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NEW CRUZE

  • 기사입력 2017.06.23 10:24
  • 최종수정 2020.09.01 20:14
  • 기자명 모터매거진

 

TOO GOOD TO BE TRUE

ALL NEW CRUZE

쉐보레가 준중형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가 아니다. 연비 효율의 대명사 디젤 모델은 식상하다. 새 얼굴로 돌아온 준중형 대표주자 크루즈의 파워트레인은 신형 다운사이징 4기통 1.4ℓ 직분사 터보 가솔린 엔진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것을 증명하듯 퍼포먼스와 연비 둘 다 뛰어나다. 훤칠한 외모와 속을 꽉꽉 채운 올 뉴 크루즈를 만나봤다. ­­­

글 | 박지웅 사진 | 임근재

작년 5월 중형차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쏘나타의 아성에 맞섰던 올 뉴 말리부의 저력은 대단했다. 놀라운 정숙성, 준대형급에 맞먹는 차체 크기, 풍부한 옵션 등 장점을 한 곳에 담았더니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2달 만에 판매고가 현대자동차 쏘나타를 추월하면서 중형 세단 1위에 올랐다. 그때까지 쏘나타의 그늘에 가려 주인공 한번 못해본 말리부가 단숨에 주연 배우로 급부상했다. 비록 1위 자리를 끝까지 지키지는 못했지만 기자는 아직도 2016년을 쉐보레 말리부가 만든 신화로 기억한다.

쉐보레가 올해에는 비슷한 방법으로 준중형 시장을 정조준했다. 다음 바통은 같은 회사 동생 크루즈가 받았다. 9년 만에 엠블럼 빼고 전부 바뀐 올 뉴 크루즈(이하 크루즈)다. 독일 오펠(Opel)이 앞장서 만든 차세대 준중형 아키텍처를 차체에 녹이고 형 말리부처럼 동급 최고 수준 옵션을 대거 장착했다. 특히 새로 개발된 직렬 4기통 1.4ℓ 터보 가솔린 엔진은 힘과 효율을 모두 챙긴 엔진이란 게 쉐보레 측 설명이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디젤차. 효율에 관해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세 장르가 있다. 가솔린 자동차는 늘 순위권 밖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효율까지 챙겼다던 신형 크루즈 심장은 가솔린 엔진 하나다. 다운사이징을 하긴 했지만 효율을 운운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할까? 생각이 여기까지 다다르니 안 타볼 수가 없었다. 가솔린 단일 트림으로 출시한 그 자신감을 시험하고 싶었다. 즉각 연비 테스트를 위해 크루즈 한 대를 호출했다.

Chevrolet Cruze 2017

STRONG LOOK

주행 코스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사이 새카만 페인트에 펄이 섞여 은은하게 빛나는 모던 블랙 크루즈가 도착했다. 기자가 가장 선호하는 색이다. 헤드램프 속으로 들어간 멋스러운 LED 데이라이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차급에 따라서는 차가 작아 보일 수 있는 기피 색상이지만 크루즈는 전혀 그런 느낌이 없다. 이전 모델 대비 10mm 낮아진 전고와 앞으로 갈수록 앞코가 낮아지는 프런트 오버행 때문에 오히려 날쌔 보인다는 생각이 주를 이룬다.

쉐보레 시그니처 듀얼 포트 그릴도 잊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임팔라부터 말리부를 거쳐 이어져온 패밀리룩이 막내 크루즈에서 완성됐다고 본다. 개성을 살린 그릴, 옆으로 길게 찢어진 전조등, 그리고 그릴 중앙으로 모이는 보닛 위 캐릭터 라인이 제법 강렬한 첫인상을 준다. 할로겐 램프가 들어간 구닥다리 노란 안개등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우선 매서운 얼굴만 보더라도 시장 1인자 아반떼가 바짝 긴장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앞모습에서 받았던 스포티한 인상과 달리 측면은 기교를 최대한 자제했다. 프런트 펜더에서 도어캐치를 일직선상으로 통과해 테일램프까지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과 검은 차체 때문에 고급스러운 크롬 몰딩이 더 눈에 띈다. 눈으로 확인은 어렵지만 전보다 15mm 늘어난 휠베이스도 분명 크루즈의 자랑거리다.

동급 최고이므로 만족스러운 승차감이 예상된다. 18인치 휠에는 승차감과 연비 효율 위주의 225/40R 미쉐린 프라이머시 MXM4가 껴졌다. 신형 크루즈로 승차감과 효율 이미지를 확실히 챙겨가려는 쉐보레의 의도를 뒷받침한다. 15mm 늘어난 너비는 뒤태가 전체적으로 다부지게 보이는 마법을 부렸다.

다부진 엉덩이에는 깜찍한 리어 스포일러가 달렸다. 코너 탈출 시 엉덩이를 지그시 눌러줄 충분한 리어 다운포스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철저한 계산을 통해 동급 최정상 공기저항계수(Cd) 0.28을 얻어낸 쉐보레다.

작은 심장을 단 크루즈가 전방 공기를 헤치고 얼마나 잘 달릴 수 있을지 트렁크에 붙은 터보 배지를 보고 더 궁금해졌다. 운전석에 앉으면 제일 먼저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이 운전자를 반긴다. 스티어링 휠 뒤에는 볼륨조절 버튼과 곡 선택 버튼이 있다. 보이지 않아 처음에는 조금 어색할 수 있지만 스티어링 휠을 쥐고 있는 상태에서 검지와 중지가 바로 닿는 거리에 있어 오히려 더 직관적이다.

오너가 아닌 이상 처음에 존재를 단번에 인지하기는 힘들다. 섬세하고 꼼꼼한 사람만 찾아 쓸 수 있다. 시승차는 브라운 인테리어다. 때가 타지 않는 블랙을 선호하는 사람이 보통이지만 한 번쯤은 이런 색을 골라 차에 개성을 주는 것도 나름 애정을 주는 방법이다.

크루즈 브라운 색상은 정확히는 베이지에 오렌지를 섞은 느낌이다. 베이비 터보여서일까. 딱딱할 줄 알았던 시트는 일반 승용차랑 별반 차이 없이 편한 착좌감을 준다. 대시보드 우레탄과 인조가죽은 가죽 느낌을 내는 스티치로 하나가 됐다.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이질감은 없다.

늘어난 휠베이스로 뒷좌석 레그룸은 이전 모델 대비 22mm나 넓어졌다. 일부러 넉넉하게 자리를 확보한 운전석 바로 뒷자리라고 해도 무릎이 앞에 닿지 않는다. 뒷자리에 등을 기대고 편히 누웠을 때의 느낌은 딱 예상했던 준중형급 그대로다. 뒷좌석 가운데는 앉을 수는 있지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트렁크는 20ℓ나 늘어나 469ℓ의 대용량이다. 여기서 2열 시트를 60:40으로 폴딩하면 최대 1200ℓ까지 적재 공간이 늘어난다.

화려한 옵션으로 두른 크루즈는 정말 있으면 좋겠다는 옵션은 다 있다.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자동주차 보조 시스템, 전좌석 안전벨트 경고 시스템, 급제동 경고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등 하나하나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다. 그밖에 동급에서는 처음으로 졸음운전 방지 차원에서 차선이탈 경고 및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을 달았다. 쉐보레가 얼마나 신경 써서 이번 크루즈를 준비했는지를 알 수 있다.

BEYOND EXPECTATION

본격적인 연비 테스트를 위해 시동을 건다. 알루미늄 블록으로 바꿔 20kg 감량에 성공한 신형 1.4ℓ 터보 엔진이 잠에서 깬다. 크루즈는 오펠이 개발한 차체에서 이미 110kg을 덜어냈다. 여기에 더해 엔진 무게까지 20kg 가벼워져 분명 연비 효율 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발 전 주유와 타이어압 확인까지 마쳤다. 연비 측정 중 급가속, 급제동은 쥐약이므로 자체 에코 드라이브로 목적지까지 가보기로 한다. 목적지는 좌우로 굽이치는 와인딩 도로로 인기 좋은 충주호다. 목적지까지 거리는 128.2km. 목적지로 향하는 첫 번째 코스에서는 크루즈 최대 연비를 찍어보고자 출발지 안양에서 고속도로만 달리게 계획했다. 반대로 돌아오는 길은 주행성능을 알아보기 위한 코스다. 충주호 와인딩 도로를 포함하는 충주 지방도로가 무대다.

고속도로로 진입하기 위해 가속페달에 발을 올려 차를 움직여본다. 전기차가 아마 이러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정숙성을 유지하며 원하는 시속 100km까지 유연하게 속도계가 움직인다. 일정하게 속도를 유지해야 하므로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활성화 한다.

시속 100km으로 맞춰놓자 컴퓨터는 알았다는 듯이 크루즈(Cruze)를 크루즈(Cruise)한다.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이 작동하면 방향지시등을 키지 않고 차선을 바꾸는 운전자를 다시 원래 차선 안으로 집어넣는다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목적지까지 트립 컴퓨터가 나타낸 연비는 18.7km/ℓ. 만족스러운 수치지만 실제 소비한 기름 양을 따져보는게 더 정확하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가까운 주유소에서 휘발유 7.6ℓ가 주유됐다. 달려온 거리를 대입하고 환산하니 실연비 16.8km/ℓ가 나온다. 중간에 정체구간 3곳과 제동이 필요한 순간이 꽤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주행거리를 좀 더 길게 잡았다면 연비 20km/ℓ 이상을 찍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16인치 휠이었다면 분명 연비 효율에 도움이 됐겠다.

타이어도 달아올랐겠다 싶어 바로 주행성능 테스트에 들어간다. 가속페달을 힘차게 밞으면 서서히 가속을 했던 아까와는 달리 터보랙이 약간은 느껴진다. 가속력은 상당히 좋다. 도저히 1.4ℓ급 엔진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터빈이 작기는 하지만 역할을 톡톡히 잘하는 모양이다. 크루즈에 얹힌 직렬 4기통 1.4ℓ 직분사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53마력, 최대출력 24.5kg·m의 힘을 낸다. 쉐보레가 만들면 숫자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공도 주행 시 전혀 부족하지 않다. 코너링도 우수하다. 연속 커브 길에서도 롤이 거의 없다시피 안정적이다. 크루즈는 보통 엔진룸에 위치하는 배터리를 무게 밸런스를 위해 트렁크 뒤쪽으로 옮겼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런 세심함 하나하나가 크루즈의 주행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가볍고 차체 밸런스가 좋은 차가 코너를 잘 탈출한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서스펜션은 요철에서 통통 튀는 경향이 있지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브레이크도 언제든 신난 크루즈를 멈춰줄 수 있을 만큼 훌륭하다. 이번 시승으로 많은 점을 얻고 간다. 2017 올 뉴 크루즈는 진정 그간 준중형차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했다. 크루즈라면 앞으로 추가될 트림도 기대가 안 될 수 없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던가.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는 아직 어색하고, 디젤 엔진에 실망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괜찮은 선택을 넘어 합리적 대안이 될 것이다. 제일 좋은 점은 수입차 못지않은 장점을 지닌 쉐보레가 국산차 가격을 받는다.

ANOTHER LEAGUE OF ALL NEW CRUZE

쉐보레는 올 뉴 크루즈를 근육질로 키워 레이스에 특화된 모델을 내놨다. 크루즈 레이스카 파워 유닛은 1.8ℓ 터보 가솔린 엔진인데 최고출력 360마력, 최대토크 51.0kg·m의 어마어마한 힘을 낸다. 보통 무게를 덜기위해 보디킷에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소재를 대거 적용하는데 와이드 보디킷을 위해 별도 제작한 펜더와 에어덕트를 뚫은 보닛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래 그대로 놔뒀다. 그 말은 원래 바탕이 좋다는 소리. 이미 원판에서 상당한 경량화를 했기 때문에 굳이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한다.

쉐보레 레이싱팀은 지난 14일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 ‘2017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GT클래스에서 크루즈 레이스카로 포디움을 점령했다.

WANT TO BUY?

조민정(27, 선생님)

남자만큼 자동차를 좋아하고 운전을 하고 싶은 여자랍니다. 여러 핑계거리로 아직 운전면허가 없어 버킷리스트에 담아뒀어요. 더 거창한 것으로 채워 넣고 싶었는데 운전면허가 있어야 제가 꿈꾸는 ‘나 홀로 여행’도 가능하더라고요. 살짝 두렵긴 하지만 돌아오는 방학을 이용해서 꼭 운전면허를 따려 해요. 차는 크루즈로 결정했어요(사실 광고에 혹 했어요). 주변사람들도 좋은 선택이라고 해주니 제 결정에 더욱 힘이 실리네요. 색상은 레드로 가려고 합니다. 정열적인 컬러가 소심한 저에게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도전하겠습니다.

임광재(31, 회사원)

지금은 잦은 야근과 회식으로 가지 못하지만 과거엔 클럽 마니아였습니다. 강렬한 비트는 저의 심장을 뛰게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줬죠. 스마트폰에 저장된 플레이리스트는 거의 힙합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어폰도 저음이 강한 것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차에서도 이렇게 음악을 즐기고 싶은데 마침 크루즈에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달린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제 적금을 쉐보레에게 건네줬습니다.

윤미라(34, 웹디자이너)

차가 오래되니까 기름도 많이 먹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차를 볼 때 연비를 제일 따져요. 시끄럽고 진동이 심한 디젤차는 거부감이 들고, 하이브리드차는 뭐가 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가격이 비싸더군요. 그러면 남는 게 가솔린차잖아요. 걸그룹 한 끼 정도로 기름을 조금 먹는 차를 알아봤죠. 까다로운 제 눈에 딱 들어온 것이 크루즈였어요. 파워와 연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해서 계약했어요.

길이×너비×높이 4665×1805×1465mm | 휠베이스 2700mm 무게 1250kg (16 및 17인치 휠 기준) / 1290kg (18인치 휠 기준) 엔진형식 4기통 터보, 가솔린 | 배기량 1399cc | 최고출력 153ps 최대토크 24.5kg·m | 변속기 6단 자동변속기 | 구동방식 FWD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 (전) / 멀티링크 (후) 타이어 205/55 R16 (16인치), 225/45 R17 (17인치), 225/40 R18 (18인치) 연료탱크 52ℓ | 복합연비 13.5km/ℓ (16 및 17인치 휠 기준) / 12.8km/ℓ (18인치 휠 기준) CO₂배출량 124g/km (16 및 17인치 휠 기준) / 132g/km (18인치 휠 기준) 가격 1890만~247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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