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크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 클라임

  • 기사입력 2017.10.11 22:33
  • 최종수정 2020.09.01 23:58
  • 기자명 모터매거진

RACE TO THE CLOUDS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독특한 모터스포츠가 있다. 드라이버의 무대는 서킷이 아니다. 해발 수천 미터 구름 위에서 산악 도로를 달린다. 경주 거리가 짧다고 쉬운 코스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20km 남짓 되는 코스엔 무려 156개의 헤어핀 코너가 있고, 속도를 이기지 못하면 낭떠러지 수백 미터 아래로 구르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구름으로의 질주, 파이크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 클라임(PPIHC)을 소개한다.

글 | 박지웅

구름 위로 달리는 산악 경주

미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모터스포츠 중 파이크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 클라임(이하 PPIHC)이 미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모터스포츠라고 하면 놀랄 것이다. 콜로라도 스프링 시(市) 후원자였던 스펜서 펜로즈(Spencer Penrose)가 1916년 개최한 첫 대회를 시작으로 작년 100세를 맞았다.

1984년까지 거의 무명 레이스 대회에 가까웠던 PPIHC는 이후 유럽 레이서 참여로 비로소 세계 대회로 성장하는 기틀을 다졌다.

PPIHC는 미국 콜로라도 로키산맥 봉우리인 파이크스 피크 해발 2800m 이상에서 매년 치러진다. 이 독특한 산악 경주는 자욱한 구름을 헤치며 출발해 결승선 즈음엔 구름이 발아래에 있어 ‘구름으로의 질주’ 혹은 ‘구름 속 질주’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본래 전체가 비포장도로였지만, 2002년부터 매년 10% 포장해 2012년 전 구간 포장도로로 탈바꿈했다. 이에 대해 진정한 PPIHC 매력을 잃었다고 말하는 팬도 적지 않다.

전 구간을 아스팔트로 덮은 이후 기록 단축이 많이 됐고, 주행 환경이 좋아지자 참가 레이서 수도 매년 증가했다. 참가 가능 종목이 다양한 것도 자동차 마니아 사이에서 인기다. 오픈 휠(Open Wheel) 클래스는 대회 첫해인 1916년부터 이어온 전통적인 클래스다.

이름 그대로 바퀴가 차체 밖으로 드러나야 하고, 지붕이 없는 1인승 콕핏 자동차만 참가할 수 있다. 대회 최고 기록은 항상 최상위 클래스인 언리미티드(Unlimited) 클래스에서 나온다.

첫 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린 리 렌츠(Rea Lentz)가 세운 기록은 20분 55.60초였지만, 현재는 여러 조건이 좋아져 이보다 절반은 줄어든 10분 내외의 기록이 나온다.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은 2013년 세바스티앙 로브(Sebastien Loeb)가 세운 8분 13.878초. 875마력 푸조 208 T16 파이크스 피크에 앉아 평균 시속 145km로 달려 우승을 거머쥐었다. WRC 9회 챔피언이란 화려한 경력을 가진 그는 PPIHC 첫 도전 만에 압도적인 기록을 세웠다.

위험은 안고 가야 할 숙제

경기는 해발 2862m 지점에서 4301m까지 19.87km 구간의 주파 시간을 겨루는데, 구간 길이가 짧다고 해서 결코 쉬운 코스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전 구간 포장은 완료했지만, 아직 가드레일 없는 구간이 대부분이다.

자칫 작은 실수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드라이버 자신도 아주 잘 안다. 타이어 접지력이 전부는 아니다. 가드레일도 제대로 없는 156개의 헤어핀 코너가 그들의 정신력을 테스트한다.

드라이버가 극복해야 할 문제는 또 있다. 높은 기압 때문에 일반 자동차라면 온전한 성능을 내지도 못할 이 가혹한 환경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고산병을 이겨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동차 고장도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많은 자동차 제조사가 PPIHC를 신차 테스트장으로 활용한다.

독일에 ‘녹색지옥’으로 불리는 뉘르부르크링이 있다면 미국엔 파이크스 피크가 있다고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거의 모든 코너 옆은 가드레일 없는 낭떠러지라서 그동안 사망사고가 잦았을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100년 역사상 첫 사망사고가 2014년에 발생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사망한 바비 구딘(Bobby Goodin)은 바이크를 타고 결승선을 지나 힘겨웠던 레이스를 마치자마자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비극적인 사고를 당한 것이라 더 안타까움을 전한다. 이후 5명이 더 사망했는데, 원인을 결과적으로 평균 속도를 높인 포장도로에서 찾고 있다.

대회가 열리는 파이크스 피크는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산이다. 근처 콜로라도 스프링 시(市)에서 북서쪽으로 24번 고속국도를 타고 가면 그리 멀지 않다. 대회가 열리지 않는 날에는 일반 자동차가 다니는 평범한 도로이기 때문에 차를 몰아 직접 정상까지 달려볼 수 있다.

해발 4301m 정상까지 오르막을 기어 운행하는 기차를 타보는 것도 이색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성인 왕복 요금이 38달러(한화 약 4만3000원)다. PPIHC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www.ppihc.com)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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