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LC500 컨버터블, 평온을 추구하는 날카로운 검

  • 기사입력 2021.08.22 08:47
  • 기자명 모터매거진

렉서스의 럭셔리 쿠페, LC가 드디어 지붕을 열었다. 이제 넉넉한 엔진에서 나오는 고성능과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마음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운전자의 정신 수양을 자연스럽게 도와준다.  

자동차를 담당하는 저널리스트라고 해도 모든 자동차를 운전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유로 인해 수입되지 않은 차들도 있고, 매력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접하지 못한 차들도 있다. 그런 차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렉서스 LFA다. ‘천사의 울음소리’라는 찬사를 받은 특유의 포효, 향후 렉서스 모델에 영향을 끼친 ‘움직이는 원형 디지털 계기판’ 등 모든 구성이 하나의 예술 그리고 장인정신과도 같았다.그 아쉬움을 그나마 달래볼 수 있는 것은 바로 LC가 있기 때문이다. 마치 콘셉트카를 그대로 가져온 것 같은 아름다운 외형을 가진 쿠페, LC는 렉서스 럭셔리의 정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내 역시 단순히 고급스럽게 만든 것이 아니라, 오롯이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줬다. 여기에 대배기량 8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하고 LFA에서 영혼을 물려받은 음색을 내뿜는다. 운전자를 자극하며 어느새 오른발에 힘을 주도록 만든다.

그 LC 쿠페에 이어 이번에 등장한 것이 바로 LC 컨버터블이다. 쿠페를 컨버터블로 변경시킨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조용함과 짜릿함이 그리고 바람과 쾌적함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과연 렉서스는 LC 컨버터블에 이 ‘정반대의 조화’를 어떤 식으로 구현했을까? 렉서스의 특기는 조용한 차를 만드는 것인데, LC 컨버터블에도 그것이 잘 담겨 있을까? 오래 이야기해 봤자 소용없을 것이다. 마침 차도 눈앞에 있으니, 직접 확인해 봐야 속이 풀릴 것 같다.

날카로움 속에는 정중한 모습이 있다

정말 신선한 외형이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그 느낌은 변하지 않는다. 렉서스의 상징, 대형 스핀들 그릴과 ‘L’자 형태의 LED DRL, 3개의 큐브로 구성된 헤드램프, 세로로 긴 형태의 LED 방향지시등이 어우러져 그런 인상을 만들어낸다. 후면에는 평상시에는 존재를 숨기고 있다가 점등 시에만 존재감을 발휘하는 인피니티 미러 LED 테일램프가 있다. 컨버터블로 변해서 그런 것이겠지만, 리어 윙이 사라졌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그 아쉬움을 털어버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컨버터블’이라는 존재다. 지붕은 꽤 빠르게 열리는데, 그 안에서도 절도가 느껴진다. 서예에서 모티브를 얻어 3단계로 리듬감 있게 개폐된다고 하는데, 실제로 지붕을 열고 다시 닫는 과정이 꽤 자연스럽다. 미닫이문을 자연스럽게 닫는 것처럼 유리창도 절도 있게 만드는 렉서스인데 당연히 지붕도 신경을 쓸 만하다. 지붕을 연 상태에서도, 닫은 상태에서도 아름다운 차는 많이 봤지만, 중간 과정이 아름다운 차는 처음인 것 같다.

지붕을 열어둔 상태에서 보이는 운전석은 꽤 아름답다. 3스포크로 다듬어진 스티어링 휠, 그 너머에 있는 아날로그 감성을 품은 원형 디지털 계기판, 전자식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우아하게 서 있는 기어 노브, 모든 것이 말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이 칸막이로 분리되어 있는데, 왜인지 모르게 토요타의 구형 수프라가 생각난다. 어쩌면 수프라의 후손은 현재 등장하는 수프라가 아니라 좀 더 고급스러워진 렉서스 LC가 아닐까?
정반대의 조화, 기분 좋은 음색


이제 렉서스 LC의 자랑인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느껴보자. 심금을 울리는 엔진음을 기대했다면, 스타트 버튼을 누른 뒤 실망할 수도 있다. 역시나 렉서스답게 조용한 엔진음을 맨 처음에 선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음색은 주행 중에 발현된다. 그러니 기어를 넣고 도로로 나가보자. 조금 큰 것 같은 차체에 비해 초반에 꽤 경쾌하게 출발하기 때문에 놀랄 것이다. 1~4단이 클로즈드 기어이기 때문에 초반 가속에 상당히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럼 속도가 오른 뒤에는 어떨까? 만약 오른발에 힘을 주지 않고 평온한 상태로 주행하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이때는 엔진음이 조용하게 억제된다. 지붕을 열고서 옆에 앉은 사람과 대화가 가능하니 말이다. 평온을 깨고 포효와 함께 도로를 가르고 싶다면? 주행 모드와 크게 상관없이 그저 오른발에 힘을 주기만 하면 된다. 그 순간부터 높은 울음소리와 짜릿한 가속이 모든 것을 지배할 것이다. 그것도 아주 즐겁게 말이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렉서스에서 엔진음과 고요함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엔진음은 엔진의 회전이 상승하고 하강하는 것에 따라 결정되며, 여기에 운전자의 오른발 조작과 기어 선택에 따라서 더 강력한 음색이 발휘된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에 두면 더더욱 그렇게 된다. 이때는 사실 패들시프트로 굳이 기어를 선택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운전자가 의식할 필요 없이 알아서 고회전 영역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예전에 서킷에서 LC 쿠페 모델을 운전하면서 시속 200km를 종종 넘긴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일반도로를 다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는 못해 보았다. 그러나 제한 속도까지 가속해 봤을 때의 그 짜릿함으로 미루어 보아, 성능 자체는 거의 비슷할 것 같다. 그 말인즉슨, 차체의 강성 또는 비틀림을 신경 쓰지 않고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속력을 내 봐도 되고, 와인딩 도로에서 스티어링 조작의 즐거움을 찾아도 된다.
속력에 맞춰 코너에 진입하고 가속 페달을 조절하면서 스티어링을 돌리면, 또 다른 감각이 스티어링을 통해 전달된다. 앞머리와 프런트 타이어가 코너를 파고드는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는데 타이어의 그립력으로 차체를 버티면서 코너를 공략한다기보다는 코너를 예리하게 잘라나간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전달된다. 종종 ‘칼날 같은 코너링’이라는 표현을 쓰곤 했는데, LC 컨버터블의 코너링은 ‘칼날 같은’이 아닌, ‘칼날’이다.
비유하자면, 톱으로 코너를 거칠게 찢는 것이 아니라 날카로운 검으로 코너를 순식간에 베어버리는 것이다. 일반적인 병사가 진행하는 돌격이 아니라, 검의 달인이 구사하는 자연스러운 돌진이다. 마음의 평온을 가질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자연스러움을 이 차가 갖고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운전자가 정신 수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가 자연스럽게 정신 수양을 하도록 만들어준다는 것. 이 경지는 나이가 조금 들어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리저리 스티어링을 돌리다 보니 어느새 바닷가에 있는 멋진 도로에 접어들었다. 길 가장자리에 있는 작은 공간에 차를 세우고 커피를 꺼내서 마셔본다. 노을이 져 가는 바닷가를 바라보며, 잠시 마음을 다스려 본다. 이렇게 조용하게 있을 수 있는 것도 LC 컨버터블의 능력 덕분이리라.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실은 평온을 가져다주는, 그러면서 언제든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고급스러운 스포츠카, 그것이 바로 LC 컨버터블이 지향하는 것이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760×1920×1350mm  |  휠베이스  2870mm
엔진형식  V8, 가솔린  |  배기량​​​4969cc  |  최고출력  ​​477ps
최대토크  55.1kg·m  |  변속기  10단 자동  |  구동방식  ​​RWD
복합연비  7.5km/ℓ  |  가격  1억78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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