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게 맛본 우라칸 STO, 람보르기니 트랙 데이

  • 기사입력 2022.07.27 10:58
  • 기자명 모터매거진

황소들이 득실거리는 트랙으로 향했다. 발걸음이 가볍다. 가장 기대되는 우라칸 STO를 진하게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이싱 트랙에 가장 어울리는 우라칸 STO를 포함해 다양한 람보르기니와 하루를 보냈다.

# HURACAN STO
우라칸의 슈퍼 하드코어 버전이다. 이전에 퍼포만테가 있었지만 그보다 훨씬 매운맛이다. 먼저 외관만 보더라도 위협적인 분위기로 운전자의 기를 죽인다. 우라칸 레이스카인 트로페오를 공도에서 탈 수 있게 만든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외관은 트로페오와 거의 똑같다. 양산차로서 이보다 더 과격한 디자인은 없다. 모든 파츠가 조금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 만들어졌으며 미적 지수는 알아서 올라갔다. 다운포스를 위해 스플리터와 사이드 스커트, 그리고 리어 스포일러의 사이즈가 큼지막하다. 인상적인 것은 루프 스쿠프다. 자연흡기 엔진의 생명인 인테이크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아이템이다.
두툼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가면 여느 우라칸과 비슷하지만 완벽한 레이스카 분위기다. 도어 인사이드 패널을 카본 파이버로 만들어 무게를 줄이고 가죽 대신 알칸타라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고 가장 공격적인 황소를 깨운다. 역시 사운드가 예술이다. 아직 달리기 전이며 아이들링만으로도 황홀하다. 이 V10 5.2ℓ 자연흡기 엔진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해야 한다. 8기통보다 부드럽고 12기통보다 박력 있다. 과급기 도움 없이 최고출력 640마력, 최대토크 57.6kg·m의 파워를 자랑하고 7단 듀얼 클러치 유닛을 통해 뒷바퀴만을 굴린다. 사륜구동 시스템이 달려있지 않지만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0초다. 그리고 최고시속은 310km에 달한다.
혹독한 다이어트를 거친 가벼운 몸을 이끌고 트랙으로 진입한다. 먼저 가속 페달을 격하게 밟으면 앞이 들리지 않은 상태로 튀어 나간다. 뒤가 무겁지만 공기의 흐름을 이용해 앞이 뜨지 않게 눌러준다. 덕분에 운전자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게 된다. 가속력은 노멀 우라칸도 워낙 빠르기에 큰 감흥은 없지만 배기 사운드 볼륨이 엄청나다 보니 흥분하게 된다. 방음재를 다 들어냈기에 폭발적인 사운드가 여과 없이 귀로 전달된다. 배기 라인을 짧게 가져가다 보니 고음을 낼 줄도 안다. 다운시프트를 치거나 스로틀을 닫아버리면 백프레셔가 터지는데 총을 갈기는 소리가 들린다. 이 중독적인 사운드 때문에 일부러 기어를 내리고 달렸다가 다시 속도를 줄이며 기어를 내리기를 반복한다.
스티어링 감도는 무겁다. 기어비는 노멀 우라칸과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하체가 워낙 강하게 조여져 있다 보니 스티어링이 무겁게 느껴진다. 피드백은 재빠르고 솔직하다. 스티어링 휠로 명령을 내리며 신속하게 섀시가 반응하다 보니 계속해서 조향을 하고 싶어진다. 이 재미는 코너를 타면 두 배가 된다. 코너링 성향은 완벽한 뉴트럴스티어다. 운전자가 원하는 라인을 깔끔하게 그릴 수 있다. 댐퍼 스트로크가 짧고 스프링레이트가 강하기 때문에 테크니컬 코너에서 하중 이동을 시킬 필요도 없다.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손을 움직이고 달리면 된다. 하중을 앞으로 뒀다가 뒤로 빼는 공식 따위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엄청난 보디 강성으로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쪽으로 자연스레 넘긴다.
마지막으로 브레이크 성능을 이야기해보자. 일반 버전의 우라칸에서도 제동 성능에 아쉬움은 없었다. 무게는 가벼운데 더 강한 성능의 파츠를 끼웠으니 오버 스펙이다. 파워트레인과 섀시를 압도하는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밸런스적으로도 단점이 없다. 브레이크스티어나 노즈다이브 같은 현상을 잘 억제했고 트랙에서도 쉽게 지치지 않는 지구력까지 겸비했다. 단 페달의 답력은 세고 스트로크도 짧다. 아무래도 트랙 포커스 슈퍼카이다 보니 레이스카처럼 조율했다. 보통 차의 것처럼 다루면 이질감이 있지만 미세한 브레이킹 컨트롤이나 왼발 브레이킹에는 최적이다.
한 세션만 탔음에도 등에 땀이 흥건하다. 트랙에서 이보다 더 강한 녀석은 없을 것이다. 최고라는 수준에서 감성까지 겸비한 머신이다. 여기서 감성은 사운드와 엔진 리스폰스다. 현재 라이벌 모델 중에서 자연흡기 엔진은 우라칸 외에는 없으며 10개의 실린더를 가진 모델도 없다. 주행을 마치고 놀란 것이 있다. 트랙을 도는 동안 주행안정화장치가 해제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STO와 같은 하드코어 모델을 나와 같은 아마추어 드라이버가 주행안정화장치 도움 없이 달리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나의 비루한 운전실력에도 무사히 복귀한 것 보면 STO의 트랙션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코너 탈출 시 이른 가속을 전개하면 뒤가 빠지긴 했지만 그 박자가 느긋하고 예측 가능해 카운터스티어를 하기에도 편했다. STO는 그 어떤 칼보다 예리하지만 안전 장치까지 확실한 트랙 웨폰이다.
# DRIFT
슈퍼카로 드리프트를 해 본 이가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있을까? 직업 특성상 슈퍼카로 드리프트를 몇 번 해보긴 했지만 이렇게 멍석까지 깔아준 경우는 없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우라칸인 에보 RWD 모델로 젖은 아스팔트 위를 달린다. 주행안정화장치를 해제하지 않고 드리프트를 시도한다. 카운터스티어 타이밍이 늦지만 않으면 주행안정화장치가 개입되지 않는다. 이점이 놀랍다. 무작정 잔소리하지 않고 넘어지려 하면 잡아준다. 미드십은 뒤가 무거워 드리프트를 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우라칸은 처음 도전하더라도 잘 받아준다. 뒤가 흐르는 느낌이 엉덩이와 손으로 잘 전달되어 박자를 맞추기 수월하다. 또한 스티어링 피드백이 빨라 편안하게 드리프트를 유지할 수 있다. 만약 마른 노면이었다면 드리프트가 더 쉬웠을 것이다. 차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조건에서도 어렵지 않았다. 돈만 있다면 우라칸 에보 RWD에 유압 사이드 브레이크를 달고 싶을 정도다. 
# TOUGH ROAD슈퍼 SUV 우루스로 오프로드를 달릴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뻔히 이를 예상했음에도 람보르기니는 우루스의 준수할 정도로 오프로드 성능을 끌어올렸다.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알아서 제동을 걸어주면서 안전하게 내려온다. 한쪽 바퀴가 접지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노면에 밀착된 바퀴로만 구동력을 보내 쉽게 탈출한다. 돌파 실력도 실력인데 인상적인 것은 섀시 강성이었다. 차체가 뒤틀릴 정도의 코스였음에도 내장재 잡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무조건 유격을 두지 않는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다. 고의로 어느 정도 일정한 유격을 두면 마찰음이 최소화된다. 정확한 계산 아래 파츠가 조립되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 TEA TIME
람보르기니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 프란체스코 스카르다오니와 이야기를 나눴다. 람보르기니에 궁금한 이것저것 물어봤다.
Q. STO를 직접 타본 후 어떤 면이 가장 재미있었는가?
운전자에게 차체의 모든 움직임을 전달해 쉽게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이 덕분에 운전자는 차의 한계까지 몰 수 있다. 아주 순수하고 이해하기 쉬운 차다.
Q. STO는 리어의 앵글을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일반 고객들이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앵글 조정은 아주 쉽게 가능하다. 운전자의 주행 스타일에 따라 조절하면 되며, 미들로 설정하면 모든 상황에 적응할 수 있다.

Q. 모든 자동차 업계 화두가 친환경으로의 전환이다. 관련한 람보르기니의 노력은?
배터리 소재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람보르기니는 MIT와 협업하여 기존 연료가 아닌 신소재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테르조 밀레니오’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배터리(전통적인 화학 배터리가 아닌 슈퍼커패시터)는 물론 차체에도 사용될 수 있는 신소재를 개발 중이다. 하이브리드화는 이미 계획 중이며, 배터리의 재사용과 폐기에 대한 플랜 역시 수립 중에 있다.
Q. 람보르기니의 내연기관은 어떻게 될 예정인가?
전동화는 람보르기니 브랜드에게 큰 과제다. 전동화를 하더라도 람보르기니의 순수한 드라이빙 감성, 핸들링 등 유니크함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의 전동화 중 가장 큰 목표는 고객이 눈을 가리고 타도 람보르기니를 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람보르기니의 감성을 살린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고객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 개발 중이다.

Q. 전동화가 다른 브랜드에 비해 조금 늦은 것 아닌지?
우리는 늘 최초 보다는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고객의 니즈를 더욱 주의 깊게 파악하고 최상의 기술을 실현하고자 한다. 람보르기니는 하이브리드뿐만 아니라 합성연료에도 투자하여(MIT와 협력하여 개발 중) 내연기관 주행의 즐거움을 즐기고 지속가능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Q. 람보르기니가 이야기하는 합성연료란 무엇인가?
화석연료가 아닌 다른 종류의 연료다. 수소도 아니고, 가솔린과 같이 화석 원료에서 오는 것이 아닌 다른 종류의 연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Q. 하이브리드 시대로 넘어가면서 다운사이징을 하며 기존 내연기관보다 실린더 수를 줄여 전기모터를 합치는데, 그렇게 되면 V10기통 엔진은 아예 사라지게 되는 것인가?
아직 공개할 수 없다. V12 엔진은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고수할 것이다. 아벤타도르 후속 모델은 V12 엔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될 것이다. 플래그십 차량에는 다운사이징을 하지 않을 것이며, 이것이 우리 브랜드의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우리 고객들은 여전히 자연흡기 엔진을 원하고 있다. 파워트레인은 매우 흥미롭게 셋팅될 것으로 예상한다. 전기 유닛 파워 시스템이 다른 슈퍼 스포츠카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 될 것이다. 다만 우리는 V6 출시 계획은 없다.
Q. 우라칸 모델 라인업에서 플라잉 도어가 등장할 가능성은?
우라칸 모델은 결코 플라잉 도어로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그건 V12를 위한 것이다. 각각의 모델 라인업이 명확한 성격을 갖고 있고 명확한 고객 타깃층을 갖고 있다. 각 고객은 차별화될 것이며 그에 맞는 고객 특성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하나의 엔진으로 수없이 많은 모델 라인업을 만들지 않는다. 하나의 엔진으로 하나의 모델을 만든다. 하나의 엔진으로 세팅을 다르게 해서 사용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모델별로 차별화를 확실하게 둔다.

Q. 곧 아벤타도르 후속 모델이 나오는데, 듀얼 클러치가 달릴 가능성이 있는가?
현시점에서는 공개하기가 좀 이르지만, 새로운 아벤타도르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력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한국 고객들과 람보르기니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
향후 람보르기니는 오늘 선보인 우라칸 STO를 포함해 7월 출시를 앞둔 우라칸 테크니카와 같은 신나는 제품 라인업을 통해 고객들과 마니아들에게 소개할 것이다. 남은 기간 동안 계속해서 독특한 경험과 활동을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 람보르기니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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