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컨티넨탈 GT

  • 기사입력 2017.10.11 08:51
  • 최종수정 2020.09.01 23:42
  • 기자명 모터매거진

CRUSH ON BRITISH LUXURY

기다리던 신형 벤틀리 컨티넨탈 GT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풀체인지 모델은 이전 세대보다 얼마나 좋아졌을까? 새로운 섀시로 몸무게는 줄이고 움직임은 더 날렵해졌다. 무엇보다 우아한 품격이 느껴지는 세련된 디자인에는 세계 최정상 럭셔리의 정수를 아낌없이 녹였다.

글 | 박지웅

벤틀리는 장인들의 손길을 거쳐 완성되는 수제작 자동차라서 생산량이 많지는 않다. 반대로 일반인이 감당하기 힘든 가격표를 달고 있어 판매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드문 것도 사실이다. 무슨 이유건 판매량만 놓고 보면 결코 대중적인 브랜드가 아닌데 모두가 벤틀리를 알고 있다.

2003년 출시해 벤틀리의 대중적인 이미지를 선도했던 모델이 컨티넨탈 GT다. 럭셔리하면서도 역동적인 디자인을 입고 세대를 거듭하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최근 3세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럭셔리 그랜드 투어러 1인자의 존재감을 과시할 예정이다.

역시 피는 못 속이는 법. 컨티넨탈 GT라는 것을 보닛 위 엠블럼 없이도 알 수 있다. 전통을 중요시하는 벤틀리가 전 세대의 디테일은 그대로 가져오되 훨씬 세련되게 보이는 마법을 부렸다. 누가 크롬이 싼 티 난다고 했던가.

비웃기라도 하듯 크롬으로 눈을 두르고 그릴은 아예 크롬으로 덮었는데 고급스러워졌다. 수작업 생산 시스템에 분명 크롬 부문 장인이 있을 것이다. 그릴 각도는 더 수직에 가깝게 세우고, 에어 덕트 주위도 밖으로 살짝 접어 역동성을 자아냈다. 모터스포츠 피가 흐르고 있단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긴 보닛을 지나 실크 위를 지나듯 부드럽게 뒤로 넘어가는 루프 라인은 컨티넨탈 GT에게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예전엔 루프 라인이 트렁크 리드 라인 뒤로 그대로 떨어졌다면 이번엔 끝을 살짝 들어 올려 밋밋함을 없애고 스포티한 느낌을 살렸다.

프런트 펜더를 동그랗게 한번 휘어 감고 뒤로 뻗었던 독특한 캐릭터 라인은 사라졌다. 대신 여전히 두툼한 리어 펜더가 다부진 차체 형상을 책임진다. 그렇다고 무거워지지는 않았다. 3세대 컨티넨탈 GT는 신형 포르쉐 파나메라에 쓰인 새로운 어댑티브 섀시를 적용해 몸무게를 대폭 덜어냈다.

엉덩이에도 어김없이 크롬이 쓰였다. 이번엔 아예 번호판 주위까지 감았다. 크롬이 이렇게 잘 어울리기도 쉽지 않다. 뭘 해도 어울리는 디자인의 승리다. 리어 디퓨저는 도장면과 같은 색상을 입혔다. 보통 공기역학적 측면에서 볼 때, 리어 디퓨저 날을 더 날카롭게 세우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체통을 생각한 모양인지 시원하게 비워두었다.

훗날 스포츠 버전 모델 출시를 염두에 둔 계산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전 컨티넨탈 GT를 베이스로 출시한 2018 컨티넨탈 GT 슈퍼스포츠는 공격적인 형상의 카본 리어 디퓨저를 장착했다.

놀라움은 익스테리어에서 끝나지 않는다. 두툼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더 화려한 세상이 펼쳐진다. 투톤으로 선택한 가죽 인테리어가 전혀 촌스럽지 않다. 실내는 가죽으로 덮이지 않은 곳을 찾는 것이 더 빠르다. 해발 1600m 이상에서 방목하는 소의 상처 하나 없는 가죽만 사용해 손이 가는 곳곳이 부드럽다.

운전자 손을 제일 많이 타는 스티어링 휠까지 가죽을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덮었다. 벤틀리의 SUV인 벤테이가에 처음 적용했던 새로운 스티어링 휠은 이전 것보다 훨씬 멋스럽다.

요즘은 디지털 인스트루먼트 패널로 운전자에게 더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추세다. 벤틀리 역시 이 대세를 거스르지 않고 계기판을 디지털화했다. 센터페시아 12.3인치 대형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는 평상시 안 보이게 돌려놓을 수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있다.

아날로그 다이얼 세 개가 디스플레이가 사라진 빈자리를 심심하지 않게 채워준다. 원형 송풍구도 벤틀리 특유의 클래식한 럭셔리를 완성하는데 한몫한다. 최근 메르세데스 모델들이 뒤따라 원형 송풍구를 밀고 있는 것을 보면 수긍이 간다.

새로운 엔진 개발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이미 넘치고도 남을 힘을 지닌 기존 W12 엔진을 그대로 보닛 안에 넣었다. V12 엔진보다 24% 짧아 최적의 무게중심을 잡기도 쉽다. 최고출력 626마력, 최대토크 91.8kg·m의 괴력은 3.7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올려놓는다.

전통적인 40:60 사륜구동 시스템에도 변화가 있었다. 전자식 자동제어 서스펜션과 매칭한 새로운 액티브 올 휠 드라이브(Active All-Wheel-Drive) 시스템을 적용했다. 주행환경에 따라 적절하게 구동력을 배분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교한 주행 질감을 느끼도록 구현했다.

조심스레 신형 컨티넨탈 GT의 성공을 점쳐본다. 얼마 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IAA 모터쇼에서 글로벌 데뷔까지 마쳤다. 다시금 인기몰이할 수 있을지 벌써 궁금하다. 특유의 다부진 외관이 사랑받았다는 것을 고려해서 크게 변화를 주지 않았다.

허나 충분히 럭셔리하게 디자인하려고 한 노력이 보인다. 실내는 누가 보아도 흠잡을 데 없는 화려함의 극치다. 게다가 최정상 수준을 자랑하는 장인의 손길을 거쳐 세상의 단 하나인 ‘나만의 차’가 탄생한다. 사랑받지 않을 이유가 없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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