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LC 500 & LC 500h

  • 기사입력 2017.10.11 09:47
  • 최종수정 2020.09.01 23:48
  • 기자명 모터매거진

THAT WAS AMAZING!

지난 9월 15일 렉서스 LC 500과 LC 500h가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를 뜨겁게 달궜다. 5.0ℓ V8 엔진에서 솟구친 최고출력 477마력, 최대토크 55.1kg·m의 힘이 뒷바퀴에 전달되자 275/ 35 R 21인치 고성능 타이어가 서킷의 아스팔트를 격렬하게 할퀴며 맹렬하게 달려나갔다. 생긴 모습과 달리 사납고 난폭했다.

글 | 이승용

사진 | 한국토요타

과격한 형상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보니 영락없이 렉서스다. 날 선 눈매가 매섭지만, 얼굴이 반반하니 생긴 모습이 무척 매력적이다. 갸름한 몸매에 마음씨 고운 색시 같더니 서킷을 내달리는 성능은 우악스럽고 억세다. 렉서스 LC 500과 LC 500h의 첫인상은 그렇게 다가왔다.

렉서스 브랜드 중 가장 멋진 스포츠 쿠페다. LF-LC 컨셉트카를 현실로 불러낸 LC 500과 LC 500h는 렉서스의 미래를 담고 있는 플래그십 쿠페다. 개발자인 사토 코지 수석 엔지니어는 주저 없이 디자인에 맞춰 모든 기술을 새롭게 개발했다고 말했다.

디자인을 손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렉서스의 엔지니어 기술이 앞섰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목표 지점을 바꾸지 않은 신념은 높이 살만하다.

LC 500은 5.0ℓ V8 자연흡기 엔진의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자랑한다. 10단 자동변속기와 조합을 이뤄 매끄러운 가속 성능과 변속감을 전해준다.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귀한 V8 자연흡기 엔진이 무척 반갑다.

운전석에 앉아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본능적으로 찻값을 가늠하게 된다. 1억7000만원이 아깝지 않게 보인다. 값비싼 고급 천연가죽으로 온통 뒤덮인 실내에서 다른 소재가 쓰인 부분을 찾아보니 알루미늄을 사용한 버튼과 스위치 외에 아날로그 시계, 모니터 정도가 전부였다.

자동차 실내가 아니라 쇠 장신구 몇 개 달린 천연가죽 샤넬 핸드백 속 같다. 눈대중으로 봐도 대략 소 한두 마리 정도의 가죽이 통째로 쓰였다는 걸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호화스럽다.

인테리어 구조도 독특하다. 드라이브 셀렉터가 스티어링 휠이나 센터 터널에 위치한 게 아니라 계기반을 감싼 커버 양쪽에 놓였다. 전자식 터치 타입의 기어노브도 심플하게 디자인되었다. 계기반 디자인은 LFA의 것을 가져왔다. 운전석에 앉은 느낌이야말로 천 리를 달리는 명마의 안장에 오른 느낌이었다.

LC 500h는 3.5ℓ V6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파워트레인에 세계 최초로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었다. 지금껏 사용해온 무단 변속기 e-CVT를 대신해 4개의 유성 기어를 추가해 10단 자동변속기와 맞먹는 역동적인 가속 감각을 운전자에게 전해준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359마력의 출력이 분출된다.

찻값은 LC 500보다 1000만원 더 비싼 1억8000만원이다. LC 500과 LC 500h엔 첨단 안전 사양 패키지인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가 장착되었다. 그동안 렉서스 브랜드에 첨단 안전장치가 빠져있어 불만이었던 고객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9월 12일 소개된 CT200h 페이스리프트 차에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가 처음으로 적용되었다. LC 500과 LC 500h가 두 번째 혜택을 받은 것이다.

디자인과 성능을 살펴봤으니 이젠 서킷에서 짜릿한 스피드를 즐길 차례다. 운 좋게 희귀종인 V8 자연흡기 엔진을 두 번이나 몰아볼 수 있었다.

프로 레이서가 앞서고 뒤를 따랐다. 용인 스피드웨이는 테크니컬한 코스로 구성된 서킷이다. 크고 짧게 휘감기는 코너와 고·저 차이가 있는 코너가 박진감 넘친다. 라이딩과 핸들링을 경험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엔진 사운드부터 남다르다. 시동을 걸자 싸울 준비를 마친 야수처럼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실내에서 들리는 소리는 시끄럽지 않다. 사운드 제너레이터와 머플러 사운드가 조화롭게 화음을 맞춘 덕분이다.

천천히 트랙에 진입해 찬찬히 코스를 둘러보는 시간을 마치고 드디어 풀 스로틀이다.

일단 빠르다. 어깨가 뒤로 밀릴 정도로 가속이 맹렬하다. 속도계의 바늘이 빠르게 부채꼴을 그리며 올라갔다. 시속 80km에서 트렁크 리드 꽁무니에서 리어 스포일러가 모습을 드러냈다. 직선 고속주행 구간에선 주눅이 들어 본능적으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밀어내지 못하고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얹고 말았다.

크게 꺾이는 코너에서 서스펜션의 댐핑은 차분하고 미더웠다. 52:48이란 이상적인 무게 비율과 경량 단조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서스펜션의 움직임은 경쾌했다. 앞바퀴는 6 피스톤, 뒷바퀴는 4 피스톤 브레이크 시스템도 믿음직스럽다.

한 번 경험해보니 강단이 생겼다. 두 번째 바퀴에선 있는 힘껏 가속페달을 밟았다. 욕심을 부려 과격하게 코너에 진입하면 뒷바퀴가 살짝 미끄러졌다. 이내 스마트한 제어시스템이 통제에 나섰다. 다시 자세를 잡고 추진력을 높일 수 있었다. 전기처럼 찌르르하고 긴장감이 온몸을 훑어갔다.

차체 균형이 잘 잡혀있고 뒤틀림 강성이 뛰어나 차체 움직임이 안정적이고 역동적이다. 무게 중심이 낮고 서스펜션의 강성이 뛰어나 핸들링 성능이 빼어났다. 의외로 승차감도 부드러웠다. 박진감 넘치는 서킷 주행을 마치고 피트로 들어왔다. 차에서 내려 땅에 발을 디뎠더니 잠깐 중력을 거스른 탓에 비위가 거슬렸다.

주어진 나머지 한 번의 기회는 하이브리드를 경험하는 것. LC 500h는 V6 엔진과 전기모터로 최고출력 359마력을 만들어낼 정도로 강력하지만, 상대적으로 자연흡기 V8 엔진의 LC 500 앞에서 감히 출력 이야기를 꺼낼 처지가 아니다.

그래도 달리기론 뒤질 새 없다. 말갈기를 날리며 광야를 질주하는 준마처럼 서킷을 벼락같이 달려나갔다. 그러다가도 속도를 줄이면 고삐 잡힌 말처럼 고분고분해졌다.

멀티 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매력은 상황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빠르기로 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점잖은 신사처럼 무심하게 움직일 수도, 탄환처럼 빠르게 질주할 수도 있지만 언제나 우아함을 잃는 일이 없다.

디자이너의 재능과 엔지니어의 공학 기술이 어우러져 걸작을 만들었다. 렉서스의 미래를 담은 플래그십 쿠페와 서킷에서 함께한 시간은 끝내주게 재미있었다. 금세 그리워질 정도로.

SPECIFICATION

LEXUS LC 500

길이×너비×높이 4760×1920×1345mm

휠베이스 2870mm | 무게 ​​​1940kg

엔진형식 ​​​V8, 가솔린 | 배기량 ​​​4969cc | 최고출력 ​​​477ps

최대토크 55.1kg·m | 변속기 ​​​10단 자동 | 구동방식 FR

서스펜션 ​​​멀티링크/멀티링크

타이어 245/40 RF 21(앞), 275/35 RF 21(뒤)

복합연비 7.6km/ℓ(시승 차) | CO₂ 배출량 232g/km

가격 ​​​​​​1억7000만원

REXUS LC 500h

길이×너비×높이 ​4760×1920×1345mm

휠베이스 2870mm | 무게 ​​​2010kg

엔진형식 ​​​​​​V6, 가솔린+전기모터 | 배기량 ​​​3456cc

최고출력 ​​​359ps | 최대토크 35.7kg·m

변속기 ​​​멀티 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 | 구동방식 FR

서스펜션 ​​​멀티링크/멀티링크

타이어 245/40 RF 21(앞), 275/35 RF 21(뒤)

복합연비 ​​​10.9km/ℓ | CO₂ 배출량 ​​155g/km

가격 ​​​​​​1억8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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