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G4 렉스턴
2017-07-10 20:10

COUNTERATTACK



쌍용이 16년 만에 렉스턴을 내놨다. 프레임 보디와 사륜구동을 갖춘 정통 SUV다. 단단하고 거대한 차체에 다운사이징한 4기통 2.2ℓ 디젤 엔진과 메르세데스의 7단 자동변속기를 얹어 최고출력 187마력, 최대토크 42.8kg·m의 힘을 낸다.

결코, 약한 출력이 아니다. 일상영역에서 강력한 운동성능을 보여주는 SUV다. 쌍용으로부터 ‘G4 렉스턴’의 작명법을 받아 주인이 부재중인 대형 SUV 시장을 노리는 덩치다.
글 | 손권율
사진 | 임근재



1954년 ‘하동환자동차제작소’로 시작한 쌍용자동차는 상용차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회사였다. 1990년대 접어들며 메르세데스-벤츠와 기술을 제휴해 코란도와 무쏘 시리즈를 만든다. 직선미가 넘치는 디자인으로 연이은 히트를 해 국산 SUV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1997년에는 대우자동차로 넘어가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지만, 대우사태로 1999년 워크아웃 기업의 낙인이 찍힌다. 어려운 상황 속에도 대형 SUV를 출시해 반전을 노렸다. 2001년 등장한 렉스턴은 프레임 보디와 메르세데스 엔진을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SUV로 인정받았다.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후속 주자를 등판시켰다. 액티언과 로디우스는 야심 차게 등장했지만 판매 부진을 겪으며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법정관리에 돌입해 존립 자체도 위험에 처했다. 일단 2004년 상하이 모터스로 인수돼 한숨은 돌렸다.



그러나 대륙으로부터 투자는커녕 기술만 뺏겨 버림받았다.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쌍용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줄 알았다. 2011년 구세주 마힌드라 모터스가 등장했다. 전폭적인 투자를 약속하며 법정관리 신분을 벗어나게 했다.

평화주의자 나라다운 아낌없는 지원은 코란도C 출시로 이어졌다. 초반에는 바닥을 친 브랜드 인지도에 흥행을 이끌진 못했으나, 점차 대중들에게 품질을 인정받아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나쁘지 않은 분위기를 이어가 2016년, 소형 SUV를 공개했다.

세련미 넘치는 디자인을 가진 티볼리는 예상치 못한 대박을 터트렸다. 9년 만에 흑자를 선물해 희망을 안겼다. 쌍용은 티볼리가 만회한 재정을 이어가는 주자로 렉스턴을 선택했다. 우려먹기가 아니다. 과거의 실수를 교훈 삼아 새로운 모델이 아닌 이미 검증된 대형 SUV의 명성을 빌렸다.

정통 SUV의 성격만 살리고 다 바꿨다. 이름도 4가지 혁명(Great 4 Revolution)을 뜻하는 ‘G4 렉스턴’이다. 국내 대형 SUV의 부재를 틈타 등장한 거대한 녀석을 만났다.

프리미엄 SUV의 재탄생

너무 너무 멋져, 눈이 눈이 부셔

전면을 바라보면 짧은 오버행이 강인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길지 않은 보닛에 무지막지한 캐릭터 라인은 직선미를 더욱 강조한다. 프런트 그릴은 헤드램프와 맞닿아 있어 일체감을 준다. 체어맨의 날개 엠블럼을 고대로 프런트 그릴에 올려 기함임을 상징한다.

투박한 형상의 프런트 범퍼는 정통 SUV를 추구하는 렉스턴의 장엄함을 잘 표현한다. 헤드램프 안쪽에 위치한 데일리램프는 안개등과 통일을 이뤄 균형미를 가진다. 곳곳에 크롬을 적용해 고급스러움도 한껏 살린다.

테일램프 조차 크다

하늘로 솟아 있는 A필러 라인을 타고 올라가면 직선의 측면 루프 라인은 루프랙과 함께 조화를 이뤄 높은 차고의 웅장함을 자랑한다. 20인치 휠도 작아 보이게 만드는 휠 하우스는 렉스턴의 거대함을 잘 표현한다.

도어 캐치 위에 캐릭터 라인을 그려 각 휠 하우스를 모방한 2개의 캐릭터 라인을 부각한다. 스포크가 시원하게 뻗은 크롬 스퍼터링 휠은 SUV의 강력함을 강조한다. 사이드스텝은 측면부의 볼륨감을 더욱 돋보인다.

어라, 엠블럼이 2개네?

똥똥한 엉덩이를 가진 후면부로 넘어가자. 비상하는 새를 형상화한 엠블럼에 G4를 새겨 존재감을 과시한다. 입체적인 LED 테일 램프는 영롱한 눈빛으로 후방의 안전을 책임진다. 큰 차체에 비해 소심한 리어 윈도로 해치를 강조했다.

리어 범퍼는 머플러를 숨겨 도리어 붕 뜬 느낌을 강조해 거구의 체격을 보여준다. 하단에 반사판과 크롬 라인은 빈틈없이 뒷모습의 균형을 잡는다.

도로의 감시자

인테리어는 SUV의 투박한 멋과 플래그십의 고급스러움이 어우러진다. 그리고 크다. 직선으로 구성된 레이아웃은 남성미를 풍긴다. 군데군데 스티치와 우드를 적용해 럭셔리도 지향한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스티어링 휠은 험로 주파의 자신감을 보여준다.

실내 곳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트랙션 버튼들은 정통 SUV의 정체성을 다시금 강조한다. 네모난 송풍구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계기판에 자리한 7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아날로그가 조화를 이뤄 시인성이 향상된다. 이와 연동되는 9.2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는 선명한 해상도로 다양한 기능을 가진다. 애플 카플레이 연동은 기본이며 안드로이드의 미러링도 제공해 편의성을 극대화한다.

5:5 화면 분할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동시다발적으로 이용케 한다. 광활한 크기의 디스플레이는 3D 어라운드뷰 시스템으로 외부의 상황을 더욱 쉽게 제공한다.

나파가죽으로 뒤덮은 실내는 퀄트 스티치 라인과 함께 고급스러운 감각을 자극한다. 특히 높은 등받이가 매력적인 시트는 푹신한 쿠션감으로 편안함을 준다. 장거리 주행 시에도 변함없는 안락함을 제공하기에 끄떡없어 보인다.

풀 플랫도 할 수 있다

키가 높은 기어노브는 쌍용 특유의 특징을 살려 멋스럽다. 고급차의 전유물인 통풍시트와 메모리시트도 잊지 않고 적용했다. 귀의 즐거움도 놓치지 않았다. 10개의 인피니티 스피커를 달아 생생한 사운드로 귀를 사로잡는다.

뒷좌석은 더 넓다. 긴 휠베이스로 동급 최고 크기의 2열 공간을 가졌다. 여기에 독립식 에어컨과 열선, 그리고 파워 아울렛 등을 적용해 동승자도 많이 배려했다. 시트에 등받이 조절과 더블 폴딩 기능을 넣어 안락함과 실용성을 함께 챙겼다.

기본 820ℓ의 적재공간은 이미 골프백이 4개 정도나 들어가지만, 시트를 접으면 최대 1977ℓ까지 어마어마한 트렁크 공간으로 확장된다.

G치지 않는 사륜구동 SUV

여백의 미

G4 렉스턴은 풀사이즈 SUV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 안전성 확보를 위해 광활한 보디에 81.7%를 초고장력, 고장력 강판을 적용해 차체 중량은 2톤이 넘는다. 엔진은 4기통 2.2ℓ 디젤 엔진으로 최고출력 187마력, 최대토크 42.8kg·m의 힘을 가졌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9초대를 기록해 굼떠 보이지만, 일상영역에 힘을 준 색다른 엔진이다. 무거운 덩치지만 정지상태에서 시속 20km까지는 동급 중 가장 민첩한 움직임을 자랑한다.

남성미가 넘치는 실내

G4 렉스턴의 매력을 파헤치기 위해 강원도로 떠났다. 키가 엄청 크다. 사이드스텝이 없었다면 가랑이가 찢길 수도 있겠다. 실내에 들어가 시트에 앉았다. 높은 전고만큼 시트 포지션도 높아 어색했다. 그러나 광활한 시야를 제공했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테스트를 위해 시동을 걸었다.

역시 프리미엄이다. 잔 진동의 대명사 4기통 디젤엔진이 폭발하고 있음에도 실내는 평화롭다. 쌍용이 방음에 엄청난 신경을 쓴 모양이다. 혹시 빈틈이 있을까 높게 서있는 기어노브에 오른손을 올렸다. 진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엄지손가락의 역할이 중요한 기어노브

역시 삼각별의 아이템이다. 그러나 기자는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 아니다. 이번엔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도리어 공회전 시의 진동은 상쇄되어 속도가 높아질수록 가솔린 엔진의 질감을 준다. 이 녀석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다.

여름에 접어든 날씨로 바깥 온도는 이미 30도를 넘었다. 연비테스트든 뭐든 몸이 익게 생겼다. 통풍 시트와 에어컨을 전력으로 작동했다. 경추부터 요추까지 흐르는 차가운 기운만으로 더위가 해결된다. 통풍시트는 역시 국산이 갑(甲)이다. SUV의 에어컨은 너무 빵빵해 녹은 아이스크림도 다시 얼릴 기세다.

열은 완전히 식었고, 인피니티 스피커가 궁금했다. 9.2인치 디스플레이의 시원시원한 폰트와 즉각적인 반응 덕에 블루투스 연결을 쉽게 할 수 있었다. 역시 아메리칸의 피가 흐른다. 깊은 중저음을 내며 큰 차체에 걸맞은 사운드를 연출했다. 거짓 보태면 클럽에 입장한 기분이었다.

아날로그 계기판 삭제 가능

이로써 본격적인 주행 준비는 완료했다. 가속 테스트를 위해 액셀러레이터에 발을 올려 속력을 내봤다. 평상시에는 후륜구동으로 달리는데, 2톤이 넘는 무게와 높은 차에도 불구하고 움직임이 경쾌했다. 엔진회전수 1600rpm부터 터지는 187마력은 주위의 자동차를 뒤로 밀어내기에 충분했다.

높아진 속도를 제어하기 위해 브레이크 페달을 꾹 밟았다. 전·후륜 2-피스톤과 1-피스톤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53:47 무게 배분을 바탕으로 좌우 흔들림 없이 감속했다. G4 렉스턴은 도심 주행도 만족스럽다.

가·감속을 반복하다 보니 오프로드 코스에 도착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다. 조그 다이얼을 이용해 사륜구동으로 변경했다. 다운사이징 엔진의 최대토크를 발휘할 차례다. G4 렉스턴은 42.8kg·m의 토크를 전륜으로 배분해 비탈길을 비교적 쉽게 올라갔다.

요즘 같은 날씨엔 통풍시트 없이는 못살아

255/50 R20의 타이어가 끼워진 시승차는 가파른 경사에서도 땅을 움켜쥐며 달렸다. 진흙 코스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그립을 바탕으로 앞바퀴에 구동력이 생긴 G4 렉스턴은 미끄러지지 않고 험로를 쉽게 주파했다.

붕 뜬 차체와 짧은 오버행은 비포장도로의 장애물을 가뿐히 피해 거대한 차체임을 무색하게 했다. 프레임 보디를 지탱하는 앞 더블위시본,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흔들림을 잘 억제해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하려 최대한 노력했다. 영민한 사륜구동 시스템 덕에 3km의 오프로드 코스를 근사하게 탈출했다.

손으로 만져보고 싶은 정교한 바느질

2박 3일간 총 주행거리 200km 남짓을 기록했다. 렉스턴 G4는 4기통 디젤 엔진으로 10.1km/ℓ의 준수하지 않은 공인 연비를 가졌다. 그러나 최소 수치일 뿐 기자가 운전대를 잡고 기록한 실 연비는 약 13km/ℓ 정도였다.

대형 SUV로 고속 주행과 시내 주행, 그리고 오프로드 주행으로 기록한 연비치고는 결코 나쁘지 않다. 도리어 도심 주행과 함께 오프로드 주행을 ‘싸게’ 할 수 있는 자동차다.

버튼들이 꽉 찼다

직접적인 경쟁 상대인 기아의 모하비는 출시한 지 10년에 접어들었다. 비싼 가격에도 꾸준히 판매되었던 이유는 딱히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라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쌍용은 G4 렉스턴으로 빈틈을 잘 파고들었다. 높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국내 대형 SUV 시장의 선택권을 제시한 것이다.

이른 시일 내에 공급난을 해결하고 원활한 판매를 진행한다면 쌍용의 제2의 전성기를 구사할 발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Well-made car, G4 Rexton이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850×1960×1825mm | 휠베이스 2865mm | 무게 2095kg | 엔진형식 4기통, 디젤
배기량 2157cc | 최고출력 187ps | 최대토크 42.8kg·m | 변속기 7단 자동 변속기 | 구동방식 AWD
서스펜션 위시본 (전) / 멀티링크 (후) | 타이어 255/50 R20 (20인치) | 연료탱크 70ℓ
복합연비 10.1km/ℓ (AWD 기준) | CO₂배출량 193g/km (AWD 기준) | 가격 3350만~474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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