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 ANYWHERE #1

  • 기사입력 2018.10.23 16:35
  • 기자명 모터매거진

간편하지만 강렬하다. 신기하고 매력적이다. 최소한의 장비로 최대의 행복을 줄 차박이 가을의 레저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 | 박지웅

사진 | 최재혁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드디어 가을이다. 가을 레저에 관한 기사를 기획해보고 싶어 생각에 잠겼다. ‘가을은 캠핑의 계절?’ 이런 생각을 했을 때만 해도 가을 레저라고 하면 머릿속에 캠핑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허나 올해는 캠핑을 주제로 기사를 쓰고 싶지 않다. 이미 오랫동안 발전을 거듭해 우리나라에 확대될 대로 확대된 캠핑 문화는 이제 그다지 흥미로운 기삿거리가 아니다.

알면 알수록 매력덩어리

귀동냥으로 주워들었던 ‘차박(車泊)’이란 레저 문화가 문득 생각난다. 한자 풀이 그대로 차에서 잠을 자는 레저 형태 같은데,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보려 인터넷을 뒤져봐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란 한계가 있다. 레저 분야에는 문외한인 기자는 결국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레저 전문가의 입에서 들은 차박은 기자가 생각했던 것보단 준비가 더 필요하다. 우선 인터넷에서 글과 사진으로 접했던 것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요즘 신선한 레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말은 분명 사실이지만, 차박도 레저로 인정받으려면 어느 정도 장비를 갖춰야 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떠나 차에서 자는 것은 길바닥 노숙과 다를 바 없다. 애당초 준비 없이 떠날 생각은 없다. 잘 데 없어 차에서 자는 이미지를 풍기고 싶지 않다. 오히려 더 잘 준비해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다.

다행인 것은 차박이 캠핑처럼 많은 장비를 요구하진 않는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캠핑을 제대로 계획하면 딸린 장비가 많아진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 차 안을 가득 메운 캠핑 장비 때문에 뒷바퀴가 내려앉은 차도 봤다.

낑낑대며 장비 싣다가 진이 빠지고 도착하자마자 캠프를 꾸리다가 녹초가 되기 일쑤다. 게다가 눈 깜짝할 새 하루 이틀 지나 다시 그 짐을 다 챙겨 떠나야 하는 수고로움까지…. 반대로 차박은 텐트를 전개할 필요가 없고 이로 인해 불필요해지는 장비가 많아지기 때문에 가져갈 짐이 절반 이하로 준다.

차박은 지정된 장소에서만 해야 하는 캠핑과 달리 법규를 어기지 않는 선에서 캠핑장을 벗어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연을 인위적으로 개발한 곳보단 인간의 떼를 최대한 덜 탄 풀냄새 풀풀 풍기는 자연이 더 좋다면 차박이 딱이다.

떠나기 전 준비운동부터

함께 떠날 차는 볼보 크로스 컨트리 D5로 낙점했다. 힘이 좋아서? 아니면 사륜구동이라서? 모두 차의 장점은 맞지만, 차를 선택한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다. 사실 차박은 어떤 차로 떠나도 상관없다. 공간 활용도가 높은 큰 차일수록 좋겠지만, 뒷좌석을 폴딩해 잠잘 공간만 확보할 수 있다면 작은 차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많은 차 중 볼보 크로스 컨트리를 선택한 이유는 딱 두 가지. 우선 모델명이 마음에 들었다. 온 국토를 가로지른다는 의미의 크로스 컨트리는 차가 가는 곳 어디든 레저 공간이 된다는 차박 콘셉트와 잘 어울린다. 또 하나, ‘내가 꿈꿔온 삶, 바로 지금’이라는 크로스 컨트리 광고 문구도 크게 와 닿는다.

어느 경치 좋은 자연에 한 자리 잡고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가을 하늘 아래에 앉아 유유자적에 젖어 드는 생각이 저 문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왕 차박을 체험하기로 마음먹은 김에 루프톱 텐트까지 설치했다. 물론 크로스 컨트리의 2열을 접으면 1526ℓ까지 공간이 확장되어 넓은 바닥에 두툼한 에어매트만 깔아도 편안한 잠을 청할 수 있겠지만, 차 안에서 자는 것의 최대 단점은 차에 있는 짐을 모두 빼야 한다는 것.

루프톱 텐트를 설치하면 휴식공간과 적재공간을 따로 구분해 사용하니까 굳이 짐을 1열에 욱여넣거나 밖에 내놓을 필요 없이 출발할 때 실었던 대로 놔두고 필요한 것만 빼 쓰면 된다.

드디어 크로스 컨트리와 함께하는 대망의 ‘차박’길에 오를 차례. 센터페시아의 9인치 디스플레이에 내비게이션을 띄우고 목적지까지 입력을 완료했다. 목적지는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강원도 홍천군 소재 ‘모곡밤벌유원지’다.

일반인에게 무료로 개방된 천혜의 장소다. 울긋불긋 단풍이 익어가는 좌방산 앞으로 파란 홍천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어 자연을 벗 삼아 차박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올림픽대로를 빠져나와 서울-양양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주행 내내 음색 화려한 바워스 앤 윌킨스(Bowers & Wilkins) 오디오 덕에 기자 마음이 뻥 뚫렸고, 기자 마음처럼 뻥 뚫린 도로에서 크로스 컨트리의 속도를 신나게 올려본다.

4기통 2.0ℓ 디젤 엔진에서 뿜어 나오는 48.9kg·m의 최대토크는 순식간에 시속 130km를 넘기며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재빠른 움직임을 보여준다.

지붕 위에 설치한 루프톱 텐트 때문에 고속으로 갈수록 풍절음이 거세져 스포츠 주행을 오래 지속하진 못했다. 대신 볼보의 최신 반자율주행 기능 ‘파일럿 어시스트 II’를 사용해보기로 했다. 이전에는 조향지원이 적극적이지 못해 특히 곡선도로에서 불암감이 가중됐다.

하지만 지금은 더욱 강한 힘으로 스티어링 휠을 제어하고 단순히 차선 안으로 차를 복귀시키는 개념이 아닌 차가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달릴 수 있도록 운전자의 안전 운전을 돕는다.

볼보의 신기한 첨단 안전 기술을 시험해보느라 목적지까지 오는 2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즐거웠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경치 좋은 명당을 찾아 차를 멈추겠지만, 이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자동차의 수평. 약간의 기울임도 숙면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발포매트나 기타 깔 것 등으로 평탄화 작업을 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평평한 지형에 자리를 잡으면 번거로운 작업을 피할 수 있다.

SPECIFICATION

VOLVO CROSS COUNTRY D5

길이×너비×높이 ​ ​4940×1905×1510mm

휠베이스 2941mm

무게 1955kg

엔진형식 ​​​4기통, 디젤

배기량 ​​​1969cc

최고출력 235ps

최대토크 48.9kg·m

변속기 8단 자동변속기

구동방식 AWD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토션바

타이어 ​​​235/55 R 18 (기본), 235/50 R 19(프로)

0→시속 100km ​​7.5초

최고속도 N/A

복합연비 ​​​​​10.9km/ℓ

CO₂ 배출량 152g/km​​

가격 707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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