 있어 나름 안락하다. 6:4로 폴딩이 가능해 430ℓ의 트렁크 공간을 더 확장할 수도 있다. 흡차음재를 아낌없이 사용한 덕에 트렁크나 하부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적어 귀가 편안하다.

편의사양은 빵빵하다. 오디오 시스템은 인피니티의 오랜 친구인 보스의 것이 들어가 있다. 10개의 스피커를 때려 박아 전형적인 보스 사운드를 들려준다. 묵직한 중저음이 돋보여 힙합과 록 장르에 잘 어울린다.

그 밖에 인텔리전트 파킹 어시스트와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 하이 빔 어시스트,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그리고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등도 갖추었다.

ENOUGH POWER

Q30 보닛 안에는 메르세데스의 심장(M270 DE 20 AL)이 들어가 있다. 2.0ℓ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힘을 낸다. 변속기는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프런트 액슬로 구동력을 전달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7.2초로 순발력이 괜찮은 수준이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 스포츠, 매뉴얼 3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에코 모드에서도 답답함은 느낄 수 없다.

이제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에 설정하고 본격적으로 달려본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엔진이 재빨리 반응한다. 터보랙은 거의 느낄 수 없다. 가속력에 감탄사가 나오지는 않지만 분명 211마력보다는 높은 출력으로 느껴진다.

가볍게 치고나가며 고속영역까지 지치지 않고 뻗어 나간다. 다이나모 장비에서 계측해 보진 않았지만 구동손실률이 낮을 것이라 예상된다.

서스펜션은 승차감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단단하게 잘 조여져 있다. 요철의 충격은 잘 흡수해 운전자에게 불쾌함을 주지 않는다. 반면 코너에서는 순간적으로 긴장하는 하체로 깔끔한 라인을 그릴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도 빠른 편이어서 Q30의 머리 방향을 계속해서 바꾸는 맛이 있다.

지상고가 높은 편이지만 코너링 퍼포먼스가 상당히 높다. 언더스티어 성향을 최대한 억제시켜 세팅한 점도 마음에 든다.

반면 고속안정감은 다소 아쉽다. 시속 150km이상이 되면 차체가 붕붕 뜨는 느낌이 든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타이어그립이 점점 사라지는 듯해 운전자가 불안하다. 공차중량이 1537kg으로 그리 가볍지 않음에도 묵직하게 나가질 못한다.

높은 지상고 때문인지, 서스펜션의 고속 데이터가 부족해서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메르세데스-벤츠가 고속주행의 노하우는 알려주지 않았다. 국내 고속도로 법정 속도가 시속 110km로 제한되는 것으로 위안삼자.

브레이크 성능은 출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페달의 답력은 부드러우며 운전자가 원하는 위치에 제때 멈출 수 있다. 노즈다이브 현상이 크지 않으며 브레이크 스티어 역시 일어나지 않는다.

고속에서 강한 브레이킹이 여러 번 반복되더라도 페이드 현상을 볼 수 없었다. 브레이크 디스크 로터의 크기가 크진 않지만 구멍을 뚫어 놓아 열을 오랫동안 머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승을 마치고 Q30의 장점은 세 가지였다. 먼저 딱히 경쟁모델이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장르는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GLA가 있다. 허나 디젤 엔진이 달려있기에 비교하기 어렵다. 여전히 디젤 엔진에 반감을 가지고 가솔린 엔진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Q30은 이들을 저격한다. 거기에 구성대비 합리적인 가격은 국산 브랜드에 지쳐 수입 브랜드로 넘어가는 소비자들에게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또한 여유 있는 지상고는 지하주차장과 발렛파킹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 최고의 장점은 잘 생긴 컨셉트카를 우리집 주차장에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SPECIFICATION _ INFINITI Q30

길이×너비×높이 4425 x 1805 x 1475mm | 휠베이스 2700mm | 무게 1537kg | 엔진형식 4기통 터보, 가솔린

배기량 1991cc | 최고출력 211ps | 최대토크 35.7kg·m |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 구동방식 FWD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 타이어 (모두)235/45 R 19 | 0→100km/h 7.2초 | 최고속도 235km/h

복합연비 11.1km/ℓ | CO₂배출량 154g/km | 가격 3840~4390만원

INSPIRED BY NATURE

인피니티는 브랜드 초창기부터 선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지금은 떠났지만 당시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였던 시로 나카무라(Shiro Nakamura)가 현재 인피니티 디자인의 초석을 다져놨다.

‘모든 것은 하나의 선에서 시작된다(Everything starts with a single line)’는 디자인 모토를 바탕으로 직선이나 기계의 형상보다는 자연, 시, 조각품 등에서 영감을 받은 곡선을 차에 반영시켜 생기 있고 우아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즉 ‘힘과 예술, 그리고 과감하면서 섬세한, 감성적이지만 기술적’이라는 대조적인 요소들을 조화롭게 접목시켜 인피니티만의 디자인 언어를 창조한 것이다.

고요한 물 표면에 큰 파도가 갑자기 몰아치는 찰라, 인간이 힘을 쓰기 위해 근육이 팽창하는 순간처럼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 같은 디자인 말이다. 이를 위해 인피니티는 보디를 날렵하면서도 근육질로 다듬기 시작했다.

헤드램프는 강렬하면서도 매혹적인 인간의 눈매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 강렬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정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C필러는 달의 시작과 끝의 순간인 초승달 모양으로 디자인하고 더블 아치 그릴은 프런트 그릴 상단부는 다리, 하단부는 그 다리가 물에 비친 모습을 형상화해 동양미를 뽐낸다.

이 디자인 철학은 2009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인 컨셉트카 에센스 스포츠 쿠페를 통해 공개되었다. 이후 인피니티는 2014년형 모델부터 적용한 Q 명명 체계에 따라 세단과 쿠페 모델에는 Q 명칭을, SUV와 CUV 모델에는 QX 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출시된 Q30과 출시를 앞둔 Q60은 인피니티의 디자인언어가 완벽하게 자리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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