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폴스타

  • 기사입력 2017.03.08 22:26
  • 최종수정 2020.09.01 19:23
  • 기자명 모터매거진

아직도 목숨 걸고 달려?

겸손한 배기량 4기통 2.0ℓ 엔진이 터보차저와 슈퍼차저를 얹어 367마력의 힘을 낸다. 포르쉐가 새로 개발한 엔진이냐고? 포르쉐 2.0ℓ 트윈터보 엔진의 최고출력은 고작 300마력이다.

주인공은 착한 브랜드 볼보. 과감한 색상의 페인트로 차체를 칠하고 하이엔드 튜닝 파츠를 아낌없이 박았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초대에 주파하며 코너링 퍼포먼스 또한 수준급이다.

글 | 안진욱

사진 |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 홍보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미디어 시승회를 위해 인제스피디움으로 초청한다는 내용. 전화를 끊고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볼보 시승회를 트랙에서?

포르쉐나 BMW와 같은 스포츠 드라이빙을 지향하는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트랙 이벤트는 익숙하지만 볼보와 트랙의 매칭은 이영애가 액션영화 주인공을 맡은 느낌이었다. 한편으로 이제는 너무 식상해져버린 닉네임 ‘안전의 볼보’가 아닌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었다.

서울로부터 약 3시간 거리에 있는 인제스피디움으로 달려갔다. 도착하자마자 스머프가 연상되는 사이언 레이싱 블루의 볼보 S60과 V60이 눈에 들어왔다. 무채색 계열의 볼보만 보다 화려한 색상을 보니 신선했다.

일반형 모델과는 달리 에어로파츠를 달아 완성도 높은 튜닝카와 같았다. 뒤쪽으로 가보니 트렁크 가장자리에 붙어 있는 낯선 배지에 차체 색상과 동일한 파란색 사각형 아래 ‘폴스타(POLESTAR)’라 쓰여 있다. 그렇다! 이 모델은 볼보의 고성능 디비전 폴스타다.

스칸디나비안 투어링카 챔피언십(Scandinavian Touring Car Championship, STCC)에 출전하던 레이싱 드라이버 ‘얀 플래시 닐손(Jan Flash Nilsson)’이 1996년 설립한 튜닝 전문회사 ‘플래시 엔지니어링(Flash Engineering)’이 폴스타의 전신이다.

이로부터 약 15년 후인 2001년 사명을 폴스타로 바꾸고, 2009년부터 볼보자동차의 고성능 파츠를 제작하면서 협업관계를 맺었다. 2014년 폴스타는 S60과 V60을 베이스로 고성능 모델을 선보였다. 작년 볼보자동차가 폴스타를 인수합병하면서 폴스타는 볼보의 고성능 라인업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300마력이 훌쩍 넘는 고성능 모델이고 이곳은 트랙이다. 긴 말 필요 없다. 달려보면 알 터. 트랙주행에는 폴스타 모델 3대와 일반 볼보 모델 7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번갈아 타보며 폴스타의 진가를 확인하라는 볼보 측의 의도다. 트랙에서 볼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약 2시간 정도로 주어졌다.

공도 시승에서 2시간이면 짧다고 할 수 있지만 트랙에서는 그 차의 치부까지 다 들춰낼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이다.

먼저 S90, XC90을 포함한 노멀 모델로 트랙 주행을 하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기대를 너무 안 해서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볼보로 트랙을 타는 것이 재밌다. 랩타임을 빠르게 끊는 재미도 있겠지만 차의 한계를 느끼는 재미도 못지않다.

특히 XC90의 경우 연비타이어와 높은 지상고로 트랙과는 정반대의 세팅이다. 헤어핀에서 차가 뒤집어질 듯한 롤링을 일으키지만 언더스티어가 심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타이어 그립이 높지 않아 코너 라인을 바깥으로 그릴 뿐, 차체 밸런스는 좋다. 타이어의 비명과 쉽게 제어할 수 있는 움직임으로 볼보가 트랙에서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식은땀이 안 난다

이제 본 게임 시작이다. S60 폴스타에 올랐다. 시트 역시 파란색 스티치로 멋을 부렸다. 볼보의 시트 느낌은 언제나 포근하다. 시동을 켜면 박력 있는 배기 사운드로 운전자를 맞이한다. 가속페달에 발을 가져가면 부드럽게 속도를 높인다.

스피드미터를 보면 바늘이 순식간에 올라가지만 체감속도는 그리 높지 않다. 포장하자면 안정감 있는 것이고 삐딱하게 보자면 심심하다.

폴스타의 엔진은 4기통 2.0ℓ에 터보차저와 슈퍼차저를 결합했다. 터보랙이 생길 수 있는 초반 영역은 슈퍼차저의 힘으로 상쇄시켜 토크밴드를 초반부터 후반까지 리니어하게 이어준다. 실제로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응답성이 좋다.

최고출력 367마력, 최대토크 47.9kg·m의 힘은 8단 자동변속기가 네 바퀴로 전달해준다. 변속 속도가 듀얼 클러치 변속기 수준은 아니지만 토크 컨버트 타입으로서는 빠르다. 다운시프트 명령을 내려도 아랑곳없이 타코미터 바늘을 치켜 올리는 것으로 보아 TCU 세팅이 꽤 과감하다.

변속기와 사륜구동 시스템 덕분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시간은 S60 폴스타는 4.7초, V60 폴스타는 4.8초다. 최고속도는 시속 250km로 리밋이 걸려 있다.

인제스피티움에서 가장 긴 직선구간에서 일반 모델로 시속 200km에 도달하기에 역부족이었으나 폴스타 모델은 쉽게 넘어섰다. 오히려 선행차 때문에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야 했다. S60 폴스타와 V60 폴스타의 퍼포먼스 차이는 거의 없다.

조금의 무게 차이와 공기흐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운전자가 느끼기는 힘들다. 넓은 적재공간을 원하면 V60을, 세단을 좋아하면 S60을 선택하면 되겠다.

헤드레스트에 쿵하고 뒤통수를 때릴 정도로 가속의 짜릿함은 느끼기 힘들지만 코너를 도는 재미가 있다. 실제로 드라이빙을 즐긴다는 마니아는 직진가속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코너링 퍼포먼스가 얼마나 높은지가 그들이 말하는 운전 재미와 직결된다.

폴스타의 코너링 퍼포먼스는 상당히 높다. 좌우 롤링이 살짝 있지만 한계점이 높다. 일부러 차체를 무너뜨리려 해도 그러기가 어렵다. 차체 하부에 굵은 스웨이바를 넣어 차체의 뒤틀림을 꽉 잡고 있는 것도 한몫 한다.

튜닝 마니아가 가장 가지고 싶어 하는 서스펜션 브랜드가 올린즈다. 하이엔드 제품을 만들어 내는 스웨덴 회사 올린즈 제품이 폴스타에 탑재된다. 파란색 스프링만 보더라도 신뢰가 간다. 주행안정화 장치를 끄고 타더라도 스로틀이 열리는 순간을 방해하지 않는다.

서스펜션의 한계가 높아 아직 위험하려면 멀었다는 메시지를 드라이버에게 던진다. 세팅 또한 기가 막히다. 부드러우면서 강하다. 서킷의 연석을 빠른 속도에서 올라타더라도 타이어가 노면을 놓치는 법이 없다.

댐퍼 스트로크가 길고 스프링 레이트가 그리 높지 않음에도 차체 하중이 한쪽으로 극한으로 쏠릴 때 코너 바깥쪽 서스펜션 두 개가 거뜬히 떠받친다. 스포츠카와 같은 민첩한 핸들링 응답성은 아니지만 공도에서 안전하게 즐기기엔 ‘딱’ 좋은 세팅이다.

잘 달리는 만큼 브레이크 성능도 좋다. 코너링 중에 강한 브레이킹을 하더라도 자세를 흐트러트리지 않는다. 노즈다이브 현상과 브레이크 스티어 현상도 없어 안정적으로 차를 세울 수 있다. 브레이크 페달 답력 또한 적당해 제동량을 발끝으로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름만 들어도 믿음이 가는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답다. 다만 캘리퍼의 색상을 스머프로 칠했다면 더 센스 있었을 것 같다.

탈진할 정도로 트랙에서 폴스타와 놀았다. 최근 볼보차를 보면 과거 고동색 ‘골덴(코듀로이)바지’를 입던 볼보와는 확연히 다르다. 안전은 기본이요, 거기에 세련미를 양념쳤다. 나아가 폴스타는 재미까지 추구하려는 볼보의 의지다.

차의 완성도는 뛰어나지만 넘어야할 산은 높디높다. 고성능 디비전의 상징 BMW M과 메르세데스-AMG는 국내 두터운 마니아층을 두고 있다. 그들과 비교해 아쉬운 부분이라면 박진감이다. 폴스타는 록스타처럼 거친 맛이 없다.

수치적으로 빠르지는 않더라도 운전자의 손과 등에 땀과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해줘야 지지율을 높일 수 있다. 대신 운전을 즐기고 내 자신이 소중하며 2080년 올림픽을 보고 싶은 당신이라면 폴스타가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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