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듣명 속 그 자동차들

  • 기사입력 2020.06.02 17:20
  • 최종수정 2021.06.28 14:51
  • 기자명 모터매거진

‘남들에게는 즐겨 듣는다고 말하기 부끄럽기에 숨어서 듣는 명곡’을 줄여서 ‘숨듣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노래들 안에서 활약하는 자동차들(주로 뮤직비디오)도 있다. 노래와 자동차를 함께 파고들어 보자.

   ‘숨듣명’ 이라는 단어가 나온 지는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곡 하나쯤은 있을 것 같다. 남들에게 ‘나 이런 노래 들어요’라고 대놓고 말하기엔 조금 부끄럽지만 집에서 혼자 있을 때는 흥얼거리거나 춤을 따라서 춰 보는 그런 곡 말이다. 정확한 기원은 잘 모르겠으나, 아마도 그러한 숨듣명 중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가 가수 ‘비’의 ‘깡’이 아닐까 싶다. 물론 아직 발굴되지 않아서 그렇지 이보다 더 먹먹한 감정이 느껴지는 노래들이 많을 것이다.

1990년대 이후로 뮤직비디오 제작이 대중화되면서 국내에서도 많은 뮤직비디오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당연히 숨듣명으로 분류되는 뮤직비디오도 있다. 그 안에서 자동차도 많이 등장하기에 그냥 보고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면도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숨듣명으로 분류되는 곡들과 그 안에 등장하는 자동차들을 모아보았다. 그리고 등장하지 않아도 특별한 이야기를 품은 자동차이 있다. 한 번쯤은 ‘이런 자동차도 등장했었지’ 하면서 재미로 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HrWTc4lG8lI

틴 탑 – 향수 뿌리지마

아마 어린 시절에는 가사의 뜻을 잘 모르고 흥얼거렸다가 어른이 된 뒤 가사 속 현실을 알고 분노하신 분들이 많았을 것 같다. 가사 중에서 제일 충격적인 부분은 ‘향수 뿌리지마 이러다 여친한테 들킨단 말야’ 일 것이다. 초장부터 누나의 매력에 대해서 이야기하길래 누나가 여자친구인 줄 알았는데, 여자친구는 따로 있고 들키지 않게 향수를 뿌리지 말아달라니! 양다리도 이런 양다리가 없다. 심지어 반짝이도 바르지 말랜다!

아쉽게도 뮤직비디오 속에 자동차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동차와 그 궤를 함께하는 향수는 찾아보면 제법 있다. 스웨덴의 자동차 볼보는 같은 나라의 향수 브랜드인 아고니스트(Agonist)와 함께 하는데, 이들이 만드는 향수 중에서는 ‘잘투와 열정’에서 영감을 얻은 향수인 ‘칼로카인(Kallocain)’이 있다. 만약 누나에게 이 향수를 추천했다면, ‘볼보의 향기’라고 숨길 수 있었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v0f9ifrDSp8

걸스데이 – 여자 대통령

‘주눅들지 않으며 진취적이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여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왜 굳이 대통령도 여자분이셔야 되는지는 의문이다. 어느 시대든 여자가 먼저 키스한다고 잡혀가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아쉽게도 현 정권에서는 시의성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지만, 이 노래가 등장할 때는 그랬으니 어쩔 수 없는 일. 자세히 보면 댄스 중에 거수 경례를 하는 부분도 있고, 여러모로 의문이 드는 곡이다.

이 뮤직비디오 속에서 등장하는 자동차는 ‘롤스로이스 고스트’다. 정면 모습을 확인할 수 없어 팬텀과 헛갈릴 수도 있겠지만, 앞 도어에서 우산이 나오는 것을 보면 확실하다. 팬텀은 뒷 도어에서 우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보면 비서가 우산을 펼치는 과정이 잘못됐다. 앞 도어를 열어 우산을 먼저 펼친 뒤 뒷 도어를 열어 탑승객이 비에 젖지 않도록 받쳐주는 것이 정석이다. 이런 간단한 에티켓도 수행하지 못하다니!

https://www.youtube.com/watch?v=urrgiXeX02c

손담비 & 애프터스쿨 – 아몰레드

LED 패널의 기술을 한층 더 발전시킨 것이 OLED인데, 그 OLED를 사람들에게 강하게 각인시킨 노래이다. 언뜻 들으면 아무 뜻이 없는 그저 광고만을 위한 가사 같지만,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간단하게라도 안다면 가사가 귀에 아주 강하게 박힐 것이다. 사실 OLED가 최초로 적용된 휴대폰은 교세라의 ‘미디어스킨’인데, 삼성전자가 ‘햅틱아몰레드’를 출시하며 노래를 같이 출시했고, 효과적으로 사람들에게 OLED를 알릴 수 있었다.

뮤직비디오 속에는 자동차가 등장하지 않지만, OLED는 이제 자동차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화면은 물론 사이드미러 대신 사용할 수도 있다. 아우디 e-트론의 경우 도어에 작은 화면이 있고 이곳에서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저온 및 고온에 강해야 하고 안전과 가독성도 필요하며, 장시간 사용할 수 있도록 전력 소모도 적어야 한다. 그 까다로운 조건을 노래 속 OLED가 만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xqFvYsy4wE4

비 – 깡

아마도 숨듣명 중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곡이 아닐까 싶다. 국내에서 ‘비’만큼 춤을 잘 출 수 있는 가수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마치 자신의 과거를 그대로 답습한 듯한 춤사위와 구형이 된 댄스의 결합 그리고 조금 과한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과한 자신감을 보이는 가사가 어우러져 버렸다. 그 결과 십만원 이야기만 들으면 자연스럽게 1백 달러가 떠오르게 되었고, 들어올린다는 말만 들으면 Fire egg lift dance가 생각나게 되어버렸다.

출시 당시에는 그다지 주목을 못 받았던 곡이 이제 와서 주목을 받게 된 것도 좀 특이한 일이다. 그래도 어느 새 듣다 보면 중독이 되어 남몰래 댄스를 따라서 하게 된다. 그런데 노래 제목은 ‘깡’인데 정작 앨범에는 ‘Gang(강)’이라고 쓰여 있다. 이상한 일이다.

뮤직비디오 속에서 등장하는 자동차는 지프의 오프로드 SUV 역작, 랭글러다. 풀 체인지를 단행하기 전 출시했던 JK 모델인데, 디젤 엔진도 라인업에 갖추고 있었지만 무엇보다 3.6ℓ V6 펜타스타 가솔린 엔진이 유명했다. 이 엔진은 현재 출시되는 JL 모델에도 그대로 계승되고 있다. 오프로드 주행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도어와 지붕을 전부 제거할 수 있는데, 안전바가 남아 있어 전복 사고에서도 버틸 수 있다. ‘비’가 매달려 있어도 될 정도로 튼튼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S436CGuHpVM

달마시안 – 그 남자는 반대

그룹 자체는 처음 듣더라도 노래를 들어보신 분들은 있으리라. 2011년에 ‘아이돌 그룹의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하겠다’며 탄생한 달마시안은 모든 멤버들이 각자의 끼와 재능을 가졌다는 것을 내세웠다. 노래도 상당히 좋지만 어쩔 수 없이 ‘숨듣명’이 되어버렸는데, 그 이유는 멤버들 중 한 명이 대마초 관련 범죄로 적발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중한 범죄를 저지른 멤버가 그룹에 있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뮤직비디오 속에서 등장하는 자동차는 포르쉐 911 카레라(Type 997)다. 도어 손잡이가 둥근 형태인 것으로 미루어 보아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로 추정된다. 이전 996 모델의 헤드램프 형상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관계로 다시금 둥근 형태의 헤드램프로 귀한한 모델이기도 하며, 포르쉐가 PDK라고 부르는 DCT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모델이기도 하다. 종합적인 업그레이드 결과, 이전 모델보다 더 빠르면서도 가볍고 연료 소모도 적어졌다.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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