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X1 INSTEAD OF X2

  • 기사입력 2018.10.05 13:38
  • 기자명 모터매거진

HAPPENING IN BMW SHOWROOM

꿩 대신 닭인 줄 알았다. 실제로 보니 공작새였다. 나에게 만큼은….

글 | 박영민 사진 | 최재혁 촬영협조 | BMW 공식 딜러 코오롱 모터스

취미생활이 생겼다.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를 따라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 이유는 아버지와 조금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다. 대한민국 수많은 부자지간이 그렇듯 우리도 대화가 많지 않다. 뭔가를 공유해야 아버지와 이야깃거리가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골프를 나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지루한 운동이라 생각했지만 아버지와 함께 하는 시간이 갈수록 즐거워 지금도 매주 주말에 필드로 향한다.

자연스럽게 트렁크 공간이 넉넉한 차가 필요해졌다. 미니 오리지널 모델을 타고 있는지라 더더욱 간절해졌다. 리어시트를 폴딩하면 골프백을 넣을 수 있지만 등받이가 눌리고 내장재에 흠집이 생기는 게 신경 쓰인다.

새로운 차를 고를 조건은 간단하다. 앞서 말했듯이 골프백이 들어가고 잘 생겼으면 된다. 거기에 SUV여야 한다. 내 카히스토리에 SUV가 한 번도 없었기에 이번 기회에 갖고 싶다.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은 BMW 골수팬이라 여지없이 브랜드는 BMW로 이미 정했다.

마음 같아서는 X5를 선택하고 싶지만 돈이 문제다. 이것저것 따져 X2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운 좋게도 올해 초 난 이미 포르투갈에서 X2를 타봤다. 개성 넘치는 마스크와 다부진 몸매는 내 눈을 훔쳤고 탄탄한 주행감은 내 마음을 훔쳤다. 좋은 추억으로 남은 X2를 한국에서 내 차로 들이고 싶었다.

매장은 집에서 가까운 BMW 코오롱 모터스 삼성전시장으로 향했다. 나에겐 메르세데스는 한성에서, BMW는 코오롱에서 사야할 것 같은 강박이 있다. 오랫동안 특정 브랜드를 담당한 메가 딜러사에 대한 신뢰라고나 할까. 코오롱은 1987년부터 BMW를 맡아왔다. 올해 말 완성될 위례 스타필드에 들어갈 전시장을 포함하면 총 13개의 전시장과 19개의 AS 센터를 보유해 BMW 매니아들의 지지율이 가장 높다.

또한, BMW 그룹에 속해 있는 미니, 롤스로이스, 그리고 BMW 모토라드까지 품고 있다. 여하튼 집근처에 있어 몰랐지만,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BMW 쇼룸이라고 한다. 1층은 미니가 점령하고 있고 2층과 3층에 비머들이 자리하고 있다.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것처럼 위층에서부터 내려오기로 한다.

저기 M4와 M5가 있다. 역시 사나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차에서 풍기는 향도 보통의 BMW와 달리 공격적인 것 같다. 부담스러운 분위기가 아닌지라 편하게 보고 탈 수 있어 좋다. 나를 담당할 딜러가 다가왔다. 인사를 한 후 X2를 찾았다. 보이지 않는다. 아직 인증 중이며 곧 판매에 들어갈 거라고 한다.

성격이 급한 터라 오늘 계약하고 빨리 받고 싶은데 아쉽다. 이내 내 몸은 자연스럽게 한 모델로 향하고 있었다. 바로 X1이다. X2에 워낙 빠져있어 생각지도 않았는데 실물이 장난 아니게 잘 생겼다. X2와 기본적으로 같고 껍데기만 다르다고 한다. 다만 통통 튀는 X2, 차분하고 얌전한 X1. 둘 다 매력적이다.

마음에 담아뒀던 모델도 아닌데 블랙 페인트로 소형 SUV에서 묵직한 포스를 뿜어내, 날 고민하게 만들었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쳤기에 미적 완성도도 올라갔다. 외모는 합격이다.

맛있는 쿠키와 주스를 흡입하고 있으니 시승차가 준비되었다고 한다. 1층 주차장으로 내려가 X1과 대면한다. 쇼룸에 있는 것보다 차가 더 커 보인다. 이전 세대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외모를 자랑하기도 하지만 전보다 53mm 높아지고 23mm 넓어져 SUV 다운 덩치가 되었다.

전륜구동 플랫폼을 사용했지만 여느 BMW처럼 프런트 오버행이 길지 않은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앞에서 보았을 때 키드니 그릴에 먼저 눈이 가는데, 큰 사이즈로 인해 차를 커보이게 하는 효과를 얻는다. LED 헤드램프에는 코로나 링이 X1의 두 눈에 서슬 퍼렇게 박혀 있다. 머플러 커터가 두 발 달린 것에도 가산점을 줬다.

두툼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그냥 BMW다. X시리즈 족보에서 막내이지만 인테리어 레이아웃부터 소재, 그리고 방향지시등을 조작하는 느낌까지도 BMW 그대로다. 시트는 쿠션감이 적당해 장거리 주행에도 크게 피로하지 않을 것 같다. 시트포지션은 SUV치고는 낮은 편이다.

뒷좌석 공간은 넉넉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다. 성인 남성이 앉기에 레그룸과 헤드룸이 확보된다. 등받이 각도도 적당히 누워있어 마음에 든다. 내게 가장 중요한 트렁크. 골프백과 보스턴백을 담기에 충분하다. 평소에는 505ℓ, 2열 시트를 접으면 1550ℓ까지 확장된다.

이제 한번 달려보자. 딜러의 배려로 하남까지 찍고 올 수 있다. 시동을 켠다. 디젤 엔진치고 소음과 진동이 잘 억제되어 있다. 2.0ℓ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네 바퀴로 전달한다. 시승이니 드라이빙 모드는 스포츠로 설정한다.

기대했던 것보다 가속력이 매콤하다. 폭발적으로 튀어나가지는 않지만 답답하지 않고 일상주행에서 여유 있게 추월을 할 수 있다. 시승을 하자마자 날 사로잡은 것은 서스펜션이다. 승차감이 단단하다. 기분 나쁘게 딱딱한 게 아니다. 요철의 충격은 잘 흡수해 운전자를 괴롭히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급격한 스티어링에 거동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잘 조율된 서스펜션과 유려하게 빚은 차체 덕분에 고속주행 안정감도 훌륭하다.

왼손은 스티어링 휠에, 오른손은 기어노브에 얹고 안정감 넘치는 고속 크루징이 가능하다. 차고가 높지만 속도가 올라갈수록 무게중심이 아스팔트로 깔리는 느낌이 훌륭하다. 주말에 주로 고속도로를 달리기에 이러한 고속주행 실력이 내 구미를 더욱 당기게 한다. 브레이크 성능도 좋다. 노즈다이브와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이 잘 억제 되어있다.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더라도 지치지 않는다. 게다가 코너에서 브레이킹이 걸려도 안쪽으로 말리지 않는다. 기본기가 탄탄하다.

시승은 마쳤다. 주행질감은 유럽에서 날 매료했던 X2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X2가 더 끌리지만 X1의 외모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X2보다 빨리 받을 수 있고 X2보다 지갑의 부담이 덜하다. 매장 안 소파에서 나 홀로 고독을 씹었다. 둘 중 어떤 녀석을 사야할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약 10분간 고민했다. 고심 끝에 담당 딜러에게 계약서를 부탁했다. 시승차와 달리 화이트 색상의 X1을 주문했다. 즉흥적이긴 하지만 X1이 마음에 들었고 X2가 나중에 나오더라도 크게 부럽지 않을 것 같았다. X1의 외모가 사진보다 훨씬 빼어나니깐. 여기까지가 X2를 보러갔다가 X1을 사게 된 내 이야기다.

빨리 나와라 우리 예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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