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CT6

  • 기사입력 2017.11.11 11:14
  • 최종수정 2020.09.02 00:33
  • 기자명 모터매거진

THE BLACK KNIGHT

캐딜락 식의 플래그십 정수를 보여준다. 공도에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대형 세단을 만나도 주눅 들지 않는다. 혁신적인 신소재를 적용한 새로운 아키텍처와 첨단 기술을 품은 넉넉한 풍채는 340마력의 강력한 엔진이 견인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7000만원 대에 만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글 | 박지웅

사진 | 최재혁

캐딜락이 야심 차게 준비한 플래그십 세단 CT6가 국내 시장에 힘차게 데뷔했던 작년 여름 어느 날을 기억한다. 캐딜락 국내 판매를 맡은 GM코리아는 당시 아메리칸 럭셔리로 대표되는 CT6를 앞세워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의 아성에 도전하겠다는 당찬 포부도 밝힌 바 있다.

자신감 하나는 높이 사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플래그십에 뒤처진 성적표를 CT6만으로 한순간에 따라잡을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나 CT6의 국내 상륙은 대성공. 최근 GM코리아가 밝힌 판매 실적은 정말 예상 밖이었다. 한국GM의 부진과 장의차 전용이라는 오명을 떨쳐내고 전년 동월 대비 2배를 훌쩍 뛰어넘는 성장을 이뤘다. 이런 깜짝 실적 개선의 중심에 플래그십 세단 CT6가 있다는 것이 놀랍다.

우려와 달리 까다로운 국내 플래그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CT6가 상품성 메르세데스와 BMW 견줄 만 해서? 정확한 이유를 시승을 통해 찾기로 하고 블랙 슈트가 잘 어울리는 CT6 한 대를 소환했다.

플래그십 기준을 넘어서다

눈앞에 서 있는 CT6는 1억원 가까이하는 플래티넘 트림은 아니다. 7000만원대에서 가격을 형성해 실제 판매 일등공신인 것으로 판단되는 프리미엄 트림이다. 외관은 플래티넘 트림과 차이가 거의 없다. 기자는 CT6 얼굴을 가장 좋아한다.

전면부에 수직으로 그어놓은 시그니처 LED 헤드라이트는 프런트 범퍼의 멋스러운 크롬 장식과 만나 4000년 전까지 살았다는 매머드의 거대한 어금니를 연상시킨다.

우람한 차체는 옆에서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마치 전체길이 5185mm를 자랑이라도 하듯 버티컬 헤드라이트에서부터 시작한 캐릭터 라인은 한참을 가 마찬가지로 수직 디자인을 적용한 테일램프와 맞닿는다. 짧게 가져간 프런트 오버행 덕에 전체 길이 5185mm 중에 3109mm 휠베이스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도 CT6의 자랑거리다.

지붕을 타고 넘어가는 루프 라인 곡선은 C필러를 지나서도 하락이 가파르지 않다. 2열 탑승객을 위해 헤드룸을 충분히 확보하려는 계산이 들어갔을 것이다.

후면부 디자인은 다시 봐도 공교롭게 EQ900을 생각나게 한다. 허나 문제의 원인인 수직 테일램프는 트렁크 리드 양 끝에 위치해 CT6의 로우 스탠스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허나 뜬금없이 보이는 트윈 듀얼 머플러는 CT6 품격을 낮추는 부분이다.

340마력의 힘을 자랑하고 싶었을까? 스포츠 세단을 표방하는 것도 아닌데 예전부터 캐딜락은 고급 세단에 배기구 네 발 박는 것을 좋아했다. 나름 전통이라면 말리지 않겠다.

실내 들어가 보면 미국차 특유의 폭신폭신한 시트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아메리칸 럭셔리를 느낄 수 있다. 20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했던 플래티넘 트림과 달리 프리미엄 모델은 16방향 전동 조절 시트지만, 16방향이 부족하다고 말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16개 방향만으로도 엉덩이와 허리가 충분히 편한 인체공학적 세팅이 가능하다. 등을 통통 치는 정도의 안마 기능은 굳이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다.

플래티넘 트림보다 2000만원 가까이 저렴한 하위 트림임에도 가죽과 원목 등 고급 소재는 실내에 그대로 보인다. 허나 대형 세단이 갖춰야 할 조건은 비단 가죽과 원목 같은 고급스러운 소재만이 아니다. 경쟁 플래그십과의 싸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차에 적용한 첨단 사양이다.

캐딜락 CT6 프리미엄 트림에 적용한 기술만 읊어도 하루가 부족하다. 운전석에 앉아만 봐도 여기저기 디지털이 점령했다. 버튼을 실내에서 지우면 더 깔끔하고 세련된 맛은 있을지 몰라도 아날로그 버튼보다 조작감이 떨어진다.

어찌 됐든 CT6가 좋은 사양으로만 실내를 가득 채웠다는 것은 사실이다. 차선 유지 및 이탈 경고와 전방 추돌 경고, 전방 보행자 경고 시스템 등 커다란 덩치를 안전하게 타는 데 도움을 줄 사양이 대거 장착됐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후방 카메라와 연동한 룸미러다. 룸미러 아래 스위치를 당기면 룸미러가 후방 카메라가 보여주는 시야로 바뀐다. 그냥 룸미러로 보는 것보다 훨씬 후방 시야 확보에 좋았다.

깃털처럼 가벼운 2톤

CT6의 동력 성능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 시동을 켰다.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39.4kg.m을 자랑하는 V6 3.5ℓ 자연흡기 엔진이 깨어났다. 괴력의 수치만 보고 스포츠 세단 같은 움직임을 기대한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알루미늄 비중이 64%인 신형 아키텍처를 적용해 동급 대비 비교적 가벼운 1950kg을 실현했지만, 여전히 스포츠카처럼 부리기는 부담스러운 무게인 것이 맞다.

일반 모드에서는 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밀어 넣어 봐도 서서히 속도를 높여갈 뿐 발진 가속력이 높지는 않다. 옛날 양반들은 방정맞게 뛰지 않았다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그렇다. CT6는 플래그십이다. 이 차를 탄 운전자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 CT6는 차체를 함부로 놀리지 않는다. 일반 모드에서는 부드러운 운전을 즐기기 안성맞춤이다.

스포츠 드라이브 모드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휘하에 고성능 스포츠 세단인 CTS-V가 있다는 것을 어필이라도 하듯 반응이 예민해진다. 어디에서 무게를 덜어냈는지 움직임도 가볍다. 허나 스포츠 모드에서도 스포츠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어떠한 소리도 없다. 고급 세단이어서 실내로 들어오는 엔진음도 없다.

‘소리 없이 강하다’는 광고 문구가 생각난다. 플래티넘 모델은 사운드 제네레이터가 달려 인공 배기음이라도 들을 수 있지만, 프리미엄은 다소 심심한 스포츠 주행에 만족해야 한다.

대형 세단임에도 국내 시장에서 캐딜락의 효자 모델이 된 CT6는 신경 써서 내놓은 티가 팍팍 난다. 굳이 CT6에 적용된 옵션을 하나하나 나열하지 않더라도 시승하며 충분히 캐딜락이 말하는 아메리칸 럭셔리를 경험했다.

허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플래그십과는 아직 격차가 분명 있다. CT6가 럭셔리를 선호하는 젊은 고객층 공략에 성공했다는 평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S클래스와 7시리즈 사이에서 고민하는 고객층에서의 유입은 없었을 것이다. 세련된 독일의 디자인 철학부터 배워야 한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5185×1880×1485mm | 휠베이스 3109mm

무게 1950kg | 엔진형식 6기통 가솔린 | 배기량 ​​​3649cc

최고출력 ​​​340ps | 최대토크 39.4kg·m | 변속기 8단 자동변속기

구동방식 AWD | 서스펜션 ​​​멀티링크/5-링크 독립 서스펜션

타이어 245/45 R 19 | 0→시속 100km N/A | 최고속도 N/A

복합연비 8.2km/ℓ | CO₂ 배출량 215g/km​

가격 7880만~958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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