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티 시론 스포츠

  • 기사입력 2018.08.28 17:01
  • 기자명 모터매거진

16 FANTASTIC DUETS

16개 실린더가 또다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연주를 시작한다. 1500마력의 힘으로 단 2.5초 만에 시속 100km를 넘기는 괴물에게 스포츠 DNA를 주입했다.

글 | 박지웅

엔진에는 꽤 간단한 피라미드식 계층 구조가 있다. 도로를 누비는 대부분이 4기통 엔진 자동차이고, 6기통부터는 흔히 고급 자동차로 분류한다. 6기통 엔진에 터보차저를 다는 다운사이징 추세가 강하지만, 8기통과 10기통 엔진은 여전히 고성능 자동차의 영역이다.

이보다 욕심을 내면 더 부드럽게 고출력을 내는 12기통 엔진도 있다. 도로의 제왕이라 불리는 12기통 엔진이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를 차지할 것 같지만, 그 위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롭고 희귀한 16기통 엔진이 있다.

모든 엔진 위에 군림하는 16기통 엔진은 모든 면에서 최고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더 큰 출력을 얻기 위해 실린더를 추가하던 구시대에 탄생해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효율적인 엔진을 잘 만들지 못했던 때가 오히려 16기통 엔진의 전성기였던 셈이다.

지금의 16기통 엔진은 효율은 제쳐두고 상징적인 의미를 담았다. 2003년 13.6ℓ 16기통 엔진을 달고 등장한 캐딜락 식스틴은 과거 V-16으로 누렸던 영광을 재현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고, 부가티는 아예 16기통 슈퍼카를 양산해 왕좌의 자리에 앉았다.

네 자릿수 출력을 내며 왕관을 쓰고 천하를 호령하던 부가티 베이론이 아들을 마침내 낳았다. 1930년대 부가티 소속 레이싱 드라이버 이름에서 따온 ‘시론(Chiron)’이 그 주인공. 부가티는 최근 브랜드 역사상 가장 뛰어난 시론에게 스포츠성을 불어 넣은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했다.

비록 폭발적인 출력으로 업그레이드되진 않았지만, 역동성을 풍부하게 살려 16기통 초고성능 슈퍼카의 위상을 드높인 부가티 시론 스포츠를 소개한다.

FRONT

외모는 왕좌의 주인인 시론과 어울린다. 부가티를 상징하는 말굽 그릴, 헤드램프와 수평으로 뚫어놓은 커다란 에어덕트, 보닛 위로 도톰하게 솟은 센터 라인 등 어느 것 하나 시선을 뺏지 않는 것이 없다.

변형 모델인 시론 스포츠는 레드 색상의 옷을 입어 더욱 강렬해졌고, 실린더 개수를 나타내는 숫자 ‘16’을 그릴에 그려 넣어 특별함을 강조했다. 여전히 8개의 부리부리한 풀LED 헤드램프가 존재감을 과시하며 좌중을 압도한다.

WEIGHT SAVING

시론 스포츠는 쌀 한 포대 정도 되는 총 18kg 무게 감량에 성공했다. 한화로 약 35억이나 하므로 빼기보다는 더해도 시원찮을 귀하신 몸이라 눈에 띄는 경량화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배기 시스템과 휠을 새롭게 바꾸고 각종 암류와 스태빌라이저 등을 카본 파이버로 제작해 무게를 조금씩 줄였을 뿐이다.

이런 경량화 흔적 중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은 와이퍼다. 업계 최초로 카본 파이버로 제작했다. 단순히 가볍다는 특징이 전부가 아니다.

경량화 3D 프린팅 공법으로 탄생한 새로운 디자인은 기존 와이퍼에서 보이던 관절 부위가 더는 필요 없어 디자인적으로 우수한 비주얼까지 자랑한다. 무게는 겨우 1.4kg. 노멀 시론보다 77% 낮아진 수치다.

INTERIOR

강렬한 인상을 주는 외모에 어울리는 실내 디자인도 갖췄다. 스포츠 버전답게 부드러운 가죽은 물론 알칸타라와 카본 파이버 소재도 곳곳에 아낌없이 사용했다. 블랙과 레드 색상은 언제나 환상의 콤비. 외장 페인트로 쓰인 블랙과 레드의 투톤 컬러가 실내에서도 보인다.

카본 파이버로 덮은 센터페시아 위로 빨간 선을 두줄 그어 어두운 실내에 포인트를 주었고, 언제 보아도 멋스러운 바텀-플랫 스티어링 휠은 레드 스티치로 한껏 스포티하게 마무리했다.

SUSPENSION

시론 스포츠는 힘이 아닌 핸들링 성능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부가티 자사 고속 테스트 트랙인 12.5km 나도 링(Nardo Ring)에서 시론 스포츠는 노멀 시론보다 5초나 빨랐다. 새로운 디자인의 경량화 휠의 도움도 있었겠지만, 진짜 이유는 날카로워진 서스펜션에서 찾을 수 있다.

핸들링 모드에서 댐퍼압은 10% 단단해졌고, 이전보다 정교해진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갖췄다. 리어 액슬 디퍼렌셜은 손봐 다이내믹 토크 백터링 기능을 추가했다. 좌우 각각의 휠에 토크를 영리하게 전달해 더욱 민첩한 코너 탈출 경험을 선사한다.

POWERTRAIN

이름에 스포츠가 붙으면 폭발적인 힘이 추가될 것 같지만, 시론 스포츠의 힘은 수치상 변함이 없다. 16기통 8.0ℓ 엔진은 여전히 터보차저 네 개를 탑재하고 영민한 7단 듀얼클러치와 조합되어 1500마력을 노면에 쏟아낸다.

2t에 가까운 커다란 덩치지만,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2.5초면 충분하고, 최고속도는 시속 420km에서 제한된다. 부가티는 시론이 시속 480km까지 달릴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속도를 버텨낼 타이어는 지구상에 없다.

REAR

뒤태는 가변 리어 스포일러와 좌우로 쭉 뻗은 테일램프 등 모두 그대로지만, 배기 파이프 레이아웃을 바꾸면서 머플러 팁에는 변화를 주었다.

기존 노멀 시론의 사각 머플러 팁에서 시론 스포츠만의 스포티함을 강조하기 위해 옹골찬 네 개의 원형 머플러 팁으로 바꿨다. 시론 스포츠의 새로운 배기 파이프 레이아웃은 무게까지 더는 데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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