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 ANYWHERE episode II

  • 기사입력 2018.11.26 14:24
  • 기자명 모터매거진

이런 게 바로 신선놀음일까? 자연 속에 포근한 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특별한 느낌. 커플부터 가족 단위까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모두 함께 누릴 수 있는 잊지 못할 추억. 여행이 곧 삶이 되는 1박2일간의 트레일러 체험기.

글 | 안효진

사진 | 최재혁

지난달 <모터매거진>은 캠핑의 계절 가을을 맞이해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떠나는 알빙(RVING) 여행을 제안했다. 30대 솔로남인 박지웅 기자는 볼보 크로스컨트리에 루프톱 텐트를 올리고 훌쩍 홍천강으로 힐링 여행을 떠났었다.

그리고 이달에는 어린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야 하는 엄마의 선택으로, 장소의 부담 없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트레일러를 체험해 보았다. 목적지인 제부도에 위치한 캠핑장에서 보낸 짧지만 알찼던 하루. 냉장고, 샤워부스는 물론 전자레인지, 오븐까지. 엄마들이 원하는 모든 것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날 이후 더 이상 트레일러는 TV나 영화에서만 나오는 먼 존재가 아니었다. 드림카 리스트에 살포시 올려 본 500급 트레일러. 하루빨리 트레일러 면허 공부를 시작해야겠다.

대세는 미니멀리즘? 딱 한 번만 경험해봐

캠핑의 낭만을 상상하며 친구 가족들과 캠핑장을 찾았던 때가 있었다. 꽉 막히는 도로를 헤집고 겨우 캠핑장에 도착했건만, 진짜 시작은 그때부터였다. 장비를 펼치고 텐트와 테이블을 세팅하는 데만 한 시간 남짓. 이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 뒤로는 음식을 하느라 또 시간을 다 보내기 일쑤다.

설거지에 애들 화장실 같이 가주랴 하다 보면, 어느새 깜깜한 어둠이 내려있다. 엉덩이 한 번 편하게 붙이고 하늘 볼 시간이 없던 첫 가족 캠핑. 물론 이건 기자가 캠핑 초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트레일러 경험 역시 처음. 하지만 그 피로도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물론 캠핑장까지 어떤 차로 이동하느냐도 피로도에 큰 작용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은 승차감보다 하차감이 좋은 차를 더 선호한다는 친구의 말에 웃어넘겼지만, 그런 맥락으로 보면 볼보 크로스컨트리는 승차감도 하차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차다.

SUV 못지 않은 넉넉한 짐 공간은 물론 세단처럼 편안한 승차감을 자랑하는 크로스컨트리만의 매력은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질 거다.

오늘도 촬영 장비와 각종 음식 재료들을 실었지만, 트렁크 공간은 여전히 여유롭다. 디젤 모델임에도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정숙한 실내는 거친 노면에서도 아래위로 요동치는 법이 없었다. 터치 한 번에 곧바로 콘서트홀로 변하는 매력은 또 어떻고.

크로스컨트리의 특성상 공간이 넓고 긴 덕분에 바워스 앤 윌킨스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이 더욱 다이내믹하게 울려 퍼진다. 드디어 도로 양쪽으로 바다가 출렁이는 제부도 바닷길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밤 11시면 바다로 변하는 이 신비한 도로는 마주 오는 옆 차와 닿을락 말락 하는 2차로 길.

그 후로도 포장이 벗겨진 울퉁불퉁한 길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네 바퀴가 단단히 도로를 붙잡고 달려나가는 크로스컨트리의 안정감은 변함이 없다. 아침 출근길 정체에 시달렸던 터라 제부도에 들어와 드디어 마음 놓고 가속 페달을 밟아본다.

최대 48.9kg·m의 토크를 뽑아내는 2.0ℓ 디젤 엔진의 시원한 가속감에 여행의 설렘도 덩달아 하늘 높이 치솟았다.

캠핑, 이보다 편할 수 있을까?

오늘 체험하는 트레일러는 영국에서 온 엘디스 크루세이더다. 대체로 흐린 날이 많은 영국 날씨의 특성 때문일까, 쿠르세이더는 곳곳에 창이 많아 낮에는 실내에 불을 켜지 않아도 될 만큼 채광이 좋고 탁 트인 개방감을 자랑한다.

이제는 구형이 되었지만, 요즘 인기인 신형 엘디스 슈퍼사이클론K 에디션의 초석을 마련한 모델로 의미가 깊다. 이 형제들은 500급 트레일러 중에서도 세련된 인테리어와 안락한 분위기로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모델이라는 사실!

무게는 약 1300kg로 750kg 이상이면 트레일러 면허가 있는 사람만 트레일러를 움직일 수 있기에, 캠핑장까지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이동했다.

캠핑장은 길만 건너면 드넓은 갯벌을 만날 수 있는 해수욕장 지척에 위치했다. 캠핑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해의 방향을 고려해 주차를 하는 일. 지금은 날이 선선하지만, 일주일 전만 해도 한낮에는 태양이 제법 뜨거워 더위를 피하기 위해 어닝을 필수로 펼쳤어야 했단다.

하지만 어닝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기에 최대 길이로 길게 펼쳐 놓는 것은 금물. 갑작스러운 강풍으로 어닝은 물론 측면 패널까지 파손 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닝 지지대를 고정하거나 별도의 스트링 혹은 다양한 방법으로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밖에서는 어닝을 펼치고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불판 세팅이 한창이다. 솔직한 마음으로 트레일러 안에 이렇게 훌륭한 소파와 테이블, 그리고 주방까지 다 갖춰져 있는데, 야외에는 왜 또 주방을 세팅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의 얘기를 들어보면, 캠핑 마니아들의 메뉴는 면을 직접 뽑아 요리하는 자장면부터 고추잡채, 바비큐 등 다양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주부 입장에서 놀러와서까지 요리에 시간을 쏟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간단하게 패스트푸드로 채우기로 결정했다.

전자레인지 버튼 한 번이면 완성되는 훌륭한 그라탕과 피자는 피곤한 엄마에게 휴식과 포만감을 주기 충분했다. 소파 한 가운데 접이식 식탁을 조립해 넣으면 식사준비 끝.

서랍장을 열어 간단히 접시와 포크&나이프를 세팅했다. 먹기 전 인증샷은 필수. 웬만한 인스타그램 맛집 부럽지 않은 멋진 사진 한 컷이 완성된다.

내 집 같은 편안함, 트레일러는 과학입니다

배가 불러오니, 이제야 슬슬 실내 공간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엄마의 눈으로 본 크루세이더의 가장 큰 장점은 화장실 문을 이용해 침실과 거실 공간을 분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평소에는 화장실 문으로 사용하되, 저녁이 되면 문을 끝까지 닫아 아이들을 먼저 재우고 거실에서 어른들끼리 오붓한 술자리도 가질 수 있게 했다.

침대 또한 확장형으로 길이가 문 가까이까지 늘어나 아이들이 자다가 굴러떨어질 일도 없겠다. 침대에 여유롭게 누워 천장에 난 창으로 보는 파란 가을하늘을 보며 잠시 ‘멍’ 타임을 가져본다. 뒹굴뒹굴하며 책도 보고, 촬영으로 지친 몸을 잠시 쉬어본다.

그러다 문득 깜빡 잊고 챙기지 못한 소품이 생각났다. 헐레벌떡 밖으로 나가 트레일러와 크로스컨트리의 견인장치를 분리해본다. 트레일러 캠핑 매뉴얼대로라면, 도착하면 자리를 잡고, 사이드 브레이크 레버를 당겨서 고정한 후 커플러와 견인볼을 분리해서 앞의 차를 이동해 놓는 게 일반적인 경우지만, 마음만 앞선 초보자는 트레일러와 차를 분리해 놓는 것도 깜빡한 채 침대에서 뒹굴뒹굴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트레일러와 차를 분리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크루세이더 커플러는 이중으로 되어 덮개를 열고 커플러 손잡이를 당기는 상태에서 쟈키 휠 핸들을 동시에 반시계방향으로 돌려주면 끝.

트레일러와 스텝들을 남겨놓고 크로스컨트리와 함께 유유히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만일 오토홈처럼 생활 공간과 이동이 동시에 이뤄지는 장비라면 중요한 짐들을 챙긴 후 떠나야 했겠지만, 트레일러는 그런 걱정 없이 언제라도 모자란 재료들을 사러 캠핑장을 떠날 수 있다.

캠핑의 낭만은 보너스

어느새 하늘이 붉게 물들며 아름다운 일몰이 시작되고 있었다. 화려한 하늘빛에 잠시 길을 건너 해수욕장으로 달려가 본다. 하루 종일 뭔가를 하고 있던 텐트 캠핑과는 다른 여유로움. 트레일러 캠핑은 초보자에게도 이런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고 있었다.

해가 저물고 제법 쌀쌀해진 저녁, 메뉴는 국물이 끝내주는 감자 수제비다. 멸치와 다시마로 국물을 우리고 밀가루를 직접 반죽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마트에서 산 감자 수제비에 애호박과 버섯을 썰어 인덕션 위 냄비에 넣고 한꺼번에 끓이기만 하면 끝.

보일러가 도는 따뜻한 실내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한 끼 식사. 이만하면 어린아이와 겨울 캠핑도 걱정이 없겠다. 가족 모두가 편하게 쉬며 추억을 쌓고 싶다면 올 가을에는 트레일러 캠핑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SPECIFICATION

VOLVO CROSS COUNTRY D5

길이×너비×높이 ​ ​4940×1905×1510mm

휠베이스 2941mm

무게 1955kg

엔진형식 ​​​4기통, 디젤

배기량 ​​​1969cc

최고출력 235ps

최대토크 48.9kg·m

변속기 8단 자동변속기

구동방식 AWD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토션바

타이어 ​​​235/55 R 18 (기본), 235/50 R 19(프로)

0→시속 100km ​​7.5초

최고속도 N/A

복합연비 ​​​​​10.9km/ℓ

CO₂ 배출량 152g/km​

가격 707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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