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IENCE THE SPECIAL MIX - BMW i8 로드스터 시승기

  • 기사입력 2019.05.02 10:33
  • 기자명 모터매거진

BMW i8 ROADSTER

EXPERIENCE THE SPECIAL MIX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 M을 빼닮은 스포츠성, 고효율의 친환경성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여기에 오픈에어링이란 중독성을 더했다.

글 | 박지웅  사진 | 최재혁   

BMW가 지금껏 이어왔던 프리미엄 가치와 ‘고효율’이라는 새로운 자동차 업계 트렌드를 반영한 i시리즈의 두 번째 모델 i8. BMW가 정식 데뷔에 앞서 프랑스 미라마(Miramars) 테스트 트랙을 달리는 i8 프로토타입을 공개했을 때가 아직 잊히지 않는다. BMW의 역동적인 DNA를 머금은 스포츠카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조합은 당시 신선한 충격이었고, 슈퍼카 못지않은 엄청난 존재감의 디자인도 모두가 매료되기 충분했다.

2012년에 이미 i8 스파이더 콘셉트카가 등장했던 터라 로드스터 모델도 금방이라도 출시할 것처럼 소문만 무성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i8 쿠페 데뷔 약 4년이 지나 i8의 페이스리프트 시기에 맞춰 같이 모습을 드러낸 로드스터 모델. 우리나라에는 반년이 더 지난 2018 부산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했고, 출시 시기는 다시 해를 넘기며 올 초까지 흘러왔다. i8 로드스터가 i8에서 지붕만 열리는 형태라고 한다면, i8이 등장한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과연 여전히 처음 i8이 주었던 신선한 충격을 그대로 전해줄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소환했다. 등록한 지 며칠 되지 않는 따끈따끈한 i8 로드스터 신차를. 시승차는 단풍색에 가까운 오렌지빛의 E-코퍼(E-Copper) 메탈릭 컬러를 입었다. 도닝턴 그레이(Donington Grey) 메탈릭 컬러와 함께 새롭게 추가된 색상이다. 괜스레 오픈에어링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떠오른다.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존재감을 더하는 색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드십 슈퍼카를 연상시키는 루프 라인과 낮고 넓게 깔린 자태, 감성을 자극하는 유려한 디자인은 명불허전이다. 지나던 행인들도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을 보니 여전히 뛰어난 외모인 것은 틀림없다.

보통 컨버터블 모델이라면 쿠페 모델과 같은 인원을 수용하면서 루프까지 접어 넣어야 하므로 루프 라인이 달라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i8 로드스터를 측면에서 보면 쿠페 모델과 놀라울 만큼 비슷한 루프 라인을 가졌다. 미끄러지듯 뒤로 빠지는 곡선이 일품이다. 개폐 작동 시마다 움직이는 C필러에는 은색 패널을 덧대고 로드스터 모델임을 나타내는 ‘Roadster’ 레터링을 새겨 넣었다.

뒤쪽은 로드스터가 주는 시각적인 즐거움이 제일 강하다. 특히 쌍봉낙타의 등처럼 솟은 커다란 지지대는 뒤태의 하이라이트다. 음각과 양각을 자유자재로 연출하며 미래지향적인 선을 마음껏 뽐낸 후면부 디자인은 시간이 지났어도 여전히 아름답다.

웅장한 프레임리스 시저 도어를 열고 새 차 냄새 풀풀 풍기는 호화스러운 실내로 들어가 본다. i8 페이스리프트에는 큰돈을 들이지 않았는지 인테리어에서도 눈에 띄는 디자인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최신 i드라이브 시스템을 적용한 8.8인치 신형 디스플레이가 가장 큰 변화다. 마음에 쏙 들어서 굳이 바꿔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시대를 뛰어넘은 외관 디자인에 비해 인테리어 디자인은 고급스러움 가득한데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져서 아쉽다.

대신 내실을 튼튼하게 다졌다. 꼭 눈에 보이는 변화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BMW 측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번 페이스리프트 제품군은 시저 도어 안쪽을 한층 강화하는 조치가 있었다. 로드스터 모델은 소프트톱 구조를 넣기 위해 더 강력한 탄소섬유 프레임이 사용됐다. 이 같은 노력으로 i8 로드스터의 무게는 오픈톱 모델로서는 아주 가벼운 1595kg을 달성했다. 부분변경한 i8 쿠페에서 약 60kg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소프트톱 구조는 단순하면서 특이하다. BMW의 특별한 메커니즘을 통해 15초 만에 완전히 직각으로 접혀 시트 바로 뒤쪽으로 수납된다. 덕분에 100ℓ의 트렁크 공간도 추가로 생겼다. 여행 캐리어를 넣기는 여전히 무리지만, 투 시터 로드스터에게 이 정도의 트렁크 공간은 축복에 가깝다. i8 로드스터는 이동 중에도 루프를 접을 수 있다. 시속 50km 밑에서는 소프트톱 개폐를 작동할 수 있으니 멈출 필요도 없이 루프 수납이 끝나고 그대로 속력을 높여 내달리면 된다.

이제 도로로 나가볼 시간. 시동 버튼을 누르자 차에 전원이 들어오며 디지털 계기판에 운행이 준비됐다는 메시지가 뜬다. 별다른 조작을 하지 않으면 기본 드라이브 모드로 출발한다. 전기모터가 굴리는 앞바퀴만으로 움직인다. 전기모터는 이전보다 12마력 올라간 155마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주행이라면 답답한 출력은 아니다. 오히려 내연기관이 깨어있지 않아 전기차의 정숙성을 보이는 점이 마음에 든다. 단, 고급 세단의 정숙성과 비교하긴 무리다.

차는 ‘돌다리’라는 별명을 가진 브리지스톤 포텐자 S001을 신었다. 서스펜션도 스포츠카답게 단단한 편이다. 둘 다 접지력에 중점을 둔 세팅이라 노면의 소음이 실내로 유입되는데, i8 로드스터의 실내는 도서관처럼 조용해서 이러한 잡소리가 상대적으로 잘 들리는 편이다. 실내 정숙성이 장점이자 단점인 셈이다. 계기판에서 i8 로드스터가 전기로 달릴 수 있는 거리 39km를 확인한다. 기존 i8이 전기로만 달릴 수 있는 거리 32km를 넘어선 수치다.

가까운 거리는 왕복하고도 충분해 보이는 이 숫자도 i8 로드스터가 전기로 달릴 수 있는 최대 거리는 아니다. 11.6kWh로 배터리 용량을 키운 i8 로드스터는 완충된 상태라면 최대 53km를 달릴 수 있다. 부지런히 충전한다면 시내 주행은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다닐 수 있겠다. 물론 운전 습관에 따라 실제 전기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상이할 것이다.

기본 드라이브 모드는 시속 105km까지 달릴 수 있다. 전기만 사용해 더 빨리 달리고 싶다면 e드라이브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럼 시속 120km로 제한 속력이 늘어난다. 이 이상의 속력으로 가속하기 위해 가속 페달을 더 힘껏 밟으니 내연기관이 깨어난다. 이제 직렬 3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 뒷바퀴에 힘을 실을 차례다. 비로소 합산 최고출력 374마력을 모두 쓸 수 있다. 이 힘을 보다 영민하게 쓰기 위해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 모드에 둔다.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흥을 더한다.

슈퍼카 못지않은 외모를 가졌기에 더 높은 출력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어쨌거나 넉넉한 출력에 탄소섬유 보디와 알루미늄 섀시로 몸무게까지 확 줄인 i8 로드스터는 M 모델 못지않은 날렵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차의 앞머리는 이미 운전자의 마음을 꿰뚫어보듯 스티어링 휠의 조작 즉시 민첩하게 반응한다. 사륜구동의 안정성을 생각하면 400마력을 훌쩍 남기는 출력이 차를 훨씬 재미있게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진한 스포츠 주행을 마쳤다. 루프를 접고 오픈에어링을 즐긴다. 2억원이 넘는 차를 타고 호사를 누리니 내리기 싫다. 따지고 보면 i8 로드스터는 시장에 직접적인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지만, 비슷한 가격대에 쟁쟁한 라이벌들이 잔뜩 포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8 로드스터는 돈값을 충분히 한다. 수치에만 연연하는 사람에겐 매력적인 인상을 주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BMW가 설계한 운전 재미와 놀랍도록 기름을 먹지 않는 뛰어난 연료 효율성을 갖췄다. 거기에 도로를 질주하며 사람들에게 받는 부러움의 시선은 덤이다.

SPECIFICATION _ BMW i8 ROADSTER 

길이×너비×높이  ​​4689×1942×1291mm  |  엔진형식 I3 터보, 가솔린+전기모터

배기량  1499cc  |  최고출력  ​​374ps  최대토크  ​​58.1kg·m

변속기  ​​​(앞) 2단 자동, (뒤) 6단 자동   |  구동방식  AWD

복합연비  ​​​14.2km/ℓ |  가격  ​​​​​​2억197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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