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속 자동차

  • 기사입력 2019.01.28 16:51
  • 기자명 모터매거진

LAND SPEED GLORY

빨리 달리고 싶은 인간의 욕망에 따라 자동차는 이제 시속 1600km를 목전에 두었다.

글 | 박지웅

#LAND SPEED HISTORY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이 무엇인지 물으면 열에 아홉은 치타라고 답할지도 모른다. 현존 가장 빠른 육상선수인 우사인 볼트가 기록하는 최고속도는 시속 40km도 넘지 못하지만, 치타는 순간 최고시속이 100km에 달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명석한 두뇌를 가진 인간은 치타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발명했고, 자동차 탄생 이후 최고를 향한 지상 속도 경쟁은 치열했다.

1898년 프랑스의 샤를 장토(Charles Jeantaud)가 만든 장토(Jeantaud)가 시속 63km로 자동차의 첫 번째 지상 최고속도를 기록하고부터 차가 처음으로 음속을 돌파하기까지 약 100년이 걸렸다. 1983년 영국의 ‘스러스트 2(Thrust 2)’도 롤스로이스 제트엔진을 달고 시속 1000km를 넘긴 했지만, 음속에는 미치지 못했다.

음속을 넘겠다는 인간의 염원은 1997년 영국의 ‘스러스트 SSC’가 이룬다. 당시 기록한 지상 속도는 시속 1214km. 그날 소리의 속도는 날씨와 고도를 계산했을 때 시속 1196km이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지상에서의 첫 음속 돌파였다.

#BEYOND SUPERSONIC

앞서 언급했듯이 소리의 속도는 날씨와 고도의 영향을 받아 시속 1250km에도 근접할 수 있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 스러스트 SSC의 기록은 소리보다 느릴 수 있다. 결국 이전 두 번의 기록에 만족하지 못한 영국이 또다시 나섰다.

2007년 롤스로이스, 재규어, 롤렉스가 후원하고 F1 및 항공우주산업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 만들어지면서 또 한 번의 세계 기록 경신을 위한 도전, ‘블러드하운드 SSC(Bloodhound SSC)’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블러드하운드는 음속을 훨씬 뛰어넘는 시속 1600km를 목표로 개발에 들어갔다. 블러드하운드는 길이가 13.5m나 되는 거구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가 굉장히 낮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높이는 웬만한 덤프트럭과 맞먹는 3m다.

대신 일반 자동차보다 좁은 1.5m의 폭을 가졌다. 차체 프레임은 필요한 조건이 달라 앞뒤 구조가 다른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만들었다. 전면부는 탄소섬유 복합물을 사용했지만 후면부는 차체 무게는 줄이면서 뻣뻣하게 지탱해줄 알루미늄과 티타늄을 격자 구조로 사용했다.

2개의 제트엔진과 로켓 클러스터를 부착한 블러드하운드는 13만5000마력의 최고출력을 뿜어 55초 만에 시속 1600km에 도달하도록 설계했다. 1초에 축구장 4개 반을 지나가는 속도, 눈 한번 깜박일 때마다 150m씩 지나가는 속도라고 하면 가늠이 될지 모르겠다.

쉽게 말해 총알보다 빠르다. 무시무시한 속도이니만큼 제동도 3단계로 이루어진다. 먼저 시속 1280km에서 에어브레이크가 작동하고, 속도가 1000km 아래로 떨어지면 낙하산이 전개된다. 마지막으로 시속 640km부터는 일반적인 브레이크처럼 마찰을 이용해 속도를 줄인다.

콕핏은 발열, 소음, 압력 등 초고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문제를 최소화했다. 시트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해 만들었다. 이미 스러스트 SSC로 음속을 돌파한 적 있는 앤디 그린(Andy Green)이 시트의 주인이다.

블러드하운드로 다시 한번 세계 기록에 도전하는 그의 체형에 딱 맞게 설계했다. 윈드스크린도 특별하다. 이중 접합한 25mm 두께의 유리는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보다 두껍고, 시속 1600km로 충돌하는 1kg의 새의 무게를 견딜 만큼 견고하게 만들었다.

#BUT

원래 예정대로라면 블러드하운드 SSC는 2012년 말 남아프리카공화국 노던케이프주에 호수가 말라 생긴 사막 ‘학스킨’에서 목표한 시속 1600km에 도전해야 하지만, 기부와 후원으로 운영되던 프로젝트는 충분한 개발 자금이 모이지 않게 되면서 도전이 수년째 미뤄졌다.

2017년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며 영국의 한 공항활주로를 시속 338km로 달리긴 했지만, 모두의 기대를 채우긴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계획을 여러 번 수정했던 블러드하운드의 세계 기록 도전 일자는 올해 5월로 확정됐었다. 아쉽게도 이마저도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프로젝트가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

시속 1600km 슈퍼소닉카를 보기 위한 블러드하운드 SSC 프로젝트가 무산되지 않으려면 2500만 파운드, 우리나라 돈으로 약 370억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세계 최고 지상 속도를 향한 이들의 열정을 살 투자자가 하루빨리 나타나 법정관리를 풀고 프로젝트를 완성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