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760Li & 롤스로이스 고스트 EWB

  • 기사입력 2017.07.10 21:17
  • 최종수정 2020.09.01 20:25
  • 기자명 모터매거진

DOUBLE SILKY SIX

BMW의 주특기는 실키식스라 불리는 직렬 6기통 엔진이다. 두 개를 V자로 이어 붙이면 근사한 12기통 엔진이 완성된다. 이 거대한 엔진의 쓰임새는 딱 두 가지. M5보다 빠른 7시리즈를 탄생시켰고, 롤스로이스를 유령처럼 움직이게 한다.

글 | 안진욱

사진 | 주보균(시공간작업실)

촬영협조 | BMW 코오롱 삼성전시장

12기통 엔진은 상징성이다. 비단 파워 때문만은 아니다. 엔지니어링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6기통에 과급기를 달아 얼마든지 고출력을 뽑아낼 수 있다. 허나 12기통 대형 유닛이 주는 웅장함은 따라가지 못한다. 현재 BMW 라인업에서 12기통 엔진은 오직 7시리즈에만 허락된다.

또한 같은 지붕아래 있는 롤스로이스는 오직 12기통 엔진만을 사용한다. 서로 같은 엔진을 공유하지만 그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 이번 기획을 통해 BMW V12 6.6ℓ 트윈터보 엔진을 단 BMW 가문의 두 모델을 만났다.

BMW M760Li

비머 플래그십이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가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지만 7시리즈 마니아들이 많다. 운전 재미로 인해 오너드리븐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과거 제임스 본드가 애스턴마틴 대신 외도했던 대상이 BMW 7시리즈가 아니었는가.

40년의 7시리즈 역사 중 가장 강력한 모델이 등장했다. 7시리즈에 M 배지가 붙어 있으니 더욱 기대가 된다. 그렇다고 M 디비전이 완성한 것이 아니다. M과 노멀, 그 중간 성격의 M 퍼포먼스를 입힌 것이다.

겉모습은 노멀 7시리즈도 경쟁사들의 기함들보다 스포티함이 느껴진다. M760Li는 노멀 모델과는 아우라가 다르다. M 퍼포먼스 보디 키트를 둘러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다. 프런트 범퍼는 공기흡입구를 큼지막하게 뚫어 놨고 그 주변을 무광 실버로 마무리 했다.

이러한 포인트는 사이드미러와 도어하단에도 이어진다. 트윈 5 스포크로 이루어진 20인치 휠은 기교를 마음껏 부렸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다. 휠하우스를 꽉 채우고 있어 다부진 이미지를 완성한다. C필러에 박혀있는 V12 배지와 테일램프 위 M760Li 레터링을 봤다면 까불지 말자.

두툼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가면 노멀 7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티어링 휠에 M 배지가 들어간 것을 제외한다면…. 통풍기능을 갖춘 시트는 쿠션감과 촉감이 좋다. 장거리 주행을 위해 마사지 기능까지 준비되어 있는데 성능은 무난한 수준이다.

뒷좌석은 3m가 넘는 휠베이스의 기함답게 넓다. 180cm 성인남성이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있다. 게다가 1열 동승석을 최대한 앞으로 보내고 등받이를 접으면 퍼스트 클래스가 완성된다. 암레스트 뒤에 냉장고까지 구비되어 편의성이 높다.

오디오시스템은 바워스 앤 윌킨스(Bowers & Wilkins)가 들어간다. 높은 출력과 넓은 공간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메탈 커버를 씌워 인테리어를 살리는 역할도 한다. A필러에 있는 트위터에 조명까지 들어와 밤에 드라이브 하면 정말 낭만적이다.

록 마니아인 기자의 귀에는 더없이 훌륭한 사운드를 선사했다. 거기에 기자보다 훨씬 전문적이며 예민한 피아니스트의 귀를 만족시켰다. 소리가 동글동글하다는 그녀의 말을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제 달려볼 시간이다. 단연 하이라이트는 파워트레인이다. V12 6.6ℓ 엔진에 터빈 두 발을 달았다. 최고출력 609마력, 최대토크 81.6kg·m의 힘을 8단 자동변속기를 거쳐 네 바퀴에 전달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3.7초로 BMW 전체 라인업에서 가장 빠르다.

엔진스타트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우면 각진 머플러 커터에서 존재감 넘치는 사운드가 울려퍼진다. 아기 사자처럼 촐랑거리지 않고 아빠 사자처럼 중후하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2t이 넘는 중량을 무시하고 곧장 튀어나간다. 정말 빠르다. 그것도 안정감을 유지하면서 세차게 달려 나간다. 최정상 브랜드의 플래그십과 하드코어 대형 유닛이 만났을 때 이러한 결과물이 나오나보다.

주저하는 법이 없다. 방심하면 스피드미터의 바늘은 200을 지나가고 있다. 살짝 과장하면 시속 500km까지 도달할 수 있을 만큼 힘이 남아돈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이렇게 폭발적인 힘을 제어해줄 능력이 된다.

직선구간에서 M760Li에게 참패를 맛봤던 스포츠카가 코너를 만났다고 좋아하긴 이르다. 코너링 퍼포먼스가 훌륭하다.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휘저어 보면 롤링이 느껴지지만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다. 승차감을 위해서 이러한 세팅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핸들링이 날카롭게 날 서있다.

조향 명령을 내리면 움직이는 보통의 고급 세단과 달리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움직인다. 거기에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Integral Active Steering) 시스템으로 코너에서 5시리즈 정도의 라인을 그릴 수 있다.

시승 내내 신선한 충격이었다. 문득 이런 장르의 차가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보통 플래그십이라면 쇼퍼드리븐 성향이 강하다. 대체로 7시리즈 오너들은 기사를 두는 것을 거부한다. 이러한 타겟을 위해서 7시리즈는 더욱 강해져야 했다.

12기통 엔진이 주는 최고를 부여받고 최고로 달릴 수 있는 M760Li다. 뒷좌석에서 내리고 싶다면 롤스로이스로 발걸음을 옮기자.

롤스로이스 고스트 EWB

파르테논 신전위에 스카프를 바람에 날리고 있는 여신 동상을 얹어 놨다. 주눅들 수밖에 없다. 웬만한 플래그십 세단들을 E세그먼트로 만들어버릴 크기다. 팬텀보다 작은 고스트지만 웅장함은 뒤처지지 않는다. 게다가 EWB(Extended Wheel Base) 모델이기에 더욱 위풍당당하다.

차체는 앞쪽에서 뒤로 갈수록 모아지는 요트의 형상을 하고 있고, 악세사리는 품위 있게 절제했다. 덩치에 비해 등화장치는 작게 만들어 세련미를 부각시킨다. 20인치 휠은 차체에 비해 작아 보여 30인치 정도는 달아 줘야할 것 같다. 도어핸들이 한데 모여 있는 것도 롤스로이스만의 특징.

성문을 열고 입성한다. 명품관 향기가 코를 찌른다. 최고급 가죽과 원목으로 치장해 부담감을 준다. 대칭형 레이아웃의 센터페시아로 균형미를 잡고 디테일은 클래식하게 다듬었다. 스티어링 휠은 얇고 크지만 잡는 느낌이 좋고 변속기는 칼럼에 붙어 있다.

매트는 얼굴을 비벼도 될 만큼 부드럽다. 보통 고급차들이 시계 전문 브랜드의 시계를 사용하는 것에 반해 롤스로이스는 자신들과 맞는 급의 브랜드를 찾지 못한듯하다.

롤스로이스이니만큼 뒷좌석에 앉아 봐야한다. 뒷좌석에 앉으면 활짝 열려있는 코치도어를 닫기 힘들다. 물론 문을 열고 닫아 주는 사람이 상시대기하고 있겠지만 코치도어를 자동으로 닫을 수 있는 버튼이 있다.

도어에 우산이 숨어있는 것 또한 롤스로이스에서만 볼 수 있다. 젖은 우산을 넣으면 보송보송하게 말려주기까지 한다. 작은 것 하나까지 놓치지 않았다. 리어시트는 완전 소파다. 헤드룸과 레그룸이 넉넉해 우등버스에 혼자 타고 있는 것 같다.

부드러운 가죽과 푹신푹신한 쿠션감을 자랑한다. 이러한 착석감이라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휴게소 안 들러도 된다.

한번 앉으면 일어나기 싫지만 엔진을 확인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보닛을 열어 보니 초대형 엔진이 자리하고 있다. BMW의 조언을 받고 엔진을 프런트 액슬 뒤쪽에 위치했다. 덕분에 짧은 프런트 오버행을 가질 수 있었다.

엔진은 M760Li와 기본적으로 틀이 같다. V12 6.6ℓ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563마력, 최대토크 79.6kg·m의 힘을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뒷바퀴로만 전달한다. 그 결과 2.4t 차체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5.0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시동을 걸더라도 별 반응이 없다. 엔진이 돌아가는지 눈치챌 수 없을 만큼 조용하다. 기어 레인지를 D에 옮기고 주행을 시작한다. 새로 포장한 도로 위를 트레드가 다 한 타이어를 끼우고 달리는 것처럼 차가 미끄러지면서 나간다.

갑작스럽게 가속페달을 밟더라도 날뛰지 않고 우아하게 전진한다. 차체가 크지만 운전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다. 시야가 넓고 사이드미러가 커 사각지대가 없다. 시승 내내 부담스럽지 않았다.

또한 방향지시등만 켜면 도로 위의 모든 차들이 세이프티카처럼 길을 터준다. 브레이크는 초반 응답성은 떨어지지만 거구를 안전하게 멈추기엔 충분하다.

롤스로이스 고스트로 라이드 앤 핸들링 테스트를 하진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깐. 사실 시승 보단 좋은 구경을 했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플래그십을 타보면 충분히 고급스럽고 뒷좌석도 잘 만들어놨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고스트는 플래그십이 아님에도 여느 고급브랜드의 플래그십과 비교 불가다.

NVH(Noise, Vibration, Harshness)와 승차감에서 확실한 클래스 차이를 보여준다. 게다가 어떤 브랜드의 후드 오나먼트(Ornament)가 환희의 여신에게 대적할 수 있을까?

SPECIFICATION

BMW M760Li

길이×너비×높이 5238×1902×1475mm | 휠베이스 3210mm | 무게 2310kg | 엔진형식 12기통 트윈터보, 가솔린

배기량 6592cc | 최고출력 609ps | 최대토크 81.6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서스펜션 더블 위시본/멀티링크 | 타이어 (앞)245/40 R 20, (뒤)275/35 R 20 | 0→시속 100km 3.7초

최고속도 250km/h(Limit) | 복합연비 6.6km/ℓ | CO₂배출량 274.0g/km | 가격 2억2330만원

ROLLS ROYCE GHOST EWB

길이×너비×높이 5569 x 1948 x 1550mm | 휠베이스 3465mm | 무게 2420kg | 엔진형식 12기통 트윈터보, 가솔린

배기량 6592cc | 최고출력 563ps | 최대토크 79.6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RWD

서스펜션 더블 위시본/멀티링크 | 타이어 (앞)255/45 R 20, (뒤)285/40 R 20 | 0→시속 100km 5.0초

최고속도 250km/h(Limit) | 복합연비 6.3km/ℓ | CO₂배출량 329.0g/km | 가격 4억8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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