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패스파인더

  • 기사입력 2017.11.11 11:05
  • 최종수정 2020.09.02 00:32
  • 기자명 모터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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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의 풀사이즈 SUV인 패스파인더가 부분 변경을 이뤘다. 외관 디자인을 손봐 5m가 넘는 전장과 2m에 육박하는 몸집이 화려해졌다. 특히, 보닛 아래 있는 VQ 엔진은 여전히 정숙하게 거구를 이끈다.

글 | 손권율

사진 | 최재혁

과거와 현재의 SUV는 크기와 생김새만 비슷할 뿐 다른 자동차라 여겨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의 SUV는 투박한 외모로 넉넉한 적재공간과 험로 주파를 목적으로 둔 자동차였다면, 현재는 세단에 버금가는 안락한 승차감까지 제공하는 다목적 자동차로 거듭났다.

지프 랭글러 등과 같은 험로 주파용 SUV를 제외하고는 뼈대도 모노코크 방식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오늘날 등장한 도심형 SUV는 험로 주파는 물론 편안한 온로드 주행 능력을 기본기로 한다. 따라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SUV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SUV는 몸집이 크고 무거워 힘이 좋은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보다 상대적으로 연료 효율이 높아 같은 배기량에서도 더욱 높은 최대토크를 분출한다. 이는 무조건적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세계 10대 엔진이라 불리는 VQ 엔진을 개발한 닛산의 대형 SUV, 패스파인더의 경우다.

심장으로 VQ 엔진을 사용해 강력한 힘은 물론 디젤 엔진의 단점인 소음과 진동이 현저히 낮다. 허나 패스파인더는 국내 시장에서 이러한 장점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부분변경을 거쳐 더욱 강력해진 4세대 패스파인더를 만나봤다.

진격의 거인

패스파인더의 전면부를 살펴봤다. 투박한 직선 대신 곡선을 가미하니 프런트 그릴의 ‘V’ 모양이 더욱 차분해졌다. 덩치에 비해 소박한 기존 그릴 망을 가로형으로 바꿔 자신감도 더욱 살아났다. 또한, 양옆에 거머리처럼 붙어있던 헤드램프와도 벌어져 꽤 준수한 모습을 자랑했다.

특히, 헤드램프에 새로 추가한 부메랑 모양의 주간 주행등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덩치에 비해 밋밋했던 인상이 압도적으로 변신했다.

측면부는 뚜렷한 특징 없이 무난했다. 기교 없이 길게만 쭉 뻗어 있어 눈길 끄는 옆태는 아니다. 얼핏 보면 현대의 맥스크루즈라는 착각도 든다. 유일하게 트윈 5-스포크 20인치 휠만 볼만했다. 거짓말 조금 보탠다면 스포츠 쿠페에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김새다.

간신히 찾은 특징은 C필러와 D필러 사이에 있는 윈도가 유난히 크다는 점이다. 3열의 개방감을 위해 크기를 확장한 것은 알겠으나, 디자인은 조금 아쉬웠다.

패스파인더의 외관 중 가장 자신감 넘치는 후면부로 이동했다. 각이 살아있는 전면부와 달리 유려한 곡선을 만날 수 있었다. 먼저 테일램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방향지시등의 색깔이 정해져 있지 않은 미국에서 탄생했기에 독특한 빨간 눈을 자랑했다.

군데군데를 크롬으로 장식해 측면부와 달리 세련됐다. 특히, 하단부에 마련된 트레일러를 연결하는 장치, 트레일러 토잉(Trailor Towing)으로부터 강력한 힘도 전달받았다.

우드 장식과 가죽을 적절히 사용한 인테리어는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센터페시아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터치 디스플레이 크기는 아쉬웠지만, 조작 편의성은 훌륭했다. 적재적소에 물리 버튼을 마련해 직관적으로 차의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계기판의 주행 정보 제공 능력과 시인성도 괜찮은 편이다. 투박하게 생긴 스티어링 휠은 의외로 훌륭한 그립감을 제공해 만족스러웠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실내 공간을 알아보자. 패스파인더는 무늬만 7인승이 아니다. 1열부터 2열, 그리고 3열까지 광활한 공간을 자랑한다. 특히, 3열은 2열 시트의 슬라이딩 기능으로 공간 확보는 물론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리클라이닝 시트로 채워져 탑승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났다.

2열 시트는 간단히 레버를 이용해 앞·뒤로는 물론 높낮이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LATCH AND GLIDE’라 불리는 기술 덕분에 유아용 카시트를 설치했음에도 쉽게 기울이거나 밀 수 있어, 3열 진입과 하차가 자유롭다.

트렁크 공간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3열 시트를 세운 상태에서도 425ℓ의 적재 공간을 보여준다. 특히 2열과 3열 시트를 접어 바닥을 평평하게 하면 적재 공간이 최대 2260ℓ 까지 늘어난다. 원룸 이삿짐 정도는 거뜬히 싣고 다닐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전동시스템이 적용돼 여닫기 편리하다. 트렁크 바닥에는 근엄한 보스(BOSE) 우퍼 스피커가 있다. 더욱 강한 저음과 풍부한 음향으로 실내를 채울 수 있다.

가솔린 먹는 하마

패스파인더는 단순히 다수의 사람과 많은 짐을 실고 다니는 가족용 SUV만은 아니다. VQ 엔진을 사용해 달리는 맛도 제공한다. V6 3.5ℓ 자연흡기 엔진은 자트코(JATCO)가 만든 무단변속기(CVT)와 맞물려 최고출력 263마력과 최대토크 33.2kg·m의 준수한 힘을 발휘한다.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고회전 영역을 바탕으로 나타나는 경쾌한 가속감이 일품이다. 또한, 한번 속도가 붙으면 2톤 넘는 무게가 밀어치는 덕분에 금세 시속 200km에 도달한다.

본격적으로 스포츠 주행 테스트에 돌입했다. 짜릿한 주행 감각을 선사하는 패스파인더는 패들시프트 부재를 스포츠 모드로 채웠다. 기어 노브에 숨어 있는 버튼을 누르면 스포츠 모드로 전환된다. VQ 엔진의 회전수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RPM 게이지가 레드존 부근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과급기 엔진과 달리 한껏 올린 고회전 영역 구간이 계속 유지된다. 세밀하게 맞물린 엔진과 변속기는 즉각적으로 속도에 반응한다. 주행 감각이 한층 향상됐다.

이번에는 패스파인더 바퀴 굴림에 대해 알아봤다. ‘4×4-i’라 일컫는 사륜구동 시스템은 평상시에는 전륜구동으로 움직이지만, 뒷바퀴에 구동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순간 뒤쪽에도 힘을 전달해 네 바퀴를 굴린다.

특히, 센터 터널에 있는 조그 다이얼을 조작해 구동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연료 효율을 위한 전륜구동, 경사가 가파른 험로 주파에 대응하기 위해 전·후륜에 구동력을 50:50으로 배분하는 ‘4WD LOCK’ 모드로 주행할 수 있다.

가솔린 엔진 SUV의 실용성을 파악해보자. 사실 CVT는 고속 주행보다 정속 주행에서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한다. 아무리 가속 페달을 꾹 밟아도, 낮은 엔진회전수를 유지하는 효율적인 가속을 한다. 허나 3.5ℓ 엔진의 배기량은 높은 연료 효율을 뽑아내기엔 한계치가 분명했다.

아무리 기를 써도 공인 연비, 8.3km/ℓ를 웃돌지 못했다. 연비가 10km/ℓ 이하라는 심각한 수치에도 말이다. 즉,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진 못했으나, 한 마리는 잡았다 볼 수 있다. 현저히 낮은 진동과 소음이 장점인 가솔린 엔진은 실내는 물론 외부에서도 매우 정숙했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승차감에 초점을 둔 서스펜션은 심하게 물렁거리진 않아, 한계치까지 밀어붙이지 않는다면 만족스러울 것이다. 반면 무리하면 지옥을 맛볼 수도 있을 만큼 고속 코너링에서 안정감은 부족했다.

패스파인더는 풍부한 옵션 선호도, 적재 공간, 높은 출력, 그리고 가격 경쟁력까지 미국인들보다 한국인들의 입맛에 더욱 알맞다. 닛산은 패스파인더의 가격을 5390만원으로 동결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앞세웠다. 허나 국내 시장에서 반전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패스파인더의 상품성의 문제가 아닌 디젤 엔진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국내 도로환경 파악을 간과한 것이 아닐까.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5045×1965×1795mm | 휠베이스 2900mm | 무게 2105kg | 엔진형식 6기통, 가솔린 | 배기량 3498cc | 최고출력 263ps

최대토크 33.2kg·m | 변속기 CVT(무단변속기) | 구동방식 AWD | 서스펜션 독립식 스트럿 (전) / 멀티링크 (후) | 타이어 235/55 R20 (20인치)

연료탱크 74ℓ | 복합연비 8.3km/ℓ (AWD 기준) | CO₂ 배출량 208g/km (AWD 기준) | 가격 53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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