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X2

  • 기사입력 2018.03.09 15:45
  • 기자명 모터매거진

EXIT TO

예쁜 날, 예쁜 차와 함께 했다. 굽이진 길을 예쁜 라인을 그리며 달린다. 예쁘기도 하지.

글 | 안진욱

사진 | BMW

올해 처음이자, 오랜만에 장거리 비행기에 올랐다. 떠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설레지만 따뜻한 곳으로 추위까지 피할 수 있으니 더욱 신난다. 독일 뮌헨을 거쳐 최종 목적지는 포르투갈 리스본이다. 내가 이 나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단 세 가지.

먼저 수도는 리스본이라는 것이다. 둘째, 얼마 전 포르투갈을 다녀오신 엄마에게 들었던 분위기, 한적하고 여유가 넘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내 친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나라라는 것. 이 정도로 익숙하지 않은 나라로 떠났다. 그리고 도착했다.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BMW X2를 타고 리스본의 그림 같은 해안도로를 달리고 있다. 난생처음 보는 대서양의 파도는 영화 속에서 보던 그 파도다. 하늘은 진짜 하늘색이라 눈에 담기는 세상이 근사하다. 유럽산 태양을 맞이하니 보닛에 발라져 있는 갈바닉 골드(Galvanic Gold) 페인트가 더욱 빛을 낸다.

창문을 살짝 열고 시원한 바람과 함께 달릴 준비를 한다. 이렇게 좋은 날에 음악이 빠질 수 없다. 아이폰과 X2를 연결해 AC/DC의 ‘Rock Or Bust’를 울린다. 하만 카돈 오디오 시스템은 묵직한 베이스가 일품이라, 크리스 슬레이드(Chris Slade)의 박력을 잘 전한다.

 

LIKE BMW

본격적으로 가속페달을 밟는다. 파워유닛은 농익은 완성도를 보이는 B47 엔진이다. 과거 대비 디젤 특유의 거슬리는 고음을 잘 억제했다. 엔진 자체의 소음도 줄었지만 보닛 안쪽에 두툼한 방음 패드로 성의까지 보였다.

4기통 2.0ℓ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7kg·m의 힘을 네 바퀴로 전달한다. 변속기는 아이신 8단 자동이다. 반면 가솔린 모델은 마그마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들어간다. 아마도 허용토크가 높은 컨버터 타입이 디젤 엔진에 제격이었을 것이다. 변속 속도에 아쉬움도 없고 토크를 부드럽게 처리한다. 다운시프트에도 적극적이다.

가속력은 배기량과 연료를 감안하면 아주 만족스럽다. 원할 때 쉽게 추월할 수 있고 고속도로에서도 지치는 법이 없다. 스피드미터의 바늘을 200까지 거침없이 옮길 수 있다. M4처럼 세상을 따돌릴 순 없지만 포르투갈 도로를 달리는 차들 중에서는 적수가 없다.

고속안정감도 준수하다. 공기저항계수(Cd)가 0.28로 잘 빚어놓은 실루엣은 공기를 잘 다스리고 타이어는 노면을 잘 추종한다. 또한 요철에 따른 피칭을 최소화해 운전자가 피곤하지 않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내비게이션을 따라 시골길로 접어든다. 외국 버전 BMW 언니 목소리를 처음 들었는데 매력 있다. 출구가 8개인 로터리에서도 잘 안내해준다. 한국에도 이 언니 도입이 시급하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을 지나 와인딩 코스가 등장한다.

X2는 SUV 치고는 댐퍼 스트로크가 짧고 스프링 레이트가 높아 기본적으로 승차감이 단단하다. 때문에 좌우롤링이 심하지 않다. 그러면서도 포르투갈의 오돌토돌한 노면도 잘 걸러주는 세팅의 서스펜션이다. 이 정도면 꼬불꼬불한 길에서 자신감 있게 놀 수 있을 것 같다.

스티어링 피드백이 빠르다. 이어 코너 몇 개를 지나니 무게중심이 낮다는 것이 느껴진다. X1보다 반 뼘 정도 낮은 차고가 이득을 준다. 거기에 BMW가 노련하게도 시승차에 파노라믹 선루프를 달지 않았는데 그 영향도 크다. 루프에서 완전 군장을 채운 김태희가 내려왔으니 바로 체감될 수 있다.

살짝 언더스티어가 일어나지만 진입속도만 조절하면 얼마든지 더 타이트하게 돌 수 있다. 이 정도 급의 SUV 중에서는 가장 코너 라인을 좁게 그릴 것이다. 복합코너에 들어가도 섀시가 서로 엉키는 법도 없다.

리스본의 낯선 동네에서 스키드 음을 즐기며 홀로 ‘이니셜D’를 찍고 있다. 내가 용감해서가 아니라 믿는 구석이 있다. 주행안정화장치의 개입이 세련되어 삼성화재와 더불어 보험 하나를 더 챙겼다. 운전재미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잘 치고 빠지는 영리함을 보인다. 또한 브레이크 시스템은 출력을 다스리기에 충분하다.

운전자가 원하는 곳에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속도를 제어한다. 노즈다이브나 브레이크스티어가 일어나지 않으며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더라도 페이드 현상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코너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차체가 안쪽으로 말리지도 않아 언제든지 안전하게 속도를 줄일 수 있다.

UNLIKE BMW

한바탕 놀고 내비게이션에 설정된 목적지에 닿았다. X2가 전시되어 있었다. 맞다. 놀러온 것이 아니라 일하러 왔다. BMW는 올해 X시리즈 라인업을 1부터 7까지 채운다. 공석인 2와 7, 그중 먼저 퍼즐을 맞출 X2를 만나러 먼 나라까지 온 것이다. 한국인 중 가장 먼저 보는 것이니 자세히 훑어봐야겠다.

메인 컬러는 시승했던 갈바닉 골드다. 허나 입구에 서 있는 파란색 모델이 눈길을 끈다. 난 스머프 팬이라 M3의 야스 마리나 블루를 가장 선호한다. 그보다 조금 진한 미사노 블루(Misano Blue)의 X2가 마음에 쏙 들었다. DJ가 하우스 음악으로 분위기를 띄우니 더 예뻐 보인다.

차체가 낮고 넙대대해 야무지게 생겼다. X2는 X1에 사용되는 전륜구동 플랫폼 UKL2을 사용했지만 BMW답게 프런트 오버행을 짧게 가져갔다. 게다가 엔진룸을 보면 엔진이 프런트 액슬에서부터 그리 앞쪽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이로 인해 균형미가 살아있다.

또한 벨트 라인을 올려 그린하우스를 작게 가져감으로써 스포티함을 연출한다. C필러에 위치한 배지는 전설적인 2000CS와 3.0CSL에서 영감을 얻었다. X4나 X6처럼 패스트백 타입이 아니라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쿠페의 명분을 챙기려는 의도인 것 같다. 어찌 됐건 멋있다. 쿠페의 개념이 뚜렷하지 않다. 매끈하게 잘 빠진 실루엣이라면 쿠페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앞쪽으로 와서 바라보면 지금 출시되고 있는 BMW와 차이점이 많다. 보통의 BMW 모델과 반대로 키드니 그릴의 형상이 아래로 넓어진다. 거기에 헤드램프가 키드니 그릴과 맞닿아 있지도 않다. 눈매는 날카롭게 빚었다. 프런트 범퍼의 형상도 일반적인 M 패키지와 다르다.

공기흡입구를 커다랗게 뚫어놓은 것은 매한가지나 그 모양이 다르다. 대부분의 메이커가 패밀리룩을 가져, 출시될 모델에 대한 기대가 적은데, X2는 BMW스럽게 만들면서도 BMW스럽지 않게 만드는 위트를 보였다. 볼륨 모델이 아니다 보니 디자이너에게 자유를 준듯하다.

엉덩이는 빵빵하다. 면발광 LED로 L자 라인을 강조하고 있는 테일램프가 해치와 잘 어우러진다. 리어 범퍼 하단에는 90파이 머플러 커터 두발이 깔끔하게 자리하고 있다. 가장자리에 위치해 차가 넓어보이게 하는 효과까지 얻는다.

해치 상단에 리어 스포일러가 달려 있는데 조금 더 과감하게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해치를 열면 두툼한 트렁크 덮개가 인상적이다. 이런 요소가 운전자를 미소짓게 만든다. 트렁크 용량은 470ℓ로 승무원 애인을 마중 나가기에 충분하다. 거기에 동료 두 명과 그들의 짐까지 거뜬히 실을 수 있어 자상한 남자친구가 될 수 있다.

이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X1과 인테리어 레이아웃이 같다. 화려한 라이더 가죽 자켓을 벗으니 그 안에 점잖은 니트를 입고 있었다. 톡톡 튀는 외관에 걸맞은 인테리어는 아니다. 다만 시승차는 알칸타라로 도배해 보다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조금 더 신경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시트는 푹신하여 쿠션감이 좋고 코너에서 운전자를 잡아주기에 충분하다. 뒷자리는 성인 남자가 타더라도 헤드룸과 레그룸이 충분하다. 등받이 각도도 적당해 장거리 이동에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구경도 다 했으니 메모장에 몇 가지 끄적거려본다. 일단 차의 완성도는 높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X1을 만들었었고 그것을 다듬어 완성했으니 말이다. 달리기 성능 또한 X1보다 앞선다. 하드웨어적으로 유리하고 소프트웨어의 데이터도 업그레이드를 시켰으니까.

X2는 보통의 소비자보다 깐깐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차는 자고로 예뻐야 하고, 넉넉한 적재공간이 필요하고, 기름값 지출을 줄여야 하고, 과속 방지턱이나 지하 주차장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며, 마지막으로 달리고 싶을 때 장단을 맞춰주는 그런 차. X2는 이런 차를 원하는 저런 소비자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4360×1824×1526mm
휠베이스2760mm
무게1675kg
엔진형식4기통, 디젤
배기량1995cc
최고출력190ps
최대토크 ​​​​​​​​​40.7kg·m
변속기8단 자동
구동방식AWD
서스펜션(앞)맥퍼슨 스트럿, (뒤)멀티링크
타이어(모두)225/45 R 19
0→시속 100km7.7초
최고속도시속 221km
복합연비-
CO₂ 배출량-
가격-

 


 

SUM UP X2


 

NOT INTERVIEW, JUST CHATTER

얼음 잔에 콜라를 가득 넣고 X2를 둘러보고 있던 중, 키 큰 독일 아저씨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명찰을 보니 BMW맨들이다. BMW 소형차 부문 부사장(Peter Wolf), 드라이빙 매니저(Patrick Häußler), 그리고 디자이너(Hussein Al-Attar)다. 그동안 궁금했던 몇 가지를 수다 속에 던져봤다.

# X2의 키드니 그릴은 새로운 디자인이다.

개성 넘치는 BMW를 만들고 싶었다. 물론 BMW스럽게 보여야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무게중심이 낮다는 것도 그릴을 통해 은근슬쩍 흘릴 수 있다. 그릴에 맞추다 보니 헤드램프의 모양도 다른 모델과 꽤 다르다.

# 다른 BMW와 달리 X2의 배터리는 엔진룸에 있다.

우선 전륜구동 플랫폼을 사용했다. X2는 사륜구동 모델이지만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2시리즈 액티브투어러는 전륜구동이다. 앞뒤 무게배분을 똑같이 나누는 것보다 프런트 액슬에 중량을 좀 더 실어 그립을 살리는 것이 코너링 성능에 유리했다. 또한 트렁크 적재공간을 조금 더 확보할 수 있었다. 알다시피 배터리를 뒤쪽에 넣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의도적으로 앞쪽에 배치한 것이다.

# 진정한 X2의 M 버전 출시계획은?

아직 없다. 그리고 아마도 없을 것이다.

# 서스펜션이 최근 들어 부드러워졌다.

예전보다 섀시 기술이 발전했다. 이전보다 가볍고 강한 섀시를 만들었다. 때문에 서스펜션까지 긴장할 필요는 없다. 섀시는 강하게, 서스펜션은 부드럽게 세팅해 공도에서의 트랙션을 향상시켰다. 승차감은 확보하면서 BMW가 추구하는 스포츠 드라이빙까지 아우르는 포용력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과거의 BMW 스타일을 원한다면? 옵션이겠지만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댐퍼 압력을 조절해 운전자가 원할 때 하체 근육을 수축시킬 수도 있다.

# BMW의 언더스티어 농도는?

BMW는 50:50의 앞뒤 무게배분이라는 좋은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얼마든지 언더스티어를 줄이고 뉴트럴스티어로 만들 수 있다. 허나 실제로 뉴트럴스티어는 일반인들이 오버스티어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쉽게 즐길 수 있게끔 언더스티어를 의도적으로 살짝 줘야한다. 당신이 말한 언더스티어 농도를 수치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에겐 이에 관한 매뉴얼이 있다. 확실한 것은 프리미엄 대중차 브랜드 중에서는 가장 코너 라인을 작게 그릴 수 있다.

# BMW는 바텀 플랫 스티어링 휠이 없다.

어느 상황에서도 운전자 손이 스티어링 휠에 닿는 거리가 일정한 것이 드라마틱한 드라이빙에 유리하다. 예컨대 드리프트 쇼카에 밑동이 잘린 스티어링 휠을 달고 있는 경우는 없다.

반면 DTM 레이스카는 스티어링 기어비가 워낙 타이트해 스티어링 휠을 한 바퀴 이상 돌릴 일이 없고, 운전자와 허벅지 공간을 위해 바텀 플랫 스티어링 휠을 장착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공간을 만들어 놨기에 원형을 고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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