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8시리즈 컨셉트

  • 기사입력 2017.07.10 16:54
  • 최종수정 2020.09.01 20:21
  • 기자명 모터매거진

CODE NAME : REBIRTH

BMW가 18년 동안 잠들어 있던 전설적인 쿠페의 재탄생을 예고했다. 1990년대 이미 고급스러움으로 무장하고 7시리즈 위에 군림하며 위세를 떨쳤던 8시리즈가 그 주인공.

클래식카의 향연이라 불리는 콩코르소 델레간차 빌라 데스테(Concorso d'Eleganza Villa d'Este)에 등장한 BMW 8시리즈 컨셉트는 내년에 부활할 8시리즈 양산형의 완벽한 미리보기였다. 기나긴 공백을 깨고 리허설 무대까지 마쳤으니 이제 럭셔리 쿠페 시장을 접수하는 일만 남았다.

글 | 박지웅

자동차 마니아 사이에서 BMW만큼 콘크리트 지지율을 자랑하는 브랜드도 많지 않다. 창사 이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BMW는 2016년까지 6년 연속 글로벌 판대 대수 신기록을 경신했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고급 완성차 브랜드로 이미지를 굳힌 BMW가 여세를 몰아 럭셔리 쿠페 시장 입지 강화에 나섰다. 6시리즈 쿠페 단종은 신호탄에 불과하다. 전설적인 8시리즈 카드를 꺼내 들고 21세기 옷을 입은 컨셉트 버전까지 내놓았다.

BMW 8시리즈 컨셉트 디자인에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한다.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클래식카 이벤트 2017 콩코르소 델레간차 빌라 데스테(Concorso d'Eleganza Villa d'Este)에 처음 모습을 보인 이유도 디자인에 과거를 담아서일까?

사실 여러 완성차 브랜드에서 자사 럭셔리카를 출품하는 쇼케이스로 이용하는 행사지만 클래식함이 묻어나는 차를 출품한 BMW이기에 더 각별한 행사가 됐다.

아쉽지만 과거의 팝업 방식 헤드라이트는 없다. 대신 예전처럼 얇게 디자인한 헤드라이트는 현재 BMW 시그니처 엔젤아이를 적용해 한껏 멋을 부렸다. 차세대 광원인 레이저가 밤길을 밝힐 것이므로 작은 크기라도 오히려 듬직하다. 호불호가 강했던 앞트임은 다행히 보이지 않는다.

그릴은 크게 만들고 보는 시원시원한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했다. 확연히 커진 키드니 그릴은 본래 2개로 나뉘어 있던 것이 하나로 이어졌다. 프런트 범퍼의 공기흡입구와 맞닿아있을 정도다.

E31 8시리즈 향수에 젖은 이들을 위한 배려일까. 옆에서 바라본 8시리즈 컨셉트 실루엣은 90년대 도로 위를 누볐던 8시리즈 라인을 그대로 닮았다. 긴 보닛에서 시작해 트렁크 리드 라인 뒤로 떨어지는 실루엣이 낮은 루프라인 덕에 더욱 매끄러운 것이 측면 디자인의 포인트.

브레이크 시스템의 열을 잡아줄 거대한 에어 덕트는 프런트 펜더에 뚫려있어 자칫 너무 부드러울 수 있는 측면에 강렬한 캐릭터 라인을 남겼다.

얼굴과 옆태에 옛 모습을 상당 부분 녹여냈지만 후면부는 곡선을 역동적으로 사용해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많이 담았다. 여기저기 굴곡진 엉덩이는 테일램프까지 BMW i8을 연상시키듯 입체적이다. 트렁크 끝은 따로 스포일러를 달지 않아도 위로 솟았다.

탁월한 리어 다운포스를 기대하기 힘들지만 우선 멋 내기에는 성공했다. 양산형 모델 후륜에 얼마만큼 넓은 타이어를 물릴지가 다부진 엉덩이를 완성할 마지막 퍼즐이다.

실내는 전형적인 스포츠카의 향이 짙다. 시트를 감싼 최고급 메리노 가죽은 분명 차 품격을 높이는 품목이지만 인테리어는 럭셔리 컨셉트보다 다이내믹한 느낌을 살리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바텀-플랫 스포츠 스티어링 휠도 그렇지만 뒤에 숨은 패들시프트는 빨갛게 포인트까지 줬다.

실내 곳곳에도 카본과 레드 스티치가 보인다. 무겁고 뚱뚱한 럭셔리카가 아닌 자신의 장기인 스포츠 DNA를 잘 녹여내 시리즈 성공을 견인하겠다는 브랜드 의중이 엿보인다.

BMW는 신형 8시리즈가 럭셔리 쿠페를 지향하지만 동시에 언제든 스포츠 주행이 가능할 것임을 시사했다. 다이내믹한 주행성능 또한 빼놓지 않겠다는 얘기다.

엔진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말을 아끼고 있지만, 컨셉트 모델에 물린 21인치 경량 휠과 대형 브레이크로 유추해보면 최소 M5와 M6에 올라가는 V8 터보 엔진이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M8이 현실화 된다면 현재 M760Li에 얹은 V12 6.6ℓ 엔진을 다듬어 쓸 수도 있다.

2000년대 초반 BMW 신차에 파격적인 디자인을 입혔던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Chris Bangle)을 기억한다. 당시 그는 골수팬으로부터 살해 협박까지 받았지만, 그때부터 시작된 혁신적인 디자인은 오늘날 BMW가 뒤처지지 않고 정상의 자리에 머물게 도와준 원동력이었다.

과거의 모습을 담아냈다고는 하지만 8시리즈의 부활은 엄밀히 말하면 이름 빼고 다 바뀐 또 다른 도전이다. 지금까지 있었던 혁신적인 시도가 이번 컨셉트를 거쳐 내년에 출시할 양산형 8시리즈에서 정점을 찍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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