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카레라 4 GTS VS 애스턴 마틴 밴티지

  • 기사입력 2018.12.20 13:38
  • 최종수정 2021.06.25 15:14
  • 기자명 모터매거진

PICK ME, PICK ME, PICK ME UP!!!

INTRO

스포츠카 세계에서 포르쉐 911은 특출난 존재다. 디자인을 비롯해 주행성능, 감성, 브랜드 파워까지 점령하며 모든 스포츠카의 경쟁 모델이 됐다. 포르쉐의 굳건한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많은 스포츠카가 명함을 들이밀었다. 패기롭던 경쟁자들은 강한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고 911의 존재감만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그런 911에게 다시금 이빨을 드러낸 존재가 있었으니, 환골탈태를 거친 애스턴 마틴 밴티지가 주인공이다. GT 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애스턴 마틴이 밴티지를 내놓은 것은 정확히 911을 노린 것. 1세대 밴티지가 애스턴 마틴 판매량에 높은 기여를 했지만 911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는 못했다. 2세대에 접어든 지금 밴티지는 911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EXTERIOR

글 | 안효진

포르쉐 라인업 중에서도 GTS는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디자인적인 면에서도 눈길을 사로잡는 모델이다. 시승차인 911 GTS 4는 톤 다운된 묵직한 레드 컬러인 카민 레드를 더 해 포르쉐의 개성있는 디자인을 극대화했다.

911 GTS 4의 경우 일반 카레라보다 차체 폭이 더 넓고 낮아 스포티한 이미지가 더욱 강한데, 1,852mm의 와이드한 사륜구동 섀시와 새로운 스포츠 디자인인 프런트 에이프런 또한 이런 이미지에 한 몫 톡톡히 한다.

하지만 911 디자인의 진가는 옆모습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익숙하지만 늘 특별한 느낌을 주는 옆면의 캐릭터 라인. 시승차는 스포츠 디자인 사이드미러는 물론 블랙 실크 광택 마감의 센트럴 락이 장착된 20인치 휠로 카리스마를 더했다.

도어 부분에 조그맣게 자리한 GTS로고 또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GTS 모델 최초로 타르가 바에 블랙컬러를 입혀 911 타르가 만의 특별함을 더 했다.

풍성하지만 매끈한 라인의 스포티한 뒤태는 스모크드 테일 라이트, 블랙 실크 광택의 에어 인테이크 그릴, 트윈 테일 파이프를 기본으로 만든다. 특히 중앙에 자리한 트윈 테일 파이프는 디자인적 균형감은 물론 스포티한 성격까지 느끼게 한다. 버튼 하나면 오르내리는 리어 스포일러로 힘들이지 않고 외모 업그레이드 끝!

십여 년 만에 돌아온 2세대 밴티지는 애스턴 마틴만의 간결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었다.

시승차는 형광 빛을 띄는 밝은 연두색으로 뒤덮어 스포티함을 극대화했는데, 다른 모델이었으면 자칫 과해 보일 수 있었겠지만, 밴티지를 이루고 있는 유려한 곡선들은 어떤 컬러든 우아하고 스포티하게 소화해 낼 것처럼 느껴졌다. 더욱 큼직해지고 살짝 밑으로 더 내린 그릴과 곡선의 보닛 그리고 날렵한 헤드램프가 강렬한 인상을 자아낸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캐릭터 라인과 미적 감각이 돋보이는 사이드미러는 운전석에 앉았을 때 사각지대 없이 시야를 완벽하게 확보한다. 또한 살짝 위쪽을 향하며 사선으로 열리는 스완도어는 얼마나 이 차가 세심하게 디자인되었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공기역학적으로 디자인했다는 설명처럼 밴티지 곳곳에는 공기를 효과적으로 다스리는 여러 부분이 눈에 띈다.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펜더 그릴은 휠 아치에 걸리는 바람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며 날개처럼 뻗어난 디퓨저는 다운포스를 확보한다.

뒤태는 앞모습보다 더 임팩트 있다. 한 마디로 입체적이면서도 잘 정돈된 모습이다. 가로로 얇고 길게 좌우가 이어진 LED 테일램프는 지금까지 형제들과는 다른 새로운 디자인. 앞으로 나올 애스턴 마틴 모델들의 디자인을 예상해 볼 수 있겠다.

거기에 풍만한 곡선이 돋보이는 트렁크 라인은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양옆으로 나란히 자리한 테일 파이프가 스포티하면서도 깔끔하게 빈틈없이 공간을 채워주고 있다.

#INTERIOR

글 | 박지웅

두 차의 인테리어 감성은 차의 성격만큼 비슷하고, 스포티하다. 먼저 포르쉐 911 4 GTS 실내를 둘러본다. GTS 트림은 노멀 911과 비교해 가죽보다 알칸타라 소재를 더 많이 사용한 것이 인상적이다. 곳곳에 보이는 탄소섬유 소재와의 조합이 아주 좋다.

빨간 외장 색상이 물든 듯 실내는 레드 포인트로 잔뜩 힘을 주었다. 외장 색상과 동일한 레드 스티치로 가죽과 알칸타라를 마감해 한층 멋스럽고, 안전벨트와 시트 머리맡에 박힌 ‘GTS’ 자수 또한 온통 빨갛다. 스포츠 주행 욕구가 불타오르지 않을 수 없겠다.

전반적인 인테리어가 991 MK1과 비슷하지만, 콕핏에 앉으면 잘생긴 스티어링 휠을 발견할 수 있다. 이전 디자인을 다듬어 훨씬 나은 세련미를 뽐낸다. 탁월한 착좌감을 선사하는 알칸타라 시트는 4방향 스포츠 플러스 시트다.

알칸타라를 적용해서 통풍시트 기능이 없고 고가의 차임에도 시트 위치 앞뒤 조절은 직접 손으로 해야 한다. 옵션으로 18방향 스포츠 플러스 시트를 선택할 수 있지만, 가격이 560만원이나 하므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고 무게에 민감하지 않은 구매자만 고려할 수 있다.

대시보드 중앙에는 원형의 시계가 위치한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가 적용되면 달리는 이 시계는 트랙에서 랩타임을 측정하는 것이 본래 역할이지만, 평상시 일반 시계 역할도 충분히 잘 수행한다. 스티어링 휠에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 다이얼이 생기면서 센터페시아에 있어야 할 버튼이 많이 사라졌다.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 가변 스포일러, 가변 배기 조작 버튼 등은 여전히 남겼지만, 휑해진 부분은 그대로 비어있어 아쉽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991 MK2부터 한글이 적용돼 이젠 사용하기 편하다.

애스턴 마틴 밴티지 실내를 구경할 차례다. 독특한 방식으로 열리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어디선가 본듯한 익숙한 인테리어가 펼쳐진다. 큰형 DB11과 유사한 레이아웃을 가졌고, 막내지만, 브랜드 명성에 걸맞게 가죽을 아낌없이 사용해 풍부하게 감쌌다.

500마력이 넘는 출력을 완벽하게 제어해 줄 것 같은 스티어링 휠은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다. 날카롭게 잘린 디컷 디자인에 손가락을 근지럽게 하는 큼지막한 패들시프트가 일품이다. 우측 버튼 중 ‘S’라고 적힌 버튼을 눌러 드라이브 모드를 고를 수 있다. 밴티지의 퍼포먼스를 극한까지 끌어올릴 트랙 모드를 선택할 때는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것이다.

시트는 부드러운 가죽과 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말랑하지도 않은 쿠션 덕택에 의외의 안락함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두툼한 사이드 볼스터가 어깨부터 허리까지 안정적으로 감싸 운전에 집중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 뒤로 보이는 디지털 계기판은 색깔이 화려하다.

운전자와 가장 가까운 가운데 원에는 엔진 회전수를 아날로그 형태로 표현하고 중앙에는 속도를 숫자로 표기해 시인성이 훌륭한 편이지만, 실제 바늘이 엔진 회전수와 속도를 가리키는 포르쉐의 아날로그 계기판이 더 매력적이다.

흔히 보이는 기어 노브가 보이지 않는다. 버튼을 눌러 변속하는 방식을 취했다. 시동 버튼을 기준으로 좌측에는 주차와 후진 버튼이 있고, 우측에는 중립과 드라이브 버튼이 있다. 위치가 정확하지만, 운전자의 손이 바로 닿는 위치는 아니어서 차에 적응이 되더라도 이들 버튼은 눈으로 보고 눌러야 할 정도로 위치가 애매하다.

영국산 슈퍼카인 애스턴 마틴이 우리나라에 오면서 위치가 애매해진 것은 또 있다. 바로 후드 릴리즈 레버. 고향 영국에선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터라 이상할 것이 없지만, 운전석이 좌측으로 바뀐 애스턴 마틴의 엔진룸을 열려면 여전히 오른쪽 조수석으로 가서 레버를 당겨야 한다는 것이 번거롭다.

#PERFORMANCE

글 | 김상혁

911 카레라 4 GTS(이하 911)와 밴티지의 퍼포먼스를 느끼는 일은 즐겁지만 두렵다. 각각 450마력, 510마력에 달하는 높은 출력은 물론이고 운전자 한계를 뛰어넘는 반응속도, 운동성능 때문이다. 무서운 성능만큼 안전 장치와 전자 장비가 들어갔지만 두려움을 쉽사리 떨쳐내기 어렵다.

호기롭게 운전석에 올라 엔진을 울리면 우렁찬 사운드가 퍼져나간다. 오감을 자극하는 엔도르핀이 분비되면서도 불호령이 떨어진 듯 조마조마하다.

먼저 엉덩이를 올리게 된 모델은 애스턴 마틴 밴티지다. 밴티지는 V8 기통 트윈터보 엔진을 얹으며 우렁찬 사운드와 510마력, 68.6kg.m의 토크를 뽑아낸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최고속도는 314km/h, 0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약 3.6초다. 여기까지가 눈으로 보이는 밴티지의 스펙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가듯 재빠르게 치고 나간다. 밴티지의 스펙을 미리 접했음에도 놀라게 된다. 물론 밴티지의 성능이 기자의 운전 능력을 훨씬 상회하지만 매번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사각형에 가까운 스티어링 휠은 재빠른 조향을 돕고 소가죽을 두른 시트가 자세를 단단히 고정시켜준다.

밴티지라는 갑옷을 입듯 몸을 끼워 맞추고 나면 쾌감은 한껏 상승한다. 특히 패들 시프트를 통해 조작할 때면 손끝으로 전해지는 찌릿한 충격이 일품이다. 밴티지에 적용된 전자식 디퍼렌셜은 굽이진 코너도 원활하게 빠져나가도록 돕는다.

밴티지의 주행모드는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 트랙으로 구분되어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 스포츠 플러스로 모드를 변경하면 세팅이 조금 더 단단해짐을 느낄 수 있다. 속도감과 사운드를 느끼기 적합하고 온몸의 세포를 곤두세워 달려나가는 재미도 수준급.

트랙 모드는 말 그대로 서킷에 올렸을 때 사용한다. 공도에서 트랙 모드를 다루기엔 불편함이 한둘이 아니다. 불규칙한 노면과 예측 불가능한 도로 위 차량들로 집중력을 놓치기 십상이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 맞춰놓고 슬라럼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 밴티지는 부드럽다. 민첩한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생각했던 형태의 라인을 그대로 그려나갔고, 운전자에게 전해지는 횡가속도 역시 억제하며 안정적이다. 속도를 올리고 급박하게 스티어링을 꺾으면 뒤가 이따금씩 흐른다.

하지만 금방 자세를 교정하며 아무 일 없다는 듯 주행을 이어나간다. 마치 “넌 스티어링만 잡아.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해줄게.”라고 얘기하듯이.

6기통 수평대향 엔진이 얹어진 911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7단 듀얼 클러치가 조합됐고 0에서 100km/h까지 약 3.6초가 걸린다. 911은 트윈터보가 얹어져 엔진 회전수 2150~5000대까지 토크를 고루 뿌려준다.

최고출력은 약 450마력으로 밴티지와 비교했을 때 60마력이 부족하다. 풋 포지션을 보면 911은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 간 간격이 밴티지에 비해 넓다. 달리고서는 스포츠카로서뿐 아니라 데일리카 영역에서도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음을 어필하는 점이다.

그렇다고 911이 다이내믹한 재미가 없느냐? 그건 천만의 말씀. 리어엔진 특유의 움직임과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가 조화를 이루며 절대 강자 위엄을 뽐낸다.

혹자는 911의 출력이 아쉽다고 한숨을 쉴지 모르지만 포르쉐의 진가는 핸들링이다. 단순히 스티어링을 돌리고 꺾는 행위가 아니라 스로틀을 열고 닫고 차체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그런 핸들링의 재미가 극대화된 게 포르쉐다.

포르쉐의 리어엔진, 수평대향 엔진은 핸들링의 묘미로 대표되는 아이콘이었고 911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재빠른 가속과 민첩한 스티어링 반응, 부드럽지만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서스펜션이 이를 뒷받침한다.

야생 날다람쥐처럼 민첩한 포르쉐는 굽이진 도로를 공략할 때도 유려하다. 인, 아웃코스를 최대한 줄여도 움직임에 무리가 없고, 재빠른 스로틀 반응은 코너 탈출 시 운동성을 유지한 채 빠져나오도록 만든다. 911의 기민한 움직임은 구렁이 담 넘어가듯 라바콘도 지워낸다. 기차 객석에 앉아 창밖 풍경을 바라보듯 빠르면서 느긋한 마음을 담은 채로.

날카로운 주행감각과 긴장감 넘치는 밴티지, 기민한 움직임과 핸들링의 재미가 극대화된 911, 두 녀석을 앞에 두고 하나를 선택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양쪽 모두의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 굳이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한다면 밴티지다. 911이 기계적으로 딱딱 들어맞는 움직임과 빼어난 밸런스로 아드레날린을 자극하지만, 밴티지가 조금 더 다이내믹한 사운드와 와일드한 주행감각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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