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MORE DETAIL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

  • 기사입력 2019.12.30 09:00
  • 기자명 모터매거진

해치백 세그먼트에서 폭스바겐 골프, BMW 1시리즈 등 뚜렷한 색채를 지닌 모델이 소비자 선택을 받아왔다. 4세대에 이른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는 그들을 압도할 색채를 보여줄 수 있을까?

“안녕, 벤츠”, A클래스에 올라 처음으로 했던 말이다. “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멘트가 흘러나오며 내 세상으로 안내한다. 최근 출시한 GLE에서도 볼 수 있는 기능으로 MBUX, Mercedes-Benz User Experience의 약자다. 음성 인식을 통해 운전자의 비서 임무를 수행한다.

올해 초 슈퍼볼 광고에서 메르세데스-벤츠는 MBUX를 강조하기 위해 A클래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광고란 것이 그렇듯이 때론 공상과학 같고, 때론 허무맹랑하고, 때론 논리적이면서도 추상적이다. 슈퍼볼 광고에서 MBUX 역시 확 와닿지 않았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 정도로 여겼다. A클래스에 엉덩이를 걸치기 전까지는.

“윈도에 서리가 꼈어”라는 말에 A클래스는 김 서림 제거 기능을 실행했다. 단어의 나열이 아닌 문맥과 언어 연결성을 인식한다는 얘기다. 완벽하진 않아도 대화를 하듯 자연스럽게 목소리만으로 통제가 가능하다. 스티어링 휠 양쪽에 자리한 블랙 하이글로시 버튼은 엄지로 차량 기능 대부분을 조작할 수 있다. 목소리와 엄지를 이용해 필요 기능을 전부 아우르니 운전자는 기본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운전에만 집중하는 기본 말이다. 어깨는 등받이에 붙이고 두 손은 스티어링 휠에서 떨어질 일이 없다. 가볍게 팔만 휘저으며 차체를 움직인다. 운전 간 동작을 최소화하는 것, 별거 아닌 일이지만 운전자 피로도는 물론이고 안전성을 확보하는 중요 포인트다. 일체형으로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가 결합돼 전방 시야도 한결 깨끗하다. 주변 사물을 인식하기 수월하다는 얘기다. 첨단 기능이란 이름의 조미료가 충분히 뿌려졌지만 A클래스를 운전할 때는 조미료 하나 들어가지 않은 깔끔한 요리를 맛보는 기분이다.

A클래스 심장은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이 올라갔다. 190마력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30.6kg·m의 성능을 내는데 움직임 자체는 성능을 웃돈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어느 노면에서든 매끄럽게 빠져나간다. 스티어링 휠이 가볍고 가·감속 페달도 민감한 편.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면 엔진 회전수를 더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스포티함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라고 하긴 어렵다. 스포티한 감성을 한 숟갈 올린 느낌이랄까?

고속 코너링 구간에선 이따금씩 뒤쪽이 미끄러지는 느낌을 받는다. 운동 방향을 유지하려는 힘과 코너 진입 및 탈출 시도 간 힘겨루기 탓인데 A클래스는 대부분의 힘겨루기에서 승리한다. 한계점을 넘으면 당연히 지구를 때리겠으나 한계점이 꽤 여유롭다. 딱 거기까지다. 특별한 감성이나 운동성이 드러나는 부분을 찾기 어렵다. 타 해치백이 보여주는 주행성능과 비교했을 때 도드라진 장점, 단점이 없는 무색무취의 성능이다.

또한 메르세데스-벤츠는 A클래스를 출시하면서 서스펜션 연결부의 강도를 강화하고 서스펜션 방음 장치 적용하는 등 다양한 소음 저감 기술로 실내 소음 수준을 개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잘 모르겠다. 사실 실내에서 불쾌한 소음은 없는 듯하나 조용하고 정숙한 실내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학년에서 가장 시끄럽다는 1학년 12반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1학년 7반의 어느 중학교 같은?

해치백+삼각별

A클래스는 프리미엄 카테고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특별한 무언가를 찾으려 한다. ‘메르세데스-벤츠’라는 브랜드가 안겨주는 부담이다. 그런 의미에서 A클래스는 부담을 아직까지 이겨내지 못했다. 어쩌면 애초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MBUX를 적용하긴 했으나 그 외 특별하달만 한 것은 없다. 심지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조차 찾아볼 수 없다. 어찌 보면 C 세그먼트 모델답다고 할 순 있지만 그래도 메르세데스-벤츠잖아!

그래도 메르세데스-벤츠, 그래 벤츠다. 휘황찬란한 기능이 없으면 어때, C 세그먼트 해치백 모델이니까 메르세데스-벤츠는 메르세데스-벤츠다우면 그만이다. 해치백은 세단의 승차감과 SUV의 공간을 섞어놓은 것이 장점이다. 반면에 꽤나 많은 이들이 해치백 디자인을 선호하지 않는다. 형태에 따른 거부감, 그 오묘한 요소를 통해 호감 얻기란 참 쉽지 않다. 적어도 A클래스는 거부감, 혹은 비호감보다 호감 쪽으로 기운다.

측면은 전형적인 해치백 모습으로 긴 휠베이스를 바탕에 두고 캐릭터 라인에 힘줬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를 잇듯 길게 그은 라인에 리어 펜더의 볼륨을 키웠다. 덕분에 두툼한 C필러가 홀로 이질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벨트 라인은 크롬으로 간결하게 마무리 지었다.

정면에서 바라보는 A클래스는 ‘내가 메르세데스-벤츠다’라고 외치는 듯하다. 삼각별의 엠블럼이 크게 자리를 잡고 도트 문양으로 공간을 채웠다. LED 헤드램프는 날카롭게 뻗었고 보닛 라인도 측면으로 유려하게 빠져나가는 모양새다. 낮고 넓게 보이는 보닛과 윈도가 언뜻 보면 A클래스를 멋들어진 세단처럼 보이도록 만든다. 후면 디자인은 음, 소비자 판단에 맡기겠다. 어딘가 너무 익숙한 듯해서 말이지.

A클래스의 길이는 4420mm, 너비 1795mm, 높이 1430mm다. 휠베이스는 2730mm다. 이전보다 길고 넓어졌다. 특히 휠베이스 약 30mm 늘어난 덕분에 2열 운전자는 무릎을 한결 편하게 펴고 굽힐 수 있겠다. 시트의 쿠션감은 몸을 포근히 감싸주진 않는다. 말랑말랑보단 딱딱함이 더 들어찼다.

딱딱하다고 해서 부정적 의미는 아니다. 제 몸에 걸맞은 스포츠 슈트를 입은 듯 움직임이나 만족감이 들어찬다. 트렁크 공간은 약 370ℓ로 최대 1210ℓ까지 활용할 수 있다. 짐을 실을 공간은 사각형 형태로 입구부터 2열 시트 뒷면까지 불필요한 요소는 찾아볼 수 없다.

A클래스는 경쟁 모델 중 특별한 색채를 드러내진 않았다. 어쩌면 해치백 기본에 가장 충실한 모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메르세데스-벤츠라는 이름 아래 A클래스는 그 이름만으로 색채를 지닌다. 4세대에 접어든 지금, A클래스는 삼각별의 위명을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을까?

글 | 김상혁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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