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로 변신하는 올드카, 마쯔다 RX-7 EV 컨버전

  • 기사입력 2022.01.25 09:43
  • 최종수정 2022.01.25 09:44
  • 기자명 모터매거진

탄소 중립 시대가 다가오면 우리가 사랑했던 오래된 자동차들은 어떻게 될까? 내연기관이 완전히 퇴출당한 이후에는 도로에서 만나볼 수 없을까? 카이스트에서 그 해답을 엿보았다. 

100년이 훌쩍 넘은 자동차의 역사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모델들이 만들어졌다. 클래식카, 올드카로 불리는 모델들은 도로 위를 달리는 것조차 예술이라고 평할 정도이니 말이다. 물론 이들은 미학적으로는 아름다운 것이 분명하지만, 환경에 좋지 않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은 이미 2030년을 전후로 내연기관의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이며, 유럽의 주요 국가들도 내연기관 자동차의 운행을 중지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전에 생산되었던, 역사에 남을 만한 모델은 아니더라도 대중들이 사랑했던 자동차들은 환경에 해롭다는 이유로 더 이상 도로를 달릴 수 없는 것일까?

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 역시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의 관심 요소다. 최근 몇 년 사이 오래된 내연기관 자동차들을 전기차로 변환하는 EV 컨버전이 주목받고 있다. 외관은 최대한 본래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배터리 팩을 싣고, 전기모터를 통해 굴러가는 방식이다.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일 외에도 유지 및 보수의 측면에서 오래된 내연 기관을 품고 있는 것은 여러모로 어려운 일이다. 자칫하면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도 있기에, 새로운 심장을 넣어주는 셈이다. 마치 ‘아이언맨’의 가슴에 아크 원자로를 넣는 것처럼 새로운 동력을 얻는 것이다.

다만, 출고 상태 그대로를 보존하고자 하는 클래식카 애호가들에게 조금 아쉬운 일일지도 모르겠으나, 이러한 움직임은 세기의 명차를 시대의 요구에 맞게 즐기는 것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검고 매콤한 매연은 결국 사회가 거부하게 될 테니 말이다. 더구나 기존의 자동차를 모두 폐차하는 것도 자원 낭비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전기차를 만드는 것 보다 기존의 자동차에 EV 컨버전을 하는 것이 탄소 배출이 더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렇기에 EV 컨버전은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이러한 사업은 대표적으로 영국의 루나즈(Lunaz)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루나즈는 롤스로이스, 벤틀리, 랜드로버, 애스턴마틴, 재규어 등의 클래식 모델들을 전기차로 개조하는 업체다. 최근 애스턴마틴 DB6의 EV 컨버전을 선보이면서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겸사겸사 내부의 각종 현대식 편의 장비를 더할 수도 있다고 하니 오래된 자동차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생명을 얻는 셈이다.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굳이 높은 가격을 자랑했던 클래식 모델이 아닌, 아이코닉한 모델들도 이러한 EV 컨버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로버 미니, 1세대 랜드로버 디펜더, 폭스바겐 비틀 등 많은 이들이 디자인에 대해 엄지를 치켜세우는 모델들이 그 대상이 된다. 오래된 파워트레인은 과감하게 덜어내고, 이 차들에 맞는 전기 파워트레인을 탑재하여 두 번째 생명을 얻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 닛산 리프와 테슬라의 배터리 및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미국에서는 개인이 이러한 작업을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흔히 ‘백야드 빌더(Backyard Builder)’라고 불리며 자신의 집 뒤뜰 혹은 차고에서 스스로 차를 뜯어고치던 이들이 이러한 EV 컨버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그들을 위한 EV 컨버전 킷까지 출시되고 있다. 단순히 유튜브에 ‘EV conversion’을 검색하기만 해도 수많은 자동차들이 전기차로 바뀌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해외에서는 EV 컨버전이 벌써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거치면서 꽤 큰 문화를 형성하는 중이다. 반대로 국내에서는 아직 EV 컨버전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도 모를 만큼 그 문화 자체가 생소하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법률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현재 국내 법규에 따르면 일반 차량을 전기차로 개조하여 도로를 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EV 컨버전을 서비스하는 업체도 없다.
이렇듯 해외의 문화인 줄만 알았던 EV 컨버전을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다면? 바로 카이스트(KAIST)에서 만든 마쓰다 RX-7 EV 컨버전이 대표적이다. 지난 9월, 제주도에서 열린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서 처음 관람한 자동차로 본지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이번 기사를 준비하면서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대전으로 떠나 최경환 박사를 통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2019년부터 시작되었고 94년식 마쓰다 RX-7을 미국에서 수입해온 뒤 엔진을 떼어내고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얹은 것이다. 이 차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제주도의 정책이 있다. 제주도는 다가올 2030년부터 탄소 중립 섬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전기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오래된 스포츠카를 전기차로 바꾸어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 실제 관광단지에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때문에 개조의 범위를 최소화하고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파워트레인은 25kWh 용량의 배터리를 트렁크에 싣고 최고출력 65kw의 전기모터가 보닛 아래 자리 잡고 있다. 차체가 가볍고, 공기 저항이 적어 전비는 5km/kWh 수준이다. 이론적으로는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125km 내외로 볼 수 있다. 충전구의 위치를 기존 주유구 위치에 그대로 마련한 것도 재미있는 점이다. 또한, 충전과 기술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데, 카이스트에서 보유한 기술인 전기차 무선 충전 기술도 이론적으로는 탑재할 수 있다.
보닛 아래에 자리 잡은 전기모터는 변속기와 추진축을 통해 차동기어와 연결되며 뒷바퀴를 굴린다. 즉, 기존에 사용하던 추진축과 차동기어 등의 부품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3D 스캐너를 사용한 역설계를 통해 전기모터와 기존 변속기 마운트가 맞물리는 부분을 새로 제작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또한 모터와 축 사이의 변속기 덕분에 전기차지만 2단 수동 변속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클러치 조작이 미숙하더라도 기존 내연기관처럼 시동이 꺼지는 것은 아니고 변속 충격은 느낄 수 있는 정도다.

이러한 차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급가속을 하거나, 빠르게 선회를 하는 등의 상황을 가정하고 동력을 제어하는 기술의 난도가 상당히 높다. 네 개의 바퀴에 걸리는 토크를 별도로 제어해야 하는데 이 차에서는 ABS 모듈을 통해 각 유압을 별도로 제어하면서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현재는 제네시스 쿠페에 탑재되는 ABS 모듈을 장착했고, 이 모듈 역시 역설계를 통해 네 바퀴의 유압을 조절하는 방식을 구축했다. 또한 현재는 개발 중인 제어 모듈의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고, 2022년 초에 실험이 완료되어 적극적인 테스트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소프트웨어가 완성되면 고출력 모터를 탑재하여 출력을 올리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실내도 기존의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기존의 계기판 대신 태블릿 PC를 이용한다. 인포그래픽 역시 카이스트에서 직접 제작한 것이다. 인포그래픽 디자인은 양산차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다. 에코 모드와 스포츠 모드도 구현되어 있으며, 배터리의 전력이 바퀴로 가는지, 회생제동을 통해 충전 중인지를 나타내는 그래픽도 만들어져 있다. 별도의 센서를 활용할 경우 기존 계기판도 사용할 수 있지만 아직은 태블릿 PC만 활용하는 형태로 진행 중이다.
멀게만 보였던 탄소 중립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다양한 모습에 감회가 새롭다. EV 컨버전 연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오래된 자동차들이 새 단장을 마치고 도로를 달리게 될 모습이 기대된다. 비록 다른 나라에 비해 시작은 늦었지만, 금세 따라잡아 우리나라의 전기차 문화, 나아가 올드카 EV 컨버전 문화가 새롭게 자리 잡기를 소망해본다.글 | 조현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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