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80 스포츠 & BMW M2

  • 기사입력 2017.10.11 09:36
  • 최종수정 2020.09.01 23:47
  • 기자명 모터매거진

CAN TOUCH THESE

비슷한 가격과 출력으로 현실적인 드림카의 자격을 갖췄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단,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INTRO

자동차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가격이다. 기자를 포함해 대부분이 페라리나 벤틀리를 사고 싶지만 비루한 통장에 ‘0’을 세어 본다면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참이슬 한잔 걸치고 기운내자. 무리해서 가질 수 있는 드림카 두 대를 제안하겠다.

여기서 ‘무리’라는 것은 제1금융권만의 힘을 빌리는 정도로 하자. 또한 드림카라 하면 화끈한 성능을 빼놓을 수 없다. 타이어 스키드음을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이에게 400마력 이상은 사치이기에 300마력 중후반대의 파워가 가장 이상적이다. 그래서 큰 거 7장으로 370마력을 즐길 수 있는 이 녀석들이 현실적인 드림카로 어떨까?

MUSCLE BABY

BMW M2

날씨 좋은 날 다시 한 번 M2를 만나길 소원하며…. 본지 1월호에 적힌 기자의 M2 시승기 마지막 문장이다. 작년 12월에 처음 만났으니 9개월 만의 재회다. 시승을 하면서 계절 탓하긴 처음이었다. 하이그립 타이어가 달린 장난감을 겨울철에 가지고 놀기엔 기자의 간땡이는 작았다.

허나 아슬아슬하게 몰더라도 이 녀석이 엄청난 즐거움, 아니 행복을 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감이 왔다. 확신도 섰다. 가격 대비 재미는 최고일 것이라고. 가격이 만만한 것은 아니지만 실키식스 엔진을 가진 M 모델이라면 BMW의 팬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날이 뜨겁지도 춥지도 않은 날에 푸른빛 M2를 만났다. 화이트 보디에 M 스트라이프로 치장했던 지난 시승차와 판이하게 다른 이미지다. 절제 속에 강함이 느껴진다. 근육질 보디는 펄이 감도는 페인트로 인해 더욱 부각된다.

프런트 오버행, 리어 오버행, 그리고 휠베이스까지 모두 짧다. 때문에 다부져 보이며 카본으로 만든 에어로파츠를 달아 공격성을 높였다. 외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헤드램프다. M 모델 중 유일하게 키드니 그릴과 붙어있지 않으니까.

실내에서 딱히 말할 것은 없다. 전형적인 소형 BMW의 인테리어 레이아웃이다. 다만 스티어링 휠이 범상치 않아 보인다. 엄마차, 친구차까지 포함해서 27대의 BMW를 타봤지만 M 퍼포먼스 스티어링 휠은 처음 봤다. 상단에 LED 디스플레이가 있다. 엔진 회전수가 올라갈 때마다 LED의 수가 증가한다.

페라리의 것과 비슷하다. 두 개를 비교해보자면 BMW의 것이 훨씬 운전자를 흥분시킨다. 페라리 스티어링 휠은 점등만 되면서 게이지를 채우지만 BMW 스티어링 휠은 점멸되면서 게이지를 채운다. 어떠한 긴급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 같아 박진감이 폭발한다.

사실 아드레날린을 불출시키는 범인은 바로 파워유닛이다. 직렬 6기통 3.0ℓ 엔진에 터빈 하나를 달았다. 트윈스크롤 방식이라 응답성이 빠르고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47.4kg·m의 힘을 뽑아준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3초 만에 주파한다.

드라이섬프 윤활방식은 아니지만 엔진오일이 오일팬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아주는 섬프 커버를 준비해 놨다. 제동 시에 오일이 앞으로 쏠리면 보조 석션 펌프가 오일을 뒤로 밀어준다. 서킷에서도 별다른 튜닝 없이 탈 수 있다.

게트락에서 가져온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빠른 변속을 보여준다. 더욱 진화한 게트락 변속기는 무리하게 조작하더라도 클러치에 열을 받아 순간적으로 ‘멍 때리는’ 현상이 없다. 운전자가 반복된 시프트 업다운 명령을 내리더라도 타코미터의 바늘은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인다.

기어노브 주변에 변속 감도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은 M2에는 찾아볼 수 없다. M4처럼 변속 감도를 최고치로 설정해서 운전자를 거칠게 다뤄주는 맛은 없다. 이게 참 맛있는데 말이다.

운동화로 아스팔트를 비벼보니 마음 놓고 달려도 되겠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느껴지는 리스폰스는 상당히 빠르다. 가속력은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공도에서 가지고 놀기 딱 좋다. 고속도로에서도 지치지 않고 속도를 높인다. 물론 고속안정감도 좋다.

제동력은 전체적으로 준수하나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들어갈 시 짧은 휠베이스의 핸디캡 때문인지 브레이크스티어와 노즈다이브 현상이 살짝 일어난다. 불안할 정도는 아니고 충분히 대응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

코너링뿐만 아니라 교차로에서 좌회전할 때도 짜릿하다. 단단한 서스펜션은 코너에서 차체의 균형을 잘 잡아 준다. 코너링 성향은 스티어링 휠의 움직인 양과 코너를 돌아가는 라인을 맞춰보니 뉴트럴스티어다.

M2는 운전자가 생각한 만큼 도화지에 완벽한 곡선을 그린다. 주행안정화장치(DSC)는 아주 세련되게 개입한다. 달리기 전부터 잔소리하는 엄마가 아닌, 넘어지기 직전 몸을 일으켜 잡아주는 아빠처럼 작동한다.

주행안정화장치를 해제하더라도 다루기 어렵지 않다. 밸런스가 좋아 카운터스티어를 미리 준비만 하고 있다면 살랑거리는 엉덩이를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

고백컨대 비머 골수팬인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차는 M4이지만 실제로 구매를 해야 한다면 M2를 선택할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1억이 넘는 M4보다 좋을 순 없다. 허나 M2는 1억 미만의 예산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장난감이다.

배기사운드도 백프레셔를 가미해 매콤하고, 누구한테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잘 달린다. 거기에 M 배지가 달려 있지 않은가!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만 절망적인 뒷좌석 때문에 BMW 매장으로 가기에 망설여진다고? 그렇다면 다음 페이지로 넘기자.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468×1854×1410mm | 휠베이스 2693mm | 무게 1590kg | 엔진형식 6기통 트윈터보, 가솔린

배기량 2979cc | 최고출력 370ps/6500rpm | 최대토크 47.4kg·m/1400~5560rpm |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구동방식 RWD |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5링크 | 타이어 (앞)245/35 R 19, (뒤)265/35 R 19 | 0→시속 100km 4.3초

최고속도 250km/h(속도제한) | 복합연비 9.4km/ℓ | CO₂ 배출량 184.0g/km | 가격 7390만원

GOOD JOB BABY

제네시스 G80 스포츠

BMW M2의 가격대로 비슷한 출력을 내면서 뒷좌석을 확보하려면 제네시스 G80 스포츠가 제격이다. 장르와 성격은 분명 다르다. 게다가 고성능 세계의 짬밥은 비교 불가다. 럭셔리 스포츠 세단을 가장 잘 만드는 톱클래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벽은 높기만 하다.

현대 배지로는 답이 없기에 과감히 던져버리고 럭셔리 날개를 달고,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스포츠 배지를 붙이고 말았다. 일을 저지를 준비가 되었다. 눈길은 가지만 손길이 가지 않았던 G80 스포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기장에 있는 드림카 리스트에 적어도 좋다.

개인적으로 국산차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제네시스 G80이다. 짧은 프런트 오버행과 늘씬한 몸매로 균형미가 뛰어나다. 진보와 보수 사이에 위치한 디테일도 뛰어나다. 촌스럽지 않고 튀지 않게 트렌드를 잘 따라갔다.

거기에 스포츠 모델에 어울리는 공격적인 에어로파츠를 둘렀다. 공기흡입구를 과감하게 디자인한 프런트 범퍼와 엉덩이에 달린 4발 머플러 커터는 고성능 이미지를 연출한다. 순차적으로 점등되는 시퀀셜 방향지시등도 멋스럽다.

인테리어 역시 노멀 모델과 큰 차이가 없지만 스티어링 휠의 스포크 하나가 없어졌다. 우드 트림이 아니라 전혀 아빠차 같지 않다. 다행이다. 유격 없이 조작되는 기어노브는 잡는 맛도 좋지만 예쁘다. 시트는 질 좋은 가죽을 두껍게 감싸 고급스러우면서 쿠션감이 좋다.

뒷좌석은 레그룸과 헤드룸이 풀사이즈 플래그십 세단이 부럽지 않을 정도.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 9.2인치 디스플레이까지 구비되었다. 트렁크는 골프 캐디백과 보스턴백 4세트를 집어 삼킬 수 있다. 이 녀석이면 새벽 라운딩을 향해 달리는 에쿠스들을 모조리 제쳐버릴 수 있다.

편의장비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렉시콘 오디오 시스템이다. 롤스로이스에 사용하는 오디오를 제네시스(BH)에 달았다고 자랑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지났다. 이제 렉시콘 직원들과 친해졌는지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의 명성에 걸맞은 성능­을 보여준다.

17개 스피커에서 전해주는 음색은 겨울철 살짝 언 동치미처럼 정갈하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소화한다. 시원스레 고음을 뽑아주며 중저음은 답답하지 않고 묵직하게 보컬을 받혀준다. 이퀄라이징을 아무렇게나 만지더라도 밸런스가 깨지지 않는 것 또한 장점. 메탈 스피커 커버로 미적지수를 높인 것도 만족스럽다.

스포츠는 달리기다. 고성능차지만 엔진을 깨우더라도 고요하다. 나름 스포츠 배지를 단 모델인 만큼 박력 있는 배기 사운드의 부재는 아쉬운 부분. 버튼 하나로 플랩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가변 배기 시스템을 준비했더라면 세상을 놀래킬 수 있었을 텐데.

여하튼 가속페달로 차를 움직여 본다. V6 3.3ℓ 트윈터보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의 힘을 네 바퀴로 전달한다.

엔진 리스폰스는 재빠르지는 않다. 전형적인 대형 세단의 세팅이다. 화끈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실제로 인천공항 고속도로에서 M2와 함께 달릴 때 시승팀은 깜짝 놀랐다. 아무리 출력이 370마력으로 같더라도 G80 스포츠는 핸디캡이 많다.

사륜구동 시스템에 자동변속기, 그리고 400kg 정도 무거운 차체는 구동손실율에서 엄청난 손해를 본다. 이를 감안하면 잘 달리는 것이다. 순발력에서 한참 우위에 있는 M2는 멀어질 수는 있었지만 도망갈 수는 없었다. 파워는 이정도면 됐다.

고속안정감은 불안하지 않다. 아니, 나쁘지 않다. 다행히 붕 뜨지 않으니까. 잘 빚어 놓은 보디 라인 덕에 공기를 잘 뚫고,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노면을 움켜쥐고 있다. 귀를 피곤하게 하는 풍절음도 잘 억제되었다. 고요하면서 평화롭게 스피드를 즐길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해 줄 브레이크 성능도 부족하지 않다.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만큼 차를 세울 수 있다. 노즈다이브 현상은 차체중량과 댐퍼 스트로크를 감안하면 심하지 않다. 브레이크스티어는 일어나지 않으니 마음 놓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된다.

쭉쭉 뻗어나가는 차에 맞게끔 서스펜션이 단단하게 세팅되었다. 물렁물렁한 승차감을 원한다면 99년식 XG를 질러라. 잘 조여진 하체 덕분에 차가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로 2t이 넘지만 스티어링 휠 명령에 빠른 움직임을 보여준다. 롤링이 잘 억제되어 있으며 주행안정화장치의 도움이 없어도 차가 날아가지 않는다. 코너링 성향은 언더스티어다.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코너 라인 바깥으로 밀리니 가속페달만으로 라인 교정을 할 수 있다. 파워트레인에 맞는 스포츠 타이어만 장착되었더라면 훨씬 높은 코너링 퍼포먼스를 보여줬을 것이다.

제네시스 G80 스포츠는 이제 시작점이다. N 배지를 달기 위해 스포츠 배지가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중간과정치고는 완성도가 높다. 근사한 디자인은 외산 세단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라이벌들의 대다수가 디젤 엔진을 달고 있지만 이 녀석은 강심장을 품고 있다.

물론 효율성에서는 비교할 수 없지만 가속력은 더욱 비교할 수 없다. 게다가 넉넉한 공간, 특히 고시원보다 넓은 뒷좌석까지 제공해준다. 램프의 요정 지니가 현실적인 드림카로 하나를 선택하라면 제네시스 G80 스포츠를 주문해도 좋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990×1890×1480mm | 휠베이스 3010mm

무게 2090kg | 엔진형식 6기통 트윈터보, 가솔린 | 배기량 3342cc

최고출력 370ps/6500rpm | 최대토크 52.0kg·m/1300~4500rpm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 서스펜션 (모두)멀티링크

타이어 (모두)245/40 R 19 | 0→시속 100km 4.3초

최고속도 250km/h(속도제한) | 복합연비 8.0km/ℓ | CO₂ 배출량 -

가격 6650~77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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