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AMG SLC43

  • 기사입력 2017.04.09 16:34
  • 최종수정 2020.09.01 19:39
  • 기자명 모터매거진

THE GIRL HUNTER

삼각별과 AMG 배지 조합에 뚜껑이 열린다. 이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6기통 트윈터보 엔진은 공도에서 즐길 수 있는 최적의 힘을 생산하고 9단 자동변속기는 빠른 일처리 능력을 보여준다.

굽이진 길에서 과감하게 들이댈 수 있는 밸런스를 지닌 메르세데스-AMG SLC43. 상남자가 반할 수밖에 없는 매력들로 똘똘 뭉쳤다.

글 | 안진욱

사진 | 임근재

애매하고 어중간할 줄 알았다. 벤츠의 안락함도 AMG의 박력, 어느 하나도 없을 줄 알았다. 같은 값이면 포르쉐 718 복스터(No Option)를 가질 수 있고 BMW Z4 보다 잘 생기지도 않았다. 만나기도 전에 이미 기자는 메르세데스-AMG SLC43을 삐딱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AMG의 상징 8기통 엔진 대신 6기통 트윈터보 엔진을 장착한 것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과연 주어진 시간 안에 SLC43과 친해질 수 있었을까? 만남의 장소로 갔다. 비상등을 켜고 빌딩 앞에 서 있는 무광 로드스터를 발견했다.

체구가 크지 않지만 눈빛은 살아있다. ㄱ자 주간주행등을 품은 헤드램프는 독수리눈처럼 부리부리하다. 프런트 그릴에 장식된 크롬핀은 다이아몬드처럼 반짝거리며 삼각별을 더욱 빛나게 한다.

공기흡입구를 큼지막하게 뚫은 프런트 범퍼는 에이프런을 말아 끼워 넣어 공격적인 인상을 완성했다. 보닛에는 두 개의 에어덕트가 있는데 실제로 동승석 쪽의 것만 뚫려있다.

차체 길이가 짧아 옆에서 바라보면 앙증맞다.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멀다. 길쭉한 프런트 오버행은 균형미를 깬다. SLC의 디자인을 가장 해치는 부분이다. AMG GT처럼 롱노즈 숏데크 타입의 보디를 가졌다면 정말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이 콤플렉스를 감추려는 듯 프런트 펜더에는 물고기 아가미처럼 꾸며 놨다. 그나마 다행인 게 루프라인이 어색하지 않다.

SLC43이 가장 자신 있는 부위는 엉덩이다. 볼륨이 살아 있으며 야무지게 생겼다. 세련된 LED 테일램프는 차체 크기에 알맞다. 메르세데스 배지 위에 보조 브레이크 램프가 박혀있으며 그 위로 리어 립 스포일러가 자리한다.

리어 범퍼 양쪽 가장자리에 에어덕트로 기교를 부렸다. 머플러 팁 4발은 범퍼에 깔끔하게 매립해 놨다. AMG 시그니처 디자인인 사각형이다.

실내는 클래식하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겨 만족스럽다. 다만 대칭형 센터페시아 레이아웃인데 중앙부 송풍구 사이에 있는 디스플레이와 그 아래 센터페시아의 중심이 맞지 않는 게 신경 쓰인다. 이

때문에 대시보드에 있는 ICW 시계 역시 디스플레이 중심의 연장선, 즉 동승석 쪽으로 치우친 곳에 위치한다. 중앙부 송풍구의 크기를 줄이거나 변형해서 완벽한 대칭형으로 완성했으면 하는 바람이 시승 내내 들었다.

이 것을 제외하면 디자인과 마감품질에 관해서는 흠잡을 곳이 없다. 레드로 포인트를 준 버킷시트는 날개가 두툼해 운전자를 잘 잡아주며 쿠션감 또한 좋다. 하이라이트는 에어스카프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D컷 스티어링 휠은 사이즈가 적당하고 3시, 9시 방향 부근은 알칸타라로 마감해 레이싱 글러브를 끼고 싶은 욕구를 치솟게 한다. 기어노브는 장난감처럼 귀엽게 생겼지만 SLC를 새겨 놓는 디테일은 놓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로드스터를 보면 꼭 궁금해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공간이다. 예상한대로다. 좁다. 특히 운전석 보다 동승석에서 좁은 느낌이 든다. 운전석은 스티어링 휠과 아래쪽 페달로 공간적으로 더욱 협소함에도 동승석에 앉으면 유독 갑갑하다.

운전하기 전 패딩을 벗어 놓으려면 소중한 거위털을 마구 압축시켜 시트 뒤에 쑤셔 넣어야한다. 트렁크는 여자친구와 1박 2일 여행을 떠나기엔 충분한 정도다. 2박 3일로 가야한다면 SL400을 사라.

SLC43에는 여성의 마음을 훔칠 아이템이 여럿 있다. 그 중 매직 스카이 컨트롤은 쉽게 설명하자면 안경과 선글라스를 번갈아 착용하는 기능이다. 평소에는 글라스 루프를 안경처럼 투명하게 처리해 시야를 트이게 만든다.

좁은 실내공간을 조금이나마 여유 있게 느껴지게 하는 효과를 얻는다. 반면 자외선이 걱정된다면 선글라스 모드가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 버튼 하나로 안경과 선글라스를 오갈 수 있어 눈이 휘둥그레진다.

오디오 시스템은 정말 아쉽다. 부메스터와 같은 하이엔드 제품이 아니라지만 심각한 수준이다. 솔직히 말하면 초등학교 운동장에 있는 스피커 같다. 루프를 열면 그 성능은 더욱 저하된다.

바람 소리와 함께 소리를 반사시킬 벽이 없기에 소리가 퍼지는 현상이 대부분 오픈톱 모델들에 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다. 낭만적인 로드스터에 음악이 빠져버린 것이다.

음악은 집에서 듣기로 하고 이제 달릴 준비를 해보자. 지금은 AMG가 4기통을 허락한 시대다. AMG가 8기통과 4기통 사이를 이어줄 6기통 엔진을 다듬에 SLC43에 탑재했다. V6 3.0ℓ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367마력, 최대토크 53.1kg·m의 힘을 낸다.

동생격인 A45가 2.0ℓ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381마력을 내기에 수치적인 부분은 아쉽다. 9단 자동변속기는 변속 속도가 빠르고 다운시프트 명령에도 적극적이어서 스포츠 드라이빙을 보장한다.

EASY AMG

엔진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8기통 부럽지 않은 폭발음으로 운전자를 반겨준다. 이 순간부터 SLC43에게 뭔가 기자와 통하는 구석이 있을 것 같았다. 주행 전 루프를 열었다. 시승 당일 추운 날씨였지만 벤츠가 자랑하는 에어스카프에 의지해 보고 싶었다. 다음날 감기 걸리면 메르세데스에 소송 걸려고 했다.

시트의 온도를 높이고 히터와 에어스카프를 활성화시키자 실내의 체감온도는 급상승한다. 오히려 덥다. 머릿결에 닿는 차가운 바람으로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듯해 스트레스와 피로가 싹 풀린다. 실내로 바람은 많이 들이닥치는 편이므로 소개팅 갈 때는 루프를 닫고 가야한다.

주행을 시작하자마자 뭔가 이상하다. 엔진을 깨울 때 들렸던 배기 사운드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에 설정해 본다. 배기 플랩이 완전히 열리면서 드디어 SLC43가 소리치기 시작한다.

세차게 몰아붙이자 배기 사운드가 폭발하기 시작한다. 저회전 영역에서 중저음으로 으르렁거리다 고회전 영역으로 진입하자 하이톤으로 울부짖는다.

가속페달에 발을 떼고 스로틀이 닫히면 백프레셔 사운드로 운전자를 더욱 자극한다. 이 소리를 계속 듣기 위해 운전자는 자신도 모르게 가감속을 반복하게 된다.

가속력은 좋다. 아스팔트를 씹어 먹을 기세는 아니지만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기엔 충분히 빠르다. 아니 딱 적당하다. 300마력대 출력이 공도에서 가지고 놀기엔 좋다. 파워가 더 올라간다면 마음 놓고 공도를 휘젓고 다닐 수 없을 것 같다.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보더라도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스피드미터 바늘을 1시 방향까지 올리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고속 안정감은 역시 메르세데스다.

서스펜션의 세팅은 단단하지만 포용력은 높다. 댐핑압과 스프링 레이트의 조합이 훌륭하다. 노면이 좋지 않은 올림픽대로를 내달리더라도 전혀 불안하지 않다. 과격한 조향을 해도 움직임이 무너지지 않는다. 오픈톱 모델이 대개 차체 강성이 떨어져 핸들링 과목에서 고득점이 힘든데 SLC43은 그렇지 않다.

또한 루프를 열고 닫았을 때 퍼포먼스의 차이가 크지 않다. 굳이 따지자면 루프를 트렁크 안에 집어넣었을 때가 코너링 밸런스가 더 좋다.

SLC43의 진가를 와인딩에서 볼 줄은 몰랐다. 로드스터계의 스타 복스터 촬영 때 달렸던 코스를 달렸다. 동시에 진행한 트윈 테스트가 아니기에 직접적인 비교가 무리이긴 하지만 복스터 못지않은 몸놀림을 산길에서 보여준다.

코너링 성향은 뉴트럴에 가까우며 코너 라인을 그리고 있는 어느 시점에서라도 가속페달을 마음껏 밟을 수 있다. 리어 액슬이 코너 바깥쪽으로 빠지려 해도 얼마든지 쉽게 궤도 수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동성능도 나무랄 데 없다.

SLC43과 함께 한 시간이 끝났다. 이 녀석은 짧은 시간 내 기자를 유혹하는 데 성공했고 또 한 번 타보고 싶게끔 안달이 나게 만들었다. 얕잡아 봤는데 주행성능과 감성에서 엄청난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여태 경험했던 메르세데스 가문 중 AMG GT 다음으로 운전이 즐거운 모델이었다.

뿐만 아니라 상품가치가 높다. 삼각별과 AMG 배지, 그리고 오픈톱과 매직 스카이 컨트롤, 마지막으로 동승석과의 가까운 거리는 여심을 사로잡기 필요충분조건을 가지고 있다. 허나 상남자의 마음을 더 쉽게 사로잡는 메르세데스-AMG SLC43이었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145 x 1820 x 1305mm | 휠베이스 2430mm | 무게 1610kg | 엔진형식 6기통 트윈터보, 가솔린

배기량 2996cc | 최고출력 367ps | 최대토크 53.1kg·m | 변속기 9단 자동 | 구동방식 RWD

서스펜션 더블 위시본/멀티링크 | 타이어 (앞)235/40 R 18, (뒤)255/35 R 18 | 0→시속 100km 4.7초 | 최고속도 250km/h

복합연비 9.5km/ℓ | CO₂ 배출량 184g/km | 가격 897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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