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LL THE TRIGGER, 두카티 파니갈레 V4 S VS 포르쉐 911 GT3

  • 기사입력 2022.07.15 09:48
  • 기자명 모터매거진

PROLOGUE
만약 돈이 있어서 세컨드 모델을 둔다면 운전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가족과 함께 일상에서 사용할 용도로 편하고 부드러우면서 실용적인 자동차 한 대를, 그리고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마음 놓고 즐길 용도로 조금 불편하지만 날카롭게 달리고 성능 높은 자동차 한 대. 보통은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세컨드 모델이 자동차가 아니라 모터사이클이라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둘 다 날카로운 모델을 고를지도 모른다.

뭐 그렇게 된다면 3대 라이프가 될 수도 있는데, 시대가 변하다 보니 가족을 꾸리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다. 만약 그렇게 산다면, 날카로운 모델로 두 대를 구매해도 된다. 둘 다 날카롭다고 해도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은 그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바람을 오롯이 온몸으로 맞아가면서 달리는 즐거움을 느끼는 모터사이클과 시트에 편하게 앉아 있으면서도 스티어링을 돌릴 때마다 땀이 흐르는 자동차는 분명히 다르다.

그런 선택을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지금까지 국내에 있는 모델들 중에서 가장 날카로울 것 같은 두 대를 무대에 불러냈다. 일반도로보다는 서킷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일반도로를 달릴 수 있는 레이스용 자동차 포르쉐 911 GT3 그리고 마찬가지로 일반도로보다 서킷이 더 잘 어울리는 레이스용 모터사이클 두카티 파니갈레 V4S다. 그러고 보니 둘 다 폭스바겐 그룹 산하에 있는데도 성격은 다르다.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DUCATI PANIGALE V4 S

글 | 유일한

만약 당신이 모터사이클을 잘 모른다고 해도 두카티라는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파니갈레라는 이름을 듣고서 ‘어? 2019년에 분명히 파니갈레가 나왔었는데?’라고 생각하신다면, 당신을 열혈 모터매거진 독자로 인정하겠다. 그렇다. 그때도 필자는 두카티 파니갈레 V4 S를 운전했었다. 그런데 약 3년이 지난 지금 왜 다시 파니갈레를, 그것도 동일한 V4 S를 운전하고 있을까? 사실 그사이에 파니갈레가 조금 진화했다. 자동차로 치면 ‘페이스리프트’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어디가 변했는지를 먼저 보면, 헤드램프 옆에 이전에 없던 날개가 추가됐다. ‘윙렛’이라고 부르는데, 고속 주행 중 들리기 쉬운 모터사이클의 앞부분을 지면에 누르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 앞 범퍼 측면에 붙이는 ‘카나드’를 생각하면 된다. 그 외에도 ‘에어로 팩’이 추가됐다. 플렉스 글라스 스크린, 노즈 페어링, 라디에이터 냉각을 위한 측면 통풍구를 포함한다. 그래서 이전에는 없던 상어 아가미가 측면에 마련됐다.

뭐 차이점은 이 정도로 이야기하고, 자동차도 그렇지만 모터사이클 역시 달려봐야만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여전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멋이 있다. 사다리꼴의 트렐리스 프레임을 탑재했던 과거의 두카티가 더 멋있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파니갈레는 보면 볼수록 옛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것 같은 멋이 있다. 어쨌든 지금은 그 멋을 달리게 해 보자. 시동을 거는 순간 울리는 폭음은 여전히 그대로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가벼운 마음으로 탈 수는 없다. 만약 날카로운 가속 성능이나 코너링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여유 있는 투어를 즐기고자 한다면, 파니갈레보다는 멀티스트라다를 선택하는 게 훨씬 더 좋은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이번에는 일부러 날카로운 녀석으로 선택한 것이다. 의자와 탱크를 신체에 최대한 밀착시키고, 팔에서 가볍게 힘을 뺀 뒤 두 다리로 차체를 단단하게 조이며 자세를 잡는다.
1만 4천 회전을 넘기면 존재하는 레드존에 구태여 도달할 필요는 없지만, 파니갈레라면 적어도 1만 회전은 쓰고 싶다. 그런데 그 자체가 쉽지 않다. 모든 것이 자신에게 빠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엔진 회전을 높일수록 같이 높아지는 심장 박동도 그렇고, 차분함을 유지할 수 없는 요소들이 너무 많아진다. 그래서 만약 일반도로를 달린다면, 기분 좋게 사용할 수 있는 적정 회전은 7000~8000 회전 사이일 것이다.

그것은 옆을 달리고 있는 포르쉐 911 GT3도 마찬가지다. 자동변속기와 전자동 에어컨을 갖추고 있지만, 본질은 엔진 회전을 높이며 짜릿함을 즐기는 것이다. 게다가 도로의 요철을 만났을 때 단단하게 반응하기는 둘 다 마찬가지다. 어쩌면 튀어 오른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은데, 그나마 파니갈레는 이 시점에서 반칙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든다. 살짝 엉덩이를 들어 올리고 충격을 허리가 아니라 다리로 흡수하면 된다.
혹시 코너에 진입하기 전에 앞으로 몸을 더 숙이는 모터사이클 운전자들을 본 적이 있는가? 파니갈레를 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것을 몸에 익히게 된다. 앞바퀴와 연결된 쇽업소버를 눌러서 잠시나마 휠베이스를 짧게 만드는 것도 있고, 앞바퀴에 접지력을 몰아주는 것도 있다. 성공하면 평범하게 코너에서 눕는 것보다 더 빠르게 그리고 기민하게 코너를 극복할 수 있다. 몸을 움직여서 움직임을 만드는 것, 그것이 모터사이클의 묘미다.

그 안에는 전자장치의 도움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두카티의 전자 트랙션 컨트롤 제어장치인 DTC(Ducati Traction Control) EVO 2는 이제 ‘예측 제어’가 가능하다. 그리고 두카티 전용 퀵 시프트인 DQS(Ducati Quick Shift up/down) EVO 2는 기어를 높일 때 변속 시간이 더 빨라졌다. 그러니까 이제 왼손가락에 힘이 들어갈 일은 거의 없다. 출발할 때만 클러치를 사용하고, 그 뒤에는 왼발만 까딱거리면 된다. 자동변속기까지는 아니어도 많이 편해졌다.
그래서 서킷을 달리기 위해 만들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일반도로를 꽤 여유 있게 달릴 수 있었다. 아, 그런데 한 가지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었다. 바로 엔진과 배기 매니폴드를 통해 뿜어지는 열기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파니갈레는 발목이 긴 부츠를 신어야 한다. 이번에는 짧은 부츠를 신었다가 특히 오른발을 태우는 것 같은 열기에 견디기가 조금 힘들었다. 그나마 라이딩용으로 두꺼운 바지를 입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PORSCHE 911 GT3

글 | 안진욱

일상생활에서 스포티한 차를 타고 싶진 않다. 그냥 편한 게 가장 좋다. 승차감이 부드러워야만 하고 반자율주행 시스템도 있어야 한다. 기왕이면 마사지 기능이 담긴 시트도 필요하다. 이런 차가 나의 교통수단으로서 있어야 하지만 드림카로 한 대를 두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뭔가 특별하고 보통 차와 다른 무엇이 있어야 한다. 레이스카 DNA를 가져온 것이 아닌, 번호판 부착이 가능한 레이스카면 탈 때마다 이동이 아닌 취미가 된다. 지금 국내 정식 판매되고 있는 모델 중에서 가장 하드코어한 차, 바로 포르쉐 911 GT3다.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당시에는 차에 적응이 덜 되어있고 기온이 낮아 내 심장이 위축되어 있었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는지 두렵진 않다.

천천히 움직일 때 ‘찌그덕찌그덕’ 하는 실내 잡소리마저 기분 좋다. 노멀 카레라 모델에서는 들을 수 없는 소리다. 차가 워낙 단단하다 보니 유격 없이 완벽하게 마감한 내장재끼리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파나메라에서 이런 소리가 났다면 당장 서비스센터로 가겠지만 이 차를 소유한 이들은 당연하게 이해한다. 리어 시트를 없애고 방음 소재를 최소화하다 보니 디퍼렌셜 작동 소리도 생생하게 들린다. 그렇다. 레이스카에서 ‘위이이이잉’ 하는 그 소리다. 그냥 커다란 윙만 단 911이 아닌 레이스카 그 자체다. 물론 조만간 더 센 911 GT3 RS가 등장하지만 그 전까지는 이 녀석이 가장 날 것이다.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지만 원래 911 GT3에는 수동 변속기를 고를 수 있다. 내가 911 GT3를 구매한다면 무조건 수동 변속기다. 수동이 재미있는 것도 있지만 더 하드코어한 녀석에게 눌리지 않으려면 조건이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 조건이 편한 쪽이 아닌 더 불편한 쪽이라면 둘 중 누구에게 손을 들어줘야 할지 어려워진다. 911 GT3 RS 혹은 911 GT3 수동변속기. 엄마 혹은 아빠의 결정보다 훨씬 까다롭다. 공도에 조금이라도 더 친화적인 세팅은 GT3이니 이 강점도 빠뜨릴 수 없다. 911 GT3 RS보다 친절하다는 것이지 결코 운전자를 따뜻하게 대하지 않는다. 물론 규정 속도를 지키면서 주행안정화장치를 다 키고 다니면 사건이 터지지 않는다. 그냥 직선 주로에서 쭉 밟아보고 스티어링 휠 이리저리 돌려 보면 말 잘 듣는다.

하지만 그렇게 몰라고 이 차가 만들어지진 않았다. 아무리 갈수록 슈퍼카가 운전하기 쉬워지고 있으나 이 녀석은 다르다. 우선 고회전 영역에서 괴력이 나오다 보니 그 힘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저회전 영역에서도 두툼한 토크가 있긴 하지만 민첩하지 않다. 6000rpm 이상은 사용해야 날렵하게 움직인다. 보통 차라면 레드존을 치고 있을 터인데 그때부터 911 GT3는 잠에서 깨기 시작한다. 태코미터 바늘이 9에 가까워질수록 배기 사운드는 더 높은 음을 낸다. 환경규제 속에서 이 정도 소리를 낸다는 것이 놀랍다. 다운시프트나 스로틀이 닫힐 때 백프레셔는 없다. 오직 배기 효율만을 고려한 세팅이다. 더 이상 빠를 수 없을 거 같았던 PDK는 911 GT3에 달리면서 약간의 여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변속기도 빠르지만 변속에 따른 엔진 리스폰스도 말도 안 되게 빠르다. 이 파워트레인을 964에 장착하고 싶다는 상상을 잠시 했다.
달콤한 상상을 하면서 산길에 닿았다. 트랙은 아니지만 와인딩으로 코너링 퍼포먼스를 맛보기로 한다. 스포츠 플러스에 놓으면 트랙션 컨트롤이 꺼진다. 다 해제되는 것은 아니고 살짝 방치하고 운전자가 못 미더우면 다시 개입한다. 센스 있게 데이터를 넣었다. 댐퍼 감쇠력은 다 풀어놓고 고갯길을 달린다. 오르막 주행에도 프런트 그립이 여유롭다. 괜히 후드에 구멍을 뚫어 놓은 게 아니다. 탈출하면서 이른 타이밍에 가속을 전개해도 쉽게 뒤가 날아가지 않는다. 초광폭의 세미 슬릭(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컵 2)가 아스팔트에 딱 붙어있다. 조금 더 과감하게 가속 페달을 밟으면 털리긴 하는데 엉덩이가 빠지는 리듬이 느긋해 카운터스티어를 쉽게 받아 칠 수 있다. 세대가 거듭할수록 휠베이스를 조금씩 늘이고 엔진 위치를 캐빈룸 쪽으로 조금씩 민 덕이다.

500마력이 넘는 레이스 머신으로 와인딩 타는 게 마냥 즐거운 일은 아니다. 온몸에 땀이 흐르고 호흡도 빨라진다. 그래도 아마추어 드라이버가 이렇게 탈 수 있는 것은 섀시 밸런스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앞뒤 무게 배분은 좋지 않지만 그 핸디캡을 롤센터와 서스펜션 세팅으로 극복했다. 맥퍼슨 스트럿에서 더블 위시본으로 바꿨다고 해서 내가 체감할 수는 없다. 그래도 더 좋게 바꿨다고 하니까 신뢰도가 올라가고 덩달아 용기가 생긴 것이다. 여기에 강력한 브레이크 시스템까지 뒤를 봐주고 있다. 공도에서는 이 제동 성능을 다 사용하지 못한다. 노즈다이브나 브레이크스티어와 같은 불쾌한 현상을 보이지 않는다. 메인터넌스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그렇지 트랙에서 1세션 미친 듯이 몰아붙여도 지치지 않을 것이다. 이 911 GT3로 트랙을 타보진 못했지만 이전 세대까지는 그랬다. 당연히 이 차도 그러겠지.
생일을 맞이해 911 GT3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 시승차는 이제 1만km 정도 주행했다. 이 정도 주행거리의 시승차는 보통 차의 10만km 정도로 보면 된다. 자기 차처럼 예열, 후열을 하지도 않았고(난 한다) 주행은 무조건 스포츠 모드에 풀액셀이니까(난 소중히 밟는다). 이 차는 번호판 달고 내가 처음 탔었다. 완전 신차 컨디션에 타고 급노화가 진행된 후에 다시 만났다. 놀라운 것은 성능도 성능이지만 이 성능과 주행감이 신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이 실내 잡소리가 있지만 이것은 이런 트랙 포커스 스포츠카의 숙명이다. 어쩔 수 없다. 대개 하드코어 차들은 강하지만 아플 때가 많다. 이 세상 하드코어 스포츠카 중에서 911 GT3처럼 이런 강철 체력을 가진 모델은 없을 것이다. 역시 포르쉐는 포르쉐고 911은 911이고 GT3는 GT3다. 주차장에 세워 놓고 감상만 해도 좋지만 감상이 끝나면 죄책감이 들게 하는 911 GT3. 꿈의 차고에 더 비싼 슈퍼카들을 제치고 입성하기에 충분한 이유와 매력을 가지고 있다.
SPECIFICATION
DUCATI PANIGALE V4 S
길이×너비×높이  2056×730×1115mm
휠베이스 1469mm  |  엔진형식  V4, 가솔린
최고출력  215ps  |  최대토크  12.6kg·m
변속기  6단 수동  |  구동방식  RWD
복합연비  -  |  가격   4690만원

SPECIFICATION
PORSCHE 911 GT3
길이×너비×높이  4575×1850×1290mm
휠베이스 2450mm  |  엔진형식  F6, 가솔린
배기량  3996cc  |  최고출력  510ps
최대토크  48.0kg·m  |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구동방식  RWD  |  가격   2억2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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