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프로토타입 9 컨셉트

  • 기사입력 2017.09.12 13:54
  • 최종수정 2020.09.01 21:11
  • 기자명 모터매거진

인피니티 프로토타입 9 컨셉트

BEAUTIFUL COMBINATION

작은 차체지만 귀엽다는 생각은 없다. 근육질 몸매는 오히려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1940년대 경주차를 재현한 레트로 스타일에 차세대 동력원인 전기를 조합했다. 현대판 실버 애로우의 주인공은 인피니티 프로토타입 9 컨셉트.

인피니티의 장인정신과 독창성을 살려 제작한 이 독특한 자동차는 무게가 고작 890kg이다. 가벼운 차체를 5.5초 안에 시속 100km까지 올려줄 넉넉한 힘까지 가졌다.

글 | 박지웅

자그마치 70년 동안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일본 남쪽 끝 어느 헛간 깊숙이 묻혀있던 한 대의 자동차를 발견했다면? 어쩌면 다소 엉뚱하고 단순한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한 프로젝트가 있다.

닛산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가 2017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에서 공개한 복고풍의 경주차, 프로토타입 9 컨셉트가 주인공이다. 이름에 9가 들어가는 이유는 숫자 ‘9’의 일본어 발음이 ‘큐’와 비슷한데 이는 인피니티 자동차 모델명이 Q로 시작해서다.

모습은 1940년대 경주차지만, 프로토타입 9에는 오늘날 인피니티의 첨단 엔지니어링 기술과 예술성을 담았다.

프로토타입 9는 사실 얼굴이랄 것이 없다. 불필요한 라이트도 없이 인피니티 시그니처 그릴인 더블아치 그릴로 차체 전면부를 가득 매웠다. 시판 중인 인피니티 모델과 달리 그릴 날은 위아래로 쭉 뻗어있다. 오픈휠을 채택해 늘씬하게 뻗은 차체와 함께 긴흰수염고래를 연상시킨다.

1989년 생긴 인피니티가 1940년대 모터스포츠를 주름잡던 실버애로우 형상을 가진 자동차를 가졌으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누가 봐도 즉각 인피니티를 떠올리기는 힘들지만, 노즈 위에 잊지 않고 박아 넣은 인피티니 브랜드 로고가 확실한 소속을 나타낸다.

측면에서 보면 앞코가 길고 뒤가 짧은 전형적인 클래식 레이싱카다. 극단적으로 짧은 프런트 오버행은 회전반경을 좁게 해 민첩한 움직임을 가능케 할 것이다. 공기역학 요소를 가미한 인피니티 특유의 상어 아가미 모양 프런트 펜더 에어 덕트는 캐릭터 라인과 웨이스트 라인을 한껏 도드라지게 하여 자칫 밋밋할 뻔한 원통형 차체에 개성을 더했다.

19인치 센터록 휠에서도 레트로 향이 짙다. 살이 많은 와이어 스포크 방식 휠은 보통 클래식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단골 휠이다. 인피니티가 최대한 옛 경주차 모습을 재현해내려고 한 시도다.

자동차 엉덩이는 널찍해야 예쁘지만 프로토타입 9는 그런 빵빵함 대신 에어로다이내믹스를 택했다. 프런트에서부터 넘어오는 공기가 중간 중간 장애물에 걸리는데 없이 뒤로 흘러나가도록 뒤쪽 차체를 유선형으로 뾰족하게 세웠다.

차체는 사다리 모양의 철제 프레임에 철제 패널을 덮어서 만드는데, 이때 철제 패널은 작업자가 오랜 시간에 걸쳐 일일이 망치로 수없이 두드려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어냈다. 이 오래된 방식으로도 곡선이 주를 이루는 시그니처 요소들을 모두 표현해 인피니티의 장인정신을 볼 수 있다.

실내 디자인에서도 최대한 옛 느낌을 주기 위한 흔적이 보인다. 밖으로 노출된 콕핏은 19세기 초 전투비행기 조종실을 연상시킨다. 협소한 실내공간을 금속류와 토글 스위치를 이용해 꽤 심플하게 디자인했다. 차고는 910mm로 도로에 붙어 다니는 듯한 만족스러운 시트 포지션을 선사할 것이다.

계기판은 따로 둘 것 없이 세련된 알루미늄으로 마무리한 스티어링 휠 중앙에 함께 위치시켰다. 윈드실드도 손바닥만 하기 때문에 보통 자동차처럼 계기판을 스티어링 휠 뒤쪽에 위치시킨다면, 운전자 시야를 가릴지 모른다.

내연기관의 익숙한 엔진소음을 프로토타입 9에서는 들을 수 없다. 동력원은 미래 인피니티가 지향할 전기를 사용했다. 인피니티의 미래를 담아낸 만큼 동력계통도 현재 쓰이는 전기차 것이 아닌 새로운 세대의 EV 파워트레인을 얹었다.

최고출력 148마력, 최대토크 32.6kg·m의 힘은 적어보일 수 있으나 공차중량이 890kg밖에 안된다면 얘기가 다르다. 30kWh 고전압 배터리에서 힘을 받는 전기모터는 뒷바퀴를 굴려 프로토타입 9를 5.5초만에 시속 100km까지 올려놓는다. 에너지를 최대로 쓰는 서킷 가혹 주행 시 주어지는 시간은 20분이다.

인피니티의 기술력 자체를 의심하지 않는다. 닛산의 첨단 엔지니어링 기술은 브랜드 출범 초기 미국 시장을 견인하는 경쟁력이 됐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지금이다. 국내 시장에 발을 들인 2000년대 중반부터 고공 행진한 인기는 언제적 얘기냐는 듯 현재는 조용하다.

밀려들어오는 유럽산 경쟁 모델들에 대항해 인피니티만의 색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프로토타입 9가 단순히 일본 모터스포츠 전성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체가 되지 않고, 인피니티 미래를 보여주는 재기의 발판이 되어주기를 진정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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