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크루즈

  • 기사입력 2017.03.09 10:21
  • 최종수정 2020.09.01 19:25
  • 기자명 모터매거진

BE REALIST

풀체인지를 마치고 9년 만에 크루즈가 돌아왔다. 새로운 엔진과 변속기를 얹고 새로운 패밀리룩으로 치장한 대변신이다. 쉐보레는 미디어 시승회에서 준중형 시장의 왕좌를 차지하겠다고 했다. 크루즈는 실제로 예상을 뛰어넘는 우수한 주행 성능을 보이며 경쟁모델의 적수가 될 자격을 증명했다.

글 | 이재현

사진 | 임근재

지난 2월 9일, 쉐보레가 미디어를 대상으로 시승행사를 열었다. 이미 현대 아반떼를 밀어내고 준중형차의 최강자로 우뚝 서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지라 그 성능이 궁금하던 터였다.

시승 코스는 반얀트리 클럽 서울에서부터 중미산 천문대까지였다. 거리는 편도 약 70km로, 정체가 심한 도심과 고속도로, 와인딩 코스의 조합이었다.

출발하기 전 쉐보레 측은 크루즈의 성능을 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높아진 차체 강성과 시원하게 치고 나가는 가속력 등을 특히 강조했다. 9년 만에 어떻게 환골탈태해서 돌아왔는지, 쉐보레 측의 설명대로 감탄할 만한 성능을 보이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승차가 모인 곳으로 향했다.

새로운 DNA로 다시 태어나다

시승차는 크루즈의 최상위 트림인 LTZ, 넣을 수 있는 모든 옵션을 넣은 모델이었다. 앞모습부터 강렬했다. 헤드램프를 날카롭게 가다듬고, 곳곳에 베일 듯한 라인을 넣었다. 쉐보레의 새로운 디자인 DNA를 한껏 불어넣은 것이다.

도어를 열고 시트에 앉았다가 생각보다 낮은 시트 포지션에 놀랐다. 리어 스포일러를 보고는 ‘사족 아닐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시트 포지션까지 낮으니 어떻게 차를 세팅했을지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달려주겠다는 뜻이었다.

인테리어를 보고는 다시 한 번 놀랐다. 전보다 화려하고 젊은 레이아웃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수동으로 변속할 때 사용하던 토글 버튼이 사라지고, 여느 차처럼 기어노브를 앞뒤로 밀고 당겨 변속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

그동안 토글 버튼에 대한 고객의 불만이 많아 수정했다고 하는데, 수동 모드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분명 반가울 소식이다.

크루즈는 오토스톱 기능을 해제하는 버튼이 없다. 엔진 점화 시 소음과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따로 만들지 않았다고 쉐보레는 자신 있게 설명했다. 실제로 시승 목적지로 향하려 정체가 심한 올림픽대로를 지나면서도 시동이 켜지고 꺼지는 충격이 크지 않았다.

고속도로로 진입한 후부터는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초반부터 가볍게 치고 나가더니 고속에 다다를 때까지 힘겨워하지 않았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자 담배 필터에 들은 캡슐을 터뜨리는 것처럼 ‘톡’하는 느낌이 발끝으로 전해진다.

오버부스트 기능이다. 덕분에 초고속으로 뻗어 나가는데도 뒷심을 발휘해 차급을 넘어서는 시원한 주행감을 선사했다.

이는 새롭게 개발한 4기통 1.4ℓ 터보 가솔린 엔진의 공이다. 최고출력 153마력, 최대토크는 24.5kg·m로, 재빠른 반응과 터보랙을 최소화한 치밀함이 돋보였다. 젠Ⅲ 6단 자동변속기와의 궁합도 알차다.

한때 ‘보령미션’이라는 핀잔을 들었지만, 이제 그 오명을 벗어도 될 듯하다. 스포츠카의 그것처럼 재빠르진 않아도, 부드럽게 톱니를 바꿔 물며 엔진의 힘을 알뜰하게 구동축으로 전달했다.

운전하는 재미를 가미하다

예상한 것보다 훨씬 운전이 재미있어서 기어노브를 수동모드에 위치했다. 낮은 시트 포지션, 공기저항을 고려한 디자인을 생각하니 얌전하게 크루즈를 놔주기에는 조금 아쉬웠기 때문이다. 기어를 2단에 놓고 가속페달을 밟아 타코미터 바늘을 재빨리 올렸다.

엔진회전수가 어느 수준에 이르면 강제 변속을 하리라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크루즈는 지조가 있었다. 강제 변속은 하지 않되, 레드존 문턱에서 추가 연료공급을 차단하고 일정한 엔진회전수를 유지했다. 대중적인 모델을 지향한 크루즈의 컨셉트를 고려하면 합리적인 세팅이다.

빠르고 민첩한 주행을 가능케 하는 데는 튼튼한 하체도 한몫했다. 고속으로 주행해도 불안하지 않다. 차급을 넘는 안정감이다. 튼실한 하체는 커브길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중미산에 이르자 본격적인 와인딩 코스가 시작됐는데, 구불구불 이어진 도로를 시원하게 굽이돌았다.

승차감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모델이기 때문에 댐퍼 스트로크를 짧게 세팅하지는 않았지만, 스프링과의 호흡이 좋아 재빨리 균형을 잡아준 덕분이다.

스티어링 휠은 저속에서는 부드럽고 고속에서는 무거워 손도 편하고 마음도 편하다. 조금만 운전해보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차라 조향에 따른 진행방향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소음도 잘 차단해 자동차 내부를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활약할 고요한 무대로 만든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행성능은 탁월하지만 LED가 아닌 할로겐 헤드램프를 달아 세련된 맛이 떨어진다. 또한 차선이탈방지 시스템은 똑똑하게 차선을 인식하지만, 열의가 너무 넘쳤는지 스티어링 휠을 과하게 반대편으로 돌려버린다.

손을 놓고 주행하면 왼쪽 차선, 오른쪽 차선을 왔다 갔다 하기를 반복한다. 최소한의 개입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쉐보레는 크루즈 광고에서 ‘오늘, 가장 멋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결혼하지 못해도, 집을 사지는 못해도, 당장 오늘 멋진 삶을 살면 그만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그 곁에는 사랑하는 연인이 아닌 크루즈가 있다.

이렇듯 현실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젊은 층을 공략하는 차가 바로 크루즈다. 새로운 스타일에 탄탄한 기본기까지 갖춰 현실주의자를 위한 매력을 듬뿍 지니고 있었다. 높게 책정한 가격이 흠이긴 하지만 잘 가다듬은 성능이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665×1805×1465mm | 휠베이스 2700mm | 무게 1250kg | 엔진형식 직렬 4기통, 터보 | 배기량 1399cc

최고출력 153ps/5600rpm | 최대토크 24.5kg·m/2400~3600rpm | 변속기 6AT | 구동방식 FF |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토션빔

타이어 (모두)225/40 R 18 | 복합연비 13.5km/ℓ(3등급) | CO₂배출량 124g/km | 가격 1890만~2478만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