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기블리 S Q4 그란스포츠

  • 기사입력 2017.12.11 13:59
  • 기자명 모터매거진

TRUE ITALIAN AMUSEMENT

세계적인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혼을 불어넣은 마세라티식 스포츠 세단의 정수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430마력의 넉넉한 힘은 도로에 쏟아붓기 충분하고 마세라티 감성이 녹아든 특유의 스포츠 주행은 중독성이 강하다. 무엇보다 공도의 어떤 차를 만나도 주눅 들지 않는 삼지창 배지를 품었다.

글 | 박지웅

사진 | 주보균(시공간작업실)

모터스포츠로 빛나는 100년 역사의 가문 마세라티는 그 긴 역사와 달리 라인업이 화려하지는 않다. 기함 자리를 꿰찬 콰트로포트테와 얼굴마담 그란투리스모, 최초의 SUV 르반떼를 빼면 오늘의 주인공 3세대 기블리가 남는다.

1967년 세계적인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가 디자인한 1세대 기블리를 계승한 3세대 모델이 2013년 국내 자동차 시장에 상륙했을 때 소비자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우리나라 시장 400% 이상 성장이라는 성공 신화를 견인하며 마세라티의 새로운 아이코닉 모델로 입지를 굳힌 기블리의 인기비결은 역시나 가격. 과거 영광이 배어든 삼지창 배지 무게보다 가벼운 가격에 소비자는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마세라티가 출시 4년이 지난 올해 드디어 기블리 부분변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얼굴을 더 손보고 상품성까지 올린 기블리가 이번에도 흥행몰이에 성공할 수 있을지 벌써 궁금하다.

마세라티에서 따끈따끈한 신차를 출시했다? 안 타볼 수가 없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기블리는 플래그십과 동일한 두 가지 트림을 가진다. 그란루소(GranLusso)는 럭셔리에, 그란스포츠(GranSport)는 말그대로 스포츠성에 특화된 트림이다.

브랜드 이미지 자체가 이미 고급스럽기 때문에 그란루소의 시승은 잠시 뒤로 미루고 그란스포츠 시승을 요청했다. 모터스포츠에 잔뼈가 굵은 마세라티가 표현한 스포티함을 먼저 느껴봐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마세라티 감성에 역동성 추가

뉴 기블리 S Q4 그란스포츠가 눈앞에 섰다. 시승차가 입은 로쏘 에네르지아(Rosso Energia) 색상은 진한 이탈리안 레드 와인을 먹인 듯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은근 중후함까지 묻어난다. 마세라티 식 스포츠 세단의 정수를 가장 잘 표현한 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굴에서는 프런트 범퍼 형상이 가장 두드러진다. 그릴 주변을 감싸는 기존 형태에서 그릴에서 뻗어나간 형태로 다듬었다.

단순히 스포티함을 더 부각할 목적은 아니다. 에어 인테이크를 3개로 나누어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을 채택했다. 덕분에 공기저항계수(Cd)를 0.31에서 0.29로 7%나 개선할 수 있었다. 시승차 범퍼는 피아노 블랙(Piano Black) 인서트 파츠를 카본 소재로 변경하는 고급 옵션을 적용했다.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 눈빛과 조화를 이루어 훨씬 강렬한 인상을 끌어낸다.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1세대 기블리는 2도어 쿠페였지만, 세월이 지나 탄생한 3세대는 4도어 세단이 됐다. 허나 여전히 옛 기블리의 계보가 이어진다는 것을 측면이 증명한다. 긴 보닛에서 시작한 루프라인이 트렁크 리드 라인까지 길게 떨어지는 쿠페 디자인철학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오너의 자부심인 C필러의 마세라티 로고도 마이바흐 안 부러울 마세라티만의 전통적인 개성이다.

세타 마세라티 로고 아래로 과도할 정도로 잡아 빼놓은 리어 펜더는 튼실한 뒤태 자신감의 이유다. 우렁찬 사운드를 분출할 트윈 듀얼 배기 시스템도 익숙하다. 크롬 파이프 구경은 너무 크지도, 또 너무 작지도 않다.

마세라티가 스포티함 속에서도 세련미를 나타내는 적정 크기를 잘 찾았다. 전체적으로 사냥감을 쫓아 튀어나가기 전 웅크린 맹수의 근육질 뒷모습을 표현했다는 느낌이다. 마침 SQ4 배지를 붙인 시승차는 네 발로 달리는 사륜구동이다.

스타일리시한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가 본다. 스포티한 스티어링 휠만 잡아도 달리고 싶은 욕구가 용솟음친다. 대시보드까지 덮은 가죽과 레드 스티치, 카본 트림 등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가 넘친다.

대시보드 중앙에 자리 잡은 시계 또한 아날로그적인 멋이 일품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스포츠성을 표방한 트림임에도 포르쉐 스포츠 크로노 시계와 달리 랩타임 측정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바워스 앤 윌킨스(Bowers & Willkins) 사운드 시스템 하나만으로 기블리 품격에 맞는 편의사양 조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을 것 같다. 클래식을 들으면 오케스트라로, 힙합을 들으면 콘서트장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다재다능함을 보인다.

허나 기자에게 마세라티에 타면 들어야 음악은 하나 더 있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귀를 즐겁게 할 배기음이다. 마세라티는 이 황홀한 음악을 위해 별도의 마세라티 배기 팀을 운영할 정도다.

상상 그 이상의 퍼포먼스

본격적인 시승 전 12방향으로 조절 가능한 스포츠 시트에 몸을 파묻고 기자가 원하는 로우 시트 포지션을 잡아본다. 차고 자체가 낮지 않아 여전히 높다는 느낌이지만, 시인성이 나쁘지 않아 일반적인 운전은 편할 것이다.

엔진스타트 버튼을 눌러 그란스포츠의 V6 3.0ℓ 트윈터보 엔진 깨워본다. 힘을 짐작하게 하는 시동 소음이 귓가를 기분 좋게 때린다. 아직 출발도 하기 전인데 입가에 벌써 미소가 번진다.

이제 기존보다 최고출력 20마력, 최대토크 3.1kg·m 올라간 최고출력 430마력, 최대토크 59.2kg·m의 힘을 노면에 뿜어낼 차례다. 최고시속 286km를 찍을 자신은 없지만, 마세라티가 주는 스포츠 주행의 재미를 찾을 예정이다.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아 본다. ZF사 8단 자동변속기가 네 바퀴에 힘을 고르게 전달해서인지 2톤의 거구는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몸을 움직인다. 터보 차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하는 기블리 배기음도 일품이다. 소리를 최대한 잘게 잘라 터보 특유의 먹먹함을 지우려 한 흔적이 보인다.

가속 페달에 더 힘을 싣는다. 출발 때 느꼈던 즉각적인 액셀링 반응이 역시 일품이다. 직선 주로 주파 능력 또한 칭찬한다. 처음부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걸리는 시간을 재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신호가 바뀐 후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보니 속도계는 4.9초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했다.

측정 방법과 노면 상태, 동승자의 무게 등의 조건을 고려했을 때 공식 수치 4.7초보다 조금 뒤진 4.9초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수치다.

차고가 높아 어느 정도 롤을 예상했던 기자는 기블리를 몰아쳤을 때 오히려 서스펜션이 생각보다 단단함을 느꼈다. 기블리 하체를 마세라티에 근무하는 서스펜션 장인이 손봤다. 전륜에는 더블 위시본, 후륜에는 멀티링크를 적용해 하체를 튼실하게 연결한 다음, 노면 상태에 따라 댐핑압을 조절해 최상의 스포츠 주행이 가능하도록 한 스카이훅 전자 제어식 서스펜션으로 똑똑한 다리를 만들었다.

고급 세단답게 안전 기술도 많이 보인다. 유럽 신차 안정성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획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행보조장치를 대폭 개선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액티브 사각지대 어시스트(Active Blind Spot Assist)와 차선 유지 어시스트(Land Keeping Assist) 외에도 기존에 보이지 않던 기능을 추가해 주행 안정성을 높였다. 반자율주행 단계인 하이웨이 어시스트가 운전 재미를 중시하는 마세라티에 적용되어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기블리 시승을 마치고 드는 생각은 ‘재미있다’였다. 1억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 아깝지 않을 만큼 쓰인 재료 하나에서부터 운전자의 감성 하나까지 신경 썼다. 특히 차디찬 알루미늄 패들시프트가 선사하는 짜릿한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사실 지금까지 기블리의 적수도 딱히 없었고, 마세라티의 유려한 디자인과 전통이 살아있는 엠블럼에 사람들은 여전히 열광한다. 여기에서 기블리가 상품성을 높였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한 가지다. 뉴 기블리가 사그라든 흥행 돌풍을 다시 일으킬 요건은 충분하다.

SPECIFICATION

MASERATI GHIBLI S Q4 GRANSPORT

길이×너비×높이 4970×1945×1455mm | 휠베이스 3000mm | 무게 2070kg | 엔진형식 6기통 가솔린 | 배기량 2979cc | 최고출력 ​​​430ps

최대토크 ​​​59.2kg·m | 변속기 8단 자동변속기 | 구동방식 AWD | 서스펜션 (앞)더블 위시본/ (뒤)멀티링크 | 타이어 (앞)245/35 R 21/ (뒤)285/30 R 21

0→시속 100km 4.7초 | 최고속도 시속 286km | 복합연비 7.4km/ℓ | CO₂ 배출량 227g/km | 가격 1억408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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