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 LEGEND, 자연흡기의 전설을 찾아라!

  • 기사입력 2021.12.28 14:36
  • 기자명 모터매거진

실린더 수별로 역대 최고의 차를 뽑았다. 조건은 자연흡기 엔진에 수동변속기, 그리고 후륜구동 조합을 갖춰야 한다. 지금은 거의 멸종된 이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과거를 풍미한 스프린터들이 올림픽을 열었다. 포디움에 오른 세 대와 그 순위는 내가 정했다. 분명 대부분의 마니아들은 동의할 것이다. 
글 | 안진욱4기통
GOLD
HONDA S2000
지금도 S2000을 그리워하고 찾는 이가 많다. 내 주변에도 몇 명 있다. 혼다가 한창 잘나가던 시절을 증명하는 트로피와 같은 모델이다. 롱노즈 숏데크 타입의 로드스터이며 짧은 휠베이스와 예민한 섀시 세팅으로 과부제조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엔진은 4기통 2.0ℓ로 작았지만 무려 250마력(나라마다 상이함)을 뿜어 냈다. 터빈 없이 순수하게 엔진만으로 약 20년 전에 이러한 출력을 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9000rpm까지 돌리는 초고회전 FC20C 엔진은 가변 흡기 밸브로 순간적인 펀치력까지 보여줬다. 변속기는 6단 수동만이 달렸고 체결감도 훌륭하다.
SILVER
BMW E30 M3
전설의 시작이다. 누구나 BMW M3를 가슴 속에 담아 두고 있다. 나 역시 그러하다. 벌써 6세대 G보디 M3가 판매되고 있지만 이 혈통이 유지되기까지는 1세대 E30 M3의 공이 크다. 사진으로 봐도 멋있지만 실물은 아우라까지 보여 훨씬 근사하다. 모터스포츠에서 단일 차종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역사적인 모델이다. 흔히 M3라 하면 실키식스 엔진을 떠올리지만 E30에는 4기통 2.3ℓ S14 엔진이 탑재되었다. 이 파워 유닛은 과급기 도움 없이 220마력의 힘을 내고 5단 수동변속기를 통해 뒷바퀴를 굴린다. 1986년에 탄생한 이 차의 엔진은 1ℓ당 거의 100마력을 냈다.
BRONZE
TOYOTA 86
그나마 가장 최신형 차다. 지금 당장 살 수 있는 4기통 자연흡기 차는 많지 않다. 대략 생각나는 모델이 토요타 86과 마쓰다 MX-5 정도다. 그중에서 토요타 86을 꼽은 이유는 엔진 방식이다. 흔하지 않은 수평대향이기 때문이다. 사실 토요타가 개발한 게 아니라 수평대향 엔진의 장인 스바루의 작품이다. 오히려 스바루가 만들었다고 해서 더욱 믿음이 가긴 한다. 수평대향 엔진의 장점은 진동이 없고 무게중심을 최대한 낮출 수 있다는 것에 있다. 포르쉐 911에 사용되는 엔진 또한 수평대향 타입이다. 여하튼 200마력 남짓 하는 파워를 내는 이 엔진의 가치는 충분하다.
 
6기통

GOLD
PORSCHE 911 997 GT3 R
트랙데이에서 마니아들의 부러움과 존경심을 받고 싶다면 이 모델을 타고 가라. 여전히 911 GT3 모델에 수동 트림이 존재하지만 진짜 하드코어 머신인 GT3 RS의 수동변속기 모델은 코드 997에서 명맥이 끊겼다. 코드 991 GT3 RS로 넘어오면서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달고 랩타임은 빨라졌지만 997 GT3 RS가 가지고 있던 두려움이 사라져 ‘상남자의 차’라는 인식이 수그러들었다. 911이 가지고 있는 핸디캡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마지막 GT3 RS가 997 시절이다. 6기통 수평대향 4.0ℓ 엔진은 8250rpm에서 500마력을 뿜어내며 6단 수동변속기로 제어한다.
SILVER
BMW E46 M3
세계에서 직렬 6기통 엔진은 BMW가 가장 잘 만든다. 지금도 BMW의 6기통은 가솔린이건 디젤이건 간에 무조건 인라인 타입이다. 가장 BMW스러운 엔진이 역대 가장 M3스러운 E46 M3에 박혔다. 외모 콤플렉스가 없고 비율도 완벽한 이 차에 달린 이 엔진은 3.2ℓ로 최고출력 360마력, 최대토크 37.8kg∙m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 변속기는 당시 BMW가 자랑하던 SMG였는데 박력 터지는 변속 충격 때문에 리어 서브프레임 쪽에 크랙이 가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 E46 M3를 사서 리스토어하는 이들은 수동변속기 모델을 선호한다.
BRONZE
NISSAN 370Z
14년 연속 올해의 엔진상을 받은 엔진이 있다. 바로 닛산이 자랑하는 VQ 엔진이다. 우리에게는 삼성자동차 SM7에 달려 낯설지 않다. 370Z를 시승한 적이 있다. 사골이라 놀림을 받고 있었지만 난 매끄러운 회전 질감에 감동을 받았다. 일본 엔지니어들이 한 엔진을 가지고 십수 년 동안 만지면 이 정도의 완성도가 나온다는 것을 직접 겪었다. V6 3.7ℓ 엔진은 출력도 출력이지만 어느 회전 구간에서도 신경질 내지 않다. 고회전을 즐겨 사용하는 페라리라 할지라도 고회전 영역에 닿고 스로틀이 닫혔을 때 거친 엔진음이 들리는데 VQ는 그렇지 않았다. 진정한 마스터피스다. 
 
8기통
GOLD
FERRARI F430
한때 8기통 페라리를 베이비 페라리라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만큼 12기통을 주력으로 사용하던 페라리지만 8기통 모델은 엔진 자체부터 12기통보다 가볍기에 운전의 재미는 높았다. 지금 페라리 라인업의 볼륨 모델은 8기통이다. 현재 8기통 터보 엔진이지만 불과 458 시리즈까지 자연흡기 엔진이었다. 그리고 더 과거로 가면 마지막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었던 모델은 458 이전의 F430이다. 마지막 페라리 미드십 수동 변속기 모델이 F430인 것이다. F430 엔진은 360 모데나의 것을 개량했기에 완성도가 높았고 특히 하이톤 배기 사운드가 일품이었다.
SILVER
BMW E92 M3
유일무이한 8기통 엔진이다. S65 엔진은 배기량 4.0ℓ에 최고출력 420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생산한다. 이 엔진은 오직 E92(E90 세단, E93 컨버터블)에만 달렸다. 이 후 F보디로 넘어오면서 M3는 실린더 2개를 줄이고 터빈을 장착했다. 그렇기에 마지막 자연흡기이자 8기통 엔진을 단 이 M3는 세월이 흘러도 빛이 난다. 자연흡기 엔진에 독립 스로틀 보디로 리스폰스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렸고 M카 최초로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매칭되었다. 이전 E46 M3에서 수동 기반 SMG 변속기보다 월등한 성능을 보여줬지만 손맛을 중요시하는 마니아들은 수동변속기를 선택했다.

BRONZE
CHEVROLET CORVETTE Z06
8기통 섹션에 아메리칸 머슬이 빠질 수 없다. 3대장으로 닷지 챌린저, 포드 머스탱, 그리고 쉐보레 카마로가 있지만 상위 클래스에 쉐보레 콜벳이 버티고 있다. 미국인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스포츠카이며 역사도 깊다. 최근 엔진 배치가 미드십으로 바뀌면서 일부 팬들은 팬클럽에서 빠져나갔지만 여전히 OHV 방식은 고수하는 집념을 보여주고 있다. 콜벳다운 콜벳의 마지막은 6세대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다양한 트림이 있지만 Z06은 7.0ℓ 배기량으로 진정한 콜벳 헤리티지 모델이다. 예로부터 미국산 8기통 엔진의 7ℓ는 최고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10기통

GOLD
PORSCHE CARRERA GT
우리들의 영웅 폴 워커(R.I.P)가 마지막으로 탔던 차다. 물론 직접 운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다. 포르쉐 하이퍼카 카레라 GT는 주행안정화장치 따위는 두지 않은 하드코어 모델이다. 그의 후계자라 불릴 수 있는 918 스파이더가 출시되었을 때 카레라 GT보다 운전하기 훨씬 쉬워진 것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마니아들이 많았다. 귀곡성이 들리는 V10 5.7ℓ 엔진은 최고출력 612마력, 최대토크 60.2kg∙m의 파워를 자랑했다. 참고로 이 엔진은 F1에 공급하려고 개발했다가 계획이 무산되고 이어 르망 쪽도 실패한 비운의 유닛이라 할 수 있다.
SILVER
LAMBORGHINI GALLARDO
로또가 당첨된다면? 당장 삼성동에 있는 람보르기니 매장으로 달려갈 것이다. 경쟁사에는 없는 미드십 자연흡기 슈퍼카 우라칸을 늦기 전에 사야 하니까. 모두 8기통 터보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데 황소의 고집답게 10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고수하고 있다. 10기통 유닛은 우라칸 이전 모델인 가야르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수동 기반 자동변속기가 달렸고 6단 수동변속기를 고를 수 있었으며 후륜구동 트림도 있었다. 게이트 타입 기어는 변속할 때마다 운전자를 미소 짓게 만들고 배기가스 규제가 심하지 않던 시절이라 10기통 엔진은 비명을 질렀다.
BRONZE
DODGE VIPER ACR
지옥의 뉘르부르크링에서 미국차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는 편견을 깬 녀석이다. 롱노즈 숏데크 타입으로 가장 무거운 엔진을 프런트 액슬 뒤에 배치해 무게 밸런스를 잡고 각종 에어로파츠로 트랙션을 확보했다. 무식해 보일 수도 있지만 간단한 원리에 예리한 조율로 자동차 명예의 전당(실제로 존재하지 않음)에 이름을 올렸다. 이 대회 참가자 중 가장 큰 심장을 가지고 있다. 실린더 10개의 V형 8.4ℓ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645마력, 최대토크는 무려 82.7kg∙m이며 뒷바퀴만을 굴리고 6단 수동변속기인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4초 만에 끊었다.

12기통

GOLD

MCLAREN F1
천재 엔지니어 고든 머레이의 역작이자 하이퍼카 장르의 기념비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총 106대가 생산된 맥라렌 F1은 시속 386.4km를 기록해 한동안 기네스 세계 최고시속 왕관을 보유한 모델이었다. 카본 터브 섀시로 경량화와 차체 강성화를 확보하고 드라이빙 포지션마저 센터에 두는 정성을 무게 균형에 들였다. BMW에서 가져온 V12 6.0ℓ S70/2 엔진을 튜닝해 파워 유닛으로 사용했다. 최고출력 628마력, 최대토크 71.4kg∙m의 괴력을 뿜어내고 6단 수동변속기를 통해 리어 타이어를 태웠다. 7시리즈에 사용되던 엔진의 잠재력이 이 정도일지 BMW가 알았을까? 

SILVER
FERRARI F50
페라리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제작했다. 40주년 기념작인 F40이 호평을 받았던 것에 반해 F50은 디자인에서 혹평을 받았다. F40은 각진 매력으로 수많은 잡지 표지를 자랑했는데 갑자기 둥글어진 F50의 모습이 어색했다. 허나 파워트레인만 놓고 보면 역대 최고라 할 수 있다. 페라리가 자랑하는 V12 자연흡기 엔진에 수동변속기, 그리고 미드십, 이 조합은 F50 단 하나다. 4.7ℓ 엔진은 가볍게 1ℓ당 100마력을 훌쩍 넘으며 512마력의 출력을 냈다. 절도 있는 게이트 기어로 변속할 수 있고 오픈에어링까지 가능하다. 뒤늦게라도 인정을 받아 부르는 게 값이다.

BRONZE
PAGANI ZONDA
하이퍼카 양대 산맥은 코니세그와 파가니다. 예술 부문이 있다면 당연히 파가니가 코니세그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화려한 디자인의 끝을 보여준다. 파가니 존다의 마지막 버전이자 원오프 모델인 760 시리즈는 메르세데스 S클래스에 달리던 V12 7.3ℓ 엔진으로 최고출력 760마력의 힘을 생산하고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다. 배기 사운드는 과거 자연흡기 시절 F1 머신을 연상케 한다. 후속 모델 후에이라는 터보 엔진이라 하이톤 사운드를 자랑하는 존다가 팬층이 더 두텁다. 그래서인지 최근 후에이라의 자연흡기 버전을 공개했다. 공도 주행 불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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