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S 90D

  • 기사입력 2017.08.10 23:20
  • 최종수정 2020.09.01 20:50
  • 기자명 모터매거진

Tony Stark

드디어 테슬라의 모델S가 국내에 등장했다. 두 개의 전기모터로 네 바퀴를 굴리고 최고출력 417마력과 최대토크 67.1kg·m의 힘을 뿜어내는 괴물이다. 90kWh의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400km 이상도 갈 수 있다. 스피드와 효율성이 공존하는 자동차, 모델S 90D다.

글 | 손권율

사진 | 임근재

과거가 미래로 변한 기계. 그것은 바로 전기자동차다. 1860년경에 등장한 내연기관보다 30년이나 앞선 최초의 자동차였다. 비록 기술의 한계로 주행가능거리를 극복하지 못해 역사로 남았지만, 전기자동차만의 장점은 분명했다.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상황이 역전됐다. 자원 고갈로 인한 내연기관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과거의 기술인 전기자동차로 넘어갔다.

모든 자동차 브랜드는 생존을 위해 자동차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역시 선두주자는 세계 1위 자동차 회사인 토요타. 그들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Prius)’로 미래 자동차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얼마 못 가 예상치 못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2003년 뜬금없이 등장한 신생 브랜드로 인해서다.

바로 인터넷뱅킹 시조새 격인 ‘Paypal’을 개발한 남자의 전기자동차 제작소다. 현실판 ‘토니 스타크’라 불리는 ‘엘론 머스크(Elon Musk)’가 창업한 테슬라다. 드디어 그가 만든 전기자동차가 국내에 상륙했다. 아이언맨의 슈트(Suit) 같은 ‘모델S 90D’를 만나보자.

새로운 디자인

기대에 부푼 마음이 모델S를 만나니 터질 것만 같다. 모델S의 라인업은 배터리 용량에 따라 75D부터 형님격인 100D까지 있지만, 국내 인증은 일단 90D만 통과했기에 이번 시승은 ‘모델S 90D’와 함께 한다.

이 녀석의 생김새는 둘째 치고, 처음 마주한 테슬라의 배지가 시선을 강탈한다. 생소하기에 점점 빠져드는 매력을 발산한다. 가출한 정신을 붙잡아 외관 디자인을 꼼꼼히 살펴본다.

거대한 차체 덕에 웅장함이 느껴지는 전면부다. 보닛 아래 엔진 대신 자리한 전기모터가 오버행을 짧게 만들어 더욱 민첩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사라진 프런트 그릴의 자리는 T 배지와 일체형 범퍼로 메워 단차 없는 정교함도 보여준다.

평범하게 생긴 LED 헤드램프는 외모와 다르게 파워풀한 광량을 품고 있어 영롱한 주간주행등만으로도 야간에 주행할 수 있을 것 같다.

패스트백 디자인을 적용해 낮게 깔린 루프 라인으로 날쌘 측면부의 모습을 잘 연출한다. 우아한 형상의 사이드미러는 운전자에게 넓은 시야를 제공함과 동시 시각적인 효과를 연출한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도어와 합체한 도어 캐치에 크롬을 섞어 고급스러움도 잊지 않았다.

특히 도어 캐치는 튀어나와 있을 때가 장관이다. 이어서 21인치 알로이 휠을 적용해 우람한 몸집에 어울리는 모습을 서슴없이 뽐낸다. 하단부에 캐릭터 라인을 그어 풍만한 옆태를 만들기에도 충분했다.

근육질의 리어 펜더로 시작하는 후면부는 볼륨감이 돋보인다. 범퍼를 깔끔하게 다림질해 접힌 부분 없는 빵빵한 뒤태가 매력적이다. 직선과 곡선이 섞인 테일 램프는 선의 미학을 실천하며 입체감도 더욱 살린다.

스포티함에 일조하고 있는 누워있는 해치도 인상적이다. 범퍼 하단부를 유광 블랙으로 칠해 머플러의 부재로 인한 어색함도 만회했다.

실내로 진입하면 차분한 베이지 컬러가 따스함을 제공한다. 특히 17인치 대형 디스플레이의 웅장한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양옆에 위치한 물리적 버튼 2개가 센터페시아 버튼의 전부다.

첨단에 걸맞게 공조 컨트롤부터 선루프 개방까지, 주행에 관련된 모든 행위는 디스플레이로 통제할 수 있다. 빠릿빠릿한 속도로 아날로그 버튼만큼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준다. 전기자동차답게 계기판도 디지털이다.

나머지 실내공간은 심플하다. 컵홀더가 팔걸이 속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센터패널은 깊게 뚫린 수납공간을 제공하게 됐다. 대시보드 위로는 알칸타라, 아래로는 가죽으로 덮으며 가격에 상응하는 고풍스러움도 잊지 않았다. 대부분 부품을 메르세데스-벤츠로부터 납품받아 곳곳에 삼각별의 체취도 묻어있다.

뒷좌석에는 평평한 바닥과 소파의 착좌감을 닮은 시트가 있어 승차 정원 5명 전부를 안락하게 해준다. 또한, 60:40 비율로 플랫하게 접히는 폴딩 시트는 트렁크 용량을 1645ℓ까지 늘려주는 실용적인 마법을 부린다.

완벽에 가깝다

2013년에 출시한 모델S가 국내에 정식수입 됐다. 강산이 변하는 데 10년이 걸리지만, 요즘같이 치열한 자동차 시장에서는 신차 출시 후 4년이 지나면 상품성 개선을 위한 부분변경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미운 네 살이 돼서야 국내에 모습을 드러낸 모델S가 불안했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주문제작 방식으로 생산해 매번 테슬라의 신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디자인도 아쉬울 만하면 변경되니 절대 구닥다리가 아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모델S 90D를 타고 떠나기로 했다. 도로로 진입하니 평일인 탓에 교통량 원활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폭염주의보도 발령됐다. 연비 측정을 위해 전자장비 사용을 최소화하고 싶었지만, 어쩔 도리 없이 에어컨을 틀었다.

이내 안정을 찾고 도로 위에 강렬한 존재감을 뿜고 있는 이 녀석의 현주소를 알게 됐다. 신기하게 쳐다보는 주위 시선이 나쁘지는 않다.

도로환경이 꽤 여유로워졌기에 반자율 주행인 오토파일럿 모드를 테스트했다. 조작 방법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스트로닉 플러스와 같이 방향지시등 아래 위치한 레버를 앞·뒤로 당기면 된다. 단, 시속 60km 이상의 속도에서만 작동한다. 본격적으로 시속 100km의 속도로 오토파일럿 주행을 시작했다.

8개의 눈을 가진 모델S 90D는 탑재된 지도와 머리를 맞대어 도로환경을 잘 파악해 차선을 정확히 유지했다. 갑작스러운 끼어들기 상황이 발생해도 12개의 초음파센서로 예민하게 감지해 속도를 줄였다.

설정된 속도로 재가속 시에는 최대토크가 분출되며 시원하게 뻗어 나갔다. 코너 구간에서도 차로를 이탈하지 않고 설정 속도와 앞차 간격을 계산해 유유자적 달렸다.

단계를 높여 차로변경까지 도전했다. 반자율 주행인 만큼 발만 쉴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을 잡고 방향지시등으로 원하는 방향을 가리켜야 이동한다. 1차로에서 2차로로 옮겨보기로 하자. 떨리는 마음으로 시속 100km에서 방향지시등을 점등했다.

모델S 90D는 1~2초간 눈치를 보더니 금세 차선 변경에 성공했다. 몇 번을 시도해도 깔끔했다. 실선은 절대 넘지 않는 영특함도 보여줬다. 이 녀석, 운전 꽤 한다.

이번에는 고속주행에 도전했다. 스포츠 버튼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았기에 차고와 스티어링 휠의 감도만 스포츠 모드로 설정했다. 이제 액셀러레이터를 꾹 밟아 속도를 내봤다. 저속부터 분출되는 최대토크 67.1kg·m의 어마어마한 가속감이 고개를 앞으로 들기 힘들 정도로 만든다.

4.4초 만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이 녀석이 짜릿해 미칠 것 같다. 스피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발에 더욱 무게를 실었다. 도로를 움켜쥐는 사륜구동과 함께 최고출력 417마력의 괴력을 뿜어내며 금세 속도가 시속 230km에 도달했다. 변속 느낌도 없이 말이다.

더군다나 시속 200km를 웃도는 속도에도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높아진 속도를 제어하기 위해 급감속도 시도했다. 이번엔 고개를 뒤로 젖힐 수 없다. 심지어 노즈 다운 현상도 느끼지 못했다. 전기모터를 전·후륜에 낮게 깔아 이뤄낸 극단적인 차체 밸런스가 정말 발군이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효율성 테스트다. 정확한 테스트를 위해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지하주차장에서 테슬라 급속 충전기 ‘슈퍼 차저’로 모델S 90D 완충에 도전했다. AC3 타입을 쓰는 테슬라의 충전기는 주차비만 해결하면 무료다. 1시간에 걸려 20% 남짓이었던 90kW의 배터리를 완충했다.

전자 장비를 최소화하고 평균 시속 80km 이내를 유지했다. 또한, 불필요한 가·감속, 그리고 차선변경은 자제했다. 박진감 넘치는 배기음이나 신나는 음악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환경이기에 조금은 지루했지만 멀지 않은 거리기에 목적지에 금세 도착했다. 약 30km를 주행해 10%를 배터리를 사용했다.

총 주행거리는 400km, 실제 연비는 20.2kWh / 100km(5km/ℓ)이었다. 이는 단순한 수치가 아닌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 400km를 현실로 이뤄냈다는 의미다. 겹경사로 이제는 정부의 보조금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이러한 좋은 상황에서 급속 충전 인프라만 더욱 확장한다면 국내 시장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 것이라 예상한다. 기술력에 비례하는 인프라로 국내 대중들을 사로잡기에 이보다 좋은 기회가 있을까.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979×1964×1435mm | 휠베이스 2960mm | 무게 2108kg | 동력계통 전기모터 | 최고출력 417ps | 최대토크 67.1kg·m | 배터리 종류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 90kWh |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470km | 에너지 효율 21kWh/100km | 구동방식 AWD | 타이어 243/35 R21 | CO₂배출량 0g/km | 가격 1억157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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