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XC60

  • 기사입력 2017.10.13 14:36
  • 최종수정 2020.09.02 00:02
  • 기자명 모터매거진

EXCELLENT CHOICE

부드럽지만 지루하지 않은 금속 공예를 완성했다. 실크 스카프를 미끄러트릴 패널을 모아 차디찬 외모를 표현하고 질 좋은 가죽으로 내부 온도를 높였다. 몸동작은 브로셔에 적혀 있는 숫자를 배신하지 않는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개인적으로 나라 중에서 스웨덴을 좋아한다. 스웨덴에 계신 엄마 친구 분이 종종 등갈비 소스를 보내주는데 참 맛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대거 가지고 있다. 가격표 보고 놀랐던 H&M과 가격표 보고 기겁했던 핫셀블라드, 그리고 이케아 등이 스웨덴 브랜드다.

누가 뭐래도 가장 유명 브랜드는 즐라탄 이브라모비치와 볼보다. 스웨덴에 한번 가봤다. 정말 깨끗하고 풍경도 예쁘고 아가씨들은 더 예뻤다. 살고 싶은 나라였다. 도로 위에는 볼보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자국차를 타야하는 의무가 없음에도 볼보가 널려 있었다.

스웨덴 사람들은 볼보차, 그리고 볼보 브랜드를 참 좋아했다. 실제로 만난 정년을 앞둔 볼보 할아버지는 자부심과 애사심이 대단했다. 가업을 이어받듯 자신의 아들도 볼보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스칸디나비아의 슈퍼스타 볼보는 이제 월드스타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주는 브랜드는 볼보다. 과거 안전의 대명사란 수식어 외에는 무색무취의 볼보가 예뻐졌다. 넉넉한 자금이 생겨 근사한 자동차를 제작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XC90을 기점으로 볼보의 디자인 언어는 만국 공용어가 되었다. 보수적인 볼보의 기존 이미지를 깨기 충분했다. 토르 망치 헤드램프의 시그니처 흔적도 남겨주고 고급스러운 실내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 도전 자격 요건을 충분히 갖췄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볼보의 판매량도 늘어가고 있으며 여기에 결정타를 날릴 모델이 대한민국에 상륙했다.

NICE PROPORTION

토르 망치를 품고 있는 헤드램프

볼륨감 넘치는 사이드 스커트

깔끔하게 매립된 머플러 커터

A필러에 명함꽂이가 있다

광활한 파노라마 선루프

이런 가방쯤은 85개도 들어가겠다

보기도 좋은 것이 듣기도 좋다

볼보의 스트라이커 XC60이다. 언뜻 보면 XC90과 비슷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덩치 차이는 느껴진다. 1세대가 누적판매 100만대 이상의 흥행에 성공했다. XC60의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는 없는 것 같다.

중형 SUV의 진수를 보여주듯 부담스럽게 크지 않고 빈약해 보이지 않은 교집합 구역을 잘 파고들었다. 비율이 좋다. 전륜구동 기반이지만 프런트 오버행이 짧아 측면 균형미가 뛰어나다. A필러가 누워 있으며, 벨트 라인 위로 그린하우스가 높지 않아 날렵하면서 다부진 느낌을 준다. 안정적인 자세를 토대로 디테일은 세련되게 그렸다.

도어를 가로 지르는 캐릭터 라인은 음각으로 파고 그 아래 사이드 스커트는 캐릭터 라인과 비슷한 형상으로 부풀려 놨다. 마치 사이드 스커트의 그림자가 도어에 퍼진 느낌이다. 주간주행등이 박혀있는 LED 헤드램프는 프런트 그릴과 맞닿아 있어 냉정함을 보여준다.

테일램프는 XC90과 S90의 것을 합쳐놓은 것 같다. 야간에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면 세련미가 넘친다. 넙데데한 사각 머플러 커터를 리어 범퍼 하단 양쪽 가장자리에 정리해 놓은 것도 마음에 든다. 결정적으로 깨끗한 화이트 페인트가 차체에 참 잘 어울린다.

두툼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가면 정갈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운전자 중심으로 짠 인테리어 레이아웃은 현행 볼보의 디자인 언어를 따른다. 9인치 디스플레이로 대부분의 버튼을 집어넣어 센터페시아를 깔끔하게 정리해 놨다.

처음부터 사용하기엔 불편하지만 적응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당신의 스마트폰에 어플 5개 이상 다운로드했다면 14분 만에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그립감이 좋고 생각보다 크기가 작아 돌리는 맛이 있다. 패들시프트만 달려 있었으면 더 바랄게 없다.

기자가 타고 있는 모델은 인스크립션 트림이 적용되어 나파 가죽이 시트를 감싸고 있다. 촉감이 좋아 계속해서 손과 엉덩이를 비비고 싶다. 쿠션감도 적당해 장거리 이동에도 몸이 괴롭지 않다. 게다가 운전석은 물론 동승석까지 마사지 기능이 탑재되었다.

다양한 버전이 준비되어 있어 원하는 부위에 원하는 타입의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구색 맞추기 용이 아니라 등과 허리를 조물조물 거리는 수준이 우리 조카들보다 높다. 쿨링과 히팅 기능도 포함하니 그야말로 풀옵션 시트다.

뒷좌석에 앉아도 1열의 안락함이 이어진다. 180cm 성인 남성이 타더라도 레그룸과 헤드룸이 부족하지 않다. 등받이 각도도 적당히 누워있어 편한 자세가 자연스레 잡힌다. 뒷좌석을 위한 송풍구와 공조기 시스템도 빠트리지 않았다.

트렁크는 기본 적재공간이 505ℓ이며 2열 시트를 접으면 1732ℓ으로 확장할 수 있다. 북유럽으로 배낭여행 떠나는 친구 3명을 공항에 데려다 줄 수 있을 것 같다. 발차기로 문을 열 수 있는 핸즈프리 테일게이트이니 친구들한테 자랑도 할 수 있다.

편의사양도 가득하다. 그 중 오디오 시스템은 정말이지 최고다. 영국 하이엔드 브랜드 바워스 앤 윌킨스의 15개 스피커가 달려있다. 이름만 빌린 것이 아니라 이름에 걸맞은 소리를 캐빈룸에 채워준다. 과거 카오디오 장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최고의 순정 오디오 시스템으로 볼보를 꼽았었다.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박정현이 고음을 지르더라도 깨지지 않고 날카롭게 쏘며 베이스가 풍부하게 가슴을 울리고 있는 와중에 절대 소리가 뭉그러지지 않는다. 방음까지 꼼꼼히 신경 써 놓아 달리는 스튜디오를 완성했다.

프런트 그릴에 아이언 마크가 달려 있으니 안전사양을 짚고 넘어가야한다. 도로 이탈 완화 기능(Run-Off Mitigation),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기능(Oncoming Lane Mitigation), 조향 지원 적용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Blind Spot Information With Steer Assist), 조향 지원이 가능한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 With Steering Support), 도로 이탈 보호 시스템(Run-Off Road Protection), 그리고 파일럿 어시스트Ⅱ(Pilot AssistⅡ)가 준비되었다. 반자율 주행이 가능하게끔 구성했다.

NICE PERFORMANCE

세상에 존재하는 기능은 싹 넣은 시트

레그룸, 헤드룸이 충분하다

이제 XC60과 함께 달려 볼 차례다. 시승차는 D4 모델이다. 보닛 아래에는 4기통 2.0ℓ 디젤 엔진이 숨어있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생산해 네바퀴로 전달한다. 변속기는 아이신에 의뢰한 8단 자동 유닛이다. 파워트레인은 엄지 하나, 아니 두 개 들어 올리겠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돌려 시동을 켜면 진동과 소음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완벽에 가깝게 잡았다. 보닛을 열고 엔진 소리를 들어보면 엔진 자체도 조용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방음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고집스러운 가솔린 성애자라도 이 디젤 엔진은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정말 참한 엔진이다.

그렇다고 가속력까지 얌전한 것은 아니다. 스피드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파워를 제공하며 엔진 반응속도로 빠르다. 일반적인 교통 흐름을 따라가다 선행차를 여유 있게 추월할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도 힘이 빠지지 않아 스피드미터의 바늘을 200 부근까지 쉽게 보낼 수 있다.

고속안정감도 훌륭하다. 차체가 높지만 잘 빚어 놓은 실루엣 덕분에 공기를 잘 뚫고 나아간다. 사륜구동 시스템의 도움도 잊으면 안 된다. 왼손은 스티어링 휠에 오른손은 기어노브에 얹고 유유히 달릴 수 있다.

하체 세팅이 훌륭하다. 댐퍼 스트로크는 길고 스프링 레이트가 높다. 승차감이 단단하지만 요철의 충격은 잘 흡수하고 적극적인 몸부림에 잘 대처한다. 스티어링 휠이 내린 명령에 대한 프런트 액슬의 반응이 재빠르다. 일부러 거동을 무너뜨리려 노력해도 균형을 잃지 않는다.

코너링 퍼포먼스도 기대했던 것보다 뛰어나다. 언더스티어가 크지 않고 군더더기 없이 라인을 그린다. 시승차 타이어가 55 시리즈였는데 45 시리즈 정도 되는 스포츠 타이어였다면 웬만한 해치백은 따라 올 수 없는 코너링을 보여줄 것이다.

기본기가 탄탄하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중형 SUV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야무진 녀석이다. 독일차가 흔해진 지금, 무조건 희소성을 쫓아 선택할 순 없다. 버금가는 수준을 보여줘야 한다. 볼보, 그리고 XC60은 도달했다.

기자가 지금 이 순간 머릿속에 있는 볼보 이미지는 과거 각진 볼보가 아니다. 신선하다. 최신 볼보를 타고 다니는 운전자를 보면 세련이라는 구름이 근처를 맴돈다. 거기에 착한 이미지라는 보너스까지…. XC60은 톱클래스 외모로 대중들의 사랑을 얻을 준비를 마쳤다.

디자인은 개인의 기호에 나뉘지만 불호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기타 요소에 있어 불만과 꼬투리를 잡힐 만한 것을 두지 않았다. 안전벨트를 처음 만든 볼보는 여전히 꼼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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